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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L] 싸움만 잘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인포서'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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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18:11:51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4478748&sca=&sfl=wr_subject&stx=ì¸ì&sop=and&scrap_mode=

 

LEORZA님의 글과 같이 연계해서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아이스하키 하면 보통 떠올리는 게 싸움이죠? 

그래서 어제 게시판에 인종차별 문제로 난투극 일어난 것에 대한 연장선(?)으로 스팀도 뺄 꼄 아이스하키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싸움꾼들의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1. 왜 싸우는가?

아이스하키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놀라는 점은 경기의 스피드입니다. 경기 자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축구와도 비슷하지만 빙판길을 풀 스피드로 스케이팅을 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TV 중계를 볼 때 가장 따라가기 힘든게 '퍽이 어디에 있지?' 이기도 하죠 (워낙 퍽은 작고 선수들은 떡대가 좋아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빙판을 스케이팅을 하다보니 정상적인 수비방식이 나올리가 만무합니다. 

상대방의 스틱에서 퍽만 빼내거나 상대방 스틱을 쳐 올려서 퍽을 흘리는 고급 기술이 있긴 하지만 가장 간편한 방법은 "어깨 빵"이죠 ㅎㅎ

문제는 무거운 보호장구들을 차고 다니느라 힘든데 경기 중에 4-5번씩 어깨 빵을 맞다보면 성질이 납니다. 

그러다보니 싸움이 많이 나는 스포츠라고 (캐나다인들이) 핑계를 댑니다.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유럽의 하키 리그들 (경기 중 싸움은 NHL만 허용하고 있습니다)은 실제로 악질 적인 파울의 빈도가 높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싸움이 없던 시절에는 선수들 끼리의 감정이 악화 되었을 때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다보니 비열한 반칙들이 성행했고, 심지어는 이런 반칙들이 한 경기에서 계속 이어지자 1905년에 한 선수가 하키채로 상대팀의 로린이라는 선수의 머리를 찍어 버리는 이른바 뚝배기 깨기를 시전한 중대한 사건이 나오게 됩니다 ㅜㅜ

로린은 24시간 후에 숨을 거뒀고 사무국은 이런 비극을 막고자 안전 장치를 고안하게 되고 이게 싸움의 허용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 그럼 어떻게 싸우는 가? 

링크에 걸린 글만 봐도 나오지만 싸움의 룰은 간단합니다.

-싸우려는 선수 둘의 상호 동의가 있을 것

-먼저 싸움 거는 선수는 페널티 (후술할 인포서는 이로 인해 싸움 전 두 선수가 동시에 장갑을 벗습니다)

-장비로 가격은 절대 안됨. 장갑도 벗고 싸움을 할 것

-심판들은 싸우는 두 선수를 잘 지켜보다가 한 선수가 다운되면 바로 중재

 

하키 경기 보러갔다가 뜬금없이 복싱경기도 보게된 (심지어는 빙판에서!) 관중들은 환호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 하키는 경기 자체보다 싸움이라는 자극적인 컨텐츠로 유명해지게 되죠 ㅎㅎ 

 

 

3. 싸움의 기술 

빙판의 복싱은 관객을 끌기엔 좋은 요소지만 싸움에서 이겼다고 골 하나를 내주거나 하지 않습니다.

경기와의 무방한 그저 헤프닝으로 끝나고 말죠. 

그럼 이 싸움을 가장 잘 활용한 팀은 어딜까요? 

70년대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는 선수단 전체를 싸움꾼들로 채웁니다. 

그리고 경기 중 틈만 나면 상대방과 싸움을 붙히는 방식의 기상천외한 경기 방식을 고수합니다.

플라이어스와 상대한 선수들은 격렬한 바디 첵과 주먹(?)을 온 몸으로 받다보니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피폐해지고 떡대 좋은 플라이어스 선수들은 승리를 거둡니다. 

이른바 싸움을 기선 제압용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성공을 이룬 사례라고 할까요?

플라이어스는 곧 "대로변의 불한당들 (Broad street Bullies)"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73년-74년 백투백으로 스탠리 컵을 들어올리는 챔피언이 됩니다. 

이 때 부터 플라이어스를 제외한 각 팀들은 싸움꾼의 중요성을 알게되어 전문적으로 육성하게 됩니다

 

4. 전문 싸움꾼 인포서

그렇게 탄생한 직군이 인포서입니다. 인포서들이 하는 일들은 간단합니다.  

-누가 우리 편 에이스를 다치게 한다? -> 가서 싸운다

-누가 우리 편 에이스에게 시비 턴다? -> 가서 싸운다

-경기가 루즈해져 관객들이 지루해한다 -> 가서 싸운다

-우리 편 애기가 실수로 상대 선수 부상입혔다? -> 가서 싸운다 

-누가 우리 편.... -> 가서 싸운다

 

빙상 위 전문 파이터라고 명함을 써도 될 정도의 이 인포서들은 팀의 바운서이자 보디가드를 맡게 되었으며

어찌 보면 가장 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관계로 팀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실력 좋은 인포서들은 팀의 주장을 맡는 경우가 많았죠.

 

여기서 잠깐 퀴즈. 

역대 최고의 아이스 하키 선수는 누구일까요?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다시피 웨인 그레츠키입니다. 

이 웨인 그레츠키가 에드먼튼에서 LA로 이적을 할 때 그레츠키는 계약서에 한가지 조항을 요구합니다.

바로 에드먼튼에서 자신을 보호하던 인포서인 마티 맥솔리를 함께 데려가야만 LA로 이적을 하겠다는 조항을 넣었죠. 자신과 함께 골을 넣던 스타 플레이어인 메시에가 아닌 보디가드 맥솔리를 데려간 겁니다.

그만큼 인포서들이 판을 치던 80-90년대의 NHL은 정글과 같은 야수성을 띄었으며 인포서의 존재는 필요악으로 인식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역 최고 스타 중 하나인 시드니 크로스비는 커리어 내내 격렬한 바디 쳌으로 인한 뇌진탕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아직 팔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크로스비는 실제로 은퇴를 우려할 만한 부상들로 고생했으며, 은퇴한 인포서들은 "어째서 아무도 크로스비를 보호하는 선수가 없는가?" 하고 피츠버그 구단의 인포서 부재를 지적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인포서들의 하키 실력은? 

아시다시피 하키의 공격수들은 극심한 체력 소모로 인해 1라인 부터 4까지 4개의 라인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중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은 1,2 라인에 포진되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리고 나머지 3~4의 라인에 이런 인포서와 수비 전문 공격수들이 포진되어 1,2 라인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돕죠. 

따라서 인포서들은 하키 실력이 출중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수비 열심히 하다가 상대방 멱살 잡고 투 쓰리  펀치 날려주면 할 일 다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하키 선수를 꿈꿨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인 NHL 레벨에 들어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눈물을 머금고 인포서 일을 전담하게 됩니다.

 

5. 싸움꾼의 눈물

이러다보니 인포서의 훈련 루틴은 하키 선수로 당연히 해야할 팀 프랙티스와는 별도로 개인 훈련 시간에 격투 기술을 배우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얼음 위에 살아야 하는 하키 선수가 비 시즌에 얼음 한 점 없는 플로리다 같은 곳에 가서 MMA 도장이나 복싱 체육관에서 구슬 땀을 흘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죠. 

 

또한 부상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2011년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인포서 데릭 보가드가 심각한 뇌 손상을 앓고 있었음이 알려지고 그 시기 은퇴한 최소 다섯 명의 인포서가 뇌 손상으로 고생했다고 하죠. 

이런 심각한 문제들과 함께 미디어에서 비난 하는 하키의 폭력성이 꾸준히 지적되다보니 (특히 후술할 폭력사태) NHL은 점점 싸움에 제동을 걸게 됩니다. 

 

밥 줄이었던 싸움박질이 점점 줄어드니 인포서들은 심각한 고용 불안에 떨게 됩니다 

선수단에 인포서로 떡칠을 했던 대로변의 불한당 시절은 옛 이야기고 이제는 선수단에 인포서를 1-2명 찾아보기도 힘들어집니다. 

 

재밌는 부분은 인포서들은 상대 팀의 인포서들과 싸움이 붙을 경우가 많은 지라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일 것 같지만 인포서들끼리는 서로 사이좋게 지냈다고 합니다. 

직업 상 동료들을 제외한 같은 직종 동종업계들에게 미움을 받는 일이 많은 특성 상, 동변상련이라 할까요?

경기장에서는 서로 죽어라 빤찌 날려도 싸움이 끝나면 서로 웃고 넘기고 맥주 마시러가는 일이 많았다는 거죠. 

 

https://www.youtube.com/watch?v=S_Z4qd7m1BY

(싸움이 끝나고 환하게 하이파이브 날리는 일본 만화의 주인공들?)

 

따라서 싸움이 일어나지 않으면 자신의 직업이 사라질 위험이 사라질 인포서들은 서로 짜고 싸우기도 합니다 

"브로! 나 이번 경기에도 일 없으면 나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지도 모름 ㅜㅜ 한번만 싸우자"

"아 ㅜㅜ 나 그제 치과에서 임플란트 박았는데 오늘 꼭 해야함?"

"우리 애기 담 주가 생일이야. 한번만 도와줘 ㅜㅜ"

"ㅜㅜ 알씀 (퍽!퍽!퍽!)"

 

이런 방식으루요 ㅎㅎ

 

6. 멸종 위기의 싸움꾼들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 하키에서 싸움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가장 큰 도화선이 된 계기는 한국 신문에도 올라온 적 있는 밴쿠버 커넉스와 라이벌인 콜로라도 애벌런치 사이에 벌어졌던 "스티브 무어 사건"입니다.

 

https://namu.wiki/w/ë°´ì¿ ë² ì»¤ëì¤#s-2.3.3

(NHL 최악의 폭력 사건이라 하는 스티브 무어 사건의 자세한 전말) 

 

2003년 초반의 밴쿠버와 콜로라도는 NHL 최고의 인기 팀들 중 하나로써 지구 라이벌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콜로라도의 루키 센터인 스티브 무어가 밴쿠버와의 경기 중 밴쿠버의 에이스인 내슬런드에게 바디 쳌을 가했는데 이게 머리 쪽으로 들어가 내슬런드가 목이 꺽이며 눈이 찢어지고 3경기를 결장하게 됩니다. 

이후 경기에서 밴쿠버에서 한 성깔 하는 포워드인 버투지가 (인포서는 아니지만 한 성깔하고 한 주먹 했습니다) 장갑을 낀 채로 뒤에서 무어를 가격하여 무어가 뇌진탕으로 쓰러지게 되죠

이 때 입은 부상으로 무어는 선수 생활을 은퇴하게 되고 버투지는 17개월의 기나긴 중징계와 함께 무어와 소송전까지 벌이며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미디어는 하키의 폭력성에 대해 십자포화를 날리게 되고 NHL에서 싸움은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7. 싸움이 없어지는 하키?

공룡과 같이 인포서는 점점 사라져가며 인포서들은 자신의 역할 수비 전문 선수로 바꾸거나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남은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현역 중에서 예전처럼 전문 인포서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하키에서 싸움이 점점 사라져갑니다. 

 

실제로 제가 겪은 일화로 18년도에 시카고에서 제가 직관을 가서 하키를 볼 때 홈 팀 시카고와 원정 팀 밴쿠버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더군요. 02년에 하키를 접한 저는 (네. 6번 무어 사건의 그 쯤 입니다) 습관적으로 "싸워라! 짝! 싸워라! 짝!" 을 외쳤더니... 주변이 갑자기 싸해지며 저를 쳐다보기 시작하더군요 ㅎㅎ 

다행히 저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있었는지 조심스레 "그래에! 왜 안 싸우는 거야?" 라고 외쳐줘서 무사히 넘어갔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

 

하지만 개버릇 못 준다고 요즘 다시 하키판에는 싸움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CTUVOAM20TA

(요즘 가장 치열한 라이벌리인 캘거리와 에드먼튼의 라이벌전. 배틀 오브 알버타)

 

https://www.youtube.com/watch?v=rcamX6oRvmg

(15살 차이나는 같은 러시아 국적 후배인 스페츠니코프를 쥐잡듯이 잡는 NHL 수퍼스타 오베츠킨

손흥민이 챔스에서 이강인 만나서 두들겨 패는 격 ㄷㄷㄷ)

 

마지막으로 제가 봤던 하키 싸움꾼 중에 인포서는 아니지만 가장 인상적인 싸움꾼 쿠체의 영상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2rROVizLJM

 

이 선수는 특이하게도 싸움과는 가장 동떨어져 있는 골리이면서 틈만 나면 상대방 골리 멱살 잡던 친구입니다; 경기 뛰다가 심하게 지고 있으면 갑자기 골키퍼가 자기 골문 버리고 상대 키퍼 멱살 잡고 주먹 휘두르고 있습니다 -ㅁ- 유튜브에도 Cloutier vs 로 검색을 하면 그의 화려한 전적을 볼 수 있죠.

응원팀 골리였는데 실력은 평균 인데 이런 사고를 많이 쳐서 뒷목 잡을 적이 많네요 ㅋㅋ 

 

 

 

넷플릭스에는 이 사라져가는 인포서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Ice Guardians' 라는 다큐를 만들었습니다. 

재밌게 만든 다큐이니 흥미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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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8-07 18:51:51

UFC선수가 스케이트 배워서 전향하면..

2020-08-07 19:06:37

몽둥이 휘둘러야되니까 검도가 낫지 않을까요?

WR
2020-08-07 21:09:26

님 스틱으로 뚝배기 깼다가 사람 죽었다 했잖아요 ㄷㄷㄷ

 

요즘 시기에 스틱으로 뚝배기 깨면 데뷔와 동시에 은퇴에 바로 고소장 날아와요 ㄷㄷ

 

참고로 뚝배기깨서 사람 죽인 선수는 철도 까는 일 하다가 쓸쓸하게 돌아가셨다고 해요 

WR
2020-08-07 21:07:43

NHL이 NBA처럼 소프트 캡이 아닌 하드 캡 시스템이라 실은 돈 많이 못 법니다 ㅎㅎ 

인포서면 그래도 핫바리 수준이라 차라리 인포서들이 은퇴 후 UFC 가는게... 

2020-08-07 20:47:25

요새 NHL도 버블 비슷하게 진행중이던데 싸움은 계속 하나요? 심판이 마스크 주고 요이땅! 하나 

WR
2020-08-07 21:10:36

제가 요즘 하일라이트로만 봐서 잘 모르겠네요 ㅎㅎ 

영상 링크 한 배틀 오브 알버타를 NHL에서 연습 경기 붙혀놨는데 그 때는 또 애들이 한따까지 했습니다. 

캘거리 애들이 거칠어요 참 ㅎㅎ 

 

 

2020-08-08 16:36:11

말씀하신 ice guardians 재밌게 보고
관련 글도 매니아에 썼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인상적인 멘트는
"난 싸움을 보러왔는데 하키도 하네???"라는 관중들의 조크였네요

WR
2020-08-08 17:01:13

아 감사합니다!! 님이 써주신 글 보고 저도 아이스가디언 봤었어요 ㅎㅎ

넘 재밌게 봤는데 이제야 감사 인사드리네요

2020-09-10 15:22:06

말씀하신 ice guardians (아이스링크의 파이터들) 정말 재미있죠!

미국에 있을때 친한 미국인친구 중에 마이너리그 4부리그정도에서 선수생활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결국 싸울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하체가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많은 싸움들이 자세히 보면 몸이 흔들리다보니 제대로 들어가는 펀치가 없잖아요. 그리고 멱살잡은 손을 어떻게 이용해야 제대로 칠 수 있는지 이런거 설명해주는데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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