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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닮고 싶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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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9-23 11:19:30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어른은 세 명이고, 부끄러워서 말은 못 드렸지만 그 중 두 명은 바로 제 부모님입니다. 

사랑한다는 감정표현은 자주 하지만, 존경한다고 말씀 드리기에는 아직 부끄럽네요 

 

저희 부모님은 저보다 훨씬 많은 분야에서 저보다 뛰어나시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을 딱 하나 꼽으라고 하면 바로 생각나는게 있는데요.

 

먼저 어머니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준비성을 닮고 싶습니다. 워낙 철두철미한 성격이신지라, 제가 뭘 하나 빠뜨리는걸 보시면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이제 자취 중이니 어느정도 벗어난 것 같기도...

항상 잔소리 끝날 타이밍엔 "엄마도 원래 이런 성격 아니었다~ 오히려 너랑 비슷했어." 하시며 2차 잔소리...

다 저 잘되라고 하시는 말씀인건 알겠지만 조금만 줄여주세요 어머니

 

어떤 일이든 꼼꼼하게 두번, 세번 확인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닮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특히 저는 뭘 자주 깜빡하는 편이라, 그럴때면 참을 수 없는 어이없음과 '한 번 더 확인할껄...'이라는 마음이 들거든요. 근데 이미 한 번 확인한걸 또 하는 것은 너무 귀찮기 때문에 결국 안 하게 되는 패턴인거죠. 아직 갈길이 멀었나 봅니다.

 

아버지는 오히려 저와 비슷한 성격이라서 간혹 어머니의 잔소리 지분을 조금 가져가 주십니다. 그래도 80%는 제 지분이지만... 아버지는 다른 쪽으로 제가 닮고 싶은 면이 있는데, 바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성향입니다. 아버지의 직업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문제에 봉착하면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하시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답이 없는 문제도 아버지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십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접근을 하셔서 창의적으로 풀어내시는걸 보면 신기가 아닐까 할 정도로...

 

문제 해결이 끝난 뒤에는 아버지의 잔소리... "너는 어린애가 이렇게 고지식하냐~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찾으면 되지!" "핸드폰으로 오락만 하지 말고 검색을 해 검색을!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 좀 많냐?" 다행히 어머니보다는 덜하십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직업 특성상 스승님의 역할도 많이 해주십니다. '정말' 많이요. 가끔은 듣고 있으면 지치기도 하지만, 다 저 잘되라고 하시니까 최대한 수용하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말 닮고 싶지만, 이걸 표현 하기는 쉽지가 않네요. 직접 말씀드리는건 뭔가 쑥쓰럽고, 집에 편지와 선물이라도 보내야겠네요

 

매니아 여러분은 부모님, 혹은 주변인들의 닮고 싶은 점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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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9-23 11:22:51

남자는 타고나기를 덜렁거립니다.
아버지 성향이 살아가면서 정말 좋은 태도와 마인드죠.

2022-09-23 11:24:07

저희 아버지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또 일을 하나 하면 야물딱지게 합니다
100프로가 아니라 120프로 200프로 해줍니다
대신 본인이 힘들지만 그만큼 인정받고
한번 거래한 사람들과 꽤 오래 갑니다
저도 아버지일 따라 배우고 있지만
저렇게 하면 힘들텐데 이런생각 많이 듭니다
아버지가 인정받는 모습보면 느끼는점도 많고요
그런거 보면 제가 아직 철이 안들었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2022-09-23 12:13:31

아버지는 대외적으로는 태어나서 가까이에서 본 최고의 달변가이자 능력자. 가족을 상대로는 바닥을 뚫고 들어가버린 최악의 인생행적. 근데 나이먹고 보니 뭐랄까 단점부분은 그래도 그러면 안됐지만 심정은 이해간다가 되어버려서, 그 장점들은 닮고싶다...정도네요.
어머니는 본인 신앙을 강권하시면서 제 인생을 통째로 시궁창에 꽂아넣으셨고, 아버지의 이탈에도 큰 원인을 제공하신 분이지만, 저에 대한 사랑에는 늘 감사하고 있고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직진하는 의지력과 아버지 이탈 후 제가 취직하기까지 편모자가정을 홀로 지켜내신 책임감, 고통을 견디는 인내력은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써놓고보니 늦은 나이지만 이제라도 두 분의 장점만 닮을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2022-09-23 12:34:06

말이 통하는점은 아버지에게서 발견한 의외의 모습이였습니다
제가 워낙에 소심해서 할말 못하고 누가 말 걸기 전까지는 한마디도 안하는 성격이라
아무데서나 노래부르고 자기 하고싶은대로 다 하고사는 형과 비교되서 아버지가 굉장히 답답해하셨습니다
언젠가 제가 어떤 무리에서 겉도는 모습을 아버지가 보셨나봅니다
제게 뭐라고 하시길래
사람중에는 형처럼 어디에 데려다놔도 중심이 되는사람이 있는반면에
나처럼 그런 자리 자체를 피곤해하고 싫어하는사람이 있다
다른건 다 고쳐도 이건 내가 좋아서 이러는거고 내 스타일이라고 설득하니
그 다음부터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셨습니다
항상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
‘나는 너네들이 회사들어가서 꿀먹은 벙어리마냥 사는것보다 차라리 어디 깡패 두목이되서 남들 휘어잡고 사는걸 보고싶다.’고 하실만큼
영원히 안바뀔줄 알았는데 생각을 바꾸시더라구요

Updated at 2022-09-23 14:09:10

말주변도 없으시고 감정표현도 서투시고 번번한 취미도 없으신 아버지처럼 안살겠다 했는데,

오랜세월 몸쓰는 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가정을 지켜오신 근원이 가장으로써의 

책임감이라는걸 나이 들어 알았습니다.

정말 닮고 싶습니다.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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