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럴 모리의 탱킹에 대한 생각과 시카고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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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탱킹에 대한 여러 의견을 접할 때마다 대럴 모리 현 필라 사장이 휴스턴에서 어시스턴트 GM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06년도에 구단주가 야심차게 모리를 데려와서 어시스턴트 GM으로 삼았고, 이듬해에 GM으로 승격함으로써 완전히 구단 운영 권한을 얻었으니 06년도면 사실 모리가 전권을 가지고 휴스턴을 운영할 때는 아닌데요. 06 드래프트에서 휴스턴은 8픽을 가지고 있었는데, 드랲날 포틀랜드가 데려간 그 브랜든 로이를 원래는 휴스턴쪽에서 트레이드해오려고 했었습니다.
당시 6픽을 들고 있던 미네소타가 브랜든 로이를 뽑고, 8픽을 쥔 휴스턴은 미네소타가 원하던 랜디 포이 지명과 함께 추가 선수를 보내는 형식으로 양팀간 픽업/픽다운 트레이드 합의가 이루어져있었던 건데요. 그런데 이 사실을 7픽을 들고 있던 포틀랜드가 눈치를 챘고, 휴스턴과 마찬가지로 브랜든 로이를 원했던 이들은 랜디 포이를 휴스턴 바로 앞순위인 7픽에서 뽑아버립니다.
06드랲 당시 휴스턴의 계획과 어그러짐
계획 : 미네소타 6픽 (브랜든 로이) <-> 휴스턴 8픽 (랜디 포이) + 루터 헤드
실제 : 미네소타 6픽 (브랜든 로이) <-> 포틀랜드 7픽 (랜디 포이) + @
포이를 너무나도 원하던 미네소타는 결국 큰 추가 자산 추가 없이 로이 트레이드를 기존에 합의했던 휴스턴이 아닌 포틀랜드와 마무리 짓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고, 픽다운 트레이드로 +@도 크게 챙기지 못한 건 물론 (기보니 빅보드에서 2번째로 꼽은) 로이를 킵하지 않고 트레이드한 미네에 대해 당시 조나단 기보니는 F평점을 부여했는데요. 지금와서 결과론적으로 봐도 포이를 하이재킹해서 로이로 바꿔온 포틀랜드의 압승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https://www.espn.com/blog/truehoop/post/_/id/1953/a-gift-from-minnesota-how-brandon-roy-got-to-portland
이 에피소드가 여러모로 흥미로운 건 여기서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가 바로 왜 NBA 팀들이 드래프트에서 보안을 철저히 해야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라는 점이겠고요. 두 번째는 로이를 눈앞에서 놓친 휴스턴의 안타까운 당시 상황에 대한 몇 가지 가정을 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휴스턴 비트라이터가 이 이야기를 트위터에서 꺼내자 실제 대럴 모리가 나타나서 오피셜(?) 썰을 풀어주는데요(여담으로 모리가 이런 식으로 기자들은 물론 팬들과도 소통이 가장 활발한 프런트 인사 중 하나입니다. 제가 모리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한데, 모리가 운영하는 팀이 우승하는 걸 꼭 보고 싶네요).
https://twitter.com/dmorey/status/1274913400330416128트위터 쓰레드를 시작한 휴스턴 비트라이터가 meaningless wins라고 표현한 것도 그렇고, 모리가 말하고자 하는 뉘앙스는 분명합니다. 그해에 (어차피 플옵 진출은 힘들었을 거) 몇 경기 더 이기는 것보다 차라리 경기를 덜 이겨서 낮은 순위 기록하고 브랜든 로이를 뽑을 수 있는 픽순위를 먹었다면 상황이 더 나았을 거다라는 것이 이들의 주요 논지인건데요.
물론 모리 단장은 이때 로이를 데려오진 못했어도 나중에 영혼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하든 트레이드를 성공시켜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로이를 데려왔더라면 하든을 데려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가정법에서 시작한 논의들이라 여러 가지 경우를 제시할 수 있겠고요. 또한 이 에피소드를 현재에 적용시킨다고 했을 때, 지금은 로터리 추첨 확률이 크게 변경되어서 성적이 크게 안 좋더라도 예전처럼 최상위픽에 당첨될 확률이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겁니다.
올시즌 현재까지 시카고 상황
베테랑들이 정말 x빠지게 열심히 뛰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1라픽, 2라픽을 노리고 트레이드하라는 건 아니고요. 다만 이들이 나이가 있고 플레이스타일이 고착화된 베테랑들이니만큼 앞으로 2,3년후에도 지금과도 같은 뛰어난 폼을 보여줄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 그리고 결국 팀의 실링은 아직 잠재력이 남아있는 (혹은 실제론 남아있진 않지만 어쨌든 남아있을 거라고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에 달려있는데 지금까지 경기들을 봐선 유망주들과 함께하는 팀의 실링이 도무지 높아보이지가 않더라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이게 뭐 이 팀으로 우승을 못한다, 혹은 컨파 이상급의 무대에 못올라간다 이런 차원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팀으로 계속 갔을 때 앞으로 1,2년내에 동부에서 플레이오프 7/8위 시드를 차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조차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면, 과연 지금 로스터를 유지할 가치가 있냐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수밖에 없는 건데요. 저번 오프시즌에 프런트도 새롭게 물갈이하고, 그 프런트가 감독도 경력직 도노반 감독 데려오고 선수 개발 담당하는 인원 또한 따로 4,5명 채워넣었었습니다. 이번 시즌을 로스터 전체를 평가하는 기회로 삼겠다면서 루키 팻윌부터 선발로 기용하면서 영건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상황에서 루키 계약이 남아있는 젊은 유망주들의 공헌도는 결코 높다고 말할 수 없는 겁니다. 이건 5인 넷레이팅 조합부터해서 LEBRON 이나 RAPTORS와 같은 스탯을 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요.
20-21 시즌 시카고 선발 5인 라인업 넷레이팅
코비 화이트 - 잭 라빈 - 패트릭 윌리엄스 - 라우리 마카넨 - 웬델 카터 쥬니어
76분 출전. 오펜시브 레이팅 : 86.9 / 디펜시브 레이팅 : 104.2 / 넷레이팅 : -17.3
코비 화이트 - 잭 라빈 - 패트릭 윌리엄스 - 오토 포터 쥬니어 - 웬델 카터 쥬니어
59분 출전. 오펜시브 레이팅 : 110.5 / 디펜시브 레이팅 : 128.7 / 넷레이팅 : -18.2
코비 화이트 - 잭 라빈 - 패트릭 윌리엄스 - 라우리 마카넨 - 대니얼 개포드
47분 출전. 오펜시브 레이팅 : 91.7 / 디펜시브 레이팅 : 123.2 / 넷레이팅 : -31.6
시카고 팀 전체
오펜시브 레이팅 : 110.1 / 디펜시브 레이팅 : 113.0 / 넷레이팅 : -2.9
20-21 시즌 시카고 선수들 LEBRON
팀내 상위 4인
- 테디 영 : 1.91 (1.04 + 0.88) 특히 최근 4경기 평균 14득점 7.5어시(!?) 야투 26/42(62%)
- 덴젤 발렌타인 : 1.16 (-0.35 + 1.51)
- 대니얼 개포드 : 0.85 (-1.25 + 2.10)
- 가렛 템플 : 0.82 (0.24 + 0.57)
(잭 라빈 팀내에서 10번째 : -0.76 (1.27 + -2.02))
팀내 하위 5인
- 웬델 카터 쥬니어 : -1.07 (부상으로 이후 3주 이상 동안은 아웃)
- 챈들러 허치슨 : -1.23
- 라우리 마카넨 : -1.55
- 코비 화이트 : -3.41
- 패트릭 윌리엄스 : -4.36
LEBRON에서 상위 4인에 들어있는 영과 템플의 온오프 영향력은 굉장히 큰데, 이들은 RAPTORS에서도 팀내에서 각각 첫 번째, 두 번째로 영향력이 크다고 나옵니다. Cleaning the Glass를 봐도 그렇고요. 이들이 처음엔 상대 벤치와 상대하기 때문에 주전 멤버와 상황이랑 차이가 있지만, 이제는 도노반 감독도 타이트한 게임의 클로징 상황에서도 공수 균형잡힌 이 둘을 많이 기용한다는 점도 눈에 띄고요.
https://twitter.com/wontgottlieb/status/1357140906504200196
LEBRON 하위 5위 선수들 모두 루키 계약이 남아있는 어린 선수들인데요. 팻윌은 루키라 그렇다치고, 라빈은 화이트를 PG로 몰아주는 라인업에서 같이 뛰면서 손해보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고려해봤을 때 누구랑 붙이든 영건들끼리 라인업을 짜기가 너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건 근본적으론 젊은 선수들이 수비를 못하고 공격만 가능한 선수가 대부분이라는 점 그리고 공격이 가능한 선수들중에서도 뛰어난 패서는 없고 본인 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짓는 샷피니셔들이 많다는 점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한 경기 내에서 던질 수 있는 슈팅 기회는 한정된 상황에서, 모두가 좋은 오프볼 무브 움직임 가져가더라도 공격 마무리는 한 선수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슈팅 기회 몰아준다고 해서 그때마다 넣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 패스 많이 돌리면서 시도하는 공격은 수비가 단단한 강팀 상대론 당연히 덜 통하겠죠.
유일하게 바뀐 프런트가 뽑은 루키 팻윌 또한 여러 가지 상황을 맞춰줘야 하는데, 특히 퍼리미터 수비할 때 일대일 수비랑 스크린 대처 둘 다 약하기 때문에 윜사이드 수비수로 써야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계속 퍼리미터 수비수로 쓰는 건 좋지 않고요. 특히 오늘 닉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인 페이튼이 날라다니는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코비 화이트의 처참한 퍼리미터 수비이고, 5번 센터로 쓰는 마카넨 또한 드랍백을 가져갔을 때 무수히 많은 앨리웁 찬스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라빈은 온볼 수비는 발전했지만 여전히 스크린 대처를 못하고, 이번 닉스와의 시리즈에선 마크맨인 레지 블락이 오픈 슛들을 많이 놓쳐서 망정이지 여전히 오프볼 수비가 안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팀을 꾸린다고 했을 때 채워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은 상황인건데요. 여기서 어느 포지션을 보강해본다 이런 건 의미가 없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지금 팀의 문제점들을 여럿 해결해줄 정도로 좋은 선수는 트레이드 시장에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고 혹여나 나오더라도 그 가격이 비쌀거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다시 06년도에 8픽을 거머쥔 모리의 일화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또한 '탱킹'이란 걸 과거 힝키가 필라델피아에서 선보였던 그런 과격한 움직임이라 정의하지 말고, 예컨대 시카고의 올시즌을 예로 든다면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정말 잘해주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면서 사실상 플옵 진출을 포기하는 조치라고 해보겠습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시카고는 탱킹을 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죠.
탱킹을 하는냐 마느냐 여부는 몇년 전에 새롭게 바뀐 로터리 확률과 더불어, 드래프트 풀 또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기껏 성적을 낮추고 상위픽 먹어도 최상위권에 뛰어난 유망주들이 없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드랲에선 탑3의 재능 레벨은 작년보다 훨씬 낫다고 여겨지고 있고, G리그 유망주들까지 넓게 잡는다면 탑5 정도에선 좋은 선수들을 구할 수 있을거라 기대되고 있습니다. 꼴찌를 해도 탑4픽을 확보할 확률이 50% 조금 넘는 상황에서 당연히 꼴찌를 하려고 발버둥 칠 필요는 없겠지만, 이번 시즌 팀의 목표를 9위/10위 토너먼트 진출이 아니라 베테랑들 트레이드하면서 추가 미래 자산을 챙기고 자체 픽으로 또 다른 최상위권 유망주를 구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루트를 현 상황에서 당연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움직임을 반대하는 입장 또한 여러 가지 합당한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06년도에 로이를 둘러싸고 있었던 에피소드에서 포틀이나 휴스턴 말고, 미네소타에 집중을 해보았을 때 미네의 경우엔 당시 좋은 순위의 픽을 들고 로이 같은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픽다운에 나섬으로써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 겁니다. 즉 상위권 픽을 들고도 실패한 건데요. 시카고가 이번에 새롭게 프런트가 바뀌긴 했고 이들이 전 소속팀에서 좋은 드래프트 능력을 보여줬었으나, 앞으로 행사할 최상위픽 혹은 상위픽에 대해 높은 빈도로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장담을 못하겠고요.
영을 트레이드한다면 이렇게 백도어컷에 맞춰 패스 공급해줄 컨트롤 타워가 없어지는 거니 마카넨과 팻윌의 활발한 움직임 또한 많이 제한될 겁니다. 공수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있는 영이 없다면 큰 점수차로 뒤지는 가비지 게임도 지금보다 더 많이 나오면서 루징팀 분위기가 생길거고요. 또한 영의 공격 포제션을 나눠 받으면서 늘어난 공격 찬스에서 어느 선수는 무리한 공격 시도를 하고 그로 인해 나쁜 버릇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느 선택을 하든 그 선택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앞으로 불스의 성적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최소한 베테랑들은 데드라인에 트레이드하면서 리빌딩을 길게 가져가는 방향을 선택할 당위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고요. 탱킹을 선택하면 팀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는데 오래 걸린다는 식으로 말한 딘 올리버(농구에 데이터 분석을 도입한 선구자격 인물이죠) 코멘트에 대한 모리의 트윗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https://twitter.com/dmorey/status/906204536410275840"경험적으론 맞는 말이지만, 탱킹하는 팀들의 리빌딩이 오래 걸리는 건 (탱킹 그 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단) 상위권 픽을 거머쥐는 팀들 대부분이 형편없는 프런트를 가지고 있어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며 상위픽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요인 또한 고려를 해야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프런트가 능력이 있는 팀이라면 탱킹을 해서 상위픽을 얻는 방법은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탱킹이란 게 사람마다 정의도 다르고 또 이런 탱킹 이후에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두어야 만족할 수 있는지 등등 다양하겠지만, 그런 복잡한 걸 떠나서 저는 이 트윗을 볼 때마다 모리가 휴스턴에 있던 시절 브랜든 로이를 놓친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문단, 모리 사장의 트윗에 많이 공감이 갑니다.
상위픽을 얻어서 팀의 기둥이 될 선수를 하나둘 뽑으면 탱킹이 바로 끝날 것 같지만, 그게 쉽지도 않고 꼭 그렇지도 않죠. 픽을 모아서 다른 픽을 만들고, 악성 계약을 받아오면서 미래의 픽과 샐러리 여유를 만들고, 그렇게 뽑은 선수들 중에 또 옥석을 가려내고, 키워내고, 대형 매물이 나오는 순간 제대로 베팅하는 것.
이 일련의 작업들이 모두 프런트의 일이니, 프론트의 능력에 따라 탱킹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에요. 요즘 워싱턴이 유지리를 노린다는 루머도 결국, 프론트 중심의 최근 농구 추세를 반영하는 것 같구요.
시카고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dirichlet님의 글을 읽으니 더욱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네요. 정성 가득한 글 잘 읽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팀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묻어나서, 읽으면서 참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