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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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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18 21:54:53

 

친구들과 대화를 하던 중 한 친구가 얘기합니다.

"하필 내가 젊은 현재 세대에 코로나가 와서 이렇게 피해를 겪으며 살아가야 하냐"

 

제가 물었습니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 가정했을 때, 언제 였으면 좋겠어?"

 

친구가 대답합니다.

"내가 죽고 나서랄까, 암튼 내가 지금같이 젊을 때 창궐한 코로나가 정말 싫어.

물론 더 불쌍한 건 고3이나 어린 아이들이라 생각하긴 해"

 

그리고 나서 문득 생각난 5년전 기억.

 

평소 지하철에 자리가 나도 앉지 않는 성격에 서서 가는 중에

한 노부부중 할머니께서 물으셨어요.

"학생, 서서 가는 거면 내가 좀 앉아도 될까?"

 

저는 잠시 비켜드리며 대답했습니다.

"네 할머니 앉으세요"

 

그렇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제 앞에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이후에 두 분은 쉴 새 없이 대화를 주고 받는 와중에 우연히 할머니의 손을 보고 저는 놀랐습니다.

할머니의 손은 검고 심히 갈라졌으며, 실제로 보아왔던 손 중에 가장 거친 손이 였습니다.

조금은 이상한 이유로 두 분의 대화가 궁금했던 저는 귀에 있던 이어폰을 빼고 대화를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웃으면서 할아버지에게 얘기합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우리 때 그렇게 전쟁이 있었고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잘 극복했으니 지금 평화롭게 살고 있잖아요. 그렇죠?"

 

할아버지가 얘기합니다.

"맞아요. 그 일이 우리 때라서 정말 다행이야 다행"

 

그 날

심히 갈라지고 까무잡잡한 손으로 웃으며 얘기를 나누시던 두 분의 대화가 종종 떠오릅니다.

 

그 노부부분들을 기성세대라 부를 순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대간 갈등부터 벌어지는 간극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낳는 국면에서

제 자신에게 언젠가 맞이할 기성세대의 책임감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고

나중에도 기성세대로써 역할을 잘 해낼지 모르겠지만 

좋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면, 저는 저 대화를 꺼내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위 이야기를 해준 직후에 친구 반응입니다.

 

"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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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21-01-18 21:53:45

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참 쉽지 않은 건데 두 노부부 분들 존경스럽네요.

WR
2021-01-18 21:58:17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시는것 만으로도 이미 멋있으세요.

1
2021-01-18 22:00:35

좋은 글 잘 읽고 가요. 감사합니다.

WR
2021-01-18 22:04:42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
2021-01-18 22:05:05

좋은글 공유 감사드립니다

WR
2021-01-18 22:07:40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1
2021-01-18 22:09:56

대답은..
너는 Worm 나는 Warm

아 농담입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WR
2021-01-18 22:14:52

이런 댓글..

너의 혀는 헷
그 혀를 나는 헷(지) 디펜스..

감사합니다 :)

2
2021-01-18 23:01:01

굉장히 좋은 글이네요.
저 또한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감사드립니다!

WR
2021-01-19 10:29:19

저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
2021-01-18 23:11:10

코로나라는 기간과 시간이 많은 것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보게 해주는 또 다른 긍정적인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직접적 피해를 받은 분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만... 어찌보면 그 분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게 우리 지역, 나라 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WR
2021-01-19 10:31:44

맞는 말씀입니다. 지역, 나라를 넘어 전 인륙의 숙제란 말에 동의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8
Updated at 2021-01-19 02:16:08

본문과 크게 상관은 없지만 지나가다 몇 자 끄적여봅니다.

 

몇 년 전에 한 번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 상의 주류를 특정 세대, 특정 성별을 가진 집단이라고 가정할 때 그 집단을 제외한 다른 집단은 전부 벌레 '충' 자가 들어가거나 그에 준하는 비하성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급식충, 초글링, 김치녀, 맘충, 꼰대, 틀딱 등등. 그 주류라는 건 바로 청년 남성입니다. 그들이 인터넷의 주류라는 건 그냥 생각해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을 일컫는 비하성 별칭만 없다는 것이 그것을 한 번 더 확인시켜주는 재밌는? 현상이라고 생각했고, 타세대, 타집단에 대한 혐오가 정말 심하긴 하구나 싶었습니다.

 

그나마 좀 뒤에 생긴 게 그들에게 인터넷 상에서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집단인 청년 여성 층이 만든 한남충이란 별칭이지요.

 

인터넷이 생긴 뒤로 20년이 조금 넘게 이런저런 커뮤니티를 해오다보니 딱히 세대나 성별간이 아니더라도 여러 카테고리에서 자신이 속한 집단을 제외한 타 집단에 대해 적대와 혐오를 하는 경우가 만연합니다.

 

자동차의 오너가 되면 그 때부턴 보행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너무 많이 봐왔고, 글로벌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구촌이라는 신조어?를 저는 80년대 말부터 들어온 것 같고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단어만 만들어졌지, 실제로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정 국가와 그 국가의 국민은 관련 정치적 이슈만 나오면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저는 프랑스 국기의 3색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 세 단어를 정말로 좋아합니다. 이 세 이념이 인간이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할, 기본적이지만 목숨만큼 중요한 사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현실에선 이 세 이념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더군요. 교과서에서 배우지만 다들 그냥 그런가보다 할 뿐인가봅니다. (자유의 개념을 동서냉전 시기 공산진영의 반대 자유진영 정도 수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꽤나 봤구요.)

 

반면 저기에 포함되지 않은 이념인 '정의'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평등하다고 배웠지만, 상황과 선악을 따져 천부인권을 부정하고,

정의롭지 않거나 위험하다 판단되고, 공리에 반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억압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죄인에겐 박애나 관용 따위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정의롭고 공리를 우선시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과 집단을 혐오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이 때 그 집단을 똑같은 생각을 가진 하나의 생명체처럼 간주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정의와 공리는 절대 기본이나 최우선 이념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혐오와 압제를 파생시키기도 하며 어떨 때는 부추기기도 하는 이념이 어떻게 기본이자 최우선 이념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들은 명백히 자유, 평등, 박애 3이념보다 낮은 티어이며, 그보다 위에 서려고 할 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에선 그럴 때마다 수많은 폭력과 분쟁이 횡행했었구요.

 

뜬금없이 쓴 글이 길어져서 본문 글쓴님께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세대간 갈등, 이기주의 얘기에 저도 모르게 그만 평소 생각하던 것들이 줄줄 흘러나와버렸네요^^;;

WR
2021-01-19 10:30:57

전혀 폐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댓글을 보고서 저도 '정의'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1
Updated at 2021-01-19 10:29:03

사람 대부분은 각자의 인생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고 생각하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당장 지금 이삼십대가 힘들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노년층은 전쟁, 배고픔을 경험 했고 장년층은 경제성장 시기에 주 60시간 이상의 노동력을 갈아 넣고 IMF 맞았죠. 중년층은 리먼하고 코로나 같이 맞았고요. 

지금 사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보면 단 한 번도 평화롭기만 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장담 못합니다. 다만 그래도 우리가 지난 이천년 중 가장 평화로운 기간에 살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싶습니다 ㅋ 

그냥 누가 더 힘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 자체가 고난이다 생각하는 것이 맘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ㅋ

WR
2021-01-19 10:33:04

세대별로 힘든 일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 일을 굳이 다른 세대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인생 자체가 고난인거죠

댓글 감사합니다 :)

1
2021-01-19 09:34:51

결말까지 좋네요 ㅎㅎ

WR
2021-01-19 10:33:42

훈훈한 결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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