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vs 한화 / T1 vs 젠지 모두 탑 + 라인스왑 차이로 승부가 났네요
T1 vs 한화 결승 진출전에서 제카의 문제점을 많이 언급하시던데,
사실 제카는 딱 1인분은 해 줬습니다. 물론 제카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더 해줘야 되는 건 맞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그러는 게 쉽지 않죠.
오히려 도란이 완벽하게 싸버리면서 시리즈를 보내버렸죠.
특히 렉사이 잡고 자크한테 라인전 밀리는건 프로씬에서 말이 안 됩니다.
도란이 계속 구멍 역할을 하니 피넛도 자꾸 탑에 턴을 쓰게 되고,
제카도 영향을 받아 기를 못 펴게 되면서 팀적으로 완전히 말렸습니다.
1세트 보면 한화가 라인스왑도 깔끔하게 하면서 잘 준비를 해 왔는데,
2~4세트 모두 라인스왑을 할 만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못 하더라고요.
솔직히 범인 지적하기 싫지만 이게 다 도란 때문입니다.
예전 아크샨 하는 거 보는 느낌이었어요. 이 선수는 진짜 고점은 확실한데
저점 때는 왜 이렇게 못하는지. 주사위가 1~6이 아니라 -6 ~ + 12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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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T1 vs 젠지 결승전에서는 기인이 완벽한 탑차이를 내 줬죠.
기인은 워낙 저점이 높고 기본기가 탄탄해서, 최소한 구도대로는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렉사이 잡으면 자크 상대로 백중세 혹은 약우위 점해 주죠.
이게 도란이랑 다른 점입니다. '어떤 챔프를 잡아도 구도대로 간다'
왜 젠지가 기를 쓰고 베인을 끝까지 밴했을까요. 베인은 리스크가 크기는 하지만
기인의 단단한 체급조차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변수를 가진 탑솔러이기 때문이죠.
이를 토대로 계속 탑 차이 내주니까 젠지 바텀이 고생한다 싶으면 라인스왑이 되는 겁니다.
탑이 벌어다준 차이를 팀적으로 계속 사용해주면서 손해를 메꾸죠.
티원 바텀이 그렇게 분전했는데도 불구하고 진 이유는 탑 때문입니다.
4~5세트 오너가 다소 조급해진 모습을 보인 것도 결국은 탑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바텀에 턴을 써주다 보니 당연히 상대팀 정글 대비 성장세가 더뎌지고,
탑이 계속 밀리는데도 티원의 플레이스타일 특성 상 탑에 턴을 써주기는 애매하죠.
애초에 상대 팀인 젠지도 탑에 턴을 안 쓰는데 티원이 써 줄 이유도 없고요.
제우스가 월즈 때 잘해준 건 맞는데, 솔직히 다른 중요한 경기에서는 대부분 무너져요.
그리고 이렇게 무너지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라인전을 너무 잘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상성상 불리한 챔을 잡더라도 백중세는 내니까, '한 라인만 더' 를
계속해서 고집하다가 피솔킬 혹은 라인전 구도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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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T1의 패인은 라인스왑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입니다.
젠지는 LPL 플레이오프, T1 vs 한화전을 참고하여 라인스왑을 잘 준비해 왔습니다.
그런데 T1이 라인스왑 대처가 미흡한 건 좀 이상하더라고요.
사실 라인스왑 오더 자체가 어렵진 않아요. 그리고 T1에는 리그 최고참 베테랑이 있죠.
페이커는 라인스왑에 관하여 셀 수도 없는 실전경험과 연륜이 있습니다.
이런 대단한 가치를 지닌 페이커가 간단한 오더만 해 줘도
충분히 젠지의 라인스왑에 대한 대처가 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말이죠.
물론 페이커에게 탓을 할 수는 없습니다. 쵸비 상대로 저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진
미드라이너에게는 박수를 쳐 줘야지 부족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쵸비를 상대하려면 집중에 집중을 기해야 하고 워낙 정신없었으니 그랬다고 봐야겠죠.
저는 이번 결승전에서 파멸적인 미드 차이가 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페이커는 불신자들에게 어김없이 철퇴를 내리더라고요. 진짜 잘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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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T1 팬분들은 결승전 보고 충분히 MSI도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시던데,
저는 솔직히 조금 회의적입니다. 라인스왑 대비 정도는 완벽하게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탑솔러의 한 라인 더 문제는 고치기 어려워요. 저게 제우스의 장점이자
곧 단점이거든요. 그리고 기인은 저런 제우스 상대로 최악의 카운터인 탑솔러입니다.
구도대로 라인전 양상을 끌고 갈 수 있는 탑솔러는 '한 라인 더' 를 용서치 않습니다.
결국 탑시팅을 해 줘야 할 정도의 메타가 와야 티원이 완전체 풀파워가 나온다는 건데,
탑 브루저를 계속해서 패대기치고 있는 패치 방향상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사실 탑 브루저 메타 때는 제우스가 저런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멸적 캐리를 했거든요.
그리고 MSI 패치버전 역시 탑 브루저 메타가 아닙니다.
결국 전체적인 팀 체급이 2023 월즈 수준급으로 올라와야 MSI에서 젠지를 만났을 때
승산이 있을 텐데, MSI가 3주도 안 남았습니다. 조급해지네요.
젠지와 T1을 제외한 다른 팀들은 MSI에 진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티원 입장에서는
훌륭한 스크림 파트너를 빨리 잡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의 광동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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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패자조에서 결승가느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패를 다 까야했죠 그래서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