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1.05.03. at CHI)
- 어제 샌안 원정에서 연장전 끝에 신승을 거둔 필리. 오늘은 시카고에서 원정 백투백 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풀라델피아를 가동한 식서스와, 라빈/부셰비치가 빠진 시카고. 왠지 바로 직전 샌안전을 연상케하는 매칭이었고, 요상하게도 어제와 비슷한 경기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 필리 입장에서는 연장까지 치른데다 백투백 원정, 거기에 이틀 뒤 다시 원정이라는 빡센 일정이라, 가능하면 빠르게 승부를 내고 주전들의 휴식 시간을 버는 것이 베스트 옵션이었을 겁니다. 이를 반영하여, 초반부터 페이스를 올려 시카고를 거세게 몰아부쳤습니다. 수비 성공 후 계속해서 속공으로 달렸고, 리바운드를 잡자마자 랍패스를 던져서 득점한 것도 여러번이었죠. 이 초반 러시가 잘 먹혀, 34:20으로 기분좋은 1쿼터 리드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 시카고는 타이스, 패트릭 윌리엄스, 테디영, 마카넨 등 남은 빅맨진을 총동원, 최대한 투빅의 더블팀을 활용하여 엠비드를 막아세웠습니다. 특히 타이스는 보스턴 시절부터 엠비드를 잘 괴롭히던 수비수죠. 여기에 원정 백투백을 맞이한 엠비드의 컨디션 난조가 겹쳤습니다(오늘 야투 4-13, 4턴오버). 중요한 순간 자유투 짜내기(5-6)와 수비력(3블락)은 여전했지만, 평소만큼의 지배력은 보여주지 못했죠.
하지만 엠비드의 부진을 상쇄할 만큼 다른 주전 선수들의 경기력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게 어제 연장전을 치르고 온 선수들인가 싶을 정도였어요. 해리스가 귀신같이 효율을 되찾았고(21득점, 야투 10-13) 시몬스는 적극성과 다재다능함을 뽐냈죠(15득점, 야투 6-7, 6리바, 5도움, 3스틸). 무엇보다도 커리(야투 7-10, 3점 3-5)와 그린(3점 4-9, 4스틸)의 쌍포가 오랜만에 동시에 터진 게임이었습니다. 3점 고자인 필리가 3점이 터지면 경기가 수월해지죠. 1쿼터에 무려 71.4%의 야투를 기록하는 동시에 상대 야투율을 33.3%로 묶었고, 2,3쿼터도 계속 리드를 늘려가며 83:63, 20점차로 4쿼터를 맞이합니다.
- 그런데 갑자기 어제 경기를 재방송하는 듯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점수차를 잘 지켜오던 벤치 멤버들의 발이 슬슬 풀리더니, 젊은 불스 선수들의 활동량을 따라잡지 못하기 시작했어요. 수비 로테이션이 일순간 완전히 무너졌고, 이 때 기세를 탄 코비 화이트가 대폭발을 합니다(3연속 3점 성공 포함, 연속 11득점). 18-5 런을 내주며 순식간에 점수차가 좁혀졌고, 평소보다 빠른 시기인 종료 8분 전에 엠비드,시몬스,해리스가 투입되었지만 불붙은 시카고의 기세를 잡기는 어려웠죠. 이번에는 발렌타인에게 2연속 3점을 얻어맞으며, 20점차로 시작한 4쿼터가 5분만에 1점차 간당간당한 리드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또한 어제 경기와 비슷하게도, 결국 필리의 주전이 불을 끄는데 성공합니다. 시몬스가 화이트를, 그린이 발렌타인을 전담마크하며 각각 침묵시켰고, 오늘 내내 안좋았던 엠비드 대신 토비가 변태샷을 계속 꽂으며 점수차를 벌립니다. 계속 자유투를 얻어내며 적극성을 보여준 시몬스가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인바운드 패스를 스틸, 결정적인 덩크를 찍으며 다시 11점차가 되며 사실상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필리가 다시금 위기를 극복하고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 최근 세스 커리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오늘 경기까지 합쳐서, 최근 8경기에서 야투 54.5%(42/77)에 3점 59.5%(25/42)를 기록하고 있어요. 거의 경기당 3개의 3점을 6할에 가까운 확률도 꽂아넣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기력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드라이브인이나 미드레인지 풀업도 자주 시도하고 있고, 성과도 좋아요. 가끔씩 무리하게 돌파하다가 안되면 공격 제한 시간 다 돼서 폭탄 돌리기를 할 때가 있는데, 요것만 어떻게 좀 고쳤으면 더 좋겠습니다
- 어제와 오늘 두 경기에 걸쳐서, 토비가 엠비드와 픽앤롤을 시전하는 그림이 많이 나왔는데요. 결론만 말씀드리면, 저는 이것이 플옵 직전에 닥 감독이 다시 한번 옵션 점검차 실험을 한 것이라고 보고, 역시 실패한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이어지는 내용은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주장입니다.
위 두 짤은 어제 샌안전 1쿼터 초반에 연속으로 나온 장면인데요. 엠비드가 득점을 계속하며 기세를 올린 건 맞지만, 잘 보시면 토비가 직접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굳이 엠비드에게 넘겨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중반에 닥 감독이 롤을 조정해주기 전까지, 필리에서 해리스는 이런 픽앤롤 볼 핸들러 역할을 꽤 많이 맡았어요. 물론 토비는 2:2를 잘 하는 선수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스크린을 이용해서 득점을 잘 하죠. 2:2에서 롤맨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은 토비의 득점 위협이 강력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산물일 뿐, 이걸 살리는 것은 토비의 특기가 아닙니다. 이런 경우 토비는 2:2를 시작할 때부터 패스만 생각하게 되고, 이러면 오히려 토비 본연의 플레이가 꼬이게 됩니다. 실제로 어제 토비는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보여줬죠.
위 두 장면은 오늘 나온 건데요. 첫 장면에서는 토비가 바로 올라가면 되는걸 굳이 엠비드에게 줄까 말까 머뭇거리다가 턴오버가 나왔고, 두 번째 장면에서는 토비가 패스할 것을 타이스에게 읽혀서 가로채기를 당했죠. 토비에게 2:2를 시킬때는 슛 or 패스 선택지를 주면 안됩니다. 그냥 스크린 타고 득점을 최우선으로 하게 해야 하고, 그러면 역설적으로 토비는 비어있는 동료를 살리는 판단도 더 잘 합니다. 그리고 이건 사실 닥 감독이 제일 잘 알죠. 누가 뭐래도 이번 시즌 토비를 부활시킨 장본인이니까요.
위 장면은 오늘 4쿼터, 성난 젊은 황소들을 잠재울 때 나온 결정적인 승부처 득점입니다. 앞선 장면들과는 다르게, 엠비드에게 빼주는게 더 나을 수도 있었지만 토비가 그냥 넣어버렸죠. 전반전 이후 닥감독이 토비의 패서 옵션을 포기한 것 같고, 결과는 해리스의 4쿼터 승부처 3연속 득점으로 나왔습니다. 어제와 오늘 토비의 관련 스탯은 다음과 같습니다.
5/2 at SAS : 6득점(야투 3-10) 5도움 2턴오버
5/3 at CHI : 전반 9득점(야투 4-6) 3도움 3턴오버
후반 12득점(야투 6-7) 0도움 0턴오버
- 원정 백투백을 쓸어담으며 5연승이고, 2위 브루클린과의 승차도 1경기차로 벌렸습니다. 다 좋은데 벤치 멤버들의 경기력이 마음에 걸립니다. 2경기 연속 큰 점수차의 리드를 유지하지 못해 주전을 재소환했고, 이건 결국 고스란히 주전 멤버들의 체력 문제로 연결될 것이거든요. 바로 이어지는 일정인 휴스턴전 역시 4일간 3경기 중 3번째 경기이자, 3연속 원정 경기이고, 그 뒤 홈에 돌아가서도 다시 백투백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일 브루클린과 밀워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어쩌면 쉬어가는 경기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아무튼 우선 다음 휴스턴전부터 힘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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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볼때마다 세스가 너무 잘해서 기분이 좋네요. 별개로 엠비드는 이상하리만큼 타이스 상대로는 성적이 별로 같은데.. 맠가 이겨낸만큼 타이스 상대로도 꼭 선전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