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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유언비어 난무 속에 감독에 취임한 필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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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7 02:56:32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nbatalk&wr_id=7477374

 

구단의 그간 사정을 이미 알고 있던 매스컴과 기자들은 덕 콜린스 감독의 전격적인 해임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지만, 불스 팬들에게 콜린스 감독 해임 소식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젊고 유능하고 헌신적인 덕 콜린스는 그동안 팬들에게 불스의 감독으로 완벽한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거의 모든 불스 팬들은 구단이 오클리를 트레이드하지 않았다면 불스가 우승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불스가 피스톤스에게 2-1로 리드하고 있을 때 시카고에서 치러진 4차전에서 압도적인 리바운드 열세가 아니었다면 승패가 뒤바뀌었을 것입니다. 만일 오클리가 있었다면 불스가 더 나은 정규시즌 성적을 거둬서 플옵 상대팀과 스케줄이 그토록 극악스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느닷없는 콜린스 감독 해임은 불스 팬들에게 구단의 어이없이 자해적인 적반하장으로 비춰졌습니다. 그 당시 불스의 골수 팬일수록 오클리를 그리워했습니다. 대다수 불스 팬들은 첫 우승을 한 이후에 오클리에 대한 미련을 버렸지만, 다수의 골수 팬들은 쓰리핏 이후에도 오클리를 잊지 못했습니다. 그에 따라 유난히 필 잭슨에 대한 평가가 박한 곳이 시카고였습니다.


불스 팬들은 해임된 콜린스 감독의 후임이 필 잭슨 코치로 결정되었다는 황당한 소식에 귀를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필 잭슨 코치가 그토록 시카고 팬들에게 얕보일만한 일을 한 것도 없었는데, 그 당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팬들의 차별적인 편견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고, 고향출신이고, 젊고, 활발하고 잘생긴 콜린스 감독이 성골이었다면 선수시절 만년 후보였고, 타지역 출신이고, 과묵하고, 잘생기지도 않은 필 잭슨은 그저 머슴 같은 존재여서 도저히 불스 감독 역할이 어울릴 수 없다는 편견입니다. 그 이후 콜린스 감독의 해임과 잭슨 감독 부임 배경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았습니다. 가장 황당한 건 시카고 갱단 연루설입니다. 당시 나돌던 유언비어들 중에 대표적인 두 가지가 아내 준(June)을 이용한 필 잭슨의 로비작업설과 불스의 인기가 오르는 것을 시기한 시카고 컵스 관계자와 팬들이 WGN과 트리뷴을 부추겨 불스를 자중지란에 빠트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필 잭슨이 아내 준을 이용해서 감독에 부임하고자 로비를 벌였다는 루머는 상당부분 잭슨 부부 본인들에게 책임이 있었습니다. 제리 크라우스에게는 쎌마(Thelma)라는 헌신적인 아내가 있었는데, 잭슨의 부인 준(June)이 쎌마와 어울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기자들 카메라에 찍힌 사진도 있고, 심지어는 준, 쎌마와 제리 크라우스가 함께 관중석에 자리한 것이 방송에 나타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필 잭슨이 아내를 통해 로비했다는 것은 사실보다는 추측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필 잭슨은 그렇게 어리숙한 방법을 쓸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내보다 수완이 훨씬 좋은 본인 스스로가 은밀히 감독자리를 차지하려고 크라우스를 부추긴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두번째 음모론인 컵스 배후설은 그 이후에도 샘 스미스 기자의 조던룰 출판, 마이클 조던의 도박 스캔들 보도, 조던의 갑작스런 은퇴 등 불스에게 안좋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메뉴입니다. 실제로 열성 야구팬들이 트리뷴을 이용해서 여러차례 불스와 조던 흔들기에 나섰다는 것은 그 바닥에서 공인된 사실이었습니다. 1984년 마이클 조던이 불스 유니폼을 입기 직전에 MLB 만년 하위팀 시카고 컵스는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2루수 라인 샌버그(Ryne Sandberg)는 NL MVP에 올랐습니다. MLB 플레이오프 진출은 NBA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에 해당됩니다. 

 

시카고는 Second City 라는 도시 위상에 걸맞지 않게 각종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었습니다. 시카고의 스포츠 팬들은 패배주의에 빠진 채 주로 컵스와 베어스에 몰려 있었고 나머지 팀들은 서자 취급당하며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시카고 팬들과 지역 언론들은 라인 샌버그 슈퍼스타 만들기에 열중했습니다. 그런데 조던이 시카고 유니폼이 입은 이후 컵스는 다시 매년 부진에 빠졌고, 샌버그는 본인 스스로 슈퍼스타의 스포트라이트를 즐기지 않았습니다. 

 

1987년 조던이 득점왕에 오르며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킬 때에도 시카고 스포츠에서 조던의 위상은 월터 페이튼과는 비교도 안됐고 라인 샌버그보다도 아래였습니다. 시카고 컵스와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지역 방송국 WGN은 매년 컵스의 전 경기를 생중계했습니다. WGN은 시카고 지역방송이지만 기본 케이블을 통해서 미드웨스트 전지역에서 시청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면 캔사스에서도 월 15달러를 내면 ESPN, CNN, TNT 등 약 50개의 케이블 채널을 기본으로 시청할 수 있었는데, WGN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WGN은 시카고 불스 경기의 1/4을 생중계했습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조던과 불스의 인기가 올라가자 미드웨스트 지역에서 WGN의 시청률이 크게 올랐습니다. 그 지역의 팬들은 WGN에게 재미없는 컵스 생중계를 줄이고 불스 생중계를 늘여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카고에서도 불스의 인기가 오르면서 컵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조금씩 침식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시카고 지역에서 컵스-WGN-트리뷴은 견고한 삼각연대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1987년 트리뷴이 샘 스미스를 불스 전담기자로 발령하자 불스 팬들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꼈을 정도입니다. 정치 사회부 탐사보도 기자로 한때 명성을 날렸던 샘 스미스가 불스 전담취재 기자로서 지나칠 정도로 오버 퀄리파이드 된 인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몇년 후 그때의 불안감이 기우가 아니었음이 증명됩니다.


조던이 시카고에 온 뒤에 매년 하위권을 맴돌던 컵스가 1989년에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5연승과 5연패를 여러번 번갈아가며 오가는 도깨비팀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러다가 5월 말부터 디비전 선두로 올라가서 계속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시카고 트리뷴에서 플레이오프 탈락 직후 조던과 콜린스 감독을 비난하는 기사를 연달아 내보냈습니다. 두번 모두 샘 스미스가 아니라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가 쓴 논평이었습니다. 매직 존슨 마음만 먹으면 체임버스를 올스타 MVP로 만들기도 하고 워디를 파이널 MVP로 만들면서 팀에게 우승을 안겨주는데, 조던은 뭐든지 자기 혼자 다 하려고 하니까 안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감독의 책임이 크다라는 내용의 칼럼입니다.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고 불스 팬들은 무시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콜린스 감독이 해임된 것입니다. (그 시즌에도 컵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정신없이 쓰다보니가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별거 아니고 당시에 그런 이야기들이 나돌았다는 정도입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1989년 필 잭슨의 감독 취임 당시 팬들과 전문가들은 물론 그를 임명한 당사자인 제리 크라우스마져도 필 잭슨을 과소평가했습니다. 물론 잭슨이 감독으로 부임한 후 제리 크라우스는 철저하게 구단 운영을 장악함으로서 자신의 실제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필 잭슨은 어느 누구의 예상보다도 더 깊고 더 수완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목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잭슨은 어릴적부터 독실한 신앙교육을 받고 자랐는데, 학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접한 후 회의감에 기독교를 떠나서 여러가지 신앙을 전전하다가 결국 불교에 안착한 인물입니다. NBA에서도 거의 모든 커리어를 벤치멤버로 보내면서 마리화나와 마약에 빠진 히피 망나니에서 멀쑥하고 단정한 신사 사이를 오가는 내적 갈등을 겪었습니다. 아래 영상은 필 잭슨의 프로 커리어를 1분도 안 되게 축약해 놓은 것입니다. 이게 같은 사람인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https://youtu.be/2UAfeUqZRvA


필 잭슨은 마인드 게임에 능통한 외유내강형 인물입니다. 덕 콜린스처럼 자신의 패를 모두 보여주는 어리석은 순수함이 없습니다. 상대에게 양보하는 거 같아도 실속은 항상 그가 챙깁니다. 구단에 불화가 있어도 절대 거기에 끼어들어서 중재하거나 말리는 법이 없습니다. 저도 잭슨 감독이 불스에서 여섯번이나 우승한 것은 선수 복이 있어서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레이커스에서 한번 우승한 직후인 00-01 시즌에 샥고 코비가 크게 충돌했을 때 필 잭슨이 보여준 리더쉽은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기자들까지도 샥의 편에 서거나 코비 편에 설 것을 강요받을 때, 필 잭슨은 누구 편도 들지 않았을 뿐더러 다른 모든 선수들도 한쪽 편에 서지 않고 중립을 지킬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잭슨 말고는 어떤 감독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잭슨을 만만하게 봤다가 큰 코를 다친 사람 중에는 제리 크라우스도 포함됩니다. 오늘은 이만 줄이고 다음 글에서 이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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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6-27 05:16:26

 아앗 컵스 배후설을 보니 왜 갑자기 조던이 컵스는 42년째 리빌딩 중이라는 말을 했는지 납득이 되네요.

2020-06-27 07:10:08

장밀 그 인터뷰 보고 지난주에 빵터졌었는데 ....

WR
2020-06-27 13:41:22

조던이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은 후에야 골수 컵스 팬들도 그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2020-06-27 08:53:23

농구 외적으로도 엄청난 야망가였네요 필잭슨은

WR
2020-06-27 13:43:30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다섯 자녀를 둔 상태에서 와이프 준과 이혼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레이커스 억만장자 구단주의 상속녀와 10년 넘게 연인으로 사귀었던 사람입니다. 
2020-06-27 16:58:55

존경스럽네요 남자로서

2020-06-27 10:04:43

필 잭슨 뒷 이야기는 처음 알았습니다. 오늘도 또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WR
2020-06-27 13:44:49

필 잭슨 뒷야이기는 끝도 없이 많습니다. 제 수고와 게시판 지면이 아까워서 글로 쓰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2020-06-27 10:32:16

 재밌습니다

WR
2020-06-27 13:45:20

감사합니다

2020-06-27 11:23:54

오늘도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필 잭슨은 참 독특하게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 그는 전술은 코치에게 맡겨두고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하는데 주력했다고 하던데 다음 얘기에서 그런 얘기가 나올 것 같네요. 기다리겠습니다. ^^ 

WR
2020-06-27 13:48:21
전술을 코치에게 맡겨두었다기 보다는 코치의 전술을 흡수했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입니다. 텍스 윈터의 트리플 포스트는 당시에 이미 오래된 전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BA의 어느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잭슨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트리플 포스트에 베리에이션까지 적용했고, 그것도 잘 안먹힐 경우에는 조던 고~를 병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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