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1.05.02. at SAS)
- 3연승의 필리가 AT&T센터에서 샌안과 맞붙었습니다. 연승기간 내내 그랬듯이 식서스는 풀 스쿼드를 가동했고, 상대는 데로잔, 머레이, 퍼들 등 핵심 선수들이 빠진 상황. 하지만 항상 그랬듯 샌안은 샌안이었고,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 1쿼터부터 필리가 37:27, 10점차 리드를 잡았는데요. 퍼들이 빠진 샌안의 골밑을 엠비드와 하워드가 폭격하면서 쉽게쉽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1쿼터 엠비드 13득점, 야투 6-8, 하워드 4오펜). 유뱅스는 엠비드를 제어하기 역부족이었고, 마침 세스 커리까지 절정의 슛감을 보이니(1쿼터 11득점, 3점 3-3)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맹공이 이어졌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4연승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하지만 1쿼터 중반, 벤치타임으로 넘어가면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됩니다. 변화의 시작은 유뱅스가 빠른 2파울로 물러나고, 골귀 젱이 투입되면서 였습니다. 젱이 3점을 던질 수 있는 길쭉이 센터이다보니 엠비드와 하워드가 외곽을 신경쓸 수밖에 없었고, 평소 유지하던 드랍백보다 앞으로 치우쳐진 어정쩡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 흐트러진 틈을 샌안의 팔팔한 스윙맨들, 특히 로니 워커가 들이받으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죠(1쿼터 8득점, 3점 2-2). 그리고 아마 폽 감독은 이 변화를 잘 캐치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도 샌안은 골귀 젱을 오랫동안 코트에 세우며(오늘 31분 출장, 3점 3-4) 필리의 센터진을 앞으로 끌어당겼고, 켈든 존슨, 로니 워커, 루디 게이 등이 필리의 골밑으로 적극 돌격하게 하는 한편, 밀스를 적극 기용해서 외곽에서도 필리를 흔들었습니다. 분명 3쿼터까지 10점차 정도의 리드를 계속 유지했지만, 그 이상 달아나지 못했죠. 특히 벤치 타임만 되면 완전 샌안이 의도했던 대로 서로 속공을 주고받는 빠른 페이스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엠비드가 꾸준히 버텨주었지만 경기 내내 파울트러블 때문에 수비에서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고, 토비와 그린은 오늘 최악이었죠. 그나마 오늘 커리가 경기 내내 미친 슛감이었기 때문에(야투 8-10, 3점 6-6) 점수차를 유지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4쿼터에 일이 터집니다. 필리 벤치가 샌안 벤치의 경기력을 감당하지 못했고, 급하게 투입된 주전들도 이미 기세가 오른 샌안의 영건들을 막을 수 없었죠. 켈든 존슨에게 풀업 3점 + 오펜리바 풋백을 얻어맞으면서 107:107, 결국 경기는 연장으로 향합니다.
- 연장은 양 팀 도합 10점 밖에 나오지 않은 저득점 게임이었는데요. 토비가 극도로 부진했기 때문에 필리는 별 수 없이 엠비드 고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이건 샌안도 당연히 아는 사항이었기 때문에 지독한 견제가 들어갔습니다. 그걸 뚫고 들어가는 엠비드가 대단할 따름이었지만, 결국 자유투로만 4득점에 그쳤죠(OT 야투 0-2). 다른 선수들의 야투 시도는 죄다 빗나갔기 때문에(토비 0-1, 그린 0-2) 이것만으로 감지덕지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필리는 수비팀의 정체성을 보여줬고, 그 중심엔 역시 시몬스가 있었습니다. 이미 4쿼터 막판부터 불붙은 로니 워커를 전담마크하여 진화시킨(로니 워커 3쿼터까지 18득점, 야투 7-13, 3점 3-4, 4쿼터부터 OT까지 5득점, 야투 2-6, 3점 0-2) 시몬스는, OT에선 켈든 존슨에게 2개의 오펜 파울을 이끌어내며 또다시 위기를 극복해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엠비드의 미드레인지가 튕겨나가자 버저비터 팁인으로 연결시키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죠.
- 천신만고끝에 샌안 원정을 따내고 4연승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내일, 시카고로 원정 백투백 경기를 치러야한다는 것이죠. 시카고전 이후로도 남은 경기가 7회인데, 그 중 백투백이 두 번이나 있습니다. 플옵을 앞두고 체력 및 건강상태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속되는 백투백 일정은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죠. 필리에겐 다행스럽게도, 오늘 브루클린이 밀워키에게 패배하면서 필리의 동부 1위 수성은 조금 더 여유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방심할 순 없죠. 내일도 언제나 그렇듯, 다치지말고 건강하게! 좋은 경기력 보여주기만 바랍니다.
2021-05-03 21:09:24
시몬스가 오늘 해리스와 같이 동반 침묵을 하다가 클러치에 본인의 존재가치를 증명 하더군요. 볼을 가진 로니 워커를 잡아먹을듯이 압박을 하는 장면들에 감탄을 하다 오펜파울 2번 유도 할때는 진짜 감격스러웠습니다. 마지막에 팁인까지.. 정말 클러치 집중력이 대단했네요 시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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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안 봤지만 그래도 영건들이 잘 풀어나갔나 봅니다. 필리 수비진 상대로 1, 2옵션 없이 이정도로 해줬다니.. 젱도 나올 때마다 잘해줬는데 더럽게 안쓰더니, 또 막상 쓰니까 엄청 잘하네요. 승리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