Xp
자동
Free-Talk

삶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

 
31
  4552
Updated at 2023-03-15 11:28:48

얼마 전, 유튜브로 배우 이창훈 님의 금쪽상담소 에피소드 편집본을 봤습니다.
가족을 통제하려 하는 것. 저도 같은 성향이 있어서 집중해서 보게 되더군요.

얼마 전, 아이가 놀다가 한 학년 형들에게 소외당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물론 당시 아이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고, 전날에는 같이 어울려 놀았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는 아니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 순간, 아이를 불러 잡아끌어 데리고 그 자리를 피해버렸습니다.
당시에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그렇게까지 할 게 있었나 싶더군요.
아들이 그런 상황을 겪고, 거부도 당해보고 하면서 배워나갈 기회를 내가 빼앗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습니다.
가끔은 제가 부딪치며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남편이자 아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아내는 성인이고 합리적인 사람이기에
부부 간 조정을 거치게 되니까, 저의 이런 성향이 끝까지 반영되는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위의 경우는 아내가 없는 상황에서 제가 아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던 중에 발생한 일이지요.

제 성향은 대학시절과 지금 극과 극으로 달라졌습니다.

사람 좋아하고 낙천적이었던 대학시절, 삶은 롤러코스터라 재미있다를 외치던 시절.
그에 비해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을 불안해하고 변수를 없애려고 이것도 틀어막고 저것도 틀어막고
코로나 때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이발까지 집에서 손수 하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금도
사람이 없는 시간, 인적이 드문 곳만 골라 마스크를 쓰고 종종걸음으로 다닐 정도로 역경이나 변수를 두려워하는 지금의 모습.
저를 이렇게까지 바꿔놓은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나이를 먹으면서 변한 걸 수도 있겠지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저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고 변수를 최소화하며 모험을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도 그런 성향이 두드러져 "해보겠습니다"를 원하시는 윗분들은 저를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위에 적었던 아들과의 일을 겪으면서 오랜만에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얼마 전에 매니아에 달았던 댓글 중 '젊은 시절에 덜 두려워하고 더 도전해봤어도 됐었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아들의 한번뿐인 어린 시절을 답답하게 만들 뻔 했습니다.
삶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고, 때로는 그렇기에 재미있기도 하다는 걸 언제부터 잊고 있었던 걸까요.

마음을 앓으면서 저의 부족했던 모습들을 새로 발견하고, 하나씩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어렵지만, 싫지만은 않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출렁이는 삶을, 내일도 힘차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좋은 밤 되시고, 내일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8
Comments
1
Updated at 2023-03-15 02:45:12

저랑 정 반대성격이시네요..
셀프 이발은 충격적입니다

잘잘못을떠나 또 성향을 떠나서

반성하시는 모습이 멋지시네요.
어른이 된 다음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기 어려운데..

응원합니다

WR
2023-03-15 10:15:53

감사합니다.
코로나 초기에 미용실 가는 것 조차 두려워서
이발기를 사서 거의 반삭으로 다녔습니다.
병 자체보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주위의 비난이 두려웠던 거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뭔 의미가 있었나 싶네요.
그리 두려워하고 조심했는데
사무실에서 거의 처음으로 걸렸거든요.
제 인생에서 가장 약해져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1
2023-03-15 07:23:03

그래도 자각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나가시는게 보기 좋아요
글도 깔끔하고 담백하구 :-)
오늘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해봅시다!!
화이팅입니다

WR
2023-03-15 10:23:58

한동안 생각에 빠져 굴을 파면서
내가 옳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하나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지금 오늘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
2023-03-15 07:35:57

인생 더 즐거우시라고 추천..!

WR
2023-03-15 10:25:34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즐거운 인생을 위해
화이팅입니다!

1
2023-03-15 18:13:50

또 한 번 느끼는 거지만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저는 저의 뜻과는 관련 없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든 적도 많았습니다.

사는게 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들이 많더라구요.

이미 일어난 일들을 따지기 보다 어떻게 하면 잘 대처할지를 고민하니... 조금은 편해지더라구요.

그럼에도 여전히 전 빈틈이 많은 사람입니다. :)

늘 행복하세요~~~

WR
1
2023-03-15 18:55:18

감사합니다.
진짜 마음대로 되는 건 거의 없더라구요.
말씀대로 대처에 집중하면 한결 낫더라구요.
앞을 보며 나아가는 삶을 위해
화이팅입니다!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