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1.06.16. vs ATL, 플옵 2라운드 5차전)

- 4차전의 복수를 하겠다는듯, 1쿼터부터 필리는 맹렬한 기세로 점수를 쌓아갔습니다. 팀 야투 80%(16-20), 3점 71.4%(5-7)로 38점을 꽂았는데, 선봉에는 지난 경기 패배의 오명을 뒤집어 쓴 엠비드와(1쿼터 17득점, 야투 8-8) 커리-코크마즈의 쌍포가 있었죠. 비록 2쿼터는 평균 회귀를 하며 야투율이 30%대로 떨어졌지만, 애틀란타가 1,2쿼터를 역대급으로 헤매고 있었기 때문에(전반 팀 야투 13-42, 31%, 3점 3-12, 25%) 오히려 점수차를 더 벌릴 수 있었습니다. 2쿼터 한때 26점차까지 벌렸고, 22점차라는 엄청난 리드를 잡은 채 전반을 종료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들더라구요. 지난 경기에서도 분명 전반에 잘했고, 오늘 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큰 점수차로 후반을 맞이했죠. 그런데 엠비드의 체력이 후반에 떨어지면서 팀 전체의 경기력이 수직 하락했고, 결국 역전을 내주며 패배했었거든요. 전반에 엠비드가 너무 펄펄 날아다녔는데, 후반에 지치면 어쩌지, 설마 4차전의 재탕이 되겠어 했는데,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질 않는 걸까요.

- 3쿼터부터 필리의 공격이 답을 잃고 헤매기 시작합니다. 엠비드는 나쁘지 않았지만(야투 2-4, 3점 1-2, 3블락) 전반전의 그 기세는 분명 아니었고, 3쿼터에만 4턴오버를 기록하며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엠비드를 보좌해줄 토비, 시몬스가 모두 침묵을 지켰다는 거에요. 커리만이 최고의 슛감을 보여주며 팀을 캐리했지만(3쿼터 14득점, 야투 5-7, 3점 4-5) 나머지는 배드샷, 턴오버를 남발하며 기회를 날렸죠.

 애틀의 경기력은 살아나고 있었지만, 이때까지는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어요. 분명 필리는 3쿼터에 좀 더 점수차를 벌릴 수 있었고, 그렇다면 4쿼터를 좀 더 편하게 맞이했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스스로 달아날 기회를 걷어차버렸고, 결국 역대급 4쿼터를 맞이하게 됩니다.

- 시작은 벤치에서부터 였습니다. 여러번 말씀드렸다시피, 필리 벤치는 공격이 안 풀리면 수비도 덩달아 안 되는, 분위기를 잘 타는 편입니다. 주 득점원인 밀튼의 기복이 좀 있기 때문에, 2옵션인 해리스를 끼워넣고 득점을 풀어줄 때 경기력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오늘은 토비가 너무 안좋았습니다(오늘 4득점, 야투 2-11). 시즌 중 제일 중요한 경기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여 안타까웠지만, 뭐 어쩔 수 없죠. 안 풀리는 날도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감독은 그냥 믿음의 농구로 로테이션 하던 대로 돌리면 안되는 겁니다. 플옵인데요. 밀튼도 안좋고, 토비도 안좋으면 로테이션 조정으로 보완을 해줘야하는데, 겨우 했다는게 맥시 투입이라니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커리가 역대급 슛감을 자랑하고 있었는데요. 결국 애틀 벤치가 루윌을 중심으로 각성, 맹추격을 해오고, 4쿼터 시작 2분만에 11점차까지 따라붙자 닥 감독은 다시 주전을 투입시킵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었죠. 트레 영 하나 따라잡기도 벅찬데, 옆에 불붙은 루윌까지 붙어버리니...

- 경기 종료 4분 30초 전, 96:104로 애틀이 8점차까지 쫓아온 상황. 맥밀란 감독은 바로 핵 어 시몬스 카드를 꺼내듭니다. 한번은 시몬스가 2구를 모두 성공시켜 무위로 돌리나 했지만, 바로 다음번에 2구를 모두 놓치며 6점차로 추격당하는 빌미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경기가 2분 내외로 들어올 때까지 시몬스는 벤치로 물러나게 되었죠.

 차라리 시몬스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면, 핵 어 시몬스는 별로 두렵지 않은 작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클러치 상황에서, 필리는 상대 에이스 전담 수비수 + 주전 중 유일한 플레이메이커를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필리의 득점은 104점에서 더 올라가지 않았고, 시몬스의 주박에서 벗어난 영은 감을 되찾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죠. 애틀에게는 최고의 컴백, 필리에게는 최악의 패배였습니다.

- 엠비드를 욕하고 싶진 않습니다. 전반전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가장 중요한 4쿼터에 또다시 체력 문제로 발목을 잡혔습니다(6득점, 야투 1-5, 자유투 4-6). 3점차 뒤지고 있는 마지막 포제션에서 괴상한 판단으로 겨우 자유투를 얻었고, 또 실패하면서 오늘도 패배의 오명을 뒤집어 썼죠. 하지만 부상을 달고 뛰는 엠비드 없이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패배의 가장 큰 원흉이냐. 범인찾기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엠비드와 커리를 제외하면 너무 다들 못해서 누구 하나 얘기하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다만 누구 한두명이 잘하고 못하고로 승패가 정해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식서스 팬 분들이 계속 지적해왔던, 현재 필리라는 팀의 구조적 문제가 가장 안좋은 방향으로 터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이 시리즈가 끝나고 해보려고 합니다.

 분명 필리에게 기회는 있습니다. 기세를 넘겨주긴 했지만, 정규시즌의 승수 차이만큼 필리가 더 우세하다고는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별로 기대가 되진 않네요. 부디 필리 선수들이 제 예상을 보란듯이 뒤집고, 2연승을 거두며 컨파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늘의 실망감을 어디다가 풀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