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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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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3 22:13:05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5341533&series_page=1

 

저번에 이런 글을 썼었는데, 최근에, 아니 바로 지난 주에 또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이번엔 좀 더 자세하게 느낀 바를 적어볼까 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저는 처신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겉멋, 겉치레, 가오, 폼생폼사 등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들도 있겠지만, 관습적으로라도 겉모습을 단정하게 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항상 옳은게 아니지만,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근데 처신이 굳이 겉모습 뿐만 아니라, 행동거지와 말도 조심해야 하잖아요? 옷은 깔끔하게 차려 입었는데 언행이 그렇지 못하다면 욕만 먹을 뿐이죠. 사람은 허접한데 겉만 멀쩡하다고. 이게 그냥 개인이 욕 먹고 끝나면 문제가 없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그 사람이 가진 문제를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속한 집단과 연관짓습니다. 이게 잦아지고, 만약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다 비슷한 집단 소속이라면, 그 집단 또한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힘들어지겠죠. 제가 위에 링크 건 글도 그런 의미에서 쓴 것이었고요.


그래서 이번엔 또 뭔데 그러냐?

최근에 수리남을 봤습니다. 거기서 국정원 소속으로 나오는 등장인물의 대사 중 인상 깊었던 것이

당신들 때문에 우리나라 여권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알아?

제가 복학한게 9월이니까, 일본에 온지가 7개월 정도 되었네요. 복학하고 얼마 안되고 나서 느낀게 있다면, 바로 한류 열풍의 위력이었습니다. 한국에만 있다가 밖에 나오니까 그 인기가 실감이 되더라고요. 

처음 느꼈을 때가, 강의 첫 시간이었습니다. 세미나 수업인지라 학생 수가 적은 수업이었는데, 교수님이 물어보십니다: "여기 외국에서 온 학생있어요?"

 

제가 맨 앞자리여서 교수님이 저를 지목해서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시더군요.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는데, 직후에 프로젝터가 꺼져버려서 교수님이 IT 지원실 직원을 불러온다고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교수님이 나가시자마자 제 주변에 애들이 몰려들더라고요. 거의 대여섯명이 모여서 누구는 블랙핑크를 좋아하고, 누구는 오징어게임 재밌게 봤다고 그러는데 사실 제가 넷플릭스랑 아이돌을 거의 안 봐서 잘 모릅니다. 그냥 유투브에 떠도는 짤 몇개로 아는 수준이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이런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호의적으로 다가오는걸 보고 처음엔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복학하고 외국인 친구들도 사귀고 그러니까 이런 저런 얘기들도 하잖아요? 그런데 대화하다가 느낀게 또 있어요.

 

"한국인 한 명이 있을 때는 호의적이고 좋아하지만, 한국인 무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매일같이 술을 진탕 마신다 -> 그 과정에서 소란을 피운다
  • 한국인들은 너무 자기들끼리만 놀려고 한다 / 다가가기 어렵다

 

저는 술도 못 마시고, 외국인들한테 "너는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나 북미/남미 쪽에서 태어났어야 했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외향적이고 활발합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들은 한국인 특성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다른 모습이죠. 그런데도 위 얘기를 듣고 반박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저것이 상당 부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마셔라 부어라

지금 여자친구도 처음에 "한국인들은 술을 진탕 마시는 이미지기 때문에 처음에 너를 만났을 때 살짝 무서웠어"라고 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십니다. 거기서 끝나면 좋은데, 높은 확률로 민폐를 끼쳐요. 

 

지난 주에 살짝 아팠기 때문에 학교 갔다 오면 바로 잠들어서 밤에 깨는 낮밤 바뀐 삶을 일주일 정도 유지했었습니다. 금요일 새벽 3시에 배가 너무 고파서 기숙사 옆 편의점에 나가려고 로비로 나왔습니다. 라운지쪽으로 나오니까 어디서 큰 말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뭔가 싶어서 들어보는데 한국어였습니다. 사방이 유리인 라운지라 안쪽을 들여다보는데, 취한 한국인 4명이 라운지에 누워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더라고요.

 

전날 저녁에 한국인 학생회가 주최로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는데, 딱 봐도 2차, 3차까지 달린 것 같았습니다. 신입생 환영회였으니까 아마 저 네 명도 높은 확률로 신입생이었겠죠. 기숙사 공용공간에서, 그것도 새벽에 취한채로 고성방가라... 솔직히 말해서 꼴보기가 싫더라고요.


너랑 안 놀거야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겁니다. 자기들끼리 노는 문화 + 정치질이죠.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학교니까 당연히 한국인 학생회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학생회 산하에 한인동아리도 여러개 존재하고요. 문제는, 여기가 아무리 한국인이 많다고 해도 모두가 이런 커뮤니티에 참여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다리 하나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에요. 소문 하나 퍼지는거? 일도 아닙니다.

 

저도 산하 동아리 중 하나에 속해있는 사람으로서, 이번에 너무나도 정털리는 일이 있어서 이번 학기를 끝으로 동아리는 그만둘 생각입니다.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더러운 정치질의 끝판왕을 목격했어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염치가 없을 수 있지 싶을 정도로요. 그동안 저희 동아리랑 학생회랑 갈등이 있었던 것, 동아리 활동에 계속 문제가 생겼던 것이 다 한 사람의 정치질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습니다. 근데 이런 안 좋은 소문들, 정치질이 너무 광범위하게 나타나서 이젠 혐오감이 들 정도에요.

 

정치질과는 별개로, 한국인들 해외 나와서까지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노는게 참... 뭐랄까 안타깝고 불쌍합니다. 당연히 해외에서 한국사람이랑 노는게 쉽죠. 언어장벽도 없고, 문화도 같이 공유하고요. 그런데 비싼 등록금 내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는건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를 날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인 뿐만 아니라,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다 어느정도 공유하는 특성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단문화적인 성향도 조금 있는 것 같아요.


다 적고 나니 그냥 두서 없이 하소연만 한 꼴이 됐네요. 이젠 한국인 학생회를 필두로 한 한국인 무리에 크게 관여 안 할려고 합니다. 사람 몇명이나 있다고 정치질에 수작질에 힘싸움에...

 

여기에 관여 안해도 친구들은 충분히 많고, 잘 지내기에 문제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누나가 한 명언 하나만 남기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은 3명만 모여도 정치질을 한다

 

11
Comments
2023-04-23 22:19:12

미국에 정착해 사는 유학생들을 보면 한인사회에 너무 신경쓰기보다 현지 사람들과의 교류에 잘 녹아드는 사람들이 끝까지 남더군요. 뿌리를 부정할만큼 거리를 둘 필요는 없겠지만 유학생들의 그런 문화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2023-04-23 22:22:40

한국인의 전형적인 행동이라기 보다는 그런이들도 있고 아닌 이들도 있는것 같아요. 전 지금 반대의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터라.. 일자리에서 벽을 안친척하면서 벽을치는 서양분들 때문에... 다들 성인이고 성향에 맞는사람들 찾아 어울리면 되는것 같습니다.

3
2023-04-23 23:05:56

단일 문화 단일 인종 국가다보니 한 중 일 사람들의 행태가 사실은 비슷하죠.

9
2023-04-24 01:17:52

어글리 코리안이라기보단, 무뢰한들이 있던거고 그게 민족이나 국적이 반드시 결부되는 것은 아닌데, 작성자분은 뭔가 한민족 내지 한국인에 대해 선민의식이 있어보이네요.

저도 외국 나가 지냈을 때, 어설프게 "한국인들은 민도가..." 이런 생각해본 적도 있는데, 후회하고 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 바탕이념이었던 탈아론과 뭐가 다를까 싶어서요.

WR
Updated at 2023-04-24 10:35:05

선민의식이라기 보다는, 당연히 모두가 저런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을 뿐이고, 오히려 제가 한국인이니까 한국인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싫다 좋다 해봤자 뿌리가 이쪽인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물론 제가 겪은 걸로 모든 한국인들을 정의할 수 없겠죠. 당장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1
Updated at 2023-04-24 04:38:41

10여년 전에 유학생활 할때 느꼈던 감정과 일치하네요
기분은 나쁘지만 동아리 정치질, 한인 커뮤 등에 마음 쏟지말고 빨리 털어내세요. 커리어에 아무 도움도 안되고 의미 없습니다. 그 시간에 현지 사람이나 외국인 한명이라도 더 사귀는게 이득입죠.

2023-04-24 08:40:19

술은 동감합니다

WR
2023-04-24 10:31:50

만나면 무조건 술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2023-04-24 09:25:28

마지막 누님의 말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한 게

"남자는 셋 이상 모이면 서열을 만들고

여자는 셋 이상 모이면 파벌을 만든다."

일 거에요.

2023-04-24 10:19:32

저도 일본사는데 근처에 중고 맨션이 나와서 집보러 갔더니 부인분이 한국분인 한일부부시더라구요.

이런저런 얘기하고 나오는데 저희 동네에 본인의 한국인 지인들이 많이 사는데 소개시켜주시겠다고

타지나와서 고생하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않겠냐고 하시던데

괜찮다고 거절하고 나왔습니다.

글쓰신 분의 의견이 뭔지 잘 알고 저도 대부분 동감하니다.

일본에 한정지으면 한국 사람들은 2~3명 모이면 본인들의 바운더리를 만들어서 영역 표시를 하려고 하지요

그거 어울리는거 굉장히 피곤합니다

주말에 사람 불러내서 술먹자 바베큐하자 그러는데 그런거 다 거절해요  

WR
2023-04-24 10:31:04

전 사람 만나는걸 좋아해서 부르면 잘 가는 편인데, 저의 경우 학교같은 큰 공동체에서까지 자기들끼리만 노는건 조금 너무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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