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매직의 군계일학, 마켈 펄츠
올랜도 매직이 절찬리에 탱킹 중입니다.
베테랑 슈터인 테렌스 로스와 개리 해리스는 번갈아가면서 출전하고 있고, 웬델 카터 주니어는 손목 부상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출전이 요원합니다. 이그나스 브라즈데이키스, 애드미럴 스코필드, 제프 도틴, 데빈 케네디 같은 G리그 급의 선수들이 주요 로테이션에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러고도 이길 것 같으면(?) 4쿼터에 주전 선수들을 내지 않는 수까지 둘 정도입니다.
지난 시즌에 로터리 3순위에 들고도 5픽을 받은 경험 때문인지 악에 받쳐서 탱킹하는 올랜도 매직입니다. 그 심정이 이해가면서도 경기를 챙겨보는 팬 입장에서 노잼인 것도 어쩔 수 없긴 합니다.
유망주 그룹이 성장하는 재미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가장 성장세가 좋은 프란츠 바그너는 어제(4월 2일) 경기에서 20초만에 스카티 반즈가 발목으로 떨어지며 염좌를 당하는 바람에 사실상 결장했고, 콜 앤서니/RJ 햄튼/모 밤바는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기복만 커져서 경기마다 편차 큰 활약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앤서니와 햄튼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탱킹따윈 내 알 바 아니다'라면서 활약하던 때가 나아보일 정도입니다.
이런 와중에 군계일학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마켈 펄츠입니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부터 14개월만에 돌아와서 20분 이하의 출전시간과 벤치 출전이라는 관리를 받고 있지만, 남다른 플레이메이킹을 보여주면서 벤치 대결구간을 이끌고 있습니다.
심지어 근래 웬카주가 결장하기 시작하면서 펄츠가 이끄는 벤치 경쟁력이 주전 경쟁력을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주전 대결구간과 벤치 대결구간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벤치 대결구간의 경기력이 더 좋은 것이 분명합니다. 바로 아래 장면들과 같은 공격 흐름 때문입니다.
▲ 펄츠가 주로를 길게 잡기 위한 드래그 스크린(밤바)를 세우자 도움 수비의 강도가 높은 토론토 랩터스는 프레셔스 아치우와의 위치를 올리는데, 이를 간파한 펄츠가 수비가 온전히 자리잡기 전에 추마 오키키에게 공을 빼주면서 수비를 흔들어 놓습니다. 여기에 오키키가 페인트존까지 돌파해 들어가다가 코너로 공을 빼주며 오픈 찬스를 창출해냈습니다(비록 꼈지만).
▲ 윗 장면과 다르게 크리스 부셰이의 도움 수비 위치가 골밑을 잠그겠다는 의도를 띠고 있는데, 코너가 비어있는 엠티 사이드가 만들어지자 자신있게 림어택하는 펄츠입니다. 수비의 틈을 잘 읽고 이용할 줄 알고 있습니다. 스크린을 타고 나와 아치우와와 마주했을 때 딜레이를 거는 리프트 동작을 통해 타이밍을 뺏으며 들어가는 솜씨와, 부셰이가 지키고 있는 골밑에서 잔발을 밟으며 리버스 레이업 각도를 만드는 센스가 돋보인 장면이었습니다.
▲ 펄츠가 메인 볼핸들러로서 활약할 수 있는 대전제는 미드레인지 풀업점퍼입니다. 미스매치를 직접 공략할 수 있고 사이즈가 자신보다 작은 상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특히나 3점 라인에서 한계가 분명한 펄츠가 드리블과 스크린을 통하여 미드레인지 구역까지 수비 라인을 밀어넣으며 약점을 가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위 장면들처럼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거는 척하다가 밖으로 빠지는 고스트 스크린을 받아 미스매치를 제공하면, 펄츠는 림어택과 풀업점퍼를 양자택일하며 이를 공략할 수 있으니, 자연히 수비의 시선을 끌게 되어 그래비티를 형성하게 됩니다. 만약 도움수비가 오면 그 틈으로 패스를 찔러넣는 펄츠입니다.
단순한 알고리즘이지만, 이는 볼핸들링/플레이메이킹/림어택/풀업점퍼가 모두 받쳐줘야 하기에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이는 앤서니와 석스가 메인 볼핸들러로서 매치업 공략이 제한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앤서니는 플레이메이킹과 림어택이, 석스는 볼핸들링과 풀업점퍼가 부족합니다.
▲ 풀업점퍼에 능하다고 하여도 밀집대형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림어택 능력이 기반하지 않으면 반쪽 짜리에 그칠 수 있습니다. 펄츠는 림으로부터 3피트 미만의 구역에서 야투율이 71.9%, 3~10피트 구간에서는 42.5%를 기록 중입니다. 림으로부터 8피트 미만으로 잘라도 57.4%(리그 평균 58.4%)가 됩니다. 오히려 풀업점퍼가 미끼고 본체는 림어택에 가깝습니다.
다만 숏미드 구간(8~16피트)에서 야투율이 36.4%로 높지 않은데, 해당 구역의 정면(53.3%) 대비 좌/우의 성공률이 25%와 20%에 그치고 있는 탓이 큽니다. 즉, 펄츠의 활약도는 림 아래와 숏미드 정면 구역에서의 공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정면 구역으로 진입하려는 펄츠와 이를 막아세우기 위한 랩터스의 도움 수비, 그리고 펄츠를 위해 공간을 벌어주는 매직의 빅맨들입니다. 잘하는 플레이와 그 카운터가 명확한 펄츠이기에 존재만으로 수싸움을 전개하는 선수가 됩니다.
전방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던 20/21 시즌은 표본이 8경기이기에 제외하고, 결장이 1경기에 그쳤던 19/20 시즌의 풀업점퍼 성공률은 44.4%에 달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35.1%로 아직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컨디셔닝을 위한 징검다리 시즌이기에 감수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즌은 무조건 성공률을 끌어올려야겠습니다.
▲ 공을 직접 끌고 와서 수비가 온전히 세팅되기 전에 공격을 전개하는 트랜지션 게임, 특히 그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경우라도 림어택을 기반으로 하는 플레이가 능한 펄츠입니다. 특히나 스킵 드리블이나 순간적인 방향전환에 이은 림어택이 탁월하고, 수비를 읽고 내리는 판단력과 실행력이 돋보입니다.
스탭을 다양하고 변칙적으로 쓰는 펄츠가 무릎 부상을 당했어서 걱정이 컸는데, 시즌을 치르며 하나둘씩 활용폭을 넓혀가고 있어서 안심이 됩니다. 펄츠 본인도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펄츠가 어느덧 14경기를 뛰었습니다. 복귀하고 첫 6경기가 훌륭했던 것에 비해서 그 다음 4경기는 탱킹 로테이션이 시작됨과 함께 부침을 겪었던 펄츠였습니다. 아직은 부상여파가 보이는 것이, 지면을 세게 밟지 못해서 무게중심이 불안하거나 특유의 방향전환을 기피하거나 혹은 몸싸움에서 쉬이 무너지는 모습들이 보였었습니다.
다행히 점차 자신감이 붙는지 전반 대비 후반 활약상이 크게 뛰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반전 평균 4득점(33.8%), 2.1어시스트, 1.2턴오버가 후반전에 6.4득점(57.8%), 2.6어시스트, 0.8턴오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전반전에도 활약도가 올라오는 중에 후반전 상승폭은 더 오르는 활약상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4경기에서 평균 20분을 뛰면서 14.5득점(46.2/25/90), 5.3어시스트, 1.5턴오버, 2.5스틸을 보이고 있는 펄츠입니다.
시즌 종료까지 4경기를 남겨둔 올랜도 매직입니다. 펄츠는 잔여 경기들에서도 20분 이하의 출전시간 관리를 받을 듯합니다. 이번 시즌을 통해서 펄츠가 반등의 재반등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고, 오프시즌 기간에 미드레인지 점퍼 연마를 잘해오길 바랍니다.
19/20 시즌에 보여주었던 미드레인지 공략 능력과 20/21 시즌에 보여주었던 조율 능력을 고루 보여줄 수 있다면, 주전 포인트가드이자 메인 볼핸들러로서의 펄츠는 더없이 든든한 선수가 될 듯합니다.
특유의 통통 튀는 것 같은 드리블 오랜만이네요 매직에서 잘 정착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