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시즌 필리에 대해(+ 3차전 간략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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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3 23:59:58
이번시즌 필리에 대해 정리하는 한편, 3차전 리뷰도 간략히 해보려 합니다.
- 필리의 가장 큰 약점
지난 시즌 대비 필리의 가장 큰 약점은 종적인 움직임이 너무 약하다는 겁니다. 지난 시즌 종적인 움직임을 책임진 버틀러 + 레딕 + 시몬스가 UCLA 컷과 백도어 컷에 개인기를 버무려 강력한 종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반면, 이번 플옵에선 종적인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졌죠.
그나마 시즌 중에는 토비의 직선 대쉬(버블 구간 한정)와 시몬스의 컷인/롤링이 부족한 종적인 움직임을 메워줬는데, 플옵에선 토비까지 막히면서 아예 종적인 움직임이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시몬스 아웃은 횡적인 움직임(로고 픽 앤 롤, 사이드 푸쉬(풋백/컷인) 실종)의 약화로도 이어졌죠. 이번시즌 필리가 시몬스 의존도가 공수 모두 무지 높긴 했어요.
버틀러-레딕의 빈 자리를 시몬스로 정말 억지로 메우는 중이었는데, 시몬스가 강철몸은 아니니 결국 탈이 나버렸습니다. 그리고 필리는 시몬스가 빠지면 토비 외에는 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전무해요.
그나마 벅스-조쉬가 좀 하는데, 둘 다 림어택까진 못하고 미들존까지 얕게 진입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그러니 오늘처럼 진흙탕싸움으로 몰고가서 치고받아봤자 결국 클러치타임 때는 엠비드 고만 하다 무너지는 거죠.
시몬스 있었으면 아마도 클러치 때 시몬스-엠비드 로고 픽 앤 롤 위주로 갔을 겁니다. 부담감을 둘이서 짊어지는 거랑 한명이서 짊어지는 것의 차이인데, 이랬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 거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종잇장 밀튼이 시몬스 빠진 와중에는 종적인 움직임이 가장 좋긴 하네요.
- 빅 라인업은 실패일까?
당연히 실패입니다. 그런데 실패의 의미가 전 좀 다르긴 합니다. 제가 실패했다고 보는 건 시몬스의 과부하 -> 부상 -> 시즌아웃으로 이어진 부분을 실패로 봅니다.
그리고 플랜B도 없었죠.
당연한 거겠지만 시몬스 과부하가 다음시즌에도 이어지면 안되겠죠.
그런데 재밌게도 이번시즌 메인 라인업인 엠비드-호포드-시몬스-토비-조쉬-타이불 6인 라인업이 15분 이상 기용된 경기에선 12승 1패입니다(버블 포함, 버블 제 1 경기 페이서스 전 패배가 유일한 패배입니다).
상대팀(셀틱스 2회, 클리퍼스, 벅스 포함)이 약했던 것도 아닌데, 승리를 계속 해냈어요.
이 당시 승리해낸 건 전적으로 수비의 힘입니다. 공격은 여전히 버벅대었죠. 어차피 저 라인업에서 종적으로 푸쉬가능한 건 그나마 시몬스 하나이고, 토비의 직선대쉬가 보조할 뿐이니까요.
클러치 수비가 정말 좋았고, 어떻게든 진흙탕싸움으로 가서 이겼습니다.
이러니 브랜드가 빅라인업을 만들고 싶었던 거겠죠.
허나 이 빅 라인업이 고작 13 경기 나왔다는 것부터가 실패입니다. 핵심라인업이 총 73경기 중 고작 13 경기 가동되었어요.
그리고 시몬스가 너무 큰 과부하로 인해 시즌아웃급 부상을 2회나 입었습니다. 두 시즌 2 경기 빠진 선수가 이번시즌 결장만 16 경기했습니다.
이 팀은 원래 엠비드가 자주 빠지는 팀입니다. 그래서 최근 두 시즌 핵심이 엠비드였다면, 기둥은 시몬스였어요.
시몬스가 부상없이 잘 버텨주면서 팀 경기력을 일정수준으로는 유지해줬거든요. 그런데 이번시즌은 시몬스도 장기결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문제가 된 건 엠비드-시몬스 동시운용으로 드러났습니다. 핵심인 두 선수가 고작 41 경기만 같이 뛰었거든요.
지금 팀 로스터는 기형적입니다. 레딕-맥코넬 아웃은 사실상 브라운 감독에게서 손발을 자른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브라운 감독은 이 기형적인 상황을 시몬스로 메우려 합니다.
시몬스는 두 시즌간 강철몸이었습니다. 그러니 해볼만한 도박이었다 봤겠죠.
그러나 이 시도는 명백히 실패했습니다. 시몬스가 허리-무릎 부상을 입었다는 것부터가 정말 큰 문제라 할 수 있고, 이것이 다음시즌에도 반복되면 필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빅 라인업이 완전 실패는 아니라 보면서도(최소한 함께하면 이기긴 했으니), 무조건 포기해야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빅 라인업의 기형적인 구조를 시몬스가 떠받치는 상황이 다음시즌에도 반복되면 우리는 시몬스를 영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전 시몬스 부상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거든요(무릎-허리 부상이라는 점에서).
브라운 감독은 임기응변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단점을 로스터 운용으로 극복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이 팀은 두 시즌 간 엠비드-시몬스-레딕 삼각편대의 팀이었죠.
그래서 누군가 빠져도(주로 엠비드) 나머지 두 명으로 플랜B 운용을 하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순간이 16연승 구간인데, 첫 8연승은 엠비드와 함께 했고, 뒷 8연승은 엠비드 없이 해냈죠.
이 때 중심은 시몬스-레딕의 속공라인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속공라인업의 위력이 현저히 약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엠비드의 팀이 된 것도 아니에요. 엠비드는 스페이싱이 안되어서 언해피까지 떴었고, 속공라인업의 위력도 줄었습니다.
당연한 겁니다. 이 팀은 두 시즌 간 레딕-엠비드-시몬스의 팀이었습니다. 세 기둥 중 한 개의 기둥뿌리를 뽑아버렸는데,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죠.
브랜드 GM은 레딕이 기둥이 아니라 본 것 같은데, 엠비드가 잦은 부상을 당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레딕-시몬스가 건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두 선수는 거의 부상이 없었으니까요. 결국 브랜드의 잘못된 선택이 기둥뿌리 하나를 뽑아버렸고, 기둥 한축이 무너진 필리가 무너진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이 삼각편대에 토비가 더해져야 했어요. 그랬다면 토비의 약점도 어느정도는 가려졌을 겁니다. 그래서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 필리의 3차전 운용 변화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이 상태로는 절대 승리 못합니다. 엠비드 축의 양궁농구를 추구하는 데 3점 성공률이 33.3%, 23.8%, 23.1%에요.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심지어 전력차도 명확히 나고, 클러치 때 밀릴 건 자명한데 말이죠.
지금 필리가 이기려면 3점이 터져야 합니다. 최소한 38%는 되어야 해볼만 합니다. 2, 3 차전처럼 24%도 못 넘기면 그냥 가비지 패배당하는 거죠.
그만큼 명확한 전력차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전력차가 가장 크게 느껴진 부분이 클러치 타임 때였죠.
The Next 23 님 글이 훌륭히 정리되어 있으니 이 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3차전은 철저히 빅라인업의 장점으로 밀어부치겠다는 의중이 명확히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2차전은 쓰리가드쓰다 2빅 혼용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팀컬러를 보여줬었죠.
3차전 변화의 중심속에서 크게 활약한 선수가 토비인데, 토비는 사실 슈팅빼곤 잘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클러치 때 아쉬웠죠.
이 경기 필리는 리바운드 57개를 잡고, 공격 리바운드만 20개를 잡았습니다. 2차전때는 쓰리가드쓰다 공격 리바운드 6개 밖에 못 잡았죠.
그런데 3차전은 토비 혼자 7개나 되는 공격 리바운드를 잡았습니다. 필리는 계속 포제션 싸움에서 밀렸는데, 3차전 만은 포제션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어요.
필리는 3차전 내내 속공 마진이 형편없습니다. 시몬스 없으니 아예 속공이 실종된 상태인데, 이 경기도 속공마진이 무려 -14였어요.
그런데 3차전은 공격 리바운드로 2차득점 마진을 +13점 해냅니다. 이 덕분에 리드 체인지 9회, 동점 10회나 가는 접전을 만들 수 있었던 거죠.
이 경기 변화 포인트는,
1) 빅 라인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공격 리바운드 가담을 높인다(핵심은 토비).
2) 엔트리 패스 비중을 낮춘다.
3) 속공이 안되도 얼리 오펜스 비중은 조금 높인다.
4) 투맨 게임 비중을 확 늘린다.
이 네 가지였습니다. 끈적한 경기를 원했던 것 같고, 실제로 굉장히 끈적한 경기를 해냈죠. 이 결과가 1쿼터 테이텀 3 파울로 이어졌는데, 이 이점을 필리가 잘 살리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엠비드 고립을 막기 위해 엔트리 패스 비중을 낮추고, 얼리 오펜스 비중을 늘린 것은 주요했어요. 마치 엠비드를 시몬스처럼 덕인시키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는 엠비드가 엔트리 패스받는 걸 버거워했던 걸 감안하면 좋은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DHO를 비롯한 활발한 투맨게임이 더해지니 엠비드가 꽤 편하게 볼을 쥐고 로우포스트 돌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결과가 엠비드의 30 득점으로 이어졌죠.
그러나 문제는 역시 3점입니다. 안 터져도 너무 심하게 안터지는데, 기껏 엠비드가 볼잡고 로우포스트 들어가도 더블 팀/트리플 팀 걸릴 때 빼주면(킥아웃) 정말 한 개를 제대로 넣질 못했죠.
밀튼이 그나마 좀 넣어줬고, 조쉬가 나름 넣어줬지만 그 뿐입니다. 밀튼-벅스 외에는 30% 이상의 슈터가 없었고, 밀튼 만이 제 몫을해줬을 뿐이에요.
가장 좋은 슈터가 엠비드였는데(5개 시도, 2개 성공, 40% 3점 성공률), 이래서야 답이 안 나오죠.
특히 토비는 이 경기도 5개 시도해 모두 실패했습니다.
이래서야 엠비드가 제대로 뭔가를 할 수가 없겠죠. 자유투를 16개나 얻어내었음에도, 야투율이 35%에 그친 것도 결국 킥아웃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엠비드의 킥아웃이 날카롭지 못하긴 한데, 지금 필리 슛감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것도 맞거든요.
지금 필리 와이드오픈 3점 성공률이 2 경기 평균 30.8%에요. 고작 평균 4개 넣고 있습니다(2차전은 9개 시도해 1개 성공...).
밀튼 빼면? 엉망진창입니다. 밀튼은 와이드오픈 3점 성공률이 플옵 60%에 이르는데(1.0개 성공), 두 경기 평균 1개 씩 넣고 있거든요(50% 성공률).
즉, 밀튼 빼면 2, 3차전 와이드오픈 3점 성공률이 고작 27.2%라는 얘기입니다(11개 시도해 고작 3개 성공...).
슈터들이 분발해야 합니다. 3차전 엠비드 고립을 기껏 막아봤자 이리 못 넣어주면 엠비드는 다시 고립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 결국 무너진 클러치 상황
종적인 움직임이 현저히 부족한 필리인데, 시몬스는 빠졌고 토비의 직선 대쉬는 셀틱스 상대로는 안 통합니다. 그러니 클러치 타임 때 할 수 있는 게 엠비드 고밖에 없죠.
그나마 밀튼이 한번씩 좋은 모습을 보여주나 그 뿐, 현재 필리 클러치 타임은 정말 엠비드 고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4쿼터 마지막 5분되면 필리 공격은 답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그 전에 승부를 봐야하는데, 3점은 안 터지니 해법이 전혀 안 보이네요.
필리 클러치 야투율이 현재 주전 5인방 중 밀튼 제외 모두 0%입니다. 밀튼 만이 클러치 야투율 100%를 기록 중이나, 고작 2득점했을 뿐이죠.
정규시즌 엠비드는 클러치 득점이 3.8 득점에 이르렀으며, 야투율도 53.2%(3점 성공률 46.2%)나 되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시몬스가 있으면 필리는 클러치 타임 때 시몬스-엠비드의 투맨게임으로 활로를 찾는데, 시몬스는 클러치 야투율이 56.3%에 이르는 효율적인 선수입니다.
그러니 두 선수의 로고 픽 앤 롤은 꽤나 위력적이죠.
그러나 시몬스 없이 엠비드 고만 해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특히 셀틱스 같은 괴물 수비팀을 상대로는 말이죠.
그래서 필리는 지금 클러치가면 안됩니다. 무조건 3쿼터까지 승부를 봐야해요. 그래서 4차전은 만약 3쿼터까지 승부못보면 그냥 패배를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 마치며
그나마 밀튼은 잘해주고 있습니다.
14.7 득점, 48.5% 야투율, 42.1% 3점 성공률(2.7개 성공), 3.0 리바운드, 3.3 어시스트, 2.0 턴 오버, TS% 62.5%를 기록중입니다.
엠비드 외의 유일한 수확이라 할만 합니다. 종잇장같은 몸때문에 볼 운반에 어려움을 겪지만, 간간히 번뜩이는 모습이나 안정적인 슈팅은 유일하게 신뢰를 줍니다.
조쉬도 준수합니다. 공격은 부족하나 수비에선 팀 내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죠. 결과물이 안 따라와줘서 아쉽지만 조쉬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약 맥코넬-레딕이 있어서 두 선수가 벤치에서 나왔다면 어땠을 까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입니다.
두 선수는 그래도 잘해주는 중인데,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욕만 먹고 있어요. 그래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플옵에서 3점을 단 한개도 못 넣은 코크마즈가 기대 이하이지만, 이 또한 이해할만 합니다. 사실상 첫 플옵이니까요(그래도 4차전에는 좀 터지길...).
참 안타깝네요.
스윕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데 4차전은 그래도 잘 해주면 좋겠습니다. 부디 1 경기는 이겨주길 바랍니다. 4차전 그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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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빅라인업의 생산성에 있어서는 성공이었지만 가동 자체를 못하니 실패했네요.참 아쉽습니다 진짜 매력적인 로스터였는데 말이죠.
말씀하신대로 엠비드는 일정경기 이상 결장이 상수이고 시몬스가 그 기간 버텨줘서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는데 올시즌 너무 많이 다치다보니 앞으로 이 부상들이 영향을 준다면 큰일이네요.
올시즌전 가장 기대했던 팀이고,풀전력일때의 위력은 확실했기 때문에 더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