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NFL
/ /

[SUPER BOWL리뷰] 왕좌의 길을 걷는다

 
40
  10513
Updated at 2023-02-14 16:00:09

애리조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7회 슈퍼볼은 캔자스시티 칩스의 우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렇게 2022 NFL 시즌의 모든 경기는 끝이 났고 이 시즌의 최종 승리자는 칩스였습니다.

커리어 첫 슈퍼볼 MVP를 목전에 두었던 제일런 허츠는 아쉽게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한 채 눈물을 삼켰고 2쿼터 후반 또 다시 발목 부상을 당했던 패트릭 마홈스는 4쿼터 막판 위대한 26야드 질주를 보여주면서 스스로 위대한 커리어의 여정을 활짝 열어제꼈습니다.

경기 보는 내내 양 팀의 강력한 오펜시브 라인을 보면서 감탄을 했고 양 팀의 좋은 경기를 즐겼습니다.

리뷰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잘한 점, 못한 점을 적을 수 밖에 없지만 38대35라는 스코어가 얘기하듯이 양 팀 다 공격적으로 준비가 잘 된 좋은 경기였습니다.

몇 차례 심판진의 석연치 않은 판정들이 있었지만 경기 승패와 큰 상관이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한국시간 2월13일 오전 내내 저를 흥분시켰던 슈퍼볼 57의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GOAT가 가고 GOAT가 왔다

NFL판의 GOAT는 이제 톰 브래디로 일단 정리가 됐다고 말해도 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00시즌부터 22시즌까지 23시즌 동안 7번의 슈퍼볼 챔피언을 포함한 어마어마한 커리어를 쌓아온 톰 브래디가 은퇴했지만 앞으로의 NFL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GOAT가 등장했음을 슈퍼볼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개인 기량이 무르익기 전인 톰 브래디가 주전자리를 꿰찬 01시즌부터 05시즌까지 세 번의 슈퍼볼 챔피언과 세 번의 프로볼, 한 번의 올프로 세컨팀을 기록했는데 패트릭 마홈스는 처음 주전을 차지한 18시즌부터 지금까지 다섯 시즌 동안 2번의 슈퍼볼 챔피언 2번의 시즌 MVP 5번의 프로볼과 2번의 올프로 퍼스트, 1번의 올프로 세컨까지 수상하면서 이력서를 꽉꽉 채웠습니다.

단순히 수상경력 뿐 아니라 실제 경기력과 플레이오프 같은 큰 무대에서 퍼포먼스까지 그 어떤 레전드의 최전성기와 비교해도 남부럽지 않은 미친 5년을 보냈습니다.

재규어스와의 디비저널 라운드에서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했고 슈퍼볼 경기에서도 2쿼터에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을 이끌면서 후반전 모든 드라이브를 스코어링으로 연결시키면서 플레이오프 10점차 역전승을 다시 한 번 만들어냈습니다.

4쿼터 투미닛 워닝 드라이브에서 아픈 발목에도 불구하고 무려 26야드를 달리는 투혼을 보여주었는데 벵갈스와의 컨퍼런스 챔피언십 마지막에 페널티를 유도하고 퍼스트다운을 갱신하는 질주가 겹쳐 보였고 승리를 향한 마홈스의 열망이 드러나는 명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는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그가 필드에서 가장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는 걸 플레이에서도 표정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 그가 주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결국 팀 승리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풋볼에서 쿼터백이라는 포지션이 가지는 중요성과 위대한 쿼터백이 팀에게 주는 영향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가 마홈스와 칩스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패트릭 마홈스의 투혼과 감동적인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 그의 두번째 슈퍼볼 MVP수상을 축하합니다.

99년 커트 워너 이후 처음으로 시즌 MVP와 슈퍼볼 MVP를 동시 수상한 마홈스의 위대한 시즌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니다.


준비된 스킴의 승리. 기다려라 벨리칙

커리어 두번째 슈퍼볼 우승을 차지한 앤디 리드 감독은 이제 명실상부 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새겼습니다.

위대한 코치의 옆에는 언제나 위대한 쿼터백이 있었고 패트릭 마홈스를 만난 앤디 리드는 날개를 단 용처럼 칩스를 이끌고 자신만의 레가시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슈퍼볼 57에서 이글스의 닉 시리아니 HC도 전반전 과감한 고포잇을 포함해 괜찮은 게임플랜을 준비했지만 앤디 리드와 칩스가 준비해 온 스킴에 제대로 카운터를 맞으면서 레드존에서 손도 써보지 못하고 터치다운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앤디 리드와 에릭 비에니미가 준비한 레드존 오펜스들을 간단하게 분석해 보면서 칩스가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함께 보시죠.

맨 커버리지를 부셔버린 칩스의 모션

카다리우스 토니가 FLY 모션으로 페이크를 준다.

자신의 디펜더가 인사이드로 들어가는 순간 재빠르게 Flat 라우트로 빠지면서 아웃사이드로 가고 있다.


무니는 인사이드로 모션을 타는 페이크를 주고 있다

스냅이 시작되고 재빠르게 아웃사이드로 라우트를 탄다.

후반전에 칩스는 총 네 번의 드라이브가 있었고 그 중 세 번을 터치다운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카다니우스 토니의 미친 펀트 리턴으로 시작된 드라이브와 마지막 드라이브를 빼고 앞 선 두 번의 터치다운은 그 모습이 정말 비슷했습니다.

이글스는 맨 커버리지로 나섰고 칩스는 모션으로 이 맨 커버리지를 완전히 박살내면서 걸어들어가는 쉬운 터치다운들을 만들었습니다. 이 경기 내내 이글스는 상당히 많은 스냅을 맨 커버리지로 썼고 칩스는 모션을 활용하면서 프리미어 리시버의 디펜더를 교란하였습니다. 전반전 켈시가 야드를 따내는 장면들도 대부분 아웃사이드에 정렬한 켈시가 인사이드로 모션을 취하고 슬랏 디펜더와 켈시의 디펜더가 교차하는 순간들을 적절히 활용했습니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기간동안 제임스 브래드버리, 다리우스 슬레이, 아본테 매덕스, CJ 가드너 -존슨 등 두텁고 강력한 세컨더리의 뎁스를 바탕으로 맨커버리지로 재미를 봤던 이글스였기 때문에 이 플랜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 같은데 마홈스와 트레비스 켈시를 비롯한 칩스의 오펜스진은 그들이 상대했던 팀들과 존재감 자체가 달랐습니다.

켈시의 첫번째 터치다운 장면을 보면 모션을 통해 켈시의 마크맨을 다리우스 슬레이에서 S 마커스 엡스로 바꿨고 켈시는 엡스를 더블무브로 제압하고 터치다운을 따냅니다. 후반전에 따낸 터치다운들도 맥락을 보면 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의 터치다운을 보면 모션을 통해 자신의 디펜더들을 인사이드로 몰아놓고 OUT 라우트를 타서 텅 빈 공간에서 편하게 공을 잡고 터치다운을 따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칩스의 OC 에릭 비에니미는 재규어스와 이글스의 week4 경기를 보고 이 플레이의 컨셉을 따냈다고 합니다.*(출처-The Athletic)

칩스는 이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Zet 모션과 fly 모션을 페이크로 주고 아웃사이드로 라우트를 타는 방식으로 퍼스트다운을 따내거나 터치다운을 만들었지만 이글스의 디펜스는 후반전 내내 한번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습니다.

칩스의 오펜스 코치진들이 이글스의 맨커버리지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확실한 카운터 공격을 준비했지만 이글스의 디펜스 코치진들은 그들의 뎁스와 탤런트를 믿고 칩스의 오펜스를 대비한 필살기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Sack의 저주에 빠진 이글스 디펜스

정규시즌 70개의 sack을 만들면서 역대급 시즌을 보낸 이글스의 디펜시브 라인은 이 경기에서 sack의 저주에 빠졌습니다. 경기 내내 마홈스를 필드에 눕히기 위해서 적극적인 패스러시를 했지만 마홈스에게 한 번의 sack도 안겨주지 못한 채 전반전 10점차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이글스의 디펜스는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지나면서 카우보이스의 닥 프레스캇과 올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애런 로저스를 제외하면 엘리트 레벨의 쿼터백을 상대한 적이 없었고 패트릭 마홈스 레벨의 쿼터백에게 맞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찌보면 방심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도 이 게임의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이글스의 디펜스가 이렇게 쉽게 실점을 허용하고 단 하나의 턴오버도 만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이글스의 디펜스는 2쿼터의 첫번째 드라이브와 센터 크리드 험프리가 페널티를 저질렀던 두 번의 드라이브를 제외하면 모든 드라이브에서 실점을 허용할 뻔 했습니다.(해리슨 벗커의 필드골 미스 포함)

패트릭 마홈스는 리그에서 색 안 당하기로 손꼽히는 선수이고 포켓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쉽사리 색을 당하지 않는 선수입니다. 뿐만 아니라 블리츠 상황이나 포켓이 무너진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선수라는 걸 감안했을 때 무리한 패스러시가 sack으로 마무리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필드에 너무 많은 공간을 칩스에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또한 무리한 패스러시는 러싱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칩스의 오펜스 전략에 말리면서 칩스에게 무려 158야드의 러싱야드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러싱공격이 통한 칩스는 발목이 아픈 마홈스가 무리하지 않아도 편하게 퍼스트다운을 갱신할 수 있었고 마홈스는 날카로운 패스를 중요한 순간에만 뿌리면서 세 개의 터치다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프리뷰에서도 전 이글스의 오라인의 강점을 강조했지만 칩스의 오펜시브 라인이 이글스의 오라인에 전혀 뒤지지 않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글스의 디펜스는 칩스의 오펜스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글스 디펜스가 패스러시와 sack에 집착하지 않고 최소한의 패스러시와 더 많은 커버리지로 마홈스를 잠재웠던 지난 시즌 벵갈스의 디펜스를 참고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글스의 디펜스는 경기 내내 과감한 패스러시와 맨커버리지 전술로 일관했는데 3~4맨 러시로 패스러시를 줄이고 7~8명이 존 커버리지를 담당하는 전술을 중간 중간 섞어줬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 경기의 MVP

현장에서 슈퍼볼 MVP를 뽑는 투표권이 저에게 있었다면 전 칩스의 라인배커 닉 볼튼에게 한 표를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로 닉 볼튼은 이 경기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허츠의 펌블을 유도하고 리커버리해서 만들어 낸 터치다운은 칩스가 후반전 따라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고 이글스의 강력한 오라인에 1선이 뚫리는 상황에서 빅 야드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무너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힘을 준 것이 닉 볼튼의 헌신적인 수비였습니다.

닉 볼튼은 75번의 디펜스 스냅에 모두 참여하면서 필드 곳곳을 누비며 9개의 태클을 이글스의 볼 캐리어에게 안겨주면서 중원을 사수했습니다. 닉 볼튼의 태클이 빗나갔다면 빅 플레이를 허용했을 상황이 꽤 있었는데 그때마다 실수 없이 확실한 태클링을 선보였습니다.

닉 볼튼이 버티고 후반전에 살아난 칩스의 디펜스는 중요한 시점에 3&out을 만들고 카다리우스 토니의 미친 펀트 리턴 장면을 만들면서 결국 10점 차이를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TOP는 10분 이상 차이나고 토탈 야드에서도 70야드 이상 차이가 났지만 그 차이를 메꿀 수 있었던 건 닉 볼튼의 펌블리커버리 TD와 스페셜팀의 65야드 리턴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풋볼의 주인공은 쿼터백인 경우가 많지만 칩스가 우승하기 까지 헌신했던 디펜스 선수들과 스페셜팀 선수들의 헌신적인 플레이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글스를 응원하면서 이 경기를 봤습니다.

칩스는 오펜시브 라인의 핵심(센터 크리드 험프리, 가드 트레이 스미스)가 전부 루키 계약이고 마홈스 - 켈시가 건재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우승 도전이 가능한 로스터지만 이글스의 경우 올시즌 우승에 실패하면 다음 시즌에는 올시즌에 비해 약해진 로스터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글스에게 조금 더 정이 갔습니다.

그리고 이글스의 오펜시브 라인이 좋은 줄 알았지만 전반전에 상상 이상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길래 이글스가 쉽게(?) 이기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칩스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팀이었고 마홈스는 실력과 멘탈 모든 면에서 역대급 선수였습니다. 참 제 페이보릿 선수가 은퇴하자마자 그의 뒤를 이렇게 맹추격할 선수가 바로 등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풋볼이 한 두 명의 스타파워로 장기간 잘할 수 없는 스포츠이지만 마홈스와 앤디 리드가 건재하다면 캔자스시티 칩스가 패트리어츠 왕조를 넘어설 위대한 왕조를 만들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슈퍼볼이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칩스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새로운 세대가 확실히 올라오는 게 느껴졌던 2022시즌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2023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저도 더 재밌고 좋은 콘텐츠들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2022 한 시즌동안 제 글을 재밌게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하면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그럼 또 뵙죠.

 

7
Comments
1
Updated at 2023-02-14 17:14:53

일단 추천 누르고요. 항상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시즌에도 부탁드립니다.

1
2023-02-14 17:16:41

한시즌 고생하셨습니다 ^^

1
2023-02-14 17:27:14

이번 시즌 이글스의 코디네이터들을 평가하자면 "Jonathan Gannon was fraud. But Shane Steichen was not."이 되겠네요. 후반전 수비 진짜..

1
Updated at 2023-02-14 22:03:46

제가 생각하기에 저 페이크 모션 플레이에 속지 않았더라도 그 다음 카운터가 아마 준비되었을것 같아요. 예를 들어, 코너백이 안 따라오면 주주스미스슈스터를 그 자리에 놓고 모션해서 크랙블락 시키고 crack toss같은 런 플레이도 가능하죠. 전반에 치프스 오펜스가 필드에 올라오지 못하게 만든 것은 좋았는데, 반대로 치프스 오펜스의 비장의 카드가 중요한 순간까지 그대로 남아있었다는게 이글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던것 같아요. 치프스가 골라인까지 전진하는 동안에도 저 비장의 플레이를 안쓰고 그대로 남겨놓게 했다는 것도 이글스 디펜스의 문제였구요.

1
2023-02-15 00:22:54

양 팀 오라인들 정말 미쳤다 소리 나올 정도의 경기였네요. 두 쿼터백 모두 너무 대단했구요.

더불어 앤디 리드 감독의 모션, 트릭 사랑은 참 대단하다 느껴졌습니다.

한 시즌 고생하셨습니다!

1
2023-02-15 07:08:04

좋은 글들 올려주신 덕분에 올시즌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글 하나 쓰려면 은근 시간 오래 걸리는데, 드릴수 있는건 추천밖에 없지만 항상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2023-02-21 14:10:02

좋은 글 감사합니다 ^^

chi
nep
24-04-26
 
1012
24-04-17
 
9428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