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같던 마이클 조던도 결국 인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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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동부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의 승리로 시카고는 디트로이트에게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갔습니다. 남은 네 경기 중에서 두번만 승리해도 불스는 사상 처음으로 NBA 파이널에 진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와 남은 경기의 스케줄은 모두 이틀 간격으로 예정되어 있어서 하루 걸러 경기해야 하는 터프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매 경기가 끝난 후 탈진 상태에 가까웠지만 하루를 쉬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4차전이 열리는 날 숙면을 취한 조던이 다음날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발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 경험한 적이 없었던 체력방전이 조던에게 온 것입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시카고 불스는 디트로이트에게 세 경기에서 연속 패함으로써 파이널 진출이 좌절되었습니다. 오늘 글의 주요 내용은 불스가 디트로이트에게 어떤 식으로 세번 연달하 패했나입니다. 그 디테일을 보거나 들어보신 분들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짧게나마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 세 번의 경기에서 불스는 최종 스코어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박빙의 승부를 펼쳤습니다. 그 3경기 모두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불스에게는 4쿼터 중후반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3경기의 양상은 매 경기 전혀 달랐습니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마이클 조던의 체력방전입니다.
시카고에서 열린 4차전에서 마이클 조던은 체력저하 때문에 점프슛이 계속 짧게 빗나가자 돌파에 이은 레이업으로 공격루트를 전환했습니다. 조던의 슛감각이 나빴음에도 불스는 3차전에 부진했던 피펜, 그랜트, 하지스가 원래의 경기력을 되찾아 디트로이트와 시종일관 접전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 시카고가 4차전에서 패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리바운드의 열세입니다. 불스는 공격리바운드 개수에서 피스톤스에게 9-23으로 압도적인 차이로 밀렸습니다. 조던은 발이 얼어붙어서 점프를 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공격리바운드는 물론이고 수비리바운드에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43분을 뛰면서 조던은 2 리바운드에 그쳤습니다.
4차전을 6점차이로 패한 시카고는 하루 쉬고 디트로이트 원정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모두 다 지난 다음에 하는 이야기지만, 이때 조던을 한 경기 결장시키고 시카고에서 열리는 6차전에 대비해 몸을 쉬게 했으면 시리즈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5차전은 제가 여태까지 본 시카고 불스 시합들 중에서 가장 이상한 경기였습니다. 그 5차전에서 마이클 조던은 무려 46분을 뛰었습니다. 그런데 그 경기 불스에서 가장 슛을 많이 던진 선수와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모두 크레이그 하지스입니다. 조던은 46분을 뛰면서 고작 8개의 슛을 던졌습니다. 돌파 시도로 인해 자유투를 많이 얻기는 했습니다. 그 경기에서 불스는 디트로이트 수비에 막혀 고작 59개의 야투를 시도하는데 그쳤습니다. 조던이 슛을 적게하면 불스가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반면에 디트로이트는 80개의 야투를 던졌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시카고 불스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썼기 때문에 1989년 디트로이트 선수진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88-89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NBA역사에서 가장 투터운 선수층을 가진 팀이었습니다. 다른 팀에서는 꿈도 못꾸는 9맨 로테이션을 실행했던 팀이 1989 피스톤스입니다. 팀내 1,2,3,4 번째 선수와 6,7,8,9번째 선수의 격차가 별로 없던 황당한 팀이 1989 피스톤스입니다. 피스톤스는 1989년 우승 후 주전 파워포워드 릭 마혼을 미네소타로 보내고도 여유롭게 8맨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던 팀입니다.
불스가 5차전에서 그렇게 적은 수의 슛팅을 시도했는데도 3쿼터가 끝나고 양팀의 점수는 1점차 박빙이었습니다. 그러자 척 데일리 감독은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던 토머스, 어과이어, 그리고 레임비어를 4쿼터 내내 벤치에 앉히고 그 대신 비니 존슨, 존 샐리 그리고 제임스 에디워드를 투입했습니다. 디트로이트는 4쿼터 득점에서 시카고에게 29-21로 앞섬으로써 결국 9점 차이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디트로이트가 4쿼터에 올린 29득점 중에서 주전선수 5명이 올린 득점은 3점에 불과했습니다. 디트로이트는 단지 수비만 강한 팀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팀이 다 있을까 놀라움이 들게 만들던 경기였습니다.
시카고 불스의 가장 큰 악재는 마이클 조던이 지친 몸으로 또다시 46분을 뛴 것입니다. 시카고는 하루만 쉬고 다시 홈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시카고에서 열린 6차전에 앞서 조던은 미디어와 간단한 인터뷰를 가졌는데, 5차전에서 무리하지 않고 체력을 안배한 덕분에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6차전의 비극은 경기 1분만에 찾아왔습니다. 경기시작 직후 시카고 불스의 첫 공격에서 리바운드를 다두턴 중 스카티 피펜이 빌 레임비어가 휘두른 팔꿈치(elbow)에 눈을 맞고 경기장에 나뒹굴었습니다. 레퍼리는 몸부림치는 피펜을 손으로 끌어서 코트 밖으로 옮겼습니다. 어떤 파울콜도 불리지 않았고, 피펜은 경기장을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스는 1쿼터부터 타올랐습니다. 피펜의 퇴장 직후 조던이 연속 스틸에 이은 절묘한 레이업을 성공시켜 8-2로 앞서나갔고, 2쿼터 초반까지 31-21로 앞섰습니다. 피펜의 부상장면과 조던의 연속 레이업을 허접한 영상으로 편집해서 올립니다.
https://youtu.be/MfYlJDhXI6c
그 이후 마이클 조던과 불스 주전들의 탈진이 다시 일어났고 불스는 디트로이트의 맹추격을 받았습니다. 3쿼터 시작 후 디트로이트는 역전에 성공한 후 지친 불스를 밀어부쳐 압도했습니다. 그때 마이클 조던이 다시 살아나서 연속득점에 성공해 4쿼터 초반 불스는 79-81로 추격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마이클 조던의 체력은 완전히 소모되었습니다. 그 경기 4쿼터에서 조던이 보여준 모습을 이해하시려면 훗날 2015년 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 4쿼터의 제임스 하든을 떠올리면 됩니다. 마이클 조던은 연달아 공을 흘렸고, 연달아 자유투를 미스했습니다.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게 용하다 싶을 정도로 조던의 체력은 바닥나 있었습니다. 그 경기에서 조던은 32득점(야투율 13/26)과 13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막판에 자유투를 연달아 놓치고 다리가 풀린 상태에서 공을 연달아 흘리는 등 12개의 자유투 중에서 7 개를 미스했고 무려 8 턴오버를 범했습니다. 시카고는 4쿼터 중반부터 무너져 또 다시 9점차이로 패했습니다.
시카고의 팬들은 조던과 동료 선수들이 악조건 속에서 눈물겨운 투혼을 보이며 15년만에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라 선전한 것에 찬사를 보냈지만, 일부에서 결정적인 순간 조던의 체력방전에 대한 책임이 덕 콜린스 감독에게 있다는 여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글에서 쓰겠습니다.
선추천 후 감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