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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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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2-08 22:03:53

글 제목을 뭐로 지을까 하다 위와 같이 정했는데, 동명의 베스트셀러 도서가 이미 있더라고요. 그래도 이것보다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이 없어서 그대로 정했습니다. 아쉽게도 본문은 책 내용을 읽고 쓴 것이 아니라 책이랑 같은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는 수위가 높은 드립을 즐기고, 그런 드립들을 따로 모아놓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투브에 저장목록에 모아놓죠. 하나같이 수위가 높은 인종, 섹드립, 종교 드립이라 친한 친구가 아니면 보여줄 수도 없는 수준이죠. 아마 저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대뜸 이런 종류의 개그를 즐긴다고 말하면, 저를 멀리하려고 하겠죠. 종교, 인종, 성에 대한 드립은 불편함을 야기할 가능성이 다분하니 다들 지양하니까요. 


대신 친구들과 수위 높은 드립을 칠 때는, 저도 재밌게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외국인 친구가 저보고 동양인은 눈이 작다고 놀릴 때 저도 웃어 넘기고 반격하는 편이고요. 

 

그런데 가끔, 사람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근 몇년간 꾸준히 존재감이 커진 PC(정치적 올바름), 그리고 속된 말로 프로불편러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그게 잘못된건 아닙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컨텐츠는 나도 비판을 할 수 있고, 그 컨텐츠로부터 나를 지킬 권리와 의무가 있으니까요.

 

다만, 컨텐츠 제작자들이 비판을 피하기 위해 미움받을 용기를 버리고 있는 것 같아 그건 아쉽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니 비판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갑니다만, 이러다간 컨텐츠의 다양성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상상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갈등과 문제가 있어야 발전과 개선도 있다고 믿는데, 이렇게 가다간 다 똑같은 밋밋한 컨텐츠만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djYB7OVHaU

위 영상은 과장이 많이 된 내용이긴 합니다만, 의미는 전달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움받을 용기가 컨텐츠 제작에서만 사라지는게 아닙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접할 수 있는 개념이에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인간 관계로 한 번도 문제를 겪은 적이 없던 저는 불편한 관계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은 있었어도 관계를 끊은 사람은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군대에서 성격이 지X맞은 맞선임과 갈등을 빚고 나서,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지"라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어차피 남을 사람은 남는다"라는 마인드입니다. 그렇다고 관계 유지를 포기한게 아닙니다. 그냥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저도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진 것 뿐이죠.

 

대신 제가 누구를 싫어할 때, 그 사람도 똑같이 나를 싫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연한 사실이니까요. 동아리에서 일처리 못하는 선배를 보며 "일처리를 왜 이렇게 등X같이 하는거야?"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근데 그 선배도 저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일종의 자기합리화 내지 변명처럼 들릴 수 있지만,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다보니, 그리고 이런 생각을 숨길 의도가 없다보니 행동거지에서 티가 나나 봅니다. 주변에서 솔직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칭찬인지 눈치 좀 챙기라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제가 솔직해서 좋다고 하니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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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23-02-09 0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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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2-08 23:42:25

사람마다 발작버튼이 눌리는 정도나 빈도 수는 다를수있겠지만 

본인의 발작버튼과 관련된 사회의 시선, 편견이 자기를 때릴때도 쿨할수있다면야 설득력있는 말씀이네요

WR
2023-02-09 00:03:02

그래서 최대한 쿨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를 때릴 때 제가 발작한다면 그건 이중적인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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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8 23:50:08

여러 모로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저는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오만 노력을 다 하며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한데 어느 날, 선배님께서 너처럼 적이 없는 사람이 제일 안 좋다..고 이야기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의미를 잘 몰랐는데 살다 보니 알겠더군요. 여기저기 맞추려고만 하다 보니 내가 희미해져 버린 겁니다.

어느새 저는 항상 좋은 게 좋은 사람, 자기 주장이나 생각을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딱히 적을 두는 스타일까지는 아니지만, 더 이상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회통념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눈치보지 않고 하려고 노력합니다.

뭐 싫어하라죠.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자유고, 그 사람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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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2-09 00:44:05

같은 제목의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베스트 셀러를 대단히 잘 보았는데요.

 

결국 '미움받을'의 의미는,

우리가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일상 속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고통받는가.

그렇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막상 나 자신과 나의 현실,

나의 지금 이 순간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그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미움받을 용기'는

정말 미움을 받는 게 아니라,

세상의 중심을 타인이 아닌

'나'와 '지금 이 순간'에 두는 용기라고 느꼈습니다. 

2023-02-09 01:55:15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2-09 10:27:31

 미움받을용기는 사실 따지고 보면 요새말로는 자존감이에요

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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