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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스 팬들에게 청천벽력 같았던 덕 콜린스 감독의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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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6-26 21:21:05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nbatalk&wr_id=7476264

 

시카고 불스는 디트로이트에 역전패했지만 팬들은 마이클 조던과 동료 선수들이 악조건 속에서 눈물겨운 투혼을 보이며 15년만에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라 선전한 것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결정적인 순간 조던의 체력방전에 대한 책임이 덕 콜린스 감독에게 있다는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불스 팬들은 그런 여론의 출처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며 무시했습니다. 

 

불스의 플옵 1회전 상대인 캡스는 정규리그 성적 2위에 득실마진에서 큰 차이로 리그 1위를 기록했던 강팀이었고, 플옵 2라운드 상대는 애틀랜틱 디비전 우승팀인 닉스였고, 컨퍼런스 파이널 상대는 정규리그 1위인 디트로이트였습니다. 그렇게 강팀을 상대하기 위해서 감독이 마이클 조던의 출전시간을 경기당 44분으로 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시카고 불스는 88-89 정규시즌에 캡스와 피스톤스를 12번 만나서 12번 모두 패했습니다. 그런 캡스와 사력을 다해서 5차전을 치렀을 때 이미 대부분 불스 선수들은 체력이 고갈되어 있었습니다.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올라 피스톤스에게 2승을 거둔 것은 콜린스 감독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성과였다는 칭송이 감독에 대한 비난을 압도했습니다. 피스톤스는 파이널에서 레이커스에게 4-0 스윕을 이룸으로써 플옵에서 불스에게만 2패를 당하고 프랜차이즈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덕 콜린스 감독은 시즌 내내 제리 크라우스 단장과 충돌이 있었지만 자신이 감독에서 해임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콜린스 감독의 지휘 아래 불스는 매년 발전하고 있었고, 덕 콜린스는 고향팀의 성격좋고 잘생긴 젊은 감독으로 팬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크라우스가 자신을 싫어해도 라인스도프 구단주가 해임을 허락할 리 없다고 콜린스는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덕 콜린스는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터 대학까지 고향에서 다니며 국가대표에 선발되었고 1973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식서스에 지명된 이후 연속 네 번 올스타에 뽑힌 선수였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하기 직전인 프로 4년차부터 무릎 부상에 시달렸고 결국 부상 때문에 NBA 커리어가 조기에 마무리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콜린스는 35살 젊은 나이에 고향팀인 불스의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그와 동시에 필 잭슨이 코치로 부임했습니다. 제리 크라우스가 콜린스에게 동의를 받고 잭슨 코치를 영입한 것입니다. 

 

콜린스 감독보다 여섯살이 많았던 필 잭슨은 선수 은퇴 후 아주 힘들게 살고 있었습니다. 생계 유지도 어려울 정도의 형편없는 급여를 받고 2부리그인 CBA 감독을 지냈고, NBA 코치 자리가 여의치 않자 몇 해 동안 푸에르토리코에서 농구팀을 지도했습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아닌 데다가 선수시절 반사회적 히피 문화에 젖어 있었기에 잭슨은 NBA 팀에서는 기피대상이었습니다. 크라우스는 진작에 잭슨을 코치로 영입하려 했는데, 스탠 얼벡 감독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덕 콜린스가 필 잭슨의 코치 영입에 동의한 이유는 선수시절부터 그를 알고 있었고, 자신과 달리 NBA에서 두번 우승한 적이 있어 그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입니다. 덕 콜린스는 감독에 취임하자마자 마이클 조던과 의기투합했습니다. 엘리트 성향이 강했던 콜린스는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슈퍼스타의 꿈을 마이클 조던을 통해서 대리 성취하고자 했습니다. 콜린스 감독의 그러한 슈퍼스타 편애 성향은 10년 후에 그랜트 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것 때문에 힐의 선수경력이 망가졌다는 비난이 아직까지 있습니다.)


덕 콜린스는 쾌활하고 직선적인 성격에 카리스마까지 갖춘 감독으로, 불스의 모든 작전과 운영을 자신이 주도하려고 했습니다. 콜린스 감독에게 큰형 뻘인 필 잭슨이나 아버지 뻘인 텍스 윈터와 자니 바흐는 자신을 보조하는 코치에 불과했습니다. 콜린스 감독은 언론이나 팬들과의 접촉을 즐겼고 그들과의 관계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부임 직후부터 콜린스 감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제리 크라우스 단장과의 관계였습니다. 그 두 사람의 관계에는 서로의 잘잘못을 떠나 절대 오랜 기간 함께할 수 없는 성향차이가 있었습니다. 

 

제리 크라우스는 예전부터 감독 및 코치들과 어울리며 전술이나 팀운영에 대한 토론을 즐겼고 그것이 단장의역할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덕 콜린스는 그러한 크라우스의 행동이 감독의 영역을 침범하는 월권이라고 여기며 반발했습니다. 크라우스는 다른 GM과 달리 대부분의 원정경기에도 선수단과 동행했는데, 팀 버스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공항까지 간 후에 팀 비행기 제일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선수들과 코칭스탭의 공간이라고 여겨졌던 라커룸에도 수시로 들락거렸습니다. 덕 콜린스는 그런 크라우스에게 질색했습니다. 덕 콜린스가 질색한 크라우스의 또 다른 습성은 크라우스가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선수나 코칭스탭과 상의해서 결정하지만 가장 중요한 드래프트나 트레이드 등을 감독과 상의없이 내질러 버리는 성향입니다.


단장과 감독 사이를 시침과 분침이 맞물려 돌아가는 시계의 톱니라고 한다면 오목한 부분과 돌출한 부분이 서로 엇바뀌어 맞물려야지만 이가 맞아서 잘 돌아가는데, 돌출한 부분끼리 서로 맞추려고 하니 맞물리지도 않고 끼워지지도 않아 크라우스와 콜린스 두 사람은 부딪혀 피를 흘리며 "웬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제리 크라우스는 88-89 시즌 도중에 플레이오프 종료 후 콜린스 감독을 해임하겠다고 이미 마음을 먹은 상태였고, 그런 결심을 필 잭슨과 텍스 윈터에게 통보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가 종료된 이후 덕 콜린스의 인기가 하늘 높이 오르자 구단주 라인스도르프를 설득해서 콜린스를 해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조던의 체력방전은 감독 책임이 아니라 무리하고도 불리한 플레이오프 스케줄 때문이었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크라우스는 공격 방향을 바꿔서 조던이 컨퍼러스 파이널 결정적인 순간에 체력이 방전된 것은 덕 콜린스가 정규시즌에 마이클 조던에게 너무 무리한 역할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치 텍스 윈터와 필 잭슨에게 물어봤더니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들이 산더미처럼 많았습니다.


콜린스 감독은 88-89 시즌 종반에 마이클 조던을 포인트가드로 기용하는 문제를 두고 텍스 윈터 코치와 심하게 충돌했습니다. 텍스 윈터 코치는 자신의 전술인 트리플 포스트가 콜린스 감독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모든 공격을 마이클 조던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은 지나치기 힘들었습니다. 콜린스 감독보다 29살이 많은 윈터 코치는 아들뻘인 콜린스 감독을 존중했지만 팀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끝까지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덕 콜린스 감독은 수백 가지 창의적인 공격 전략을 만들고 구성했지만 그 모든 전략이 마이클 조던 한사람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덕 콜린스 감독은 윈터 코치의 반대를 묵살하고 조던을 포인트 가드로 기용했습니다. 

 

조던이 포인트 가드를 맡자 팀원들은 오히려 한결같이 뒤로 물러서면서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했습니다. 89년 3월 25일부터 조던은 11경기에서 포인트 가드를 맡았는데, 처음 여섯 경기에서 시카고는 5승 1패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슈팅가드 크레이그 하지스가 부상을 당했고 불스는 그 이후 다섯 경기에서 연달아 패했습니다. 조던은 그 11경기 중에서 10경기에서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시즌 막판에 육체적으로 너무 지쳤고 불스는 마지막 10경기를 2승 10패로 마쳤습니다. 제가 Michael Jordan - The Life 라는 책을 찾아보니 조던의 체력 고갈 등 부작용을 포함한 해당 내용이 길게 언급되었습니다. 그중에서 한 문단만 가져오겠습니다. 텍스 윈터 코치가 항의했을 때 덕 콜린스 감독은 윈터 코치에게 불스의 연습 참가를 금지시켰다는 내용입니다.

 


제리 크라우스 단장은 플레이오프 막판 조던 체력 고갈의 가장 큰 이유는 콜린스 감독의 무리한 작전 때문에 정규리그 종반에 마이클 조던이 육체적으로 무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라인스도르프 구단주를 설득했습니다. 크라우스의 결정적인 주장은 덕 콜린스 감독은 시카고 불스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기에 역량과 철학이 모두 부족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침내 라인스도프 구단주는 크라우스의 설득에 넘어가 콜린스 감독의 해임에 동의했습니다. 


콜린스 감독 해임 소식은 불스 팬들에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해임 배경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았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글에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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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6-26 00:24:36

라스트 댄스 심화과정같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WR
2020-06-26 01:32:52

덕 콜린스 감독과 자니 바흐 코치는 다혈질 성격 답게 코트에서 난투극이 벌어지면 그 즉시 뛰쳐나갔습니다. 필 잭슨과 텍스 윈터 코치는 절대 그런 거에 말려들지 않았죠.

https://youtu.be/WuOK7hEoHF0

Updated at 2020-06-26 00:52:00

당시 덕콜린스가 35살밖에 안됬었군요. 보스턴 셀틱스의 브래드 스티븐스와 거의 비슷한 나이에 NBA감독이 된거네요. 저는 이게 더 신기하네요. 지나치게 젊은 감독 트렌드는 요즘에나 새로 생긴거라고 생각했는데...

WR
2020-06-26 00:52:19

그 시즌 플옵에서 시카고와 맞붙었던 뉴욕의 릭 퍼티노 감독은 덕 콜린스보다 한살이 적었습니다. 만 34살에 닉스 감독으로 취임했다가 89년 플옵에서 불스에게 패한 후 자진 사임했습니다. 퍼티노는 26살에 BU 감독에 취임한 조숙형 천재 타입이었습니다. 뉴욕 닉스를 사임한 후 켄터키 대학 감독에 취임해서 찬란한 금자탑을 이뤘습니다. 그 이후 루이빌 대학까지 전국 챔피언에 올렸는데, 2017년 스캔들 때문에 체면을 많이 구겼죠.

2020-06-26 00:45:10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WR
2020-06-26 01:33:38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Updated at 2020-06-26 01:57:59

조던이 풀시즌 포가로 뛰었어도 재밌었겠네요. 웨스트브룩보다 30년 먼저 시즌 트더를 다시 달성 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88-89시즌이 8리바 8어시로 가장 근접했던 시즌이네요. 충분히 가능은 했을거 같기도 하구요.

WR
2020-06-26 10:07:26
88-89시즌 불스의 주전 포가는 샘 빈센트였는데 불스가 프로텍션을 걸지 않아서 시즌 후반에 신생팀 올랜도에서 데려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포가 기용을 놓고 코칭스탭이 분열한 것입니다.
Updated at 2020-06-26 10:09:56

개인적으로는, 제가 감독이라면 크라우스 스타일은 정말 싫을 것 같습니다. GM의 역할은 감독의 역할을 침범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덕 콜린스 감독이 코치들의 의견을 듣지않는 것도 참 별로네요.

 

결국 감독은 바뀔 수 밖에 없었고, 크라우스도 선수단 및 감독코치진과 사이가 안좋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불스 이야기 정말 재밌습니다. ^^ 

WR
2020-06-26 10:13:40

공격 전술을 담당하던 텍스 윈터 코치의 의견을 심하게 무시했지만 그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해임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었습니다. 

2020-06-26 10:17:10

감독은 결과에 책임을 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까지는 전술은 감독이 결정하는 것도 맞죠. 참 어려운 일이네요. 

2020-06-26 10:59:01

항상 양질의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WR
2020-06-27 13:37:04

감사합니다

2020-06-26 12:28:13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WR
2020-06-27 13:37:15

말씀 고맙습니다

2020-06-26 12:50:37

글이 엄청 몰입감이 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WR
2020-06-27 13:37:25

감사합니다

2020-06-26 13:38:00

제가 모르던 예전의 정보들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WR
2020-06-27 13:37:47

고맙습니다

2020-06-26 13:58:35

항상 Damon Bailey님의 글은 독보적인 해박함과 정제된 문장력 

때문에 정독을 하게 됩니다.

때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글을 읽는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어떻게 이런 걸 알고 계시는지도 신기하고요.

알고 계신 내용을 몰입되게 잘 써주시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농구를 좋아했던 팬으로서 그리고 지금은

Damon Bailey님이 쓰고 계신 글의 팬으로서

항상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젠가 Damon Bailey님이 써주시는 하킴이나 바클리에 관한 글도 보고 싶네요.

 

 

 

 

WR
2020-06-27 13:38:46

공부하러 미국에 갔다가 공부보다 시카고 불스에 더 빠져있었습니다. 하킴이나 바클리에 대해서도 쓸 수는 있지만 불스만큼 심층적으로 알지는 못합니다

Updated at 2020-06-26 23:32:01

몇몇 분들이 라스트 댄스 언급을 하셨지만, 솔직히 말해 소문난 잔치에 의외로 먹을 게 별로 없는 느낌이었던 라스트 댄스보다 님 글이 훨씬 더 재밌네요. 첫 편 부터 정말 잘 읽었습니다.

 

 

WR
2020-06-27 13:39:19

고맙습니다. 링크따라 인스타 들어갔다가 예쁜 그림들 잘 구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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