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1.06.14. at ATL, 플옵 2라운드 4차전)

- 양 팀 모두 컨디셔닝에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로, 평소 같았으면 들어갔을 슈팅들을 대부분 실패하는 흐름으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보통 이럴 때는 에이스 득점원들이 개인능력으로 득점을 이어가면서 분위기를 바꿔놓곤 하는데, 마침 양 팀 에이스(엠비드, 영) 모두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죠.

 먼저 정비를 한 쪽은 필리였습니다. 1쿼터에 커리가 좋은 슈팅 감각을 보이며(야투 3-4, 3점 2-3) 치고 나갔고, 2쿼터에는 한때 18점차까지 벌리면서 62:49, 13점차로 전반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순조롭다고 생각했어요.

- 3쿼터에 애틀이 대 추격을 시작합니다. 부상투혼을 불태우며 3쿼터에만 9득점 6도움을 기록한 영을 필두로, 홐스 선수들 전원이 끈덕지게 달라붙어 82:80, 겨우 2점차 리드로 3쿼터가 끝납니다. 흐름은 이미 홈팀인 애틀에게 넘어갔고, 4쿼터에 필리가 버텨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었죠.

 4쿼터는 엎치락 뒤치락하는 접전이었는데, 선수들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하는게 느껴졌습니다. 경기 종료 40초를 남기고 100-101, 1점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애틀이 공격을 진행했는데, 여기서 오늘 실수가 많았던(4턴오버) 콜린스가 클러치 턴오버를 저지르며 필리에게 기회가 옵니다.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6초로 한번 공격을 진행하기에는 여유가 있는 상황. 엠비드에게 완벽한 이지 레이업 찬스가 왔고, 엠비드가 이걸 놓쳤습니다. 공격 리바운드에 참여했던 시몬스마저 공을 놓치면서, 양팀의 혈투는 홐스의 신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 변명의 여지 없이, 오늘 패배의 원흉은 엠비드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하게는 엠비드의 몸상태겠죠. 필리 오펜스의 핵인 엠비드의 컨디션에 따라, 필리의 경기력 또한 요동쳤습니다.

 1쿼터에 필리가 헤맬 때엔 엠비드 역시 헤매고 있었고(1쿼터 야투 0-4), 2쿼터에 엠비드가 살아나자(2쿼터 11득점, 야투 4-4, 3점 1-1, 자유투 2-2) 팀은 경기중 최대의 리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엠비드가 침묵한 후반(4득점, 야투 0-12)에, 필리는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하고 결국 역전당하며 경기를 내줬죠. 승부를 결정지은 클러치 공격 또한 엠비드의 몫이었고, 실패했습니다.

 사실 후반 필리의 경기력은 나쁜 편이 아니었습니다(엠비드 제외, 후반 필리 야투 12-25). 오늘 계속된 야투 난조와 어수선한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공수 괜찮은 편이었어요. 결국 책임은 오롯이 에이스가 지게 됩니다. 에이스의 숙명이고, 엠비드에게 사활을 건 필리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 어쩌면 엠비드 본인의 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기회를 본인 스스로 차버렸습니다. 잡아야만 하는 경기였고, 잡을 수 있는 경기였기에 더 아쉽네요. 하지만 식서스 팬들 중 엠비드를 비난할 사람은 거의 없겠죠. 오펜스에서 그는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습니다. 부상을 안고서 말이죠. 시몬스든, 토비든, 커리든 혹은 다른 전부가 되었든 조금 더 많이 뛰고, 조금 더 달라붙으면서 엠비드의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오늘 어깨 부상을 달고 뛴 트레 영의 홐스가 보여준 것처럼 말이죠. 5차전은 다시 이틀 뒤, 웰스파고 센터에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