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압박, 스트레스 잘 받는 성격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해봅니다.
타고난 성격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공부공부 소리 들으며 자라온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매사에 “이건 꼭 잘 해내야 되는데”, “잘 못하면 어떡하지” 등으로 스스로를 너무 압박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의 시험 성적 압박, 대학교 때의 학점, 과제, 취업준비의 압박, 그 후 어찌저찌 오게 된 대학원에서는 공부, 연구, 교수님의 압박, 그리고 회사에서도 업무와 인간관계 압박…. 중학생 때부터의 거진 20년간의 인생에서 대학교 새내기와 군대 때 정도를 제외하면, 머리속에 어떤 형태로든 “아 XX해야 되는데… 잘 못 해내면, 잘 못 되면 어떡하지” 와 같은 압박 없이 보낸 날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학생 때는 몇 년만 버티면 졸업하고 나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는데, 취업한지 2년정도 되어가는 지금도 회사 업무 하나 하나에 압박감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보니, 무언가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런 압박감을 동력 삼아 공부도 그럭저럭 열심히 하고, 현재 이 자리에서 적당한 직장도 잡고 살고 있는 것이겠지만 (별건 아니지만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좀 내려놓고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아직도 너무 어렵습니다.
스스로에게 “이정도만 해도 괜찮아”, “이번 주까지 못 끝내도 괜찮아” 등 위로의 말을 끊임 없이 되뇌어도, 머리와 가슴은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요즘 좀 더 큰 업무들이 생기면서 더 큰 압박으로 인해 불면증까지 오다 보니 일상과 업무에도 지장이 가고 악순환의 반복이네요.
그 전까지는 한국에서 학업성적 압박 속에서 자란 사람들은 다 저랑 비슷할 거라 생각했고, 우울증이라던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나아지기는 커녕 종종 이렇게 심해지는걸 보면 우울증인가 싶기도 합니다.
취업하고 나서 나름대로 찾은 해법은 규칙적으로, 바쁘게 살면서 많은 운동을 하는 것인데, 그동안은 효과가 꽤 괜찮긴 했지만 최근 3달 정도 독감, 코로나, 그리고 자질구레한 부상들로 운동을 쉬면서 더욱 멘탈이 안좋아진 것 같습니다. 확실히 혼자 살면서 집에 박혀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안 좋은 생각들만 늘어나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 풀어내니 기분도 조금 나아지네요.
조언이든 위로든 아무 댓글이라도 써주시면 감사히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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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삽니다. 어쩌면 가면증후군 같은걸 겪고 있나 싶기도 해요. 사실 진짜 나는 정말 별볼일 없는데, 그 별볼일 없는 나를 다 보여주면 안되니까 최선을 다해서 모든걸 잘하려고 하고 포장하려고 하는데...이게 때로는 너무 힘들기도 하고 뜻대로 안되기도 하고 하는 순간들이 있고 그게 너무 아프게 다가오니까요. 그래도 그런 압박감을 지금까지 견뎌내오신걸보면 분명 강한 분이실겁니다. 다만 이게 언젠가는 달라지겠지... 나이먹으면 달라지겠지... 했던 생각들이 실제로 나이를 먹게되면서 그게 아니라는게 점점 증명되니 더 힘들어지더라구요. 그리고 종종 내가 이런 불안을 동력으로 삼지 않으면 내 에너지 자체가 너무 줄어들어서 생산력이 떨어져서 버림받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구요. 저도 아직 벗어나지 못해서 뭐라 조언은 못드리겠지만...요즘은 제 사는 꼴을 사랑해보려 노력합니다. 스스로를 계속 증명해야 되는 상황이라고하면 너무 힘든데, 반대로 나는 이런 멋진 사람들과 같이 연구하고 이런 멋진일을 하고 하며 산다고 생각하면, 분명 여전히 잘해야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그 부담이 종종 두근거림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내가 불안해하며 압박감가지고 하는것과 맘편하게 하는것이 사실 크게 차이가 없고, 다른 사람들의 평판도 크게 바꾸지 않는다는걸 실제로 계속 관측하려 합니다. 내 머릿속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계속 인지시키려고 노력하는데... 주변에 좋은분들이 계시다면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으실 수 있을 것 입니다. 근데 말이 쉽지 저도 여전히 맘고생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