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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1.06.20. vs ATL, 플옵 2라운드 7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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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18:46:21

- 엎치락뒤치락하며 7차전까지 왔고, 양 팀 선수들의 체력 및 건강은 한계까지 다다른 상태였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강하게 찌르는 전술적 변화 또한 양측 다 카드가 대부분 드러난 상황. 7차전은 각 선수들의 재능으로 부딪히는 총력전 양상으로 진행되었고, 리드 체인지 20번, 동점 19번을 수반하는 혈전이 펼쳐졌습니다.

 

 

- 애틀은 트레 영의 어깨 상태가 워낙 안좋아보였고, 3쿼터까지 대부분의 슈팅을 놓쳤습니다(3쿼터까지 11득점, 야투 2-16, 3점 1-8). 특유의 2:2 전개 및 게임 리딩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가긴 했지만, 아무래도 개인 공격력이 하락하니 효율이 떨어졌죠(3쿼터까지 9도움, 4턴오버). 갈리날리나 루윌은 물론, 다른 홐스 선수들도 아주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습니다. 단 한명, 케빈 허터를 빼고 말이죠.

 

 인생 경기를 펼친 케빈 허터(27득점, 야투 10-18, 3점 2-4)의 활약은, 단순히 갑툭튀한 엑스펙터 그 이상의 존재감이었습니다. 우선 애틀은 트레 영의 옆에서 득점 및 리딩을 보좌해 줄 2옵션인 보그단을 부상으로 잃은 상태였는데요. 허터가 보그단의 역할을 어느정도 대신해 줌으로써 영의 부담을 줄여줬음은 물론, 영의 득점 부진까지 어느정도 가려주면서 팀의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또한 이 경기에서 허터의 주된 수비수는 세스 커리였는데, 거의 커리가 없는 것처럼 허터가 쉽게쉽게 공략을 해내는 바람에 닥 감독이 커리의 기용을 제한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죠. 커리는 시리즈 내내 그랬듯 이날도 좋은 경기력이었지만(야투 6-10, 3점 3-5) 허터의 활약+파울트러블 때문에 30분밖에 뛰지 못했습니다. 후술할 필리의 아쉬웠던 점(치고 나가야 할 때 치고 나가지 못한 것)까지 연결되는 효과였고, 실질적으로 허터가 3쿼터까지 애틀을 지탱해냈습니다.

 

 

- 반면, 필리는 언제나처럼 엠비드(31득점, 야투 11-21)를 중심으로 토비(24득점)와 커리가 지원사격을 하는 양상이었는데요. 애틀에 비해서는 주전들이 제몫을 어느정도 해내는 상황이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실수를 하는 장면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공격의 중심인 엠비드는 지난 경기(7턴오버)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8턴오버를 저지르며 흐름을 끊었고, 토비는 자꾸만 이지 찬스를 놓치며(야투 8-24) 새가슴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했습니다. 커리만이 꾸준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앞서 말씀드린 수비에서의 문제 때문에 오래 나오지 못했구요. 시몬스는... 음... 이따 아래에서 얘기하겠습니다

 

 주전들만 문제였던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벤치의 부진이 심각하다보니 주전에게 부담이 더 가중되었어요. 6차전에 반짝했던 맥시의 활약이 이어지지 않았고, 밀튼 또한 감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워드는 이날도 쓸데없는 파울로 분위기를 망쳤구요. 조지힐과 타이불이 수비를 잘 해주긴 했는데, 조지힐은 수비만 하라고 데려온 선수가 아니고요. 타이불은 잘 해놓고 막판 자유투 실패, 3점 파울로 이미지를 깎아먹었습니다. 닥 감독이 이날은 교체 타이밍을 좀 바꿔서(엠비드를 1,3쿼터 중반에 잠시 쉬었다가 후반에 다시 나오게 했죠) 코트에 엠비드-토비-시몬스 중 최소 두명이 계속 서있게 했음에도, 벤치 경쟁력은 계속 좋지 않았어요.

 

 

- 막판까지 계속 접전이었지만, 미세하게나마 필리 주전이 조금 더 나은 경기력이었기 때문에 필리에겐 몇 차례나 점수차를 벌리고 나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올라올 때마다 어이없는 턴오버, 어이없는 이지찬스 미스로 기회를 놓쳤죠. 기회가 왔을때 잡지 못하면, 그 기회는 위기로 돌아오는 게 흐름입니다. 그리고 애틀은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죠.

 

 4쿼터 들어서 드디어 영(10득점, 야투 3-7, 3점 1-3)과 갈리날리(7득점, 야투 2-3)가 살아납니다. 허터 혼자서 외롭게 버티고 있던 애틀의 득점력이 4쿼터가 되어서 부활하는데, 필리는 고질적인 약점이 경기 막판이 될수록 엠비드의 체력(과 경기력)이 떨어지고, 토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거죠(드리블 약점). 때문에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으면서 한 포제션 한 포제션 집중해서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서 최악의 플레이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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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핵어벤으로 공략당했던 4~6차전과는 달리, 이 날 시몬스는 팀에 크게 해를 입히는 플레이는 아니었어요. 그냥 평소대로 했을 뿐이죠. 왜 더 득점을 안하느냐, 왜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느냐 하는 비판이 많은데, 이번 시즌 시몬스의 지공 상황에서의 역할은 원래 그렇습니다. 엠비드가 공격을 진행할 때는 방해되지 않도록 골밑이나 45도쪽에 물러나있고, 아니면 해리스나 슈터들에게 스크린을 걸어주거나 하는게 주 역할입니다. 골밑에서 시몬스가 포스트업을 치는 옵션은 필리의 오펜스에서는 아주 후순위로 밀려있어요. 효율과 상관없이, 시몬스의 포스트업 신뢰도(및 자유투 성공률)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장면이 유례없이 비판을 받는 건, 시몬스가 맥스 연봉을 받는 팀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엠비드는 부상을 안고 뛰느라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토비는 클러치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몬스가 한건 해낼 수 있는 상황이 왔죠. 그것도 아주 어려운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조차 시몬스는 정면 승부를 피했고, 최악의 결과가 돌아왔죠. 팀은 그에게 슈퍼스타 포텐을 보고 맥스를 줬습니다. 슈퍼스타는 아무리 좋지 않은 컨디션이더라도,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해요. 경기 내내 3점이 안좋았던 트레 영이, 결국 4쿼터에 딥쓰리를 꽂아넣고, 타이불에게서 3점 반칙을 이끌어내며 게임을 끝내는 그런 장면을, 우리는 시몬스에게 원했습니다. 아니, 그 반의 반의 반조차 원하지 않았습니다. 엠비드의 인터뷰는 같은 팀원으로써 경솔한 측면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 실망감을 이해하기에 전 비난할 수가 없네요.

 

 

- 경기를 보고 멘탈이 나가서 이틀을 술만 마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 '더 프로세스' 필리의 우승 도전 중 이번 시즌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20년만에 동부 1위를 달성했고, 기존 강팀들이 많이 저물고 신진들이 등장하는 어지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엠비드-시몬스-토비-닥 감독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어요. 그리고 결과는 이렇습니다. 이게 필리의 실력이고, 현 주소입니다. 우승을 위해서는, 다음 시즌 필리는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애틀 팬 분들께 축하드립니다. 7경기동안 상대한 트레 영은 이미 터프한 멘탈의 슈퍼스타였고, 우리 팀에 저런 선수가 있으면 어떨까 부러움이 들게 하는 선수였습니다. 거기에 젊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로 매력적인 로스터를 꾸렸고, 검증된 명장 맥밀란 감독이 짧은 시간동안 팀을 단단히 잘 뭉쳐놓았습니다. 2라운드 시작 전부터 애틀 상대로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도 애틀이 더 강력했네요. 이번 시즌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다크호스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팀이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됩니다. 다음에 만날 때에도 명승부 기대하겠습니다

 

 이번 시즌 동안 같이 응원해주신 식서스 팬 여러분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되돌아보면, 불과 한 시즌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던 팀을 동부 1위로 만들었고, 엠비드는 MVP 경쟁을 해냈으며, 토비는 몸값을 하게 되었고, 커리, 맥시같은 새로운 희망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즐거웠던 한 시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프로세스는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이제부터는 모리 신만 믿으며 오프시즌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퀄리티도 별로인데다 꾸준하지도 못한 개인적인 시리즈를 계속 읽어주신 모든 매니아분들께, 마지막으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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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6-23 19:05:05

한시즌동안 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리뷰도 많이 공감가네요 감사합니다

WR
2021-06-23 19:11:42

항상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2021-06-23 19:23:28

너무너무 잘 읽었고 식서스님 인게임 분석 덕분에 저도 한시즌 잘 보냈습니다. 

WR
2021-06-23 19:28:06

과찬이십니다 잘 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2021-06-23 19:31:22

수고하셨습니다 버틀러가 있었다면 충분히 이길 시리즈라서 많이 아쉽습니다

WR
2021-06-23 19:37:29

버틀러는 당시엔 참 아쉬웠지만, 이미 떠난지 2년이나 지난지라 저는 많이 생각 안났습니다.

 

다만 엠비드의 옆에는 역시 에이스 스윙맨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동안 필리를 거쳤던 선수들 중 버틀러가 가장 적절한 선수이긴 했죠.

 

앞으로는 모리신만 믿으려구요. 항상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2021-06-23 19:36:47

시즌 동안 감상글 즐겁게 잘 봤습니다. 팀의 시즌 마무리는 즐겁지 않았지만요. 

 

다음 시즌에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21-06-23 19:38:35

즐겁게 봐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이틀을 꼬박 알콜을 쏟아부어서 마지막 경기의 악몽을 떨쳐냈습니다  

2021-06-28 16:37:39

한 시즌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시즌에도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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