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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동일 포지션 슈퍼스타를 압도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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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30 12:07:22

아래 엉클드류님의 글에서 퍼스트팀이나 레전드급 선수들 중에서 한티어 차이남에도 플옵 맞대결에서 대등하거나 우월한 퍼포먼스를 보인 경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입니다. 원래는 열 가지 경우를 예로 들려고 했는데, 점심에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급하게 쓰느라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다섯 번의 시리즈에 대해 씁니다

 

1. 80-81 시즌에 닥터 J 줄리어스 어빙은 꿈에 그리던 시즌 MVP를 수상했습니다. 정규시즌에 동부컨퍼런스의 식서스와 셀틱스는 62승 20패 동률로 정규리그 1위를 이루고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서부 컨퍼런스에서는 이변이 연속되어 승률 5할이 안 되는 두 팀이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랐습니다. 식서스와 셀틱스 중에서 NBA 챔피언이 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았습니다.


그 해 식서스와 셀틱스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은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극적인 대결이었습니다. 7차전 승부에서 마지막 4 경기가 모두 2점차 이내에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3대1로 시리즈를 크게 앞서던 식서스는 마지막 세 경기에서 셀틱스에게 111-109, 100-98 그리고 91-90으로 패했습니다. 그 패배만큼 중요한 것이 그 시리즈에서 닥터 J는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소포모어 래리 버드에게 압도당했습니다. 닥터 J가 아니라 래리버드가 진짜 MVP라는 찬사 속에 버드는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버드는 닥터 J보다 한 수 위의 선수로 평가되었습니다.

 


2. 87년에 네번째 우승을 이루고 시즌 MVP와 파이널 MVP까지 석권한 매직 존슨은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습니다. 1969년 셀틱스 이후 백투백 우승을 노리던 87-88 레이커스는 정규시즌에 62승을 거둬 57승을 올린 셀틱스를 여유롭게 제치고 리그 최고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레이커스의 백투백 우승 도전은 플옵 2라운드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복병을 만나서 큰 고전을 하게 됩니다. 2-2로 동률을 이루던 5차전 홈경기에서 종료직전 터진 마이클 쿠퍼의 결승골이 아니었다면 레이커스가 탈락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말도 안되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유타의 포인트가드 존 스탁턴입니다. 매직 존슨이 절대로 못한 시리즈가 아니었는데, 포인트가드 대결에서 매직은 스탁턴에게 완패했습니다. 매직 존슨은 이전 해 MVP 출신의 최고 스타이고 스탁턴은 4년 커리어 동안 올스타에도 한번 선정되지 못한 무명 선수였습니다. 레이커스는 이 시리즈에서 가까스로 4-3으로 승리했습니다.

 


3. 사람들에게 별로 회자되지 않는 1995년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올랜도와 보스턴의 대결입니다. 두 팀의 승자가 2라운드에서 조던이 복귀한 시카고 불스와 대결하기 때문에 저는 이 시리즈를 아주 눈여겨 봤습니다. 시리즈 시작 전에 팬들과 전문가들은 올랜도의 낙승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시리즈는 치열한 접전으로 흘렀습니다. 이 시리즈가 주요 경기에서 박빙으로 흐른 이유는 보스턴 셀틱스의 포인트가드 디 브라운이 올랜도의 페니 하더웨이를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2년차 선수였던 페니는 그 시즌에 NBA 퍼스팀에 선정되었고, 디 브라운은 커리어 내내 올느바는 커녕 올스타에도 한번 선정되지 못했던 평범한 선수입니다. 시리즈 1-1 동률인 상태에서 올랜도는 보스턴 원정경기에서 두번 내리 이겨서 2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페니가 두 경기 모두 부진했지만 오닐은 시리즈 내내 건재했고 3차전에서는 닉 앤더슨이 4차전에서는 데니스 스캇과 호레이스 그랜트가 활약해서 올랜도는 두 경기 모두 신승을 거뒀습니다. 

 

페니 하더웨이가 그 시즌 NBA 퍼스팀에 선정된 것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 시즌 퍼스트팀은 페니가 아니라 당연히 게리 페이튼이 차지해야 했습니다. 페니와 페이튼 두 선수의 팀 성적은 57승으로 같았습니다. 공격지표도 놀라울만큼 동일했습니다. 그런데 페이튼은 결장 없이 82경기에 출전했고, 수비 퍼스트팀에도 선정되었고 무엇보다 팀내 최다득점자였습니다. 한마디로 페이튼은 그 시즌 공격과 수비에서 시애틀의 핵심이었습니다. 반면에 당시 올랜도의 샥은 더블팀 없이는 막을 수 없는 선수였기에 페니는 그 이점을 최대로 활용했습니다. 당시 페니의 퍼스트팀 선정은 실적투표가 아니라 인기투표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훗날에 발표된 per, 윈셰어, 48분 윈셰어에서 페이튼은 세 카테고리 모두 페니에게 약간 앞섰습니다.) 이듬해 페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NBA 퍼스팀에 선정되지만 샥은 여전히 페니가 실력보다 고평가된 선수라고 생각했을 뿐 아니라 그 말을 직접 언론에 함으로써 올랜도 팬들의 분노를 샀고, 그가 LA로 팀을 옮기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4. 1996년 시애틀과 유타의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입니다. 리그 최고 파워포워드들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끌었던 시리즈입니다. 당시 칼 말론은 8년 연속 NBA 퍼스팀에 들었고, 숀 켐프는 3년 연속 세컨팀에 선정된 스타플레이어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시애틀의 숀 켐프는 맞대결 상대인 유타의 칼 말론에게 압승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칼 말론이 부진한 활약을 펼친 시리즈는 아닙니다. 칼 말론은 6차전까지 그가 평소에 보여주던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운명이 갈린 7차전에서 숀 켐프에게 압도당했고 바로 그 이유로 유타는 시애틀에게 4점차이로 패해서 프랜차이즈 최초의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숀 켐프는 일곱 경기 야투율이 무려 69%가 넘는 어마무시한 활약으로 승리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5. 조던이 은퇴하고 단축시즌으로 운영되었던 1999년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뉴욕이 인디애나를 꺾는 큰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그 이변의 핵심은 슈팅가드 대결에서 뉴욕의 앨런 휴스턴이 인디애나의 전설 레지 밀러를 압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앨런 휴스턴은 당시까지 올스타에 한번도 선정된 적이 없던 선수인 반면에 밀러는 당시에 이미 레전드의 반열에 들었고 지금도 각 매체가 선정하는 역대 최고선수 50명에 포함되는 선수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에 레지 밀러는 그의 최전성기에도 슈퍼스타로 불린 적이 없었습니다. 

 

NBA 퍼스팀 선정은 선수의 커리어에 아주 중요한 평가기준이지만, 시대에 따라서 난이도가 극과 극으로 갈릴만큼 들쑥날쑥합니다. 일례로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4-5년 동안에는 MVP 시즌 내쉬가 와도 퍼스트팀에 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세컨팀에 드는 것도 경쟁을 해야 했을 겁니다. 요 근래에도 가드 퍼스트팀은 헬게이트입니다. 그런데 1993년부터 그렇게 경쟁이 심하던 가드 올느바가 말도 안되게 헐거워졌습니다. 퍼스트팀 터줏대감이던 매직 존슨과 마이클 조던이 느닷없이 은퇴했고, 드렉슬러는 파이널 패배 이후 부진에 빠졌고 아이제야 토머스는 은퇴를 앞뒀습니다. 어마무시했던 케빈 존슨, 팀 하더웨이, 마크 프라이스는 동시에 부상을 입어 얼굴을 보기 힘들게 되었고, 슈퍼스타에 오를 것으로 확신되던 케니 앤더슨은 문턱에서 주저 앉았습니다.


전성시절 만년 세컨 팀이던 존 스탁턴은 라이벌들 중에서 유일하게 건강했던 덕분에 평균득점과 평균어시스트 모두 마이너스 2가 되었는데도 붙박이 퍼스트팀 선수로 올라섰습니다. 당시 2년차 가드인 스프리웰과 페니 하더웨이가 94, 95년에 각각 스탁턴과 함께 퍼스트팀에 선정될 정도로 슈퍼스타들이 사라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 때문에 불스의 72승을 폄하하던 전문가들이 있었습니다.) 몇년 후 팀 하더웨이는 장기간 재활을 거쳐 마이애미로 복귀하고 거기서 퍼스트팀에 선정됩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냐 하면 그렇게 스타 가드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에도 최전성기를 맞던 레지 밀러는 퍼스트팀은 물론 세컨팀에도 선정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밀러는 커리어 내내 퍼스트팀이나 세컨팀에 선정된 적이 없습니다. 그런 레지 밀러가 2020년 역대 최고선수 50명에 포함되는 이유는 스몰마켓인 인디애나를 지킨 원클럽맨이었고, 커리어 내내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와 함께 한 적이 없음에도 팀을 4번의 컨퍼런스 파이널과 한번의 NBA 파이널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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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6-30 12:18:35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0-06-30 12:41:55

계속해서 양질의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6-30 12:47:53

아... 옛날 얘기 너무 좋네요. ^^

2020-06-30 12:48:44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밀러의 일화로 마무리한것도 참 좋네요
나머지 5개도 기다리겠습니다

2020-06-30 12:52:40

완전 복귀시네.

2020-06-30 12:59:43

의식의 흐름 기법까지 사용하시나요? 이 글의 주인공은 결국 레지밀러네요.

WR
2020-06-30 16:19:49

외출하기 전까지 급하게 쓰느라 말씀처럼 생각나는대로 썼습니다. 쓰면서도 삼천포로 빠지는 걸 조금 느꼈습니다.

2020-06-30 13:01:25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Updated at 2020-06-30 14:15:12

조던은 없나요? 바로 떠올리셨다길래 조던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WR
2020-06-30 16:20:56

시리즈 전체에서 조던이 상대선수에게 밀린 적은 없을 겁니다. 대표적인 플옵 한 경기라면 90년 컨파 2차전에서 듀마스에게 압도당했죠.

2020-06-30 18:12:02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2020-06-30 13:48:07

사소한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디 브라운은 듀얼가드로 커리어를 보냈지만 94~95시즌을 포함한 전성기에는 슈팅가드의 롤을 부여받아 플레이했습니다.
그리고 95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는 페니와 닉 앤더슨과 번갈아가면서 매치업을 가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WR
2020-06-30 16:21:49

말씀 듣고보니 그렇네요. 외출약속까지 시간이 없어서 디테일한 부분은 체크 못하고 기억에만 의존해서 썼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2020-06-30 14:38:57

95년 올랜도와의 1라운드에서 디 브라운이 못하진 않았지만.

도미니크 윌킨스의 마지막 활약 아니었나요.

 

4차전 경기 끝나고 안타까워 하던 도미니크만 생각나네요.

 

물론 에릭 몬트로스는 드럽게 못함 

WR
2020-06-30 16:22:49

도미닉은 항상 그 이상으로 활약을 해와서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 활약 맞습니다. 안타까웠죠

2020-06-30 15:40:37

구독을 해놨지만 글을 다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읽는속도보다 쓰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게 이런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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