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NBA-Talk
/ / / /
Xpert

Set-Up Pitch와 Anthony Davis의 Jumper

 
16
  1762
Updated at 2020-08-04 13:32:36

 야구에는 Set-Up Pitch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투수에게 있어서 스트라이크는 이득, 볼은 손해라는건 너무나 명백합니다. 하지만 타자가 헛스윙을 하게끔 던지는 '볼'도 있기 때문에 볼이라고 해도 무조건 손해는 아니지만 타자로 하여금 방망이를 내게 하는 볼이 아니라 치지 않아도 좋으니 던지는 볼이 있습니다. 이건 명목상 당연히 손해인데, 투수들은 이런 볼들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효율적인 액션을 찾아서 스포츠는 무궁하게 발전해왔습니다. 야구 또한 마찬가지, 투수에게 있어 타자에의 공략 역시 당연히 효율적인 액션을 찾아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던지는 볼의 가치는 여전히 인정받고 있어요. 사람은 머리와 몸이 동시에 반응하지 못합니다. 일단 보고 -> 인식하고 -> 반응하는 단계인데 이러한 과정이 있다보니 눈에서 가까울수록 빠른 공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9등분해서 보면 눈에서 가장 가까운 몸쪽 높은 볼의 체감구속이 가장 빠르고, 몸에서 가장 먼 바깥쪽 낮은 볼의 체감구속이 가장 떨어진다고 해요.

 

 투수가 타자에게 2스트라이크를 잡고 유인구로 범타처리, 혹은 삼진처리하고 싶을 때, 투수는 일부러 몸쪽 높은 볼을 던져서 타자에게 빠른 구속을 체감시킵니다. 이 때, 높은 쪽 볼은 가운데 볼에 비해 체감 구속이 1~2km 더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가령 95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몸쪽 높은데 던졌다가 85마일짜리 체인지업을 바깥쪽 낮은 구역에 던지면 타자는 체감 12-13마일 구속차에 제대로 배팅을 하기 어렵다는겁니다. 이때 앞서 던졌던 볼, 즉 타자가 치지 않아도 좋으니 빠른 구속을 체감하라고 던졌던 '명목상 손해'인 볼의 가치가 생겨나는 거죠.

 

 이 때, 그 전에 던졌던 그 몸쪽 빠른 볼을 야구에서 'Set-Up Pitch'라고 합니다. 뒤에 던질 볼을 위해 일부러 '깔아두는' 버리는 공인거죠. 

 

 

 다시 농구로 돌아와서, 오늘 경기를 보면 초반부터 Anthony Davis가 Rudy Gobert를 앞에 두고 일부러 보란듯이 점프슈팅을 계속 시도했습니다. 아시다시피 Davis의 점프슈팅은 점프슛 자체로만 보면 일류급이 아닙니다. 경기 내내 점프슛만 시도한다면 Davis의 공격효율은 리그 바닥급이 될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Davis는 계속 점프슛을 시도했고 야투율 4-10으로 시작합니다. Davis의 일류 공격능력을 생각하면 분명히 좋은 시작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Davis는 1쿼터 뿐 아니라 계속 Gobert를 앞에 두면 림에서 가깝든, 멀든 간에 거리를 벌리고 점프슛을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Gobert가 점점 밖으로 따라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Davis는 완전히 오픈으로 둘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니까요. Gobert가 밖으로 따라나온다는 얘기는, Gobert를 직접 맞상대하는 Davis보다 오히려 다른 Lakers선수들에게 더 영향을 주는 상황입니다. Kentavious Caldwell-Pope가 Gobert를 제치고 레이업을 성공시키고, Gobert가 밖으로 따라나간 상황을 이용해 Danny Green이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다든가 하는 식의 이득이 가능해지니까요.

 

 그런데 심지어 Davis는 오늘 점프슛으로 대단히 이득을 보기까지 했습니다. 야구로 치면 그냥 쳐다만 봐도 이득이라고 한 Set-Up Pitch에 타자가 헛스윙으로 삼진을 3-4개 당해준 셈입니다. Davis는 오늘 3점을 8개 던져 4개나 넣었죠. 반면 Rudy Gobert는 전매특허인 블락샷을 경기 내내 1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Gobert는 분명히 림 근처에서 리그에서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수비수지만 외곽으로 끌려나왔을 때는 얘기가 다릅니다. Davis는 슬립스크린으로 드랍 수비를 하는 Gobert를 순식간에 세네발짝 떨어뜨려놓을 수 있었고 와이드 오픈 3점을 꽂아넣으면서 경기를 결정지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경기 후반부쯤에 Kuzma 3점 넣을 때  제가 설명한 것처럼 Davis가 패스받아서 3점 넣은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3쿼터 끝날 때군요)

 

 Lakers는 그러한 의미에서 어떠한 형태의 공격에도 대응 가능한 수비수인 AD가 수비의 코어라는 점, 공격에서는 다양한 상대의 방패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우회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축복받은 셈입니다.

 

1
Comment
2020-08-04 13:19:13

경기 말미의 스텝백 3점은 리그 탑 티어의 재능은 왜 비쌀 수 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den
lal
18:30
 
827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