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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곤을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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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3-14 21:42:23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렇듯 농구는 "우리가 넣은 점수>상대가 넣은 점수"여야 이깁니다. 이걸 이루려면 당연히 좌변을 키우거나 우변을 줄여야합니다

득점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선수들에겐 MVP 관련 기사도 쏟아지고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돌아가지만, 실점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는 선수들은 아무래도 잘 다뤄지지 않는 면이 있어서.. 몇 년째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는 문성곤이 가진 훌륭한 수비능력치 중 하나에 대해 써보려하는데요. 바로 상대 세트 플레이를 이해하고 끊어먹는 능력입니다

 


 세트 플레이의 성패는 거진 타이밍에 달려있습니다. 각자가 본인의 자리에서 정확한 시점에 움직여주고, 타겟지점에 볼이 알맞게 들어가야 작전이 의도대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게 그 작전의 질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누구 하나라도 1-2초 더디게 반응하는 순간 패턴의 완성도는 확 떨어지게 됩니다. 반대로 말해서 상대 공격의 타이밍을 망쳐놓으면 수비성공확률은 크게 올라갑니다

 

이젠 몇 번 글에 담은 작전이라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텐데(워니의 로우->하이 움직임 이후 페인트존 공략), 이 패턴에서의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워니가 스크린을 받고 아래의 파란색 원 안에서 볼을 잡는 것입니다. 페인트존에서 멀어질수록 아무래도 워니의 공격확률이 떨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수비하는 팀 입장에선 워니를 최대한 밖으로 밀어내는게 좋습니다. 여기에 공격제한시간까지 소모시키면 더 좋을테고요. 아래를 보시면 문성곤이 영리하게 저 두 개를 다 이룹니다. SK가 공격방향을 틀게 만든데엔 분명 문성곤의 지분이 크다 볼 수 있어요. 정말 별거 아닌거같아도 저런게 쌓이고 모여야 팀 실점이 계속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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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소개해드리면 SK에서는 이두를 들어올리는 콜을 할 때 오른쪽 포스트에서 워니한테 스크린을 걸어준 뒤 골밑 공격을 시킵니다. 아래 장면에선 코트를 건너오며 시그널을 공유한 뒤 누가 스크리너가 될지 선수들끼리 정하는데, 송창용이 스크린 걸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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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성곤은 이번에도 작전을 다 이해하고 있죠 (사실 이걸 놀라워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게 지금이 6라운드라서..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선수라면 이정돈 당연히 준비돼야한다 봅니다. 사실 요즘도 경기를 보면 1군에 잘 안올라오던 선수들한테 너 이거 패턴알아? 하면서 감독이 다시 그려주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솔직히 프로에서 그런거까지 챙겨줘야하나 싶습니다..) 

 

암튼 송창용이 갈 길에 서서 파울이 안 불릴 정도의 컨택으로 시간을 벌어주고, 내려간 이후에는 몸의 각도를 틉니다. 스크린이 걸릴거라는 걸 알기에 그걸 최대한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동작입니다. 문성곤이 걸리적거린 바람에 타이밍은 늦어졌고 워니가 볼을 잡은 시점 샷클락은 7초가 남았습니다. 두 장면 다 몸빵만 조금 쳐준건데도 이런걸 할 줄 아는 선수가 의외로 많이 없습니다.


아래 두 장면은 박스라고 불리는 세트 플레이입니다. 보시면 네 명이 사각형 대형으로 서있다가 허일영에게 스크린을 우당탕 걸러오는게 똑같아요. 마찬가지로 문성곤은 이걸 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격의 흐름과 타겟을 아니까 몸을 어떻게 틀어놔야하는지, 이후에는 어떻게 따라가야할지를 다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두 번째 장면에선 콜이 불리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게 유니폼까지 잡아끌고 있는데 이 정도는 똑똑한 수비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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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서 상대의 공격을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건 자연스레 스틸의 가능성도 높여줍니다. 확률높은 상황에서 공을 뺏으러 달려갈 수 있게 되죠. 아래같은 장면에서 문성곤이 미리 몸을 틀어놓고 있다가 볼이 들어오는 순간 바로 자기 선수 버리고 달려간게 절대 우연이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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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의 장면에서도 '또 플렉스를 하는구나, 허일영을 막고 있는 나한테 스크린 걸러 오겠구나, 허일영은 골밑으로 가든지 3점 라인 타고 뛰어가든지 둘 중 하나겠구나' 하면서 빠르게 준비를 하고 있으니 미리 몸을 사선으로 틀고있다가 상대 선택에 맞춰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걸테고요. 마찬가지로 엘보우에서 스크린 탄 허일영이 컬을 즐긴다는걸 생각하고 있으면 스크린 아래로 빠져나가는것도 반응하기가 쉽겠죠. 수비에서는 어느정도 이렇게 Predict & React 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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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문성곤의 스크린 내비게이팅 능력이 완전 특급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수비를 잘하는건 결국 선수와 볼이 갈 길을 이해하고 예상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 봅니다. 그리고 이건 머리가 좋은거기도 하지만, 확실히 수비에 정신력과 에너지를 많이 쏟고있다는거고요. 많은 선수들이 수비에서 미스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몰라서가 아니라 그 상황에 에너지를 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비도 공격과 똑같은 비중으로 중요해요


지난 sk와의 kgc의 5라운드 맞대결 막판에 전희철 감독이 타임아웃을 불러 패턴 하나를 설명했는데요. 그리고 그 공격을 4쿼터 막판에 네 번을 몰아서 했습니다. 

일영이가 (워니랑) 스크린을 같이 가. (선형이가 드리블을) 치지, (일영이가) 들어가. 다이브 하라고 (=롤하라고) 다이브 했다가 J(워니)가 스크린 걸면 감고 돌아와.

정리하면 '허일영&워니의 더블 스크린->허일영 롤하는 척 내려갔다가->다시 올라오면서 워니 스크린 감고 컬'하라는건데요.

 

해당 타임아웃 직후 공격입니다. 문성곤은 빠르게 허일영의 뒤를 밟고 붙어나가면서 찬스를 무산시킵니다. 집중력이 좋은게, 내가 맡은 선수가 어떤 움직임을 하고 사라진 뒤에도 끝까지 공과 그 선수를 예의주시하며 놓치지 않는 능력이 있습니다. 방심 자체를 잘 안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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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면인데요, 이젠 바로 이 공격의 핵심을 캐치해냈습니다. 내려갔던 허일영이 컬로 돌자 스크린 아래로 질러나가면서 패싱레인쪽으로 달려듭니다. 허일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사라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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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장면입니다. 역시나 이젠 미리 다 알고있습니다. 디나이 포지션 잡고 손까지 들어 백도어 패스를 견제하고, 다시 올라올 땐 오히려 덮어씌우면서 스크린 진입자체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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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격인데요, 이번엔 아예 첫번째 스크린이 걸릴 때 강하게 헷지를 나가면서 김선형이 볼을 잡게 만들어버립니다. 이것도 정말 좋은 대처죠. 상대의 포지션을 무너뜨리는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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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그 뒷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이 네 번의 포제션에서 문성곤은 본인의 몫을 100% 다해냈습니다. 단 한 번도 허일영에게 찬스를 안 내주면서 첫 번째 공격루트를 다 끊어먹었어요. 심지어 저 네 번동안 대처방식이 다 다르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헷지로 대응하는 것 외에 나머지 세 개는 사실상 스크린에 대처하는 모든 방식을 다 보여준 셈입니다. (Lock and Trail: 바짝 붙어서 뒤를 밟고 쫓아가기, Shoot the gap: 스크린 아래로 빠지면서 질러나가기, Top Lock: 스크린 자체를 못 타게 덮어씌우기) 이 세 가지를 다 잘하는 것부터가 일단 힘든데 그걸 상황에 맞게 골라쓸 줄 아는건 더 대단한 능력입니다

   

위에 있는 모든 순간들은 단지 상대 패턴 플레이를 읽고 대응하는 능력"만" 드러난 장면들인데요, 그밖에

 

문성곤이 가진 에너지 레벨이라든지, 돌파 허용 후에도 끝까지 달려가서 결국 정면 되찾아오는 체력과 집중력, 상대 코트 밸런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잡아먹으러가는 센스, 원카운트에서의 순간적인 손질, 도움수비 상황에서의 각 좁히기, 겟투 상황에서의 눈치싸움, 볼 경합상황에서의 허슬, 뒷선에서의 수직 수비, 야투 시도 이후 리바운드 경합 기타 등등은 심지어 아무것도 담지 않았습니다. 폭발적인 스코어러 하나 못지않게 높은 가치가 있는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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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3-14 21:47:25

아.. 이 정도로 대단한 수비였군요! 잘 한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알지 못했는데 역시 대단하네요. 감사합니다!

2023-03-14 21:50:43

오 이런 디테일이... 짚어주셔서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3-14 21:57:05

좋은글 감사합니다. 문성곤은 갖추고 있는 수비툴도 좋은 선수이지만, 상대 패턴이나 움직임에 대한 연구도 열심히 하는 선수 같습니다. 상대 주요 선수에 따라서 리바운드 위치 등도 항상 머리에 넣고 있더라고요. 다만 최근엔 집중력이 좀 떨어져보이는데, 시즌 초부터 이어온 손가락 부상 때문에 외곽슛 마저 들쑥날쑥하면서 (3점 성공률 지난 시즌 36.9% -> 이번시즌 31.8%) 스스로 더 고민이 많은 느낌이네요.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2023-03-14 23:24:27

올 시즌 dpoy도 문성곤일 것 같습니다

2023-03-14 23:59:14

디펜스 하는 것만 봐도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선수인데 너무 수비에만 몰빵한 게 가끔 아쉬울 때가 있어요
저 정도의 비큐라면 오펜스에서 더 롤을 주고 공수겸장으로 키울 수도 있었을 텐데 김승기 감독이 너무 수비 롤만 강조했었죠

2023-03-15 00:02:28

전희철 감독이 작탐때 너 이거 알아? 하던게 뭘까 궁금했었는데 패턴 얘기였구나 배워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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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5 00:20:07

안양의 기둥은 오세근이지만
저는 안양농구의 색깔은 문성곤이라 생각합니다
강한 수비를 강점으로 가져가는 농구라
공식적인 양희종의 후계자 이기도 하고
수비왕 문성곤 파이팅입니다!

2023-03-15 05:57:29

넘치는 투지와 에너지, 허슬 때문에 간혹 파울트러블이 일찍 걸려버리는거 빼고는 최고의 선수입니다
게다가 잘 생기기까지...
올시즌 시작되기 직전 안양 체육관에 게스트로 농구 갔다가 문, 변 두선수와 우연찮게 만나 사진 찍었는데 오징어 될까봐 마스크 단단히 착용하고 찍었네요

Updated at 2023-03-15 11:43:02

 스텟지에 보이지 않는...영상에서 단 한명도 허투루 그냥 보내지 않고 크고 작은 터치를 통해

 

심리적, 신체적으로 압박을 느끼도록 하는...달리 말하자면 수비에서 2~3명의 영향력을 상대에게 느끼도록 한다는 건 실로 대단한 능력 입니다. 여타 선수들 모두가 몰라서 안하는게 아닌 실제 상황마다 그런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해낸다는게 정말 감탄 스럽고 올해도 문성곤 선수의 디포이를 기대 합니다.

 

여타 다른 경쟁 후보가 크게 보이지 않는 부분도 크다고 봅니다

2023-03-15 21:47:24

항상 부러운 농구지식입니다. 농구 보실 때 얼마나 재밌으실까요.
희종이형 은퇴하시니 문성곤 선수 유니폼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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