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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이야기 - 영문 서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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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20:52:21

 

안녕하세요. 

 

 

만년필은 다른 필기구에 비해 손에 피로감 없이 오래 글을 쓸 수 있는 필기구이고, 그래서 만년필로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손글씨를 좀 더 예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예쁜 손글씨를 갖기 위해서는 당연히 연습이 필요하지만, 먼저 어떤 글씨가 예쁜 글씨인가를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항상 인쇄된 예쁜 글씨들을 보고는 있지만, 직접 공부하고 써보지 않으면 이 글씨들이 왜 예뻐보이는 것인지를 알기는 쉽지 않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대표적인 영문 서체들인 필기체 (Spencerian Script), 이탤릭 (Italic), 고딕 (Gothic) 에 대해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1. 스펜서리안 스크립트 (Spencerian Script) 

 

영문 필기체는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형태의 필기체는 플랫 로져 스펜서 (Platt Roger Spencer) 라는 사람이 고안한 Spencerian Script 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00년생인 스펜서는 1840년에 스펜서리안 스크립트를 만들고 학교를 세워 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 제자들이 미국 전역에 퍼지면서 1850년대 이후부터 1920년대에 Palmer Script 가 이를 대체하기 전까지,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스펜서리안 스크립트를 가르쳐 왔다고 합니다. 아래에 보시는 유명한 Ford 나 Coca Cola 의 로고가 모두 이 스펜서리안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제작된 것들입니다. 

 

 

 

 

스펜서리안 스크립트는 위에서 보시는 것 처럼 타원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데요. 글자가 기본적으로 위치하는 베이스라인을 기준으로 위와 아래로 등간격인 선 2개씩을 그어서 총 5개의 가상의 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게 됩니다.

 

보시다시피 세로획은 수직선에서 약간 (보통 52도) 기울어진 형태이며, 가장 작은 영문 소문자인 a나 o, e 같은 글자들의 높이를 기준으로 t 나 d 는 두 배, l 이나 g 등은 세 배의 높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글자의 타원형 몸통 부분과 머리/꼬리 부분의 비율이 g 같은 글자의 경우 1:2 가 됩니다. 

 

또한 아래에서 설명드릴 다른 서체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일관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글자 하나만 써놓으면 그냥 그렇구나 싶을 때가 많지만, 아래와 같이 일관적으로 모든 글자를 같은 기울기와 스타일로 쓰게 되면 아주 멋진 그림이 나옵니다. 

 

 

 

2. 이탤릭 스크립트 (Italic Script) 

 

이탤릭 스크립트도 그 역사가 매우 길고 유명한 스크립트입니다. 약 1400년대부터 사용해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현대의 영문 필기체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위의 스펜서리안 스크립트 보다는 훨씬 더 인쇄체에 가깝습니다. 매니아 편집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워드프로세서에서 이탤릭을 선택하면 기울어진 서체가 나오기에 이탤릭 자체를 기울어진 서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는데, 꼭 기울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시는 것 처럼 글자의 타원형 몸통 부분과 꼬리/머리 부분의 비율이 1:2인 스펜서리안에 비해 그 비율이 5:4 로 위아래가 짧고, 글자들이 이어져 있지 않습니다. 또한 글자의 형태 자체가 굵은 부분과 얇은 부분의 차이가 명확하고, 잘 보시면 한쪽으로 길쭉한 판을 가지고 판의 각도를 유지한채로 모레위에 글자를 쓰면 나오는 것과 같은 형태입니다. 따라서 만년필로 쓰는 경우 아래와 같은 Italic 닙을 가지고 글을 쓰면 위와 같은 스크립트를 예쁘게 쓸 수 있습니다. 사실 저런 만년필 닙이 Italic 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이구요. 

 

 

 

3. 고딕 (Gothic)

 

흔히 고딕으로 불리는 Blackletter 스크립트는 그야말로 가장 오래된 라틴계열 글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00년대정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구요. 아래 보시는 New York Times 의 로고로 많이 접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시는 것 처럼 이탤릭보다도 훨씬 더 극단적으로 획들의 굵기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스크립트이며, 대문자의 경우 장식이 주렁주렁 달려있어서 스크립트를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이게 무슨 글자인지 알아볼 수가 없는 형태입니다. 만년필로는 아주 극단적인 닙으로 써야 그 맛이 사는데, 아래의 Pilot Parallel 같은 펜이 고딕을 쓰기에 좋아 많은 캘리그래퍼들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고딕은 스펜서리안이나 이탤릭과 다르게 너무 일상생활에서 쓰는 서체와 동떨어져 있어서 손글씨 교정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개인적으로는 고딕이라고 하더라도 뭉툭한 글자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글자에서 타원형 부분과 꼬리 부분의 길이 비율이 얼마나 되어야 예쁘게 보이는지 등을 익히는데에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그렇듯 본문과 상관이 없더라도 만년필과 관련된 모든 질문과 코멘트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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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8-12-04 16:54:46

양질의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필기체는 palmer 체 인가요?!

WR
2
2018-12-04 17:02:43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위키에 따르면 Palmer Script 도 1950년대까지만 쓰였고, Zaner-Bloser 스타일을 거쳐서 D'Nealian 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하네요. 요즘에 미국의 학교들에서 보통 무엇을 가르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듣기로는 아이들이 기울어진 글씨체를 쓰는 것을 너무 힘들어해서 세로획이 완전히 수직인 필기체를 개발해서 가르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1
2018-12-04 17:38:46

하긴 점점 글 쓰는 일이 줄어들테니..어쩌면 고전 도서에서나 볼 수 있는 날이 오겠네요...계속 좋은 글들 부탁드려요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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