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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빌런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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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2-11 18:32:31

(오랜만에 글을 쓰는 김에 어그로성 제목)

 

DC의 조커,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 범죄도시 2의 손석구

 

위 인물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빌런이라는 점이죠. 그것도 그냥 빌런도 아닌, 아주 매력적인 빌런입니다.

 

타고난 초능력자,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인재상, 선행이 아니라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다크히어로

 

주인공의 등장과 그의 영웅적 행보가 초점이 되는 스토리는 필수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빌런, 즉 악당이죠.

 

잘 짜여진 스토리 위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빌런은 주인공 만큼이나, 혹은 때때로 주인공보다 인기가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최근 보는 애니의 최애캐 역시 빌런입니다

 

어렸을 땐 저도 눈앞의 승리하는 주인공과 그가 걷는 길이 마냥 멋져보여서 주인공, 영웅을 좋아했습니다. 모두가 좋아하기도 했고요.

 

단지 시간이 지나고 많은 종류의 사람을 겪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단계에 도달하니 오히려 빌런들에게서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비단 저만 그런건 아닐겁니다. 빌런도 인기가 많으니까요.

 

오늘은 왜 그럴까 하고 나름의 분석을 통해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주인공 못지않은 능력자


위에서 말했죠, "눈앞의 승리하는 주인공"이라고. 결국 여기서 초점은 승리입니다. 결과론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제 입장에서 주인공은 늘 결과를 보여야합니다. 등장인물간의 대립을 주로 다루는 영화, 웹툰, 만화, 드라마 등에서 극적인 결투 끝에 승리하는 주인공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클리셰지만, 또 그래서 인류 최대의 흥행 보증수표죠. 

 

그런데 이 극적인 승리는 결국 극적, 즉 드라마틱한 과정을 통해 빚어집니다. 주인공에게 대적하는 빌런은 주인공 못지 않은 수준의 능력을 갖춰야 라이벌리, 혹은 결투가 성사되죠. 자신을 막으려고 달려오는 주인공에게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면 매력적인 빌런이 아니라 그저 악당1이 될 뿐이니까요.

그런데 이 '빌런의 능력'이라는 것이, 꼭 주인공 급의 능력치나 자원이 있어야 하는건 아닙니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질척거리듯이, 어떻게든 주인공을 사지로 몰고 갈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면 충분히 강력한 빌런이 될 수 있죠. 젤리슈터 선정 '가장 간지나는 빌런 1위' 조커를 예시로 들어봅시다.

 

조커가 등장하는 DC 세계관에는 초능력과 기술력으로 떡칠된 등장인물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태어나 보니 강한 자(슈퍼맨), 불의의 사고로 능력을 얻게된 자(플래시), 신의 가호를 받는 자(원더우먼), 하다못해 본인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이들을 상대하는 자(배트맨)도 있죠. 조커는 저 넷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저 본인의 광기와 정신력으로 배트맨과 고담시를 위협할 뿐이죠.

 

매체에 따라 능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DC 슈퍼히어로들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못해 없는 수준의 능력으로 활개치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우리는 저 악랄한 광대를 동경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극단적인 사상


이 부분은 조심히 다뤄야 할 필요가 있으나,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내용이기에 그냥 서술하겠습니다.

단순히 심심해서(조커), 혹은 돈을 벌려고(손석구) 빌런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특정한 사상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활동하는 빌런들도 있죠. 최근 몇년 사이 가장 인상 깊었던 빌런 타노스가 그 예시입니다.

 

타노스는 전형적인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정당화된다'라는 신념 아래 대의를 위해 활동합니다. 그 대의는 바로 자원고갈로 멸망할 것이 뻔한 행성의 절반을 날려버려 자원고갈을 해결하겠다는 것이죠. 실로 무자비하고 공포스러운 대책이 아닐 수 없지만, 본질적으로는 부족한 자원 때문에 행성 전체가 멸망하는 시나리오, 즉 맬셔스 트랩으로 인해 예정된 멸망을 피해가려는 뜻이었죠.

타노스처럼 극단적인 사상은 사상범, 독재자, 테러리스트 등 사회를 위협하는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저 역시 이런 사상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요.

 

하지만 가끔 살다보면 혼잣말로, 혹은 무의식 중에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지 않나요? 수업을 듣기 싫은 학생이 "아... 학교에 불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비슷한 성격의 생각이죠. 비슷하다고 해서 영화 속 빌런들의 사상에 동요되고, 그로 인한 생각이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서는 안되겠지만, 극단적인 사상에 의해 움직이는 빌런들은 확실히 사람들의 미세한 공감, 혹은 동요를 이끌어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는 영웅을 좋아하고, 커서는 악당에 공감한다"


사실 이외에도 인기 있는 빌런들은 다수가 외형적으로 독특하거나, 미형이라 인기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위에 몇번 예시로 든 조커만 해도 아이코닉한 분장과 웃음소리 등으로 트레이드마크가 있죠. 

 

작중 등장인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오늘은 나름대로 빌런이 인기가 있을법한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어쩌면 그냥 저만의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다음엔 더 양질의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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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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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2-11 19:07:00

공감합니다.
저도 은근 빌런들에게 끌리는 편입니다.
과거 즐겼던 게임들을 예로 들자면, 슈퍼마리오 시리즈에선 킹쿠파 가족들을 좋아하고 록맨 클래식 시리즈에선 록맨의 숙적 닥터 와일리 및 그가 만든 수없이 많은 보스 로봇들을 좋아합니다.

본문에서 말씀하신 두가지 중 주인공 못지않은 능력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킹 쿠파는 버섯왕국을 정복하고자 하는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쿠파군단을 뛰어난 통솔력으로 다스리죠.
그밑에 쿠파의 자식들도 각자만의 개성이 돋보이고요.
닥터 와일리 또한 자신의 뛰어난 로봇공학 실력을 토대로, 수많은 전투 로봇들을 제작하며 세계정복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보스 로봇들 또한 각자만의 능력이 제각각이라 다양성이 좋고요.
쿠파의 통솔력, 와일리의 로봇공학 실력이 매력적인거 같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즐겨본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빌런이 매력적인 사례는 많은데 당장 생각나는 게임들 근거로 한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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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2-11 19:23:50



커서 빌런이 더 좋다는 말 너무 공감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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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1 19:50:30

하 이건...

1
2024-02-11 19:39:26

저는 슈퍼히어로가 좋습니다. 정의를 쫓으니까요.

다크나이트에서 처럼 꼭 승리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어떠한 일에도 자신의 정의를 지키는 모습이 더 멋집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조커의 조커는 좋아합니다.

이 영화속의 조커는 애초에 빌런도 아니지만 오히려 히어로처럼 보여요.

사회를 투영화한 머레이에게 네게 마땅한 것을 받게 될거야하고

총으로 쏴버리는 장면이 저는 굉장히 통쾌했습니다.

이 장면 이후로는 완전히 빌런이 되긴 했지만요.


좋아하는 빌런하면 안톤 쉬거, 다크나이트 조커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1
2024-02-11 21:26:34

저도 좀 비슷한데 요즘도 좋아하는건 나오키 몬스터의 요한이요.

1
2024-02-12 05:47:04

진짜 뛰어난 작품은 빌런들이 매력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드래곤볼 빌런들이 떠오르네요. 피콜로 베지터 프리더 셀 마인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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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2 09:56:18

신념을 꺾지 않고, 그렇다고 변명도 하지 않고 최후를 맞이하는 빌런들이 매력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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