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부세비치 영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과 언론평들(+ 잭 로우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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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프런트를 물갈이하면서 부사장 카르니쇼바스-단장 에버슬리 체제를 꾸린 시카고가 본인들은 전임 프런트 가팩스와 다르다고 무력 시위(?)를 선보인 트레이드 데드라인이었습니다. 어시스턴트 코치 출신의 신입 감독이 아닌, 경력직 감독인 도노반 감독 선임할 때도 좀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요. 올스타급 선수를 오프시즌도 아닌 데드라인 때 영입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팀의 대들보인 프랜차이즈 스타를 트레이드한 것에 대해서 매우 허탈하실 올랜도 팬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올리며, 시카고 위주로 작성하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봄에 새롭게 들어선 시카고 프런트가 본인들 손으로 뽑은 선수는 20드랲 4픽 패트릭 윌리엄스와 FA 영입인 가렛 템플정도였고, 그외는 전부 전임 프런트가 꾸려놓은 로스터를 가져가면서 이들 모두에 대해 "평가"하는 시즌을 가지겠다고 천명한 시카고인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속 선발 자리를 유망주들에게 줄 정도로 기회를 많이 줬으나, 선수들 개인 퍼포먼스를 보나 팀조합상 넷레이팅을 보나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었습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12949&sca=&sfl=mb_id%2C1&stx=primeseals
강팀들 상대로 여전히 맥을 못추는 것과 더불어 (5할 이상팀 상대시 5승 17패로 승률 23% / Elo 레이팅도 뒤에서 8번째) 기회를 많이 준 유망주들의 생산성이 베테랑들보다 월등히 떨어지는등 답답한 모습을 연출했던 건데요. 이런 상황에서 잘해주는 베테랑들을 팔고 올시즌은 플옵 포기하면서 탱킹 노선 선택하는 옵션도 분명 있었습니다. 물론 이쪽은 다음 시즌 후 UFA로 풀리는 라빈이 선호하는 방향이 당연히 아니기에 앞으로 라빈을 잃을 가능성도 어느정도 감수하며 선택해야하는 노선이었는데, 시카고 프런트의 선택은 이와는 정반대 방향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데드라인 전에 혼자서 생각하길, 지금 시카고가 팀으로서 채워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기에 (라빈이 있는 슈팅가드 포지션에다가 루키 팻윌의 윙 자리 하나까지 구했다쳐도 포인트가드-윙-센터 이 3가지 포지션에서 선발감이 필요한 상황) 어설프게 어디 보강 노리기보단 차라리 미래픽 노리고 베테랑들 파는 쪽이 맞다고 봤는데요.
시카고의 선택은 선수를 보강하되 아예 판을 크게 키워서 자체 1라픽 2장을 포함시켜 올스타를 데려오는 방안이었습니다. 이는 올시즌 특히 샷메이킹에서 크게 발전한 라빈의 퍼포먼스를 보고 라빈과 함께 이번 시즌 성적을 노릴 파트너를 구하는 건 물론, 2022년에 UFA로 풀리는 라빈의 바람에 맞춰 지금 당장 최대한 이기고자 달리는 팀을 만들면서 라빈을 확실히 잡자는 취지로 보이고요.
경기 내적인 내용들을 좀 생각해보면 팀 스페이싱 효과부터 픽앤팝 포함해서 부세비치의 외곽 슈팅도 위력적이고 시카고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까지 시카고 빅맨 유망주들이 전혀 보여주지 못했던) 빅맨으로서의 유려한 인사이드 플레이를 보여줄거라는 기대도 큽니다. 포스트에서 가드와의 미스매치조차 공략하지 못하던 시카고 유망주들이었는데, 라빈이 풀업3으로 밖에서 흔들고 부세비치가 인사이드를 공략하는 것의 위력이 얼마나 클지 궁금하고요. 반대로 부세비치가 스페이싱 제공할 때 파고들 라빈의 돌파도 기대가 됩니다. 또한 부세비치의 패싱이나 스크린/핸드오프 모두 라빈이나 다른 팀동료들한테 플러스가 될텐데, 올시즌 라빈이 패싱이 분명 발전했지만 다른 패스들 포함 특히 픽앤팝시의 디시젼/패싱 자체가 예전부터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봐서 이 부분을 많이 맞춰봐야 할 거 같긴 합니다.
수비에서 원빅으로 도저히 활용 불가능한 마카넨을 5번 센터로도 썼던만큼, 수비는 좀 포기하더라도 공격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보겠다는 시도들을 보이던 시카고였는데요. 이제 올스타 스코러어가 2명이 있으니 일단 공격부터 좀 화끈하게 터뜨려야할테고, 이번 시즌 이후 오프시즌부터해서 차차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야겠죠. 이번에 부세비치 데려왔으니 같은 포지션의 빅맨 대니얼 개포드 보내고 트로이 브라운 데려온 거 비슷하게 득점 이외 부문을 소소하게나마 채워줄 트레이드도 노릴테고요(부세비치 말고도 브라운과 함께 타이스도 같이 왔는데, 이들은 제가 잘 모르는지라 경기들을 좀 보고 차차 글로 다뤄보겠습니다).
라빈과 부세비치 둘 모두가 각자 포지션에서 평균 이하 수비수들이라는 점도 그렇고, 기존에 크게 약점이던 픽앤롤 수비는 계속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고 생각합니다(올시즌 픽앤롤 볼핸들러/롤맨 플레이타입 모두 실점 PPP가 리그에서 6번째로 높으면서도 그 픽앤롤 공격을 가장 많이 마주하는팀이 시카고). 그렇지만 부세비치가 세로 수비/블락 능력은 약해도 적어도 리바운드는 기존 시카고 선수들보다 훨씬 더 잘 잡아주니깐요. 뛰어난 득점력에다가 빅맨 포지션에선 패싱 능력이 상급인 부세비치 데려왔다지만 여전히 볼핸들러의 플레이메이킹이 부족하다는 점은 사실 강팀 상대할수록, 그리고 높은 무대 올라갈수록 약점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을텐데요.
https://twitter.com/KCJHoop/status/1375230637028835330
▲ 카르니쇼바스의 위 발언처럼 당연히 부세비치의 존재감은 라빈 포함 다른 가드들이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건데, 그러면서도 추가 가드 영입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내년에 UFA로 풀리는 라빈에게 이번 시즌 끝나고서 바로 맥스 계약 비슷하게 제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글도 한번 썼었는데, 그러려면 필요한 샐캡 14밀 확보 이런 걸 떠나서 그냥 단순하게 내년 FA중 원하는 핸들러하면 스펜서 딘위디 영입을 노려봤으면 합니다. 시카고가 라빈 빼면 자유투 얻어낼 선수가 좀 부족한데(그런 라빈도 자유투는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콜 얻는 게 좀 미숙하죠) 딘위디의 자삥 능력과 더불어 플레이메이킹도 큰 도움이 될 거고요. 또 도노반 감독이 사랑하는 픽앤롤 전개를 잘 수행할 선수기도 합니다(19/20시즌 경기당 10.4포제션에 효율 백분율은 상위 40% - 18/19시즌 경기당 6.2포제션에 효율 상위 15%).
라빈과의 수비 핏부터해서 포지션 문제등등이 있겠지만, 라빈 수비를 커버해주면서도 플레이메이킹까지 되는 가드 구하기는 쉽지 않아보이니 여러 옵션을 고려해봤으면 하고요. 사실 이런 미래 플랜 생각할 게 아니라 당장 앞으로 있을 서부 4연원전 시리즈 포함해서 후반기 스케쥴 난이도가 어렵기로 10위 안쪽인 시카고인데, 팀 구성 자체가 많이 바뀐거 포함해서 같이 맞춰볼 시간이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걱정이 되면서도 앞으로 경기력이 어떨지 기대도 됩니다.
https://twitter.com/DarnellMayberry/status/1375232366608781319
▲ 트레이드 단행 이후 기자 회견에서 시카고 부사장 카르니쇼바스는 "우리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면서 팀이 수행하는 플레이의 질을 높임은 물론 앞으로도 전력 강화에 부지런히 나설것을 천명했는데요. 부사장(덴버)이나 단장(필라델피아) 모두 팀의 확고한 에이스를 드래프트로 얻은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해도 괜찮겠다는 마음 가짐이 있었는데, 탱킹이 아닌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그 정반대 방향으로 나갈 것을 천명하는 트레이드였습니다.
흔히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고 알려진,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철학자 윌 듀랜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집약하면서 표현한 유명한 격언이 하나 있습니다. "탁월함은 하나의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라는 말인데요. 말뿐이 아니라 실제 몸소 행동함으로써 덕을 신천하고, 평소에 꾸준히 반복해서 그러한 행동들이 하나둘 모여서 덕이 쌓여야만 비로소 탁월함을 갖출 수 있음을 설파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핵심을 듀랜트가 멋지게 정리한 겁니다.
이 말은 도덕적 능력과 행복에 대해서 논할 때 나온말이지만, NBA 프로 리그 접목시켜 생각해봐도 흥미로운 면이 있습니다. 이 사고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프로 세계에서 좋은 것이란 팀의 승리고 최종적인 목적은 30개팀중에서 최고의 팀이 되는 것 - 우승일텐데 결국 이를 이루려면 평소에도 끊임없이 이길려고 노력하면서 치열한 시즌을 벌여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논리가 NBA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도 분명 많이 있지만, 사실 현실 세계와 NBA 구조는 너무나도 다른다 는 점도 고려를 해야겠고요. 예컨대 미래 1라픽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기 때문에 현재가 부족했던 시카고는 미래 자산 일부를 건네주면서 현재 달리기로 결정한 거고, 부세비치를 내준 올랜도는 (시카고로부터 받은 대가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물론 타당합니다) 현재를 내주면서 미래의 확률에 걸기로 결정을 한 건데요. 카르니쇼바스가 말한 것처럼 올스타 선수를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상황에서, 시카고 프런트는 그들의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으로 확실하게 선명하고 올스타 부세비치를 영입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트레이드 대상자인 시카고나 올랜도 모두 앞으로 미래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결정들을 내린건데, 두 팀 모두 윈-윈하는 장면이 나오길 기원해봅니다.
참고 사항 삼아서 여러 매체들이 매긴 이번 트레이드 평가 등급만 간단히 옮기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등급 자체보다는 기사 내용에서 중요한 포인트들을 짚고 넘어가는 경우가 꽤 있는데, 시간 관계상 그 부분을 다 다루지는 못할 거 같고 그 대신에 각 기사 링크와 함께 ESPN 잭 로우 의견을 말미에 붙여놓겠습니다.
매체별 트레이드 평가
- The Athletic
시카고 : B
올랜도 : A-
(유료기사 - 참고로 PC 크롬 접속 기준 현재 6개월 * 1달러 이벤트 진행중입니다.)
https://theathletic.com/2476719/2021/03/25/nikola-vucevic-traded-from-magic-to-bulls-instant-grades-and-reaction/?amp
- CBS SPORTS
시카고 : A
올랜도 : B-
- ESPN
시카고 : B
올랜도 : B+
https://www.espn.com/nba/insider/story/_/id/31133915/nikola-vucevic-trade-grades-means-bulls-magic
- SI
시카고 : A
올랜도 : B+
https://www.si.com/nba/2021/03/25/nikola-vucevic-trade-bulls-magic-grade
- USA TODAY
시카고 : B+
올랜도 : A
https://ftw.usatoday.com/lists/bulls-magic-trade-grades-nikola-vucevic-zach-lavine
각종 언론 평가외에도 ESPN 잭 로우의 의견도 눈여겨볼만한데, 따로 기사를 내기도 했고 또 바비 막스랑 같이 팟캐스트를 녹음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espn.com/nba/insider/story/_/id/31134981/nba-trade-deadline-challenges-driving-entangled-nuggets-magic
https://www.espn.com/radio/play/_/id/31136502
트레이드 자체에 대해 서술한 내용만 간략히 요약해서 얘기하면 이렇습니다. 세간의 평은 확실히 시카고윈이고 올랜도는 가치에 맞게 못 받았다는 반응이 주류이지만, 잭 로우 본인은 시카고가 괜찮긴 하지만 그 정도까지 시카고쪽으로 기운 딜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답니다. 데드라인 당일에 시카고 외에 에컨대 샬럿 같은 팀들도 부세비치 영입을 노렸었는데, 논리적으로 추측해보건데 그 중에서 당연히 시카고가 가장 세게 질렀기에 시카고랑 딜을 한 거라는 생각이고요. 부세비치가 정말 훌륭한 선수이고 (잭 로우는 이번 올스타 선정 예측 기사만 봐도 부세비치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고, 사실 평소 의견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로우 본인은 농구 선수로서 라빈보다도 부세비치를 더 좋아하는 뉘앙스 또한 묻어있습니다) 특히 공격에 있어 라빈과의 조합은 굉장히 기대가 된다고 말했고요.
그런데 트레이드 가치 측면에서 보자면 나이가 "30살"인 "센터" 포지션의 선수를 트레이드하면서 마치 뉴올이 즈루 할러데이 트레이드 때 받는 것 만큼의 큰 대가를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거기에 당시 밀워키가 쿤보와의 슈퍼 맥스 계약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특수한 상황도 짚고 있고요). 결국 로우 생각엔 포지션이 빅맨인 선수를 트레이드할 때 굉장히 높은 대가를 받으려면 AD/자이온/요키치/엠비드/타운스급이거나, 아니면 아데바요 같이 나이가 어린데도 농구 잘하고 스위치수비가 되는 등의 현대적인 특성이 있어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확실히 일반적인 평이랑은 조금 결이 다르기에 한번 보실 분들은 참고해도 괜찮을 거 같네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시카고가 당장 굉장히 큰 이득을 봤다고 생가하지만, 올랜도가 정말 그렇게까지 못했다고는 생각을 안해요. 내년에 펄츠 아이작이 큰부상에서 어떤 폼으로 돌아올지 모르는데 '거절할 수 없는 제의'가 아니라 그냥 빠르게 리셋을 하고싶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