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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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8 02:23:47
느즈막히 퇴근해서 아기랑 좀 놀다가, 아내가 '억지로라도 재워야겠다'며 더 논다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아이를 들쳐매고 안방으로 들어간게 11시 20분 쯤.
회사에 남겨놓고 온 일이 많아서 '내일 출근하면 뒷수습은 어떡하나' 하는 스트레스에 짜증 좀 내다가
점점 회사일에 지쳐가는 느낌이 들어서 '또' 이직 타이밍이 온 건가 하는 생각 좀 하다가
어느 새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더는 이직이 쉽지 않을텐데' 하는 걱정 좀 하다가
직장이 문제가 아니라 직업이 문제인 거 같다는 생각도 해보고
그나마도 직업의 특성상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일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불안해하다가
이 지경이 되도록 특출난 것 하나, 비장의 무기 하나 만들어놓지 못한 스스로를 한심해하다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곤 입안에 뭔가를 털어넣는 일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잠들기엔 제 의지대로 보낸 시간이 너무 짧아서 억울했던 건지, 침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다시 거실로 돌려 생라면 한 봉지 부숴 먹고 나서
이젠 정말 자야하는데,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아까 라면 부숴먹지 말 걸, 30분이라도 먼저 누울 걸 별에 별 생각을 하며 불 꺼진 안방 침대에 눕고 보니
조용한 방에 취침모드로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와 아내의 숨소리, 아기의 숨소리, 째각거리는 시계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잠들기 어렵네요
궁상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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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한잔도 안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