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 19-20 시즌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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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26 10:05:19
이번시즌 필리에 대한 정리글입니다. 불편한 내용도 있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 결국 실패로 돌아간 빅 라인업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은 달랐습니다.
브랜드의 빅 라인업 실험은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브랜드가 추구한 빅 라인업이 제대로 가동된 경기는 단 13 경기 뿐입니다(타이불 포함 6인 15분 이상 출전, 조쉬 14.57분 포함).
73 경기 중 고작 13 경기만 제대로 빅 라인업이 선보여졌을 뿐이니 이는 완벽한 실패라 봐도 무방합니다(17.8%만 정상가동).
브랜드를 비롯한 필리 스태프들이 가장 많이 얘기한 것이 이 라인업은 플옵용 라인업이다. 라는 점이었는데요. 플옵에서조차 결국 정상가동에 실패했으니 이상은 이상일 뿐이었다는 것만 입증했습니다.
경기에 나서야 승리든 뭐든 해낼테니까요.
위 자료는 레딧에 과거 올라온 자료를 제가 수정한 자료입니다. 핵심 6인이 15분 이상 정상가동되었을 때 필리는 13승 전승입니다(앞선 글에서 12승 1패라고 한 부분 정정합니다).
정상가동되면 13승 전승에 마진도 좋았으니(2 경기 외 모두 +5 이상 마진), 브랜드가 플옵용 라인업이라고 외칠만한 성적이죠.
그러나 이 라인업은 명백히 시몬스가 갈려서 나온 성적이었죠. 시몬스 과부하가 너무 컸어요. 시몬스는 총 57경기 출전했는데, 이번시즌 부상으로 중도이탈한 3 경기 제외하고 30분 이하 출전 경기가 단 6 경기 뿐입니다(평균 35.4분 출전, 리그 9위).
반면, 40분 이상 출전 경기는 무려 14 경기나 됩니다.
중도 이탈 3 경기 제외 출전시간이 평균 36.7분이에요. 이 수치는 산술적으로 리그 2위에 해당합니다(지난시즌 대비 +2.5분 증가).
그런데 시몬스는 활동량이 많은 선수입니다.
이번시즌 50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평균 활동량(경기당 이동거리)이 리그 공동 16위에 이를 정도로 활동량이 많은 선수에요. 그리고 시몬스보다 큰 선수 중 시몬스보다 활동량이 많은 선수는 시아캄 한 명 뿐입니다(20위까지로 봐도 사보니스까지 2명 뿐입니다. 시몬스와 키가 같은 반즈 포함하면 3명).
시몬스는 단신 가드가 아닌데 너무 많은 시간 출전시키면서, 너무 많이 뛰게 했어요(특히 공격 활동량이 엄청 많았습니다).
이런 과부하가 결국 시몬스의 부상으로 이어졌죠. 두 시즌동안 총 3 경기 결장한 선수가 이번시즌에만 16 경기 결장했으니까요.
반면, 지난시즌은 시몬스 과부하가 이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시즌에는 시몬스 곁에 버틀러-레딕-맥코넬이 있었는데 이 세 선수 모두 활동량이 정말 많은 선수들이었거든요.
50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맥코넬은 짧은 출전시간에도 평균 이동 스피드 리그 2위였습니다. 버틀러는 평균 활동량 리그 12위, 레딕은 27위였죠.
활동량많은 선수들이 함께 하고, 특히 맥코넬이 시몬스 백업으로 있어서 시몬스 출전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 지난 시즌입니다.
그런데 이번시즌은 곁에 레딕-버틀러-맥코넬이 모두 없죠. 그리고 시몬스 다음 활동량을 기록한 선수가 토비입니다(리그 25위).
지난시즌은 활동량많은 선수가 주전에만 시몬스 포함 네 명이 있었고(토비 포함), 벤치에도 맥코넬이 있었죠. 그러나 이번시즌은 활동량많은 선수가 시몬스-토비 뿐이었고, 벤치에서 활동량많았던 멤버는 타이불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타이불은 맥코넬과 달리 시몬스 백업이 아니죠(추가 영입된 글로삼도 마찬가지이고, 글로삼은 버블 구간 이후 결장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타이불이 15분 이상 뛰어야만 빅 라인업의 위력이 나타났는데(타이불 부상기간 빅 라인업 위력도 크게 감소했죠), 이 또한 결국 시몬스 제외 활동량많은 가드가 필요하다는 의미인 것도 같습니다.
그만큼 필리에 잘 뛰는 가드가 필요했다는 거죠.
지금 필리 로스터는 너무 기형적입니다. 잘 뛰던 가드진을 대폭 내보내면서 그 감당을 오롯이 시몬스 혼자 해냈죠. 이러니 시몬스가 탈이 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이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1) 빅라인업 자체의 생산성은 나쁘지 않았음(+ 타이불일 때)
2) 그러나 로스터가 너무 기형적임
3) 특히 활동량많았던 가드진의 빈 자리가 너무 큼(레딕-맥코넬-버틀러)
4) 그래서 시몬스가 큰 과부하에 시달림
5) 결국 시몬스는 시즌아웃급 부상만 2회 당함
6) 이 결과, 6인 라인업이 제대로 가동된 경기가 전체의 17.8% 뿐이었음
그래서 빅라인업은 실패입니다. 팀의 미래인 시몬스에게 허리-무릎 부상을 선사하고, 정상가동조차 되지 않았으니 실패일 수밖에요.
- 플옵용 라인업은 이제 포기해야 할 때
NBC 필라델피아의 폴 허드릭 기자가 얼마전 이런 코멘트를 한 적 있습니다.
"필리는 플옵용 로스터를 만들었다고 시즌내내 주장했다. 그러나 필리에 필요한 건 플옵용 로스터가 아니라 엠비드-시몬스를 위한 로스터이다."
저도 이 멘트에 동의합니다. 이번시즌 브랜드는 플옵용 로스터를 만들기 위해 엠비드-시몬스의 영혼의 파트너였던 레딕을 내보내고, 시몬스의 백업이자 팀의 보컬리더였던 맥코넬을 포기했습니다.
본인이 꿈꾸던 플옵용 로스터를 만들기 위해 세 시즌에 걸쳐 간신히 이룩한 엠비드-시몬스 로스터를 본인 손으로 해체한 거죠.
허나 이는 결국 시몬스의 시즌아웃이라는 최악의 결말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제라도 필리는 이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엠비드-시몬스를 위한 로스터를 짜야하죠. 특히 엠비드를 위한 로스터 구성이 절실해 보입니다.
- 어쩌면 해체될지도 모르는 엠비드-시몬스 조합
윗선의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더 프로세스의 상징인 엠비드-시몬스를 포기할 수 없다. 두 선수는 무조건 안고가며 우승을 노린다.
이 의지의 산물이 특이하게도 빅 라인업으로 이어졌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죠. 이를 위해 두 선수 페어링의 핵심이었던 레딕을 보냈는데, 전 아직도 이 결정이 이해가지 않습니다.
두 선수를 중심으로 하겠다면서 두 선수의 연결고리인 레딕을 포기했다는 점 말이죠. 결국 플옵용 로스터라는 허상에 휩싸여 엠비드-시몬스 맞춤형 로스터를 포기한 댓가를 이번 플옵에서 치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큰 문제를 일으키고 떠난 콜란젤로조차 두 선수에게는 빼어난 슈터가 필요하고, 그게 로스터 재건의 시작이라 주장했었습니다(콜란젤로가 레딕을 거액으로 데려왔죠).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이 발언이 지극히 옳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빅 라인업 시도가 너무 큰 에쎗 소비와 샐러리 소모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이제 필리는 과거와 달리 엠비드-시몬스를 안고가면서 로스터 재편을 하기는 힘든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두 선수를 안고 가면서 다시금 두 선수 맞춤형 로스터를 구성하는 것이겠지만, 에쎗 가치 측면에서 엠비드-시몬스만한 매물이 필리엔 더이상 없으니 두 선수를 안고 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건 이번시즌 시몬스가 성장했다는 겁니다. 버틀러를 보냈다 해도, 시몬스가 성장했고 엠비드가 플옵에서 정상컨디션을 보여준만큼 기존 라인업에 보강만 잘 했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에요.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 시즌 간 필리는 엠비드-시몬스-레딕 삼각편대의 팀이었고, 세 선수는 모두 팀의 기둥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랜드가 레딕이 기둥인 줄 모르고, 레딕이라는 기둥뿌리를 뽑아버린 것이 결국 문제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한 시즌만 더 레딕-조쉬-맥코넬로 시즌을 맞이하고, 호포드 안 잡고 남는 샐러리를 백업 센터 영입 등에 썼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당시 토비는 오버페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토비 재계약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없지만, 레딕-맥코넬 대신 호포드였어야 했나 라는 아쉬움은 계속 남네요.
버틀러가 없다 해도 플옵에서 건강한 엠비드-지난시즌 대비 성장한 시몬스 곁에 지난시즌 로스터 + 보강된 벤치가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플옵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을 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필리는 종적인 움직임이 부족하다
드라이브 인이든, 컷인이든, 패스든 간에 이번 플옵에서 필리가 코트를 종으로 찢어놓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시즌내내 종-횡 움직임에 기여한 시몬스 이탈이 결정적이었지만, 지난 시즌 대비하면 시몬스가 있다 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매우 큰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다 못해 맥코넬의 미드레인지 게임만 있었어도 이만큼 힘들진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필리의 종적 움직임은 형편없었고, 이 건 결국 엠비드 고립으로 이어지고 말았죠.
아이솔 머신인 버틀러는 차치하고서라도, 레딕만 있었어도(투맨게임 기능성과 날카로운 컷인 능력을 겸비한) 종적 움직임이 이정도로 형편없진 않았을 거에요.
맥코넬은 아예 대놓고 투맨게임에 이은 미드레인지 게임이 장기인 선수이구요.
돌파, 컷인, 패스 어떤 방식으로든 종적인 움직임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필리에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이드 활용도 제대로 안되고 있는데 이 또한 종적인 움직임이 약화된 것과 연관되어 나타난 문제로 보여요(지난시즌 레딕-엠비드로 대변되는 사이드 픽 앤 롤의 부재).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엠비드-시몬스를 안고가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 그 와중 잘해준 엠비드와 밀튼
먼저 조쉬도 칭찬합니다. 슈팅 기복이야 어쩔수 없고, 수비 기여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공격도 나쁘진 않았어요. 야투율이 아쉬웠지만 그 와중에도 팀 내 득점 2위입니다(16.8 득점). 애초에 볼 핸들링 기여가 낮은 선수가 공수에서 이 정도 활약해줬으니 만족스럽습니다.
그리고 엠비드는 비록 시리즈 말미 힘이 빠진듯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그래도 그간의 우려(플옵만 가면 경기력이 급감하던 문제)를 씻어낼 정도의 활약은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4 경기 평균 30.0 득점, 45.9% 야투율, 81.4% 자유투 성공률(14.8개 획득), 12.3 리바운드(2.8 공격), 1.3 어시스트, 1.5 스틸, 1.3 블락, 3.8 턴 오버
를 기록했는데 이는 필리팬들이 엠비드에게 바래왔던 플옵 활약이었죠. 매시즌 플옵만 오면 경기력이 급감해서 의구심을 자아냈는데, 중단 때문인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 시즌도 단축시즌이라 관리만 잘해주면 엠비드는 다음시즌에도 이 모습 재현 가능해 보입니다.
밀튼도 훌륭했습니다.
4 경기 평균 14.5 득점, 47.7% 야투율, 40.0% 3점 성공률(2.5개 성공), 3.3 리바운드, 2.8 어시스트, 1.5 턴 오버
를 기록했는데요. 밀튼과 조쉬 모두 볼운반/리딩에서 약점을 드러냈지만, 그걸 감안해도 밀튼의 경기력은 꽤나 좋았습니다.
특히 과감한 슈팅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 정말 아쉬웠던 선수들
반면, 토비는 정말 아쉬웠습니다. 첫 3 경기 3점 성공률이 0%였죠. 시리즈 야투율 38.3%, 3점 성공률 13.3%입니다.
팀 내 2 옵션이 평균 득점 15.8 득점 밖에 못했어요. 2옵션이라는 위치가 그에게는 큰 부담이었던 것 같고, 셀틱스 수비와 상성이 안 좋았다는 점도 감안해야할 것 같습니다.
받는 돈이 커서 아쉽지만 토비에겐 3-4옵션이 맞는 옷인 것 같아요.
전 토비를 좋아합니다. 팀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선수이고, 주장으로써 팀 캐미에 기여한 바도 커요. 그러나 3-4옵션이상을 바라긴 힘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코크마즈도 정말 아쉬웠습니다. 팀 내 두 명뿐인 슈터인데, 야투를 시리즈 내내 단 한개도 못 넣었어요. 그래서 결국 출전시간도 점차 줄어들고 말았죠. 제대로 뛴 첫 시리즈라는 면죄부가 있지만, 그럼에도 아쉬웠던 건 분명합니다.
코크마즈의 네 경기 평균 기록은 0.8 득점, 0% 야투율, 0% 3점 성공률입니다.
스캇은 시즌내내 최악이었는데, 플옵에서는 더 못했습니다. 벤치에서 가장 돈 많이 받고 장기계약된 선수가 이리 망가지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글로삼이 시리즈 내내 절실했는데, 부상으로 뛰지도 못했으니 이 또한 안타까운 일입니다.
- 마치며
정말 아쉬운 시즌입니다. 부상으로 점철된 시즌이었는데, 그 부상들이 기형적인 로스터에서 기인했다는 점이 뼈아픕니다.
특히 시몬스의 경우 무릎-허리 부상을 당했는데, 이 부상들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로스터 밸런스를 회복시켜야할 것 같아요.
빅 라인업으로 한 시즌 더 가는 건 시몬스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됩니다. 만약 빅 라인업을 굳이 고수하겠다면, 시몬스 백업이라도 많이 뛰는 선수로 영입해오면 좋겠습니다.
이번 오프시즌 큰 변화가 필요해보이는 데, 과연 필리가 엠비드-시몬스를 지키면서 변화를 추구할 지 둘 중 하나를 팔면서 변화를 추구할 지 궁금하네요.
더 프로세스의 상징이라 두 선수를 지켜왔던 것이니 만약 두 선수 중 한명을 선택한다면 엠비드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겠죠. 엠비드는 별명이 더 프로세스인 선수라 상징성 측면에선 시몬스보다도 위이니까요.
그런데 시몬스는 구단친화적인 선수이고(불만을 거의 안 드러낸 선수), 엠비드는 언해피를 수차례 띄운 선수입니다. 그래서 구단의 선택이 예상안되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래도 엠비드 잔류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현재 필리에서 가치있는 선수들은 시몬스-엠비드 제외 조쉬-타이불-밀튼 뿐입니다. 과연 이 세 선수에 토비나 호포드를 묶어서 트레이드가 나올 수 있을 지 궁금하네요.
조쉬-타이불-밀튼에 대한 수요는 있어 보이는데, 이 선수들만으로 뭔가를 도모하면 필리의 미래는 더욱 망가지겠죠. 세 선수를 트레이드시킨다면 무조건 토비나 호포드를 묶어 패키지 구성을 해야만 합니다.
이미 필리는 지난 오프시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이제 필리에게 남은 길은 죽더라도 끝까지 가보자 뿐입니다.
필요하다면 엠비드-시몬스를 트레이드해서라도 끝까지 가기 위한 리툴링을 진행할 텐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정말 궁금합니다.
브라운 감독 경질은 확실해 보이고, 브랜드 GM 이하 프론트 오피스의 전면개편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래저래 이번 오프시즌도 필리는 시끄러울 것 같아요.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20-08-24 13:53:42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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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일단 글 안보고 먼저 댓글부터 달아서 미안 합니다. 1년동안 수고 하셨네요...
좀 슬프네요 너무 무력하게 마지막을 장식해서...그렇다고 내년 시즌이 밝게 보이는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