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Free-Talk

아들을 바라보며..

 
36
  3606
Updated at 2023-03-23 16:42:14

저희 집은 기본적으로.. 뭐랄까..

서로 칭찬하거나 좋은 말을 주고 받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 사랑이 없다는 그런 뜻은 아니고..

저도 츤데레(?)라는 얘기 많이 들었지만 가족들이 다들 그렇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우리 아들'이라는 말 한 번 들어본 적이 없지만

저를 위해 평생 많은 희생을 해오셨고, 지금도 마음속으로 제 걱정을 많이 하신다는 걸 압니다.

 

저도 기본적으로는 무뚝뚝함이 베이스이고

편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다쟁이이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그냥 전형적인 무뚝뚝한 아들, 동생입니다.

 

보통 .. 아기를 보면 참 귀엽고 만지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기를 엄청 좋아하거나 잘 놀아준다거나.. 그런 성격과도 거리가 멉니다.

조카가 태어났을 때도 참 작고 소중해서 어찌해야할지 몰랐는데,

정말 말그대로 어찌할지 모른채로 시간이 지나버려서..

조카들이 다 큰 지금은 좀 서먹서먹하네요.

 

그러다 제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도 참 실감이 나지 않더라구요.

아기가 태어났을 때 큰 감흥이 없거나 귀찮으면 어떻하지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작 신생아일때는 너무 정신도 없고 조심스러워서 잘 못느꼈는데..

돌 가까이 되니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하네요.

아들 얼굴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TV 같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셔서 할머니께서 키워주셨는데,

제 기억 속의 할머니는 항상 냉정하고 화가 나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는데.. 

주변의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눈물도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염을 할 때가 되서야 눈물이 펑펑 쏟아졌는데,

할머니가 이제 안 계시다는 걸 실감해서라기 보다는..

할머니의 얼굴을 덮고 손발을 끈으로 묶는 행위가 너무 싫어서 였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친척들을 볼 때마다.. 40대가 된 지금까지도

'할머니가 너를 참 예뻐했는데.. 그 매정하신 분이 너는 끔찍하게 사랑하셨는데..'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할머니가 나를 그렇게 좋아하셨나? 한 번도 표현하신 적이 없는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아들이 태어나고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이가 제 일상의 중심이 되면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할머니 눈에 제가 어떻게 보였을지, 어떤 마음으로 저를 키워주셨을지.

 

 

 

 

 

 

 

 

10
Comments
5
2023-03-23 16:57:23

표현하지 않아도, 그 깊이에 감명하는경우가 많지만 

굳이 표현을 안할 이유는 또 없다고생각합니다.

사랑하고 아낀다면 많이 표현해주세요~

WR
2023-03-23 17:10:48

네, 저도 익숙하지는 않지만 표현하면서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

2
2023-03-23 17:24:34

지금은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6개월 뒤에는 더 예쁘고 1년 뒤에는 또 더 예쁩니다.

전 29개월 아들 키우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크면 클수록 점점 더 사랑스럽기만 하네요.

WR
2023-03-23 19:03:00

매일 얼굴이 조금씩 바뀌는데 더 예쁘게 느껴지는 한편 하루 전의 모습이 사라지는게 아쉽기도 합니다

1
2023-03-23 18:47:55

살만하죠~

인생은 살만한거였습니다.

WR
2023-03-23 19:03:31

네~ 아들 생각해서라도 몸과 마음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죠

2
2023-03-23 21:37:29

저도 정말 냉정한 타입에 아이는 눈길도 안주는 아이를 그다지 신경쓰지않는 사람이였습니다.

하지만 딸아이낳고 모든게 바뀌었네요. 

바라만보아도 좋고, 사진만봐도 헤헤헤 웃고 손잡아주며 같이 걸으면 너무 기분 좋고 그렇습니다.

 

아이낳고 나서 

정말 옛날엔 신경안썼을 뉴스에 나오는 어린아이 사망소식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

사람이 큰일이 생기면 성격이 바뀐다는데 제 인생에서 큰일은 아이를 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더 예쁜 모습 많이 보실거에요. 항상 잔잔한 일상속에서 행복하시길

3
2023-03-23 21:40:35

어린이 사망 이런건 이제 치사량 수준의 슬픔이고

 

아가들 어린이들이 힘들고 슬프고  사랑받지 못하고 그런 사연이나 사건 사고 

 

아니 그런 드라마나 영화  만화만 봐도 눈물 나와서  좀 과장해서 세상 살기 힘든 수준이네요~~

 

아가들 아파서 후원해달라는 그런 광고들 보면 정말 안타까운데 다 도와줄수도 없고

눈물만 나옵니다 

 

아이 낳고 보니 그러네요 

 


 

WR
1
2023-03-23 22:36:14

저는 오늘 이거 보는데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가끔 나오는 아기 관련 뉴스도 차마 못보겠습니다ㅠ

2023-03-23 22:58:17

맞습니다. 이런글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얼마전 계모한테 사망한 초등학생아이도 그렇구요.

정말 이세상 아이들은 다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