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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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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13:20:41

최근 약간의 심경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른 몇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말인데, 약간은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불안과 한창 싸우던 작년,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에도 질려버려서 재택근무 전환을 요청했다가 불발되고,

그 대신 따로 자리를 마련해 혼자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퇴근하는 날도 있었죠.

아, 살 것 같더군요. 나를 평가하고 심판할 것만 같은 모든 사람들이 제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요.

혼자가 너무 좋았어요. 의견 충돌, 트러블, 자괴감, 열패감...모두 최소화되니 이게 사는거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습니다. 사람과 말을 하지 않으니 점점 대화를 못 하게 되고 소통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도 소통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당장은 편하지만 이러다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당장 편하고, 그냥 은둔자로 살면 되지. 어쩌면 그게 내게 최적인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점점 깊이 가라앉고 있었죠.

 

그러던 중, 팀 내 이슈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반년 넘게 인사와 업무 관련 이야기만, 그것도 최대한

짧게 해오다가 긴 이야기를 하려니 내가 이렇게 생각을 말하면 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파묻혀있다가 뜬금없이 나서서

뭐 하는 거냐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등등 오만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지만 건강 상태도 나아졌고 해서 살짝 용기를 내 봤습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야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고 개중 당황해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다들 알아주었고, 무엇보다 예전의 방식대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도 되겠다는 느낌이 들어 신이 났지요. 

 

모든 것을 잘라내 버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편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굉장히 오랜만의 기분들을 느끼게 됩니다. 그간 조심스러워서 못 하던 딥한 간섭을 시전하기 시작하시는 가내 어르신들부터

시작이었는데,  어찌 생각하면 그 동안 얼마나 답답하셨으려나 싶기도 합니다.

소위 감 놔라 대추 놔라 라는게, 그걸 즐기는 사람이 못 하게 되면 병까지 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감 놔라의 ㄱ자만 들리면 마음을 닫아버리던 저라 가내 어르신들도 그간 간섭을 멈추셨었거든요.

하지만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당당하게 설명하고 입장을 표현하는 게 더 성숙한 어른이겠지요.

 

그래서 제목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원래 사람들을 좋아했거든요. 대학교 때는 친구들을 노드 삼아(?) 그 친구들과 친해지고 하는 일도 즐겼습니다.

성격이 괴상해서 문제긴 했지만, 비슷하게 괴상한 친구들도 많이 만나서 신나게 지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 사십대 중반을 향해 가며, 인생 2막을 앞두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고, 소통하는 삶을 살아 보려 합니다.

 작년과는 좀 다른 2024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아침에 근처 공원에 걸으러 갔는데, 보행로가 다 얼어서 좀 저항감 있는 걷기 운동을 하고 왔습니다.

날이 추운데, 모두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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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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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13:37:59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당당하게 설명하고 입장을 표현하는 게 더 성숙한 어른이겠지요.

저에게 매우 와 닿은 문구였습니다. 저 또한 갈등으로 인해 에너지를 소비하는게 싫어 갈등을 피해온 사람인데 그래서는 성장 할 수 없다는걸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WR
2024-01-07 15:05:26

저도 최근 주위에 성장을 추구하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 심경의 변화 또한 그 일환이구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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