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서 버려진 밤바는 코너를 버렸다
어제 올랜도 매직이 미네소타 울브즈를 110:118로 잡아내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그만 연승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매직이 리그 29위로 밀려나며, 30위 휴스턴 로케츠 그리고 28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위아래로 승차가 반 경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도 탱킹 레이스는 치열합니다.
어제 경기의 변곡점은 4개였습니다. 칼-앤서니 타운스의 파울트러블로 인한 수비 약화, 벤치 대결 구간에서 우위를 점한 마켈 펄츠와 모 바그너 콤비, 3쿼터 말미부터 이어진 울브즈의 18연속 3점 실패, 그리고 상대가 '버려'를 시전한 모 밤바의 반전활약(27득점)이었습니다.
밤바가 주전으로 나오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밤바의 스크린과 핸드오프, 픽앤롤 롤맨 수행도가 모두 기량미달이기 때문입니다. 기량으로 주전을 선발했다면 진작에 추마 오키키가 나왔을 겁니다.
웬델 카터 주니어가 스크린/핸드오프/픽앤롤 롤맨을 모두 수행해주면서도 4번 수비까지 맡아줄 수 있으니, 밤바는 웬카주의 비호 아래 주전으로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밤바가 못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잘하는 일(캐치앤슛과 풋백 덩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전력 배분적인 면에서 균형을 중요시한 로테이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밤바가 상대 수비의 후순위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스트롱사이드의 림어택을 견제하기 위해서 위크사이드의 코너 수비자가 도움 수비하는 것은 팀 디펜스의 기본이긴 합니다. 더군다나 코너에 위치한 선수가 밤바처럼 개인기가 전무한 수준이라면, 적당하게 클로즈아웃만 해주면서 스트롱사이드의 수비를 강화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입니다.
다만, 어제처럼 그렇게 버려지는 선수가 3점을 8개 던져서 5개나 넣는 날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 윗 장면은 앤서니 에드워즈가 반대 코너로 빠지는 프란츠 바그너를 놓치면서 자레드 밴더빌트에게 딜레마를 선사했고, 코너에서 와이드오픈을 맞이한 밤바였습니다.
아래 장면에서는 밤바의 대인수비였던 제이든 맥다니엘스가 골밑으로 도움수비를 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X자 로테이션 수비가 잘된 편이나, 제일런 석스의 반박자 빠른 엑스트라 패스로 밤바가 오픈을 얻어냈습니다.
하나는 수비가 잘되었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둘 다 콜 앤서니의 림어택을 경계하면서 수비를 배치하다가 코너를 우선으로 버린 장면이었습니다. 윗 장면에서 에드워즈가 실수하긴 했으나, 밴더빌트가 움찔하는 방향이 골밑이었던 점을 보면 코너를 버리더라도 골밑을 지켜내겠다는 심산이 보입니다. 밤바가 3점을 시도할 때의 수비 대형을 보면 페인트존에 오밀조밀 모여있습니다.
▲ 코너 3점을 버렸다가 얻어맞는 경우는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모든 수비에는 리스크가 있는 법입니다.
진짜 문제는 밤바를 버려도 '너무' 버렸다는 점이었습니다. 밤바가 양쪽 코너에서 3점을 6개 던져 4개를 꽂아넣었음에도 울브즈는 밤바를 너무 버려서 뒷공간을 그대로 내줬습니다. 페인트존 정면의 선수(프란츠 바그너, 웬카주)만 신경쓰다가 앨리웁 덩크를 계속 허용했었습니다.
▲ 재미난 점은, 코너에서 버려진 밤바가 본인도 코너를 버리는 수비를 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공격에서 잘 풀린 것이 흥이 났는지, 아니면 그냥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았는지는 몰라도 평소보다 수비 또한 잘 풀어낸 밤바였습니다. 밤바가 수비 범위가 극단적으로 좁고 힙턴이 잘 안되어서 그렇지, 자기 범위 내로 들어오는 공격에 대해서는 높이를 위시로 한 블락이 위력적입니다.
윗 장면에서는 프란츠 바그너가, 아래 장면에서는 펄츠가 밤바의 헬프 타이밍에 맞게 코너로 이동하는 로테이션도 눈에 띕니다. 괜히 후반기 디펜시브 1위 팀이 아닙니다. 수비 협력이 참 좋아졌습니다. 때문에 늪농구로 경기를 끌어가면서 승리를 좀 따내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듯합니다.
▲ 글은 이렇게 쓰기는 했는데, 밤바만이 아니라 웬카주와 오키키도 코너에서는 꾸준히 후순위로 밀리긴 했습니다. 다만 밤바 때와는 달리 거리를 두면서도 경계하다가 제때 클로즈아웃이 붙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밤바는 정말 노골적으로 버려졌고, 이 기회를 정말 잘 살렸습니다.
한편으로는 정면에 위치해있는 선수들이 매우 높이 자리잡으면서 상대적으로 자유투 라인 근방이 횡한 것도 눈에 띈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울브즈의 헷지 디펜스에 상당히 고전했던 매직은 하이-픽앤롤을 포함하여 매우 높은 위치에서 공을 배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자유투 라인 근방이 넓어지면서 베이스라인을 더 많이 노릴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종으로 밀고 들어오니(헷지 디펜스) 종의 길이를 늘려서 횡으로 맞선 점(코너 3점 및 베이스라인 컷인)이 재미있던 경기였습니다.
이런 거 보면 밤바도 롤을 철저하게 제한하면 쓸 만 할 것 같네요. 물론 투맨게임 없는 슛 좋은 빅맨의 롤을 제한하면 무슨 스팟업 슈터처럼 좀 애매하기도 하지만... 쓰다보니 참 난제입니다. 본인이 3점 말고 뭔가 강점 하나만 더해도 정말 좋은 롤플레이어는 될 수 있을텐데요. 오늘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