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있는 공평 이발소 추천
머리 잘라야겠다하고 돌아다니는데 종로에 영어로 바버샵 로고가 눈에 띄어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보니 요즘 우리가 말하는 바버샵 보다는 예전의 이발소 혹은 이용원이 더 어울리는 공간이었어요.
바버샵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다금미 이용원이라던지 해외 유튜버들도 방문하는 성우 이용원 같은 느낌이었죠.
솔직히 바버샵 로고만 보고 들어간 거라 살짝 당황했고, 괜찮으려나? 모험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발을 받았습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전반적으로 크게 만족하였습니다.
하지만 호불호 있을 수 있는 부분과 이 가게의 특이한 특징들이 많아 한번 글을 남기고 싶었어요.
1. 사장님은 진짜 올드 스쿨 OG
-투블럭을 싫어하십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얼굴 형에 맞춰 헤어스타일을 꾸며야지 누구나 다 투블럭 하는 걸 안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한참동안 그 부분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셨고, 사장님 본인은 신사머리라고 할 수 있는 그런 클래식한 스타일을 권하시는 편이었어요(예전 아나운서 스타일?).
이런 스타일이 싫으시면 사진 같은 걸 가져가셔서 사장님과 의논해가며 컷을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사장님의 스킬에 대해선 의심할 바가 없어 저도 다음엔 그래보려구요. 스타일에 관해선 보수주의자 OG 올드스쿨 등등의 수식어를 붙혀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2. 스킬이 좋으십니다.
-예전에는 뭐든 일류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무조건 호텔로 가야했죠. 호텔에 일류 재단사들과 요리사들(특히 한국의 4대문파니 하는 중식 고수들은 대부분 호텔 소속이었습니다)이 모여있던 곳이여서 이발사들도 엔간한 솜씨론 호텔에서 명함 내밀기도 힘들었죠. 사장님은 제가 이름만 얼추 듣던 반도호텔 출신이시라고 합니다 ㅎㅎ
미장원들과 바버샵들을 갈 때 제가 유심히 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바리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 바버샵에서는 라인을 얼만큼 잘 잡아주느냐입니다.
사장님이 싫어하시는 투블럭은 커다란 스킬없이 (이 부분은 저도 반론 하고 싶은게, 바버샾 가면 투블럭을 하더라도 그라데이션과 라인을 칼같이 정리하기 때문에 고도의 스킬이 필요합니다) 옆 머리를 죄다 제초하는 식으로 되기 때문에 깍고 나선 이쁠 수 있어도 금방 머리가 지저분하게 되어 싫어하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주장처럼 사장님의 스킬은 화려하진 않아도 엄청 세심하세요. 바리캉은 옆 뒷머리의 라인만 잡아주는 용도, 나머지 잔머리 정리는 전부 가위로 처리하십니다. 경력이 느껴지는 가위질이었어요.
소싯적에 호텔 출신 이발사로써 각종 자격증이나 경연대회 심사위원도 보시고 학교에 초빙 강사로 가신적도 있다고 본인 PR 대단하셨어요 ㅎㅎㅎ
3. 유튭에서 볼 수 있던 바버샵의 대부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잠 안 올 때 ASMR 식으로 해외 바버샵 영상을 자주 보는데요. 거기서 볼 때마다 부러웠던 게 바버들이 헤어 컷 이후에 면도로 잔 털 정리 해주는 것이라던지 마사지 보면서 저도 침 질질흘리게 되었는데요. 사장님도 헤어 컷 이후에 샴푸 중 마사지 -> 잔 털 정리 -> 간단한 얼굴 마사지 까지 해주셨어요.
마사지가... 대박입니다! 소름이 쫙~ 오르면서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원래 얼굴 마사지는 따로 추가금액(2만원)이 추가가 되는 것인데 손님이 없어서인지 제가 호기심에 이것저것 여쭤보면서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4. 깔끔한 기구들
-사장님의 경력이 오래되셔서 사장님의 장비들도 손때가 뭍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바리캉과 가위를 비롯한 각종 도구들이 굉장히 반짝 거리고 손질이 잘 되어 있습니다. 사용하시는 제품들도 고가 장비가 많다고 하시더라구요.
5. 아직은 익숙치 않은 앞 샴푸
-보통 '샴푸 받는다' 생각하시면 샴푸 실로 이동하여 뒤로 누워서 샴푸를 받는다고 생각하시잖아요? 요즘 바버 샵들 가면 앉은 자리에서 의자만 뒤로 돌려서 샴푸를 하기도 하지만요.
여긴 올드 스쿨 방식으로 합니다. 헤어컷을 하고 바로 앞으로 몸을 숙여 사장님이 샴푸와 마사지를 해주시는 거죠. 심지어는 세수까지 시켜주세요 ㅋㅋㅋ 5-7살 이후로 누가 세수 시켜준 게 처음이었습니다 ㅎㅎ
익숙치 않다보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숨 참는게 힘들기도 했습니다 ㅎㅎ
6. 진짜 추억의 장소
-제 나이가 40대 들어가기 직전이라 예전 이발소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흰 바버복을 입은 아저씨들과 의자를 뒤로 한 껏 제껴놓고 면도받는 손님들. 이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그런 서비스를 받는 게 기분이 좋았어요. 끝나고 나면 주시는 요구르트 한병까지 ㅎㅎ 기억 속 어른들이 받던 그 서비스를 이젠 내가 받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추억이 다시 들고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특별한 경험을 한터라 제가 좋은 말을 많이 적어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유행과는 살짝 벗어나 있는 공간이다보니 헤어컷을 중점으로 가시는 분은 살짝 당황하실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 곳을 찾으실 분들은 원하시는 스타일을 먼저 사장님께 보여드리고 이렇게 컷이 가능한지를 상담 받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별 말 없이 받으시면 사장님 취향이 너무 들어간 헤어컷을 받으실 수 있어요 ㅎㅎ
전 그나마 만족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모험을 싫어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아 참고로 컷 비용은 2만원입니다.
제가 받았을 때는 말씀드린대로 컷 / 면도를 통한 잔털 정리 / 샴푸 및 마사지까지 포함이 된 금액이었구요.
얼굴 마사지는 2만원 더 든다고 하셨는데 얼굴 마사지와 전반적인 상체까지 마사지 해주시는 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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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런데 머리를 앞으로 숙여서 샴푸받는게 단점이네요.
요즘 같은 경우에는 선크림도 들고 가서 다시발라야되고. 불편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