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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이야기 - 제가 좋아하는 잉크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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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9-10 22:45:04

 

안녕하세요. 

 

 

시리즈 중 잉크 편에서 말씀드렸듯, 만년필로 글을 쓰는 재미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가 원하는 색의 잉크를 마음껏 바꿔가며 써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이아민 (Diamine) 이라는 영국의 잉크 제조사가 만드는 일반 만년필용 잉크의 종류만 해도 100여가지를 훌쩍 넘을 정도고, 워터맨이나 몽블랑 등 만년필 제조사들은 보통 잉크도 같이 만드는데 이들도 10여가지 정도의 잉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만년필에 비해 잉크는 아주 저렴해서, 50mL 한병에 싼 잉크는 만원, 비싼 잉크는 2만원 정도 하는데 이 정도면 이것 한병만 사용하더라도 1년 정도는 너끈히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볼펜보다는 비싸지만 다양한 잉크들을 시도해볼만한 정도는 되죠. 

 

그렇게 수많은 종류의 잉크중에,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잉크들, 그리고 많은 만년필 사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잉크들을 소개시켜드리고자 합니다. 

 

 

1. 블루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검정색으로 글씨를 쓴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에서는 공식적인 문서에 서명할 때에는 파란색 볼펜을 사용할 정도로 서구권에서는 파란색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년필을 처음 구매했을 때에 들어있는 잉크 카트리지도 파란색인 경우가 많구요. 거의 모든 잉크 제조사들이 파란색 계열을 가장 많이 제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블루는 만년필 잉크의 클래식에 가까운 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 클래식 중에서도 가장 오래도록 많이 쓰이고 있는, 클래식 중의 클래싱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워터맨 세레니티 블루 (Waterman Serenity Blue) 입니다. 

 

 

 

 

 

보시다시피 쨍한 파란색인데, 보통의 쨍한 블루 계열 잉크들이 그렇듯 붉은색 계열의 언더톤이 있습니다. 그러면 잉크가 전반적으로 아주 약간 보랏빛을 띄면서 색이 쨍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거든요. 워터맨 블루는 그 가격이 50mL 기준 우리돈 만원 정도로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면서도, 거의 모든 펜에 궁합을 타지 않는 아주 좋은 잉크입니다. 더군다나 혹여 잉크가 손에 묻었을 때에도 일반적인 비누로 아주 쉽게 씻겨나가는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많은 닙 마이스터들과 사용자들이 만년필의 닙을 조정/수리할 때에 레퍼런스 잉크로 워터맨 블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워터맨 블루가 아주 클래식한 블루라면, 하늘색에 가까운 밝은 파란색을 베이스로 하는 잉크들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파이로트 이로시주쿠 콘페키 (Pilot Iroshizuku Kon-Peki)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년필의 볼펜과 대비되는 큰 특징 중 하나가 색의 농담 (Shading) 인데, 이 콘페키는 터콰이즈 (Turquoise) 계열로 농담의 대비가 아주 큽니다. 보통 색의 농담이 좋은 잉크들의 단점 중 하나는 잉크가 적게 나와서 밝은 색이 나왔을 때 그 색이 너무 밝거나 흐려서 일반적인 필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 콘페키는 농담의 대비가 크면서도 일반적인 필기에도 무리가 없는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가격인데, 아주 예쁜 유리병에 들어있다고는 하지만 50mL 기준 우리돈 25000원을 호가합니다. 하지만 색이 아주 아름다울뿐 아니라 펜을 가리지 않는 아주 좋은 성능을 갖고 있어 돈값을 하는 잉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시주쿠 콘페키와 반대로, 진한 파란색 계열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잉크는 다이아민 마제스틱 블루 (Diamine Majestic Blue) 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주 진한 파란색을 베이스로 해서 대놓고 핑크색의 펄이 약간 들어가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펜으로 쓰면 아주 진한 보랏빛이 도는 파란색을 보여주구요. 연성닙으로 쓴다거나 해서 잉크를 아주 많이 뱉었을 경우에는 반짝이는 분홍색 펄이 아름다운 잉크입니다. 가격도 80mL 병 기준으로 우리돈 150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한 축이구요. 다만 펄이 들어가있기도 하고, 다이아민 잉크들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좀 점성이 높은 편입니다. 좀 진득한거죠. 그래서 일부 타인 (tine) 간 간격이 아주 좁은 만년필이나 피드의 잉크 채널이 좁은 펜 등에서 약간의 잉크 흐름 이슈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맨 첫 획이 그어지지 않는 hard starting 이 대표적인데, 특히 잉크 흐름이 절제되어 있고 획도 얇은 일본 펜들에 이 잉크를 쓰면 그런 문제가 간혹 발생합니다. 또한 분홍색 펄 성분의 영향인지 약간의 냄새가 나는 것도 단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블랙

 

블랙은 사실 큰 특징이 없습니다. 가장 심심한 색이고, 그래서 만년필 사용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색이기도 합니다. 위의 파랑에서의 예처럼 밝은 파랑 진한 파랑 등의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이죠. 그냥 검정색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검정색 잉크는 보통 그 색이 아주 진해서 좀 획이 얇은 펜으로 쓰더라도 짙은 검정을 내주는 잉크들을 좋게 쳐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잉크들 중 대표적인 것이 오로라 블랙 (Aurora Black) 입니다. 

 

 

 

먹물에 가까운 딮펜용 잉크들보다는 덜하지만, 오로라 블랙은 아주 짙은 검정입니다. 오로라는 만년필은 아주 많은 종류를 제조하고 있지만 잉크는 블랙/블루/블루블랙의 세가지만 만드는데, 그 중에서도 이 오로라 블랙이 아주 유명하구요. 색이 짙을 뿐 아니라 그 농도에 비해 잉크 흐름도 아주 좋은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다이아민 마제스틱 블루의 예에서 처럼 잉크가 짙어서 염료가 많이 들어가고, 그래서 점성이 클수록 잉크 흐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오로라 블랙은 아주 짙으면서도 잉크 흐름이 좋습니다. 가격은 45mL 병 기준 우리돈 15000원 정도로 아주 싸지는 않습니다만 그 성능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가성비가 좋은 잉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로라 블랙보다도 더 검은 잉크로 세일러 극흑이 있습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세일러 극흑은 물에 녹는 염료 (dye) 가 아니라, 색을 띄는 미세한 입자인 안료 (pigment) 를 이용한 잉크이기 때문입니다. 먹물처럼 물에 녹지 않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물에 섞여있는 형태이기에 아주 진한 검정색을 띕니다. 다만 아무리 미세하게 만들었다고는 해도 안료는 안료이기에, 세일러 극흑을 펜에 넣은 상태에서 오래도록 방치할 경우 물이 날아가고 남은 안료가 피드를 막아 펜이 고장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잉크들을 사용하실 때에는 보통 잉크를 사용하실 때 보다 더 유지/보수에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보통 일주일 정도 사용하지 않으실 때에는 펜을 청소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또다른 단점으로는 가격..을 꼽을 수 있는데, 50mL 병 기준 우리돈 4만원이 넘습니다. 몽블랑 한정판 잉크들이나 빈티지 잉크들을 제외하고, 현재 생산중인 잉크들 중에 아마 단연 가장 비싼 잉크일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빨강/초록색 및 그 외 잉크들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본문과 상관 없더라도 만년필에 관한 모든 질문과 코멘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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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9-10 22:56:31

글 내용과 다른얘기지만 레드님 덕분에 최근에 만년필 구입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18-09-10 23:06:31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혹시 어떤 펜으로 구매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2018-09-12 18:33:10

답변이 늦었네요;

플라티나 3776센츄리 구입했습니다. 입문용으로 좋은 것 같아서요^^

WR
2018-09-12 20:50:24

아닙니다^^

 

3776 구매하셨군요! 정말 좋은 펜입니다. 큰 닙과 큰 펜에 욕심이 없으시다면 오히려 가격대가 더 높은 다른 펜을 구매하셨다가 3776보다 좋지 않은 모습에 실망하실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좋은 펜이예요. 오래오래 잘 사용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8-09-13 02:42:13

네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18-09-12 11:38:23

항상 만년필에 관한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9-01-09 22:51:50

소개해주신 글들 읽어보고 아래와 같이 첫 만년필들로 아래 사진과 같이 트위스비 이코와 진하오 X450을 구매했습니다.

입문자용 만년필 소개글이 아주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트위스비 이코는 예전부터 관심은 많았는데, 받아서 써보니 예상과 다르지 않아서 만족스럽고

진하오 X450은 저렴한 가격에 부드럽게 잘 써지는 M촉의 느낌을 보려고 사봤는데, 워낙에 악필인 저로서는 그 부드러움이 감당이 안되긴 하지만 느낌은 참 좋습니다. 사실 잉크가 더 마음에 듭니다. 한정판 같은데 한병 더 사둬야 하나 고민스러울 정도네요.


WR
2019-01-09 23:21:47

펜 구매하셨군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한정판이라 하심은 워터맨 옵세션 블루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이게 한정판인 것은 맞지만... 워터맨 사우스 씨 블루 (Waterman South Sea Blue) 의 리패키징 버전입니다... 아마 그래서인지 펜샵들에서도 특가라면서 워터맨 사우스씨 블루와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을거예요. 워터맨에서 블루 옵세션이라는 펜을 발매하면서 이름을 맞춰 발매한 잉크인데, 그냥 South Sea Blue 의 리패키징이니 한병 더 사놓아야 하는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2019-01-10 01:52:43

옵세션 블루가 리패키징 제품이었군요.

제가 밝은 파란색 계열을 좋아해서 맘에 들어했는데, 굳이 포장에는 의의를 두지 않으니 필요할 때 다시 구매하면 되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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