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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연민 덕에 살아난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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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2-04 08:29:51

저번 글에서 연민, 봉사 뭐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제가 그 연민의 덕에 삶이 변화된 사람입니다.

돌이켜보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3명 정도가 떠오릅니다.

저는 미국으로 16살때 넘어갔었습니다. 언어도 안되고, 문화도 모르는 상태로 간 그 곳에서 고등학교 1학기하고 간 미국은 한인들도 없는 동네였고 저는 거기서 생존을 해야 했지요.

언어도 안되, 문화도 몰라, 쉽지 않더군요.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말 1년동안 혼자 밥먹었었지요. 모든 친구들이 자기만의 그룹이 있고,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저만 친구가 없었던것 처럼 느껴졌었습니다. 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중 '자살'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았던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츤데레 같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면서 친구가 되준 미국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절 도와줄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는 우리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많았던 미식축구 스타였거든요. 저 같이 동양에서 온 영어도 못하고, 친구도 없는, 왜소했던 저와 어울릴 이유가 전혀 없는 친구니까요.
연민이었겠죠.



절 도와주던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전 이세상에 없었을까 요즘도 그때를 떠올려보곤 합니다. 당시 전 인생에서 최악의 불행한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불행했던 시절 남의 도움으로 외로움이라는 구렁텅이에서 올라왔습니다. 그 친구가 한것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던겁니다.

"너 그림 되게 잘그린다." 나를 좀 도와줄래?

그때 느꼈죠, 제 아무리 운동 잘하는 애도, 나보다 못하는것도 있네? 내가 좀 도와줘볼까?



난 그친구의 그림 그리는것을 도와줬지만, 그 친구는 제게 여러 친구들을 소개시켜줬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소개받은 친구들과 절친이 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외롭다. 라는 생각해서 벗어날 정도는 됐었습니다.


저를 도와줬던 친구는 미식축구와 농구를 잘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식축구와 농구를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친구는 제게는 롤모델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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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절 도와줬던 이 친구는 USC까지 가서 미식축구부 주장을 하고 NFL까지도 가지요. USC는 University of Spoiled Children이라고 돈많은 부자 자녀들이 가는 학교라고 비아냥 조롱을 듣기도 하는 학교입니다.만 뭐 제겐 두번째로 좋아하는 학교가 되버렸죠.


전 그 친구가 USC라는 미식축구명문대에서 주장까지 한게 우연히 아니라 생각합니다. 저를 돕던거 처럼, 거기서도 도우면서 리더로서 인정 받았을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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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시절에도 또다른 고마운 친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연히 만나서 운동을 그냥 가르쳐주겠다던 친구 덕분에 헬스를 배웠구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테니스도 친구들한테 배웠어요.이 친구도 저와 친구가 되서 가르쳐주고 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훗날 알게된 사실이지만 백인친구의 아버지는 옆 주의 연방상원의원이더라구요.)


그렇게 배운 테니스로 지금은 서울 중심에서 테니스 클럽을 운영하면서 나름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클럽 회원님들과 모아서 연탄 봉사도 해보았죠. 난다긴다하시는 대단한 회원님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분들이 봉사를 잘 안하고 있더군요. 기우와는 다르게 다들 봉사하면서 너무 즐거워 했던 기억입니다. 봉사도 좋은 사람들과 하면 즐겁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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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나왔을 때 또 도움을 크게 받은적이 있습니다.

고시원 살다가 돈이 떨어져서 밥, 김치, 라면만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나중에 고시원에서 잘 돈도 없어서 재정적으로 힘든 순간 자기집 땅바닥에서 한달 반을 묶게 해준 미국친구도 있었습니다.

강남역 5번 출구에 있는 도씨에빛 이라는 곳인데, 그곳을 지나갈때마다, 저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 도움 준 그 친구가 떠오릅니다.


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없었다면 제 인생은 나락으로 갔겠지만, 한달 반동안 신세를 지면서 제 상황을 개선 시키고자 노력했기에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왔고, 직업을 구했지요. 그 당시 그 친구의 무료 숙박제공은 제게는 엄청난 큰 도움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기억 때문인지,집에서 지인들이 갈곳없는 상태가 되는 경우는 재워줍니다.

가장 최근은 북경에서 온 아는 동생이 사업이 망해서 해골이 되서 나타나자 2달 가까이 제 집에서 재워줬습니다. 전 밥도 좀 사먹였지요.


고맙다고 은혜는 꼭 갚겠다고 하길래, 나한테 안돌려줘도 되니까, 나중에 잘되면 도움 필요한 사람을 도와. 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네요. 뭐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잘 극복해서 잘 살고 있을련지 궁금하네요.

아무쪼록 저는 힘든 시절 운이 좋게도 옆에서 도와주던 사람을 많이 만날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은게 아니죠. 51%가 봉사하는 사회에서는 그냥 또 누군가가 도와주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8.4%까지 떨어져 버린 사회보다는 높을 겁니다.

봉사가 아니더라도 남을 도와주세요. 그리고 give and take에라고 주입하는 사회에서 벗어나세요. 저는 그냥 맘편히 give and give하고 살라고 합니다. 다만 도와주던 사람에게 그 말은 꼭 해라고 하죠, 너가 도와줬던 사람은 언젠가 또 어디선가 누구 돕고 있을거라고. 그리고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꼭 말합니다. 너가 나중에라도 잘되면, 그래서 자리 좀 잡으면 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라고.

인간은 다 연결되어있습니다.
다 안돕는다면, 내가 도움이 필요할때 날 돕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겁니다.언제 그렇게 연결된, 모르는 사람이 나를 돕는 일이 분명 일어날겁니다. 우리가 다 함께 돕는다면요.

아래 영상은 제가 참 좋아하는 영상입니다. 품앗이라는 한국 정신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https://youtu.be/7HSIMOhsI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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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6-10 14:48:23

40대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2023-06-10 14:52:19
2023-06-10 14:55:50

저도 다른 사람에게 받았던 기억 덕분에 또 다른 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더라구요. 그런 기억이 없었다면 좀 더 외롭게 살아나갔을 것 같아요. 따뜻한 글을 통해 또 다시 저를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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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6-10 14:58:43

"고맙다고 은혜는 꼭 갚겠다고 하길래, 나한테 안돌려줘도 되니까, 나중에 잘되면 도움 필요한 사람을 도와. 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네요."

본문에 나온 이 말과 비슷한 말을 친구에게 들었고 저도 저에게 갚으려는 사람에게 하는 말입니다.

받은 사랑은 간직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흘러보내야 썪지 않는다고 하죠.
나 먹고 살기 힘들다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있었는데 내 앞가림만 하기보다 주변을 잠시 돌아볼 여유를 가져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3-06-10 15:00:56

따뜻한 에피소드 고맙습니다. 저도 인생의 굴곡에서 손내밀어 주던 분들이 좀 떠오르는데, 제가 잘 못받는 성격이라 그마저도 거부했던 기억들이 납니다.
저는 거창하게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오래 못가는거 같더라고요. 계속 주기만 하다보면 사람인지라 상대가 좀 얄미워지는 경우도 생기고요. 제 그릇의 문제겠지만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친절'한 정도가 좋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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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15:03:06

작년에 썼다가 지운 글에 첨부했던 사진 이긴한데..

큰 돈이고 차후에 다시 돌려받았지만..

없어도 크게 죽는 돈은 아니라 빌려주고 도와 줬네요..

어렸을때 너무 가난하게 살고 그 심정을 알기에 지금은 내가 어느정도 먹고살면 내가 믿는 사람들만큼은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 주자가 마인드 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도 하고요..

개인직인 신념은 열심히 살고 평범하게 나부터 잘살아야 남도 도울수 있다! 그러니 나부터 열심히 살자의 개념이 장착되더군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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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15:50:52

손절, -는 거른다
이런표현들을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측은지심, 남을 도우려는 마음이 대다수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말씀해주신 주제가 현 한국사회 가장 심각한 문제인 출산율과도 크게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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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16:10:31

나이를 떠나 이런 분이 우리 사회의 어른이 아니실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글 읽다가 괜히 울컥했습니다. 저도 조금 더 베풀면서 함께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3-06-10 16:20:10

친한 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서울에서 장사하다가 말아먹고 도망치듯이
가방 하나 들고 내려와 찜질방에서 숙식 할 때
제가 밥을 몇 번 사준적이 있었거든요
그 친구가 지금도 가끔 얘기합니다
형이 그 때 사줬던 그 밥맛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고맙다고
사실 저한테는 별 거 아니었을텐데 힘든
시절 받았던 도움은 상대방에게 굉장히
큰 기억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2023-06-10 17:05:38

이 글을 읽고 거세된 줄 알았던
인간애와 측은지심의 불씨 같은게
미약하게나마 다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삶의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대인기피와 인간불신이
제 기본 태도인데 조금씩 더 열린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보자..는 생각을 했네요.

2023-06-10 17:11:36

진짜 멋있는 글입니다.

2023-06-10 17:19:50

존경스럽네요 복 많이 받으시길!

2023-06-10 19:34:10

정말 멋지네요. 항상 배웁니다

2023-06-10 20:34:29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2023-06-10 20:42:20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3-06-10 21:52:34

좋은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6-10 23:23:28

너무 좋은 글이네요.

어쩌면 막연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나부터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일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사회가 아직 그 정도는 되잖아요.

2023-06-11 01:56:27

우리 인간이 되길 포기하지 말아요!

2023-06-11 19:27:21

추천하려고 로그인했습니다

2023-06-12 11:14:35

그전에 쓰신글을  좋게 읽었지만 

좀 도덕책 같은 알긴 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는 느낌이었는데

이번글을 통해 해답을 얻은것같은 생각이 들어 참 좋네요.

너무 좋은글이고 정말 귀한 경험들이고 

또 받은것을 나누는 실천을 하고계신 모습 너무나 훌륭해 보이십니다.

감사드리구요 저도 노력해보려 합니다.

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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