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보스턴과 블레이크 그리핀 이야기
시작하기 앞서, 조 마줄라 감독의 정식 선임을 축하합니다.
전에 같은 주제로 쓴적이 있는데, 보스턴 셀틱스는 전통적으로 FA와 연이 없는 구단입니다. FA로 슈퍼스타가 온 적은 한번도 없고, 아마 FA로 보스턴에 온 올스타급 선수도 역사상 단 세명으로 기억합니다 (황혼기 원정 제외). 그런데 2017년에 계약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올스타 선수가 관심을 보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블레이크 그리핀입니다.
믈론 당시 팀 핏도 맞지 않았고 그리핀의 폼도 꺾이던 시점에, 보스턴은 헤이워드와 계약하며 이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관심이라도 보인 것이 신기한 일이었고 그래서 그 이유조차 아직까지 기억에 남네요. 당시 워즈는 그리핀의 보스턴에 대한 관심을 다루며 팟캐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리핀은 폴 피어스의 TD가든 마지막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는 보스턴 팬들이 피어스에게 보낸 사랑을 분명히 보았다'.
재밌는 것은, 알 호포드의 아버지 또한 위와 비슷한 이유로 호포드가 보스턴에 오게 되었다 밝힌 적이 있습니다. 애틀랜타와의 플옵 시리즈에서 스윕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선수들을 향해 환호한 홈 팬들을 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한 적이 있죠. 물론 그리핀이 당시 보스턴에 오지는 않았지만, 팬들의 존재가 이렇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그 외의 메리트가 존재하지 않는 보스턴으로서는 긍정적인 신호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몇년간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2018-19 시즌에는 시즌 내내 이어진 라커룸 문제가 있었고, 버블 플레이오프에서는 스마트와 브라운과의 큰 언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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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워쉬번이 여느때처럼 악의적으로 부풀려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만, 분명히 2년 연속 이런 소식이 나오는 것이 좋은 신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 내내 보스턴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결국 시즌이 끝나자 브래드 스티븐스는 감독직을 그만두고, 켐바 워커는 트레이드됩니다.
https://theathletic.com/2660873/2021/06/19/an-inside-look-at-the-factors-that-led-to-the-inevitable-break-up-between-kemba-walker-and-the-celtics/
당시 재럿 와이스가 보도했던 기사인데, 중간에는 조금 충격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소스에 의하면, 브루클린의 블레이크 그리핀은 이번 시즌 도중 보스턴 선수에게 연락하여 자신이 합류하면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그 선수는 '라커룸 내부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결국 블레이크 그리핀은 브루클린 합류 전 보스턴에도 계속 관심을 보였지만, 2017년 자신이 생각한 팀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브루클린을 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만큼 당시의 암울한 상황을 잘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팀에 합류하고 싶어했던 선수가 팀의 분위기 때문에 그 팀을 기피하게 되는 현실, 이는 2020년의 보스턴이 앞으로 해결해야 되었던 큰 숙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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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시 사장으로 부임하며 브래드 스티븐스가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부분은, "새로운 목소리의 필요성과 분위기의 쇄신"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시즌의 가장 큰 목표는 새로운 시대에 알맞는 팀 문화의 정립이라 봐도 되겠죠. 즉 마이크 자렌과 같은 프런트의 핵심은 그대로 남기면서 기존의 합리적인 운영 체제는 유지하며, 라커룸에서 실질적인 선수 관리를 전담할 역할로 새로운 감독을 세우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와이스의 기사에 따르면, 스마트와 브라운의 언쟁은 단순히 한번의 해프닝이라기보단 그간 쌓인 스마트의 불만의 표출에 가깝습니다. 원래 보스턴의 수비 지시는 스마트와 호포드 둘이 분담하고 있었으나, 호포드가 떠난 이후 스마트는 홀로 이 책임을 떠맡게 되었고, 종종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팀원들로 인해 부담이 쌓이고 있었다고 하죠. 도리어 일부 선수들은 이에 대해 스티븐스 감독이 스마트를 편애한다고 느끼고 불만을 표했다고 하니, 아이러니합니다.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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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계획대로 작년의 보스턴은 꽤나 성공적으로 팀의 색깔을 찾아냈습니다. 스마트의 지휘를 바탕으로 더욱 조직력 있고 짜임새 있는 수비를 내세웠고, 공격에서는 기존의 핸드오프나 픽앤롤 기반 오펜스는 줄고 선수 전원이 볼무브에 참여하는 스팟업 위주의 시스템으로 개편했습니다. 비록 우승까지 이어지진 못했으나, 많은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시즌입니다.
그리고 오프시즌, 문제의 전임 감독이 일을 터뜨리고 맙니다. 보스턴의 미래에 적신호가 켜지는가 했지만, 꽤나 발빠르게 내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메 우도카 사단이 아닌, 브래드 스티븐스 사단때부터 팀에 있던 조 마줄라를 임시 감독 대행으로 승격시킵니다. 또한 갈리나리의 불운한 부상과 로버트 윌리엄스의 수술이 있었지만, 말콤 브록던이 트레이드로 합류하였고 보스턴이 작년 한해 야심차게 키우던 루크 코넷과 샘 하우저 또한 더 큰 역할을 부여받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예전부터 루머만 나오던 그가 팀에 합류하는데,
당연히 헤드라인을 장식할만한 큰 영입도 아니었고, 오프시즌 팀의 메인 영입조차 아니었지만, 저에게 있어서 그리핀의 합류는 꽤나 의미깊게 다가왔습니다. 2년전과 달리 이제야 비로소 팀다운 팀이 되었다는 신호로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이번시즌 보스턴은 작년에 이어 성공적인 라커룸 문화를 정착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https://twitter.com/ByJayKing/status/1624886904587014144?s=20
무스칼라가 트레이드로 합류하자 마줄라 감독은 그에게 가장 먼저 라커룸 분위기를 자랑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충분히 즐기라고 말해주었다고 합니다.
https://twitter.com/ByJayKing/status/1626060859687550976?s=20
말콤 브록던은 지속적으로 인터뷰에서 팀을 칭찬하며, 자신이 있던 모든 팀 중 큰 차이로 단연 최고의 라커룸이라며 자랑했습니다.
https://twitter.com/celtics/status/1626055435626196995?s=20
그리고 마줄라 감독은 블레이크 그리핀이 라커룸 분위기의 '주춧돌'이라며 인터뷰에서 그를 공개적으로 칭찬했습니다.
https://www.masslive.com/celtics/2023/02/brad-stevens-reveals-celtics-buyout-market-needs-for-final-roster-spot.html
브래드 스티븐스 사장 또한 마이크 무스칼라의 영입 후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영입 기준의 우선순위는 '뛸만한 실력이 있지만 뛰지 않더라도 괜찮은' 선수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요구인지와 이를 기꺼이 수용하는 선수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강조하며, 뛰지 않는 경기도 많지만 뛰게 되면 최선을 다해 팀에 기여하는 그리핀의 최근 경기 활약을 언급하며 칭찬을 보냈습니다. 무스칼라를 영입한것도 이처럼 롤을 희생할 수 있으면서 리커룸 영향력이 긍정적인 선수이기 때문이라 말했죠.
그리고 이런 점에서 마줄라 감독과 스티븐스 사장의 말마따나 그리핀은 이번시즌 정말 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핀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히기를, 자신은 모두와 두루 친하지만 특히 벤치 끝자락 4인방과 함께 붙어다닌다고 합니다. 페이튼 프리차드, 루크 코넷, 샘 하우저, 그리고 지금은 없는 저스틴 잭슨이죠. 자신의 절친들이라며 자랑했는데, 개인적으론 한때 슈퍼스타급 실력을 가졌던 선수가 아무 자존심 없이 이렇게 로테이션 끝자락 동생들을 챙기고 어울리는게 고맙게 느껴집니다. 이런 부분을 잘 알기에 마줄라 감독도 인터뷰에서 굳이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그리핀을 향한 인정을 보낸것이 아닐까 하고요. 보스턴의 라커룸이 그리핀 한명에게 의존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리핀이 그 안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번시즌 코트 밖 역할과 코트 위에서의 허슬로 보스턴 홈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리핀인데,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단 생각입니다. 부디 앞으로도 팀의 성공과 함께 이 팀의 모든 선수들이 더 큰 환호와 사랑을 받기를 바라봅니다.
아무튼 경기 내적 분석이 아닌 이런 팀 분위기 칭찬같은건 보통 재수없는 자랑 같기도 하고 해서 잘 안하려는 편인데, 2년 전의 출발점과 대비해서 그간 밟아온 과정을 소개하는것도 의미가 있지 싶어서 올스타 브레이크에 들어가며 올려봅니다. 경기력 분석이나 선수 개개인 평가 등도 언젠간 올리..겠죠?
그러면 이상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 현재 멤버 중에 23-24시즌 계약 안되어 있는 선수가 그리핀하고 그윌 뿐인데 부디 두 명이 다 재계약을 하기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