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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은 머글이 아니에요!!! (감동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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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22:42:27

안녕하세요? 매니아 형님자매님들

 

지나가던 후디멜로입니다. 어그로를 끌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개인적으로 너무 기쁜 말을 들어서 한잔하고 매니아 눈팅하다가 글을 적습니다.

 

짧고 간결하게 적으려 몇번을 수정했는데... 마음에 들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운동선수 출신) 국어교사입니다.

 

그마저도 임용시험에 실패한 기간제 교사입니다.

 

 

오늘 대부분 고3학생의 수시접수가 마감되었습니다.

 

대입이 워낙 자주 바뀌니 어렵습니다만 올해는 대부분 학생이 자기소개서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고2를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현 고3학생들을 수업했었고

 

담임선생님에게 소외된(?) 학생들이 저를 많이 찾았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약 20명 이상의 자소서를 수정하고 보완한 것 같습니다.


 

'멜로쌤이 자소서 봐준다는데?'라는 것이 소문으로 돌고 있을 때

 

한 학생이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혹시 제 자소서 좀 봐주실 수 있나요?"

 

의외였습니다. 이 학생이 비록 좋은 내신등급을 가지고 있진 않아도

 

충분히 모든 선생님에게 사랑받을 만큼 수업태도가 좋고 예의 바른 학생이었거든요.

 

저는 얘기 했습니다.

 

"보자...수정을 조금 했니? 다른 선생님들이 도와주셨어?"

 

"아니요... 다들 바쁘시다고..."

 

심지어 이 학생은 올해 담임, 작년 담임교사가 국어선생님이 었어요...

 

그냥 이유 없이 화가 났습니다.(그거 봐주는 것이 그렇게 힘든가...)

 

그래서 학생의 글을 읽으며, 학생이 어떤 의도로 이러한 에피소드를 적었고

 

어떤 의도로 이런 내용을 적었는지 들어보며

 

어떤 학교의 어떤 학과를 위한 자소서인지 학교의 입학처에 들어가서

 

원하는 인재상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자잘한 조언과 수정을 했습니다.

 

(사실 저에게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똑같은 노력과 최대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접수가 마감되었습니다.

 

 

저녁 급식 지도(거리두기 및 마스크 벗고 대화 자제)를 하고 제 자리에 오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밀키스가 놓여있고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머글이 아니에요. 언어의 마술사잖아요!'

 

해리포터를 읽어보시거나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실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제 소개를 '호그와트를 꿈꾸는 머글'이라고 했었습니다.

 

재능이 없기에 노력하고 열심히 산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어요.

 

 

이 학생은 제가 수업시간에 흘리듯 지나간 말들을 기억했고

 

그 말들로 저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었어요...

 

 

눈물이 찔끔하더라구요...

 

 

이 학생이야 말로 언어의 마술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이유로 올해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 친구의 말이 너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친구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저로 인한 것이면 더 좋겠지만요)

 

 

이런 필력으로 아이들의 꿈과 관련된 글을 봐준다는 게 아이러니 합니다.

 

너무나 꿈꿔왔던 직업에서 너무 큰 보람을 느껴 잠시 주절했습니다.

 

매니아 형제자매님들도 보람찬 시간을 보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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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20-09-28 22:55:51

 삶 속에서 온 순간으로 사랑받는 짜릿한 기억들이 있는거 같아요.

그리고 그건 아마 멜로님이 정말 사람을 아껴서 오는 순간일거라 믿습니다.

 

WR
2020-09-28 23:15:20

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모든 학생들을 아끼거든요.. 사람사랑님의 닉넴임과 일치하는 좋은 말씀들었습다.

1
2020-09-28 22:57:58

다른 의미로 마법사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감동추네요...!

WR
1
2020-09-28 23:16:08

감사합니다...
애들은 제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1
2020-09-28 23:27:10

이성으로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1
2020-09-28 23:43:12

참스승이시네요
저도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는데 저런말 들으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네요

WR
2020-09-29 08:58:12

참스승이 목표입니다.

힘든 일도 많지만 이런 일도 있으니 즐겁습니다.

1
2020-09-28 23:50:45

보면서 미소가 지어지는 글 이네요
좋은 선생님 되실꺼에요!

WR
2020-09-29 08:58:24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1
2020-09-29 00:53:04

2020년도 보람차셨습니다

WR
1
2020-09-29 08:59:03

벌써 2020년 다 살았나요? 감사합니다.

1
2020-09-29 05:43:15

누구보다 뜨거운 남자.. 역시멜신..

WR
2020-09-29 08:59:17

역시 멜신

2
2020-09-29 08:17:06

??: 선생님은 머글이 아니에요. 언어의 마술사잖아요! 도비..도비가 맞아요!

WR
2020-09-29 08:59:45

도비.....도비.....

 

도비가 아닙니다.

WR
2020-09-29 21:25:29

덕분에 MVP 달성해봅니다. 감사합니다.

2020-09-29 19:22:10

멋있으십니다! 작년 고3이라서 저런 기분 이해할것 같습니다.

WR
2020-09-29 21:25:48

감사합니다. 더 좋은 교사가 되겠습니다~

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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