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니 윙몸농구: 칼라일의 2가드-2윙-1빅 라인업
4연패는 정말 당하고 싶지 않았는데, 백투백 경기에 할리버튼에 이어 터너마저 결장, 상대는 워리어스. '이건 안 봐도 졌다'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농알못이었습니다. 요 몇 경기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NBA 팬들에게는 '레이커스에 이어 워리어스를 잡은 겁없는 루키'로 기억될 앤드류 넴하드의 활약으로 이겼습니다.
넴하드, 제가 농알못이었습니다.
일단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가져와보죠. 눈이 부셔서 볼 수 없군요.
https://twitter.com/Pacers/status/1600007533762158592
시즌 개막 후 넴하드가 슬금슬금, 이어서 성큼성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몇 번 '제가 잘못 봤습니다'라는 글을 적었습니다만... 오늘은 좀 제대로 반성해보겠습니다. 아래는 제가 지난 7월 16일 페이서스 써머리그를 다 본 다음에 적어본 글입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nbatalk&wr_id=9034773
이 중에서 넴하드 부분을 옮겨와보죠.
넴하드
'아무래도 글을 써야겠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 선수인데요. 진짜.... 못합니다. 저는 대체로 애초에 선수가 못하는 걸로 그렇게 탓을 하는 편은 아닙니다. 못하는 걸 계속 하려고 한다거나 다른 팀원을 활용하지 못하거나 하는 걸 탓하는 편이죠. 그런데, 이 선수는 기량 자체가 좀 의심스럽습니다. 31픽으로 뽑혔는데, 보고 있으면 언드래프티도 이거보단 잘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6-4의 '퓨어 포인트 가드', '픽앤롤 마스터'가 이전의 하이라이트 필름 보고 했던 제 생각인데요. 이 선수가 뭘 못하느냐. 일단 써머리그 수준에서 공 운반이 안 됩니다. 놀랍지만 진짜입니다... 조금만 압박이 가해져도 무너지고, 한 명만 붙어도 어쩔 줄 모르고, 그런 게 반복되다 보면 혼자서도 흘립니다. (원래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다 보니 다른 모든 플레이가 안 됩니다. 슛도 안 되고, 픽앤롤은 고사하고 엔트리 패스조차 안 됩니다. 하긴 PG가 공 운반이 안 되는데 다른 뭐가 되겠나요...
뽑았을 때 제 희망은 '아, 이 선수가 할리버튼 쉴 때 들어와서 5-10분 정도라도 같은 스킴으로 팀을 돌려주면 되겠구나.'했는데요. 오... 안 됩니다. 현 상태로라면 이 선수는 가비지 멤버로도 코트를 밟기 어렵습니다. 정식 계약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당장은 지리그에서 시작해야 하는 선수로 보입니다.
즉, 할리버튼의 백업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맥코넬이 있긴 한데, 지금 로스터에 리딩이 주역할인 가드는 맥코넬 뿐이라는 게 좀 걱정스럽네요.
하... 지금 보니, 진짜 제가 농알못입니다. 후, 미안해요, 넴하드. 써머리그 때 그냥 쫄은 척해서 실력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제가 그런 큰 뜻을 못 알아보고...
변명해보자면, 써머리그 때 넴하드는 정말 최악이었단 말이에요. 시범 경기 때도 여전히 좀 얼타는 모습이었는데, 정규 리그 시작하고 조금씩 분위기 끌어올리더니... 써머리그 때만 해도 '긴장해서 아무 것도 못하는 선수'였는데, 지금은 '완전 강심장으로 침착하게 상대팀에 대거를 꽂는 선수'가 됐네요. 불과 몇 달 만에 이렇게 변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무튼, 도게자는 이 정도로 해두겠습니다.
이가 없으니 윙몸농구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제일 재미있는 건 이 부분이었습니다. 시범경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칼라일 감독은 대부분 3가드 2빅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가끔은 4가드 1빅까지 가는 스몰 라인업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어... 그러니까 윙 없는 농구를 했죠. 모든 포지션을 윙으로 채우는 팀이 있을 만큼, 윙 천국시대라는 요새 같은 때 말이죠.
그래서 이긴 경기도 있었지만, 최근 몇 경기는 피지컬에서 밀리면서 크게 진 경기도 많았고요. 이 정도로 질 거라면 윙을 좀 써보는 건 어떨까 했는데요.
할리버튼, 터너에 이어 맥코넬까지 빠지고 나니, 드디어 윙을 쓰기 시작하네요. 이게 뭐랄까... 윙을 쓰고 싶어서 윙을 쓴다기보다는, 선수들 전체를 오버올 능력치로 줄 세웠을 때, 위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결장하니, 차선책인 선수들을 쓰는데, 마침 그 선수들이 윙이었다 같은 느낌이긴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늘은 2가드, 2윙, 1빅의 라인업이 돌아간 시간이 많았습니다. 특히 윙 자리에 매서린이나 네스미스처럼 가드 몸집에 윙처럼 플레이하는 선수를 넣은 게 아니라, 오셰이 브리셋(31분), 켄달 브라운(18분)처럼 풀사이즈 3.5-4번 사이즈의 선수들을 동시에 넣고 돌렸다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위긴스 없는) 골스의 스몰라인업을 맞아, 스피드가 부족하지 않으면서도 높이의 우위를 가져갈 수 있어서 꽤 좋은 승부를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서스에 빅 윙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없지는 않았어요. 다만 안 쓰고 있었을 뿐. 안 쓰는 이유는 정말 오버올에서 밀리는 선수들이라서...라는 생각 밖에 안 드는데, 오늘 적당히 잘 됐으니, 칼라일 감독도 다음에는 좀 더 써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브리셋은 3번으로 쓰면 생산성이 훨씬 좋아질 선수이기도 하고, 켄달 브라운도 원빅에 4번으로 나오면 낄낄빠빠가 꽤 괜찮거든요. 여기에 테리 테일러도 있긴 하고... 물론 가드들의 재능이 훨씬 뛰어나니, 3가드 2빅으로 쓰고 있지만, 터너가 쉬는 날에는 이렇게 윙들을 적극적으로 써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제 내일 모레 울브스 전만 끝내면 서부 7원정도 끝납니다. 2승 5패와 3승 4패는 느낌이 꽤 다른데요. 어떻게든 1승 더 챙기고 홈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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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지 멤버로도 코트를 밟기 어렵습니다에서 빵 터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