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Free-Talk

종로에 있는 공평 이발소 추천

 
22
  2188
Updated at 2021-05-12 19:43:51

머리 잘라야겠다하고 돌아다니는데 종로에 영어로 바버샵 로고가 눈에 띄어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보니 요즘 우리가 말하는 바버샵 보다는 예전의 이발소 혹은 이용원이 더 어울리는 공간이었어요. 

바버샵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다금미 이용원이라던지 해외 유튜버들도 방문하는 성우 이용원 같은 느낌이었죠. 

솔직히 바버샵 로고만 보고 들어간 거라 살짝 당황했고, 괜찮으려나? 모험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발을 받았습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전반적으로 크게 만족하였습니다. 

하지만 호불호 있을 수 있는 부분과 이 가게의 특이한 특징들이 많아 한번 글을 남기고 싶었어요. 

 

 1. 사장님은 진짜 올드 스쿨 OG 

-투블럭을 싫어하십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얼굴 형에 맞춰 헤어스타일을 꾸며야지 누구나 다 투블럭 하는 걸 안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한참동안 그 부분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셨고, 사장님 본인은 신사머리라고 할 수 있는 그런 클래식한 스타일을 권하시는 편이었어요(예전 아나운서 스타일?). 

이런 스타일이 싫으시면 사진 같은 걸 가져가셔서 사장님과 의논해가며 컷을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사장님의 스킬에 대해선 의심할 바가 없어 저도 다음엔 그래보려구요. 스타일에 관해선 보수주의자 OG 올드스쿨 등등의 수식어를 붙혀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2. 스킬이 좋으십니다.

-예전에는 뭐든 일류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무조건 호텔로 가야했죠. 호텔에 일류 재단사들과 요리사들(특히 한국의 4대문파니 하는 중식 고수들은 대부분 호텔 소속이었습니다)이 모여있던 곳이여서 이발사들도 엔간한 솜씨론 호텔에서 명함 내밀기도 힘들었죠. 사장님은 제가 이름만 얼추 듣던 반도호텔 출신이시라고 합니다 ㅎㅎ 

미장원들과 바버샵들을 갈 때 제가 유심히 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바리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 바버샵에서는 라인을 얼만큼 잘 잡아주느냐입니다. 

사장님이 싫어하시는 투블럭은 커다란 스킬없이 (이 부분은 저도 반론 하고 싶은게, 바버샾 가면 투블럭을 하더라도 그라데이션과 라인을 칼같이 정리하기 때문에 고도의 스킬이 필요합니다) 옆 머리를 죄다 제초하는 식으로 되기 때문에 깍고 나선 이쁠 수 있어도 금방 머리가 지저분하게 되어 싫어하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주장처럼 사장님의 스킬은 화려하진 않아도 엄청 세심하세요. 바리캉은 옆 뒷머리의 라인만 잡아주는 용도, 나머지 잔머리 정리는 전부 가위로 처리하십니다. 경력이 느껴지는 가위질이었어요.

소싯적에 호텔 출신 이발사로써 각종 자격증이나 경연대회 심사위원도 보시고 학교에 초빙 강사로 가신적도 있다고 본인 PR 대단하셨어요 ㅎㅎㅎ 

 

3. 유튭에서 볼 수 있던 바버샵의 대부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잠 안 올 때 ASMR 식으로 해외 바버샵 영상을 자주 보는데요. 거기서 볼 때마다 부러웠던 게 바버들이 헤어 컷 이후에 면도로 잔 털 정리 해주는 것이라던지 마사지 보면서 저도 침 질질흘리게 되었는데요. 사장님도 헤어 컷 이후에 샴푸 중 마사지 -> 잔 털 정리 -> 간단한 얼굴 마사지 까지 해주셨어요.

마사지가... 대박입니다! 소름이 쫙~ 오르면서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원래 얼굴 마사지는 따로 추가금액(2만원)이 추가가 되는 것인데 손님이 없어서인지 제가 호기심에 이것저것 여쭤보면서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4. 깔끔한 기구들

-사장님의 경력이 오래되셔서 사장님의 장비들도 손때가 뭍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바리캉과 가위를 비롯한 각종 도구들이 굉장히 반짝 거리고 손질이 잘 되어 있습니다. 사용하시는 제품들도 고가 장비가 많다고 하시더라구요. 

 

5. 아직은 익숙치 않은 앞 샴푸

-보통 '샴푸 받는다' 생각하시면 샴푸 실로 이동하여 뒤로 누워서 샴푸를 받는다고 생각하시잖아요? 요즘 바버 샵들 가면 앉은 자리에서 의자만 뒤로 돌려서 샴푸를 하기도 하지만요.

여긴 올드 스쿨 방식으로 합니다. 헤어컷을 하고 바로 앞으로 몸을 숙여 사장님이 샴푸와 마사지를 해주시는 거죠. 심지어는 세수까지 시켜주세요 ㅋㅋㅋ 5-7살 이후로 누가 세수 시켜준 게 처음이었습니다 ㅎㅎ 

익숙치 않다보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숨 참는게 힘들기도 했습니다 ㅎㅎ 

 

6. 진짜 추억의 장소

-제 나이가 40대 들어가기 직전이라 예전 이발소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흰 바버복을 입은 아저씨들과 의자를 뒤로 한 껏 제껴놓고 면도받는 손님들. 이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그런 서비스를 받는 게 기분이 좋았어요. 끝나고 나면 주시는 요구르트 한병까지 ㅎㅎ 기억 속 어른들이 받던 그 서비스를 이젠 내가 받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추억이 다시 들고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특별한 경험을 한터라 제가 좋은 말을 많이 적어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유행과는 살짝 벗어나 있는 공간이다보니 헤어컷을 중점으로 가시는 분은 살짝 당황하실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 곳을 찾으실 분들은 원하시는 스타일을 먼저 사장님께 보여드리고 이렇게 컷이 가능한지를 상담 받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별 말 없이 받으시면 사장님 취향이 너무 들어간 헤어컷을 받으실 수 있어요 ㅎㅎ 

전 그나마 만족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모험을 싫어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아 참고로 컷 비용은 2만원입니다. 

제가 받았을 때는 말씀드린대로 컷 / 면도를 통한 잔털 정리 / 샴푸 및 마사지까지 포함이 된 금액이었구요.

얼굴 마사지는 2만원 더 든다고 하셨는데 얼굴 마사지와 전반적인 상체까지 마사지 해주시는 거 같았어요.


12
Comments
2021-05-12 21:42:48

아 가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런데 머리를 앞으로 숙여서 샴푸받는게 단점이네요.

 

요즘 같은 경우에는 선크림도 들고 가서 다시발라야되고. 불편하더라구요.

 

 

WR
2021-05-13 01:49:52

네 저도 당황했어요 ㅎㅎ
어라? 하다가 바로 어푸어푸 ㅋㅋㅋ

그래도 세수까지 하고 얼굴에 알로에 로션같은 거 발라주시니 괜찮았던 거 같구요

아 참 그리고 왁스 포마드 이런 거 없어보였습니다. 제가 못 봤을 수 있지만 스프레이만 봤던 거 같아요
얼마나 올드 스쿨인지...

2021-05-12 22:01:56

와 예전에는 그러고 보니 당연히 앞으로 숙여서 머리감았네요. 이발소 다닐때는요

WR
2021-05-13 01:51:20

전 구래도 앞 샴푸 세대는 아니라서 놀라긴 했어요 ㅎㅎ
유튭에서 많이 보긴 했는데 직접 해보니 솔직히 불편한 감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후에 면도나 마사지를 한다면 당연히 감수해야할 장점이 되겠죠

2021-05-12 22:03:16

앞샴푸가 찐이죠! 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제가 자르는건 사이드파트라 그건 왠만치 잘하실 것 같은데

그렇다면 2만원은 정말 혜자스러운 커트 가격입니다.

저를 담당하시는 바버님께는 죄송(?)하지만 종로 갈 일 있으면 한 번 도전해봐야겠네요 :)

WR
2021-05-13 01:54:52

네 정말 혜자스런 가격입니다 ㅎㅎ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저도 풀 코스로 받아보려구요.

근데 요즘 바버샵과는 달리 진짜 이발소에 가신다는 건 감안하고 가셔야 실망 안하실 거에요 ㅎㅎ
이 가격에 이런 부가 서비스도 있나? 이런 거에 제가 더 놀라고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일 수도 있어서 이 사업장을 조심스레 추천드릴 수 밖에 없네요
호불호가 분명 있을 거 같아서요 ㅎㅎ

만약에 하신다면 면도 정도 생각하고 가시면 더 만족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Updated at 2021-05-13 01:52:34

글쓴분과 거의 동년배인 것 같은데, 머리는 이발만 하는걸로 아는 아~ㄱ성 곱슬이라 신기한 세계를 본 느낌이네요. 와이프도 그냥 아무데나 가서 무조건 짧게 깎으라고만 하거든요.

다만 의미상 바버샵=이발소인데 전혀 다른 세계로 인식된다는게 재미있네요

WR
2021-05-13 02:02:27

한국에서는 미장원과 예전 퇴폐 업소들 때문에 자리를 많이 뺏겼지만...

제가 외국 영화 보면서 바버샵 나올 때마다 신기했던 게 손님이랑 머리 자르면서 nba이야기 하고 옆 자리 손님은 시가 피면서 면도 받다가 반박하고 그런 게 되게 멋있었어요 ㅎㅎ 저게 신사들의 사교공간이구나 하구요.

외국에는 아직도 이런 공간들이 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규모 큰 곳들은 시가 나이트나 위스키 나이트 같은 거 하면서 머리 안 자르더라도 면도나 마사지 받으며 수다 떨기도 하구요 ㅎㅎ

2021-05-13 06:10:40

종각역 북쪽 3층에 있는 이발소 맞죠? 회사 근처라 본 적이 있었는데 가봐야겠네요 마침 미용실 단골 찾던 중이라 너무 유용한 정보입니다 상세한 후기 공유 감사합니다

WR
2021-05-13 08:16:23

네 맞을 거에요. 1층 편의점있던 건물

2022-02-17 16:05:44

주신 정보보고 갔다가 만족해서 오랜만에 다시 갔더니 이발소가 없어졌네요 폐업인지 이전인지 모르겠습니다...

WR
2022-02-18 21:23:41

없어졌나요? ㅠㅠ 어쉽습니다
실은 제가 지금은 호주로 이주해서 살고 있어 저 때 한번 가보고 못 갔어요.

없어져서 아쉬우시다면 코리아나 호텔 바버샵 가보시겠어요? 여긴 2만 5천원이었어요.
공평이발소 사장님과는 달리 여기는 좀 더 체계적이라 이발 자체는 여기가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사지 이런 건 확실히 좀 약했지만요

21:30
 
599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