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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작은 비결 : 이런 걸 보질 말아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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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22:26:33

세 번째 코로나로 격리중입니다.

출근을 안 하니까 하루 이틀은 좋았는데,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서

재택근무 + 비는 시간 빈둥빈둥이 며칠 째 계속되니 좀 질리기도 하네요.

 

비어있는 집에 홀로 있으니 불안이 찾아옵니다. 나 없이 일은 돌아가는가. 내가 없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가?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던 거 같은데 이상합니다. 뭐 그리 심하진 않아 다행입니다만...

 

최근 운동을 다니기 시작해서 주중에는 일하고 운동갔다 귀가하면 잘 시간이었는데, 격리를 하니 시간이 갑자기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생각도 많아지고, 유튜브 등도 많이 보게 됐지요.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요즘의 생활 트렌드는 무엇인지,

나는 뒤처지지 않고 잘 가고 있는 건지...를 알고 싶어서 그쪽 영상들을 많이 보게 되더군요.

저축이나 투자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한달 벌어 한달 사는 삶인데, 이러면 안 되는 거구나 남들 다 안 이러는데 난 무슨 깡으로...

등등의 생각이 스멀스멀스멀 사방팔방에서 피어오르던 중, 갑자기 머리를 때리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런 걸 XX 보질 말아야 돼" (XX는...그러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 때문에 욕설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래서 바로 유튜브를 껐습니다.

 

최근 본 어떤 영상에서, 사람들이 모든 분야에서 소위 '국룰'을 찾으려 하는 현상에 대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모든 일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닐 텐데, 자꾸 그런 류의 생각이 옆구리를 찔러 오는군요. 

 

사람의 삶의 형태는 천차만별이고, 꼭 꽉꽉 쥐어짜지 않더라도 내 나름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내가 처해 있는 이 상황에서 최선의 대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되는 것이죠. 남들이 어떻게 사는가에 상관없이.

죽을 만큼 해보지 않아도, 미친 듯이 달리지 않아도, 보편적인 기준에서 백만광년쯤 떨어진 삶을 살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혹여 저와 비슷한 길을 지나시는 분이 계시다면, 우린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크게 심적 타격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남들이 뭐라 하건 순수하게 XX 마이웨이를 걸어가는 기분이란

그야말로 미칠 듯이 좋지 않을까? 라는 희망찬 생각을 잠깐 품어 보는 하루였습니다.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것 같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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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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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23:30:59

저도 인스타나 SNS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블로그는 그래도 제가 기록을 많이 하는 편이라 보는 편이구요. 

중심만 잡고 내가 해야할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차곡차곡 느리지만 천천히 매일매일 해나가면

사실 남이 뭐하는지 또는 남의 삶을 구경할 여유도 없고 관심도 없게됩니다. 

인간관계도 원래 바운더리가 작은 편이지만 40중반들어 더 정리하는 바람에 

제 자신과 가족에게 집중할수있어 너무나도 좋습니다. 

WR
2024-03-21 07:23:06

멋지십니다.

주로 시간이 뜨거나 할 일이 없다 싶을 때 전시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한탄하게 되는 걸 보면

역시 써주신 대로 내 삶에 집중하고 매진하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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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21 00:25:38

저도 어렸을때부터 국룰을 싫어했습니다
포트2 벨리맵에서 독탱을 고르고
스타하면 빌드도 제 맘대로 타고
디아2 스킬트리도 제 맘대로 막 찍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게임고자가 되었습니다

뭐 제 맘대로 하는 것도
나름 재밌긴 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남들이랑 똑같이 했는데도
못 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제 안에 있었던거 같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은
꼭 남들과 다른 행복을 추구해야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서
그냥 국룰을 열심히 따라가면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가 되니까
앞으로 제 인생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거란걸
서서히 인정하게 되더라구요

XX 마이웨이를 가지는 못 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WR
2024-03-21 07:33:38

저도 팔라딘 하면서 다들 해머딘을 외칠때 열심히 쏜즈를 찍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나 결국 초기화 후 해머를 찍게 되었고, 이후 와우를 하면서도 결국 제일 쎈 트리가 뭐냐만 찾아 헤매던 생각도 나구요.

 

사실 요즘같은 세상에 여기저기서 제시되는 국룰이라는 개념 자체는 잘만 활용하면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만 그게 압박하는 요소가 되어 거기에 집착하게 된 것은

아마도 제가 소심한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써주신 대로 그 국룰이라는 걸 잘 활용하면서 그 안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건 정말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그걸 지향해 나가고 싶습니다.

 

저도 사십대인데, 같이 힘내요.

우리의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더라도 행복은 넘쳐나기를 바랍니다.

1
2024-03-21 00:59:06

저도 크게 공감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 특성상 fomo나 효율, 가성비 때문에 국룰을 찾는거 같은데 결국 그건 남의 기준으로 살게 되는 것 같아서 의미 없는거 같아요. 그렇다고 보편적인 상식이나 기준에 벗어나는 사람이 되자는건 아니니까요. 

WR
2024-03-21 07:37:06

실로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게 진짜 잘 안 되네요. 이게 아니구나 생각했다가도 살다 보면 어느새 타인의 기준에 못 맞춰서 안달복달하고 있고...

누구에게 묻든 그건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환기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하긴 하더군요.

말씀대로 사람들이 얘기하는 XX 마이웨이라는 것도 인류 보편의 기준 내에는 들어가는 개념이니까, 괜찮지요.

양파군 이모티콘이 귀엽습니다. 저도 딱 저런 모습으로 살아 봐야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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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 09:34:24

 

저는 성공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이 아닌 지라, 그런 류의 유튜브나 영상을 봐도 썩 오래 가진 않더군요.

오히려 위 사진과 같은 구절에 '맞아. 인간(동물)은 이런 거야.'하며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네요.

너무 많은 생각이 오히려 나를 죽이고 있어! 이건 인생의 흑역사 시기였던 20대 시절 내내 했었던 걸로 퉁 치고 싶고요. (물론 그것마저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것이니 지금 와서는 고맙지만요..)

내년이면 40대 입성이지만 30대는 그래도 사랑스러운 아내와 세 아이를 얻었으니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고 그러네요.

 

전 불안감이 자주 드는 사람임에도 불안을 동력으로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내가 아니어도 흘러갈 이 세상 속에 그냥 나는 작은 판단을 하며, 작은 행복을 얻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과 살고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 편해지기 위한 제 나름의 노력이 아닐까 싶네요.

 

Polken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응원할게요.

WR
1
2024-03-21 09:59:34

좋은 글귀 공유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생각들을 좀 털어내고 격리 후 첫 출근길에
커피를 한 잔 사서 햇볕을 쬐며 걷고 있노라니,
두 번째 문단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습니다.
암요 가족이 우리 보물이죠. 가끔 뒤처진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소중한 걸 깜박하네요.

즐거운 하루 되시고, 가족분들과 함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저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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