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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이야기 - 제가 좋아하는 잉크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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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10-04 00:03:39

 

안녕하세요. 

 

지난 글에 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빨강/초록 및 다른 색 계열의 잉크들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레드

 

빨강 계열도 핑크부터 아주 짙은 버건디까지, 아주 다양한 잉크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평소에 가장 많이 쓰고 범용성도 좋은 잉크는 몽블랑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정판 벨벳 레드입니다. 

 

 

보시다시피 색의 농담이 잘 표현되면서도 평소 필기용으로 쓰기에도 충분히 가독성이 좋은 잉크입니다. 또한 몽블랑 잉크답게 잉크의 점성이 좀 낮은 편이어서 어느 펜과 사용해도 잉크 흐름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역시 몽블랑, 그 중에서도 한정판 답게 가격이 아주 비쌉니다. 정가가 35ml 한병에 우리돈 35000원 정도였던것으로 기억하는데, 다른 잉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쌉니다. 또한 한정판이었어서 이제 더이상 생산되지 않기에 추후에는 더 비싸지겠죠. 몽블랑의 다른 일반판 잉크들에 비해 잉크병의 실용성이 떨어지는것도 단점이라 하겠습니다. 

 

핑크 계열의 잉크중에서는 파이로트 이로시주쿠 쯔쯔지 (철쭉) 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 잉크는 아래 보시다시피 색의 농담이 극명한 잉크는 아닙니다. 핑크나 오렌지처럼 밝은 계열의 잉크의 경우 농담의 대비가 너무 극명하면 일반적인 펜으로 썼을 때 밝은 부분이 너무 색이 흐릿해서 가독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평소 필기용으로써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너무 솔리드해서 심심한 잉크는 아닌데요. 잉크에 약간의 금색 펄이 들어가있기 때문입니다. 

 

 

이로시주쿠 시리즈로 가격은 다른 이로시주쿠와 동일하게 50ml 기준 3만원 내외로 싼 편은 아닙니다만, 유리병이 실용적이면서도 아주 아름답고 잉크 흐름도 항상 좋습니다. 

 

 

2. 그린

 

초록은 다른 색처럼 다양한 색의 잉크가 나오고 있지는 않습니다. 보통 좀 쨍한 잉크과 짙은 잉크로 나뉘는데요. 쨍한 초록의 경우는 몽블랑의 아이리쉬그린이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쨍한 초록이면서도 농담이 적당해 평소에 쓰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이런 쨍한 초록색의 잉크들은 대부분 파란색의 언더톤이 들어가 있는데요. 크로마토그래피를 해보거나 휴지에 살짝 묻혀보면  파란색의 태가 생깁니다. 그런 파란색 언더톤이 초록색을 더 쨍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거죠. 아이리쉬 그린은 파란 톤이 티가 날 정도로 쨍한 잉크는 아니지만, 그만큼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쨍함을 갖고 있습니다. 가격은 몽블랑답게 60mL 기준 24000원으로 싼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몽블랑의 펜처럼) 다른 제조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싸지도 않습니다. 

 

아주 진한 초록색 계열의 잉크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잉크는 다이아민 셔우드 그린 입니다. 

 

 

보시다시피 몽블랑 아이리쉬 그린과 달리 아주 진합니다. 평소에 필기용으로 쓰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죠. 농담의 차이는 극명한 편이 아니여서 좀 심심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감안하고 쓸만큼 색이 진합니다. 다이아민 답게 가격도 80mL 병기준 150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한 것도 장점이구요. 다만 역시 다이아민 잉크들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색이 진한만큼 잉크의 점성이 좀 높은 편입니다. 슬릿이 좁은, 잉크 흐름이 좀 절제된 펜에 쓸 경우 첫 획이 잘 그어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3. 그 외

 

소개드린 블루/블랙/레드/그린 을 제외한 다른 색들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색들은 좀 극단적으로 농담의 차이가 극명하거나 펄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죠. 그러면 연성닙으로 쓴다거나 했을 경우에 아주 예쁘거든요. 그 중 농담의 차이가 극명한 잉크로는 대표적으로 누들러's잉크의 아파치 선셋이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색의 농담 정도가 아니라 흡사 색 자체가 바뀌는 수준의 농담을 보여주는데요. 잉크가 적게 나와 밝은 부분은 노랑색이지만 잉크가 많이 나와 짙은 색이 표현되면 주황색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이 잉크를 연성닙 펜에 넣고 사용하게 되면 아래와 같이 아주 예쁜 색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외 지역에서는 직구를 하지 않으면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결정적으로 일부 빈티지 펜들의 고무sac을 녹이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누들러's 잉크사의 잉크들의 전반적인 특징 중 하나인데요. 이 회사는 Nathan Tardiff 라는 사람이 혼자 잉크를 디자인해서 만드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꽤나 진보적인, 리스크가 있는 시도들을 많이 하는 편이구요. 이 아파치 선셋도 그런 시도들의 결과물 중 하나인 셈인데, 색을 아름답게 만드려다보니 일부 성분이 고무 sac을 녹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연성닙으로 쓸 때 아주 아름답지만, 일부 빈티지 연성닙 펜에 주입해 쓸 경우 sac을 갈아야 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그렇듯이, 본문과 상관없더라도 만년필에 관한 모든 질문과 코멘트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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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10-03 23:32:53

만년필에 대한 루키레드님의 글을 읽으면, 여러 경험과 다양한 지식들을 접해볼 수 있어서 항상 즐거운것같습니다. 저도 잉크에 한참 빠져있는데 세일러의 금목서가 참 맘에 드는것같아요. 어피치 선셋을 보니까 다시 그 잉크가 떠오르네요... 아직은 소분병으로 조금씩 쓰고있지만, 나중에는 잉크병으로 사서 쌓아두고 쓰고싶네요

P.S. 저번글을 보고 질문드리려고 했는데, 혹시 터콰이즈계열의 색상중에서 좀 저렴한 잉크가 있으면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찾아보니까 색의 농담이 매우 예쁘네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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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10-04 00:28:31

안녕하세요^^

 

세일러 금목서는 저는 이름만 들어보고 써보지는 못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아파치 선셋과 비슷한 계열이군요. 세일러도 잉크가 싼 편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혹시 가격이 좀 부담되신다면 다이아민 어텀 오크 (Diamine Autumn Oak) 도 비슷한 계열이면서 가격은 더 저렴하니 샘플을 구매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누들러스 잉크는 아무래도 직구를 해야하다보니 배송비 문제도 있고, 고무sac을 녹이는 문제도 있기도 하구요. 


 

터콰이즈 계열은 저는 이전 글에서 소개드렸던 이로시주쿠 콘페키만 쓰고 있는데, 이런 계열 잉크 중에서 잉크 흐름도 무난하고 가격도 저렴한 잉크로는 펠리칸 4001 터콰이즈와 워터맨 South Sea Blue 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펠리칸 잉크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워터맨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밝은 터콰이즈로 선호하는 잉크이고, 워터맨 잉크들은 제가 써본 경험상 가격대 성능비가 매우 좋거든요. 대부분 펜을 가리지 않고 좋은 잉크 흐름을 보여줍니다.



새삼스럽지만 여러가지 색을 보여주는 잉크들을 마음껏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만년필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큰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새 펜을 구매했을 때도 그렇지만, 새 잉크를 사서 포장을 뜯고 처음 펜에 넣어서 써볼 때의 설레임이 참 좋더라구요. 

 

 

 

 

2018-10-04 00:15:01

디아민에 저런 예쁜 색상이 있었네요... 처음 알았습니다.. 이번주에가서 한병 사야겠네요
워터맨은 항상 만년필들만 생각하고있었는데, 잉크에 대해서는 루키레드님 댓글로 처음 접해보게되었네요... 색도 적당히 밝고 가독성도 괜찮아보여요
늦은 밤인데도 정성스러운 추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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