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얘기가 나오는 시카고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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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스를 논할 때 잘 언급되지 않는다고 글을 쓰기도 했었고, ESPN 잭 로우가 지난주에도 강조했듯 시카고는 “윈나우 모드”에 돌입한 팀입니다. 그런데 미래 1라픽만 봐도 무려 3장이나 썼는데도 불구하고 11승 18패 / 동부 11위 / Elo rating 리그 전체 2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드로잔-라빈-부세비치 빅3를 결성하던 시기부터 저번 시즌 그리고 이번 시즌에 걸쳐 여러 차례 밝혔던 문제점들이 몰아서 노출되고 있는데, 저번 시즌 꼴찌였던 팀 3점 시도는 올해도 똑같이 꼴찌고(3점 스페이싱 시대에 2시즌 연속 리그에서 유일하게 경기당 30개 미만 시도하는 팀이 불스) 저번 시즌 빅3 온코트시 넷레이팅이 –1.1로 마이너스였던 게 올해는 –5.4로 더 심각해진 겁니다. 프런트가 복귀를 낙관하던 론조는 수술 후 현재 시설에서 재활치료중인데, 기본적인 러닝시에도 통증을 느끼는 안타까운 상황이고요.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빅3가 온코트시 지고 있다는 거고, 조력자들도 와이드 오픈3점조차 못 던지는등 상당히 아쉬운 공격력을 가진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건데요(공수 반쪽짜리 선수들의 조합인지라 팀내 Total RAPTOR상 순위가 괴리감 있죠). 문제는 지금의 로스터가 윈나우로 노선을 정하고 1라픽등의 자산을 들여서 만든 “결과값”이기에 결과가 실망스러운 건 물론 또 다시 1라픽등을 쓸 여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문제점들이 뻔히 보여도 지난 트레이드 데드라인이나 오프 시즌 때 움직이지 못했던 거죠.
그런 가운데 몇몇 타팀 경영진들은 불스가 “이제는” 노선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데, 로우가 그들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불스는 이미 윈나우 노선을 택한 것이 이런 결과가 나왔을 뿐입니다. 이건 굴욕적인 게 윈나우 노선을 탔는데도 부진하니 팀들은 윈나우 노선을 탔는지조차 모른다는 건데요. 시카고 프런트가 나름 힘줬는데, 주변에선 너네 할 거면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팔고 미래 자산 챙기라고 훈수를 두는 상황인 겁니다.
1. 도대체 누가 망상적인 걸까?
우스꽝스럽게도 지금 고전하는 바로 그 불스의 프런트가 타팀들의 운영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기는 플레이인 토너먼트가 도입되던 시즌이고, 라빈의 4년/78M 계약이 아직 남아있을 때로 미리 라빈을 트레이드하는 옵션이 분명 있었으며, 부세비치를 트레이드 영입하기 직전입니다.
소위 GarPax 체제라고 불리는 기존 프런트가 해체되고 새로이 시카고 부사장직에 취임한 카르니쇼바스는 2021년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 샘 스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플레이인 제도가 생기고 본인 팀들이 (능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10위를 할 수 있다고 믿으며 트레이드 시장에서 셀러로 나서길 거부하는 팀들이 있다며, 이들을 겨냥해 망상적(delusional)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썼던 겁니다.
https://www.nba.com/bulls/features/arturas-karnisovas-gives-his-thoughts-state-bulls
단순히 팀들이 판단을 잘못하고 그로 인해 결과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망상적이라고까지 표현한 건 누가 봐도 뻔히 보이는 것을 인정하길 거부한다든가 혹은 심지어 이미 결과가 나온 걸 두고 그걸 부정한다는 듯한 모양새라고 타팀 경영진들을 비난했던 건데요(물론 딱 어느 팀인지 지목하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로서는 전혀 웃기진 않지만,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건 저렇게 타팀한테 훈수 두던 프런트가, 바로 미래 자산으로 부세비치를 데려오고도 그해 플레이인 진출조차 실패했다는 겁니다. 시카고 프런트 논리에 따르면 망상적이었던 건 바로 그들 자신이었던 셈이죠.
최악인 건 이런 모습이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겁니다. 빌 시몬스와 케빈 오코너 같은 더링어 멤버들이 군불을 때던 시카고 로스터 폭파론은 이젠 ESPN 워즈가 뉴욕 닉스를 포함한 타팀들이 시카고를 주시하고 있다는 전국 보도부터 트레이드를 제안해오는 타팀들에게 불스 프런트는 우리는 건강하면 플옵 갈 수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는 제이크 피셔의 보도까지 계속 공론화중인데요.
불스는 리빌딩해야 한다는 바클리의 의견부터 시카고 지역 ESPN 라디오 호스트(불스 프런트가 교체될 거라는 루머를 가장 먼저 알린 지역 인물) David Kaplan까지 드로잔등을 팔면서 리빌딩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윈나우를 시도했음에도 윈나우스런 결과를 전혀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물론, 윈나우 모드로 들어갔다는 걸 설사 모르고 결과 자체만 봐도 안 좋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워즈나 로우, 피셔 같은 전국구 기자들부터 비트라이터들은 입을 모아 현재로선 불스 프런트가 셀러로 나설 생각이 없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몇 년 전에 시카고 프런트가 타팀들을 저격한답시고 묘사한 그 상황 – 최소한 셀러로 나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는 상황– 을 본인들이 또 다시 연출하고 있는 겁니다.
2. 드로잔은 여전히 잘하지만, 주변 상황이 트레이드를 부르는
브래들리 빌이 지금의 슈퍼 맥스 계약 체결 전의 계약인 2년/76M 잔여 기간이 남아있던 3년 전 The Athletic 데이비드 알드리지는 워싱턴이 빌을 트레이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빌은 정말 농구 를 잘하고 팀과 동료에 헌신적인 선수지만, 슈맥 받고 부상 아웃된 존 월과 조력자 부족등의 “주변 상황”이 그를 트레이드하는 게 최선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던 건데요. 빌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잘하는데 그런 빌을 도와줄 여력이 없는 워싱턴의 상황 때문에 트레이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더마 드로잔 22-23시즌 성적
- 평균 25.9득점 4.9어시 4.7리바
- eFG% : 51.6% TS% : 60%
- AST% 21.7% USG% 29% WS/48 0.161
- PPP : 픽앤롤 상위 9% - 아이솔 상위 7% - 포스트업 상위 1%
저는 알드리지의 논지가 지금의 시카고-드로잔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드로잔 때문에 팀의 실링이 낮다 이런 게 아니라, (물론 이번 시즌 클러치 퍼포먼스는 꽤나 떨어졌습니다만) 드로잔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꼴찌에서 7번째인 성적과 빅3 조합 및 롤플레이어들의 공격적 한계 때문에 높이 올라가지 못하는 건 물론 이젠 플로어조차 털리고 있으니 리셋을 고려해야 된다는 건데요. 물론 당시 워싱턴 상황과 크게 다른 건 탑4 보호로 불스의 2023 1라픽이 올랜도한테 가있다는 점인데, 50% 넘는 확률로 최상위픽을 또 다시 넘겨준다는 뜻입니다.
자체픽을 넘겨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확률이 그리 높음에도 불구하고, 드로잔이 2년 연속으로 최상위권의 개인 득점 볼륨 및 효율을 뽑아내는 상황에서 나이도 있고 계약도 1.5년정도 남았으며 드로잔이 불스가 가진 최고 트레이드 카드기 때문에 최소한 트레이드 시장 탐색에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로잔이 지금보다 젊고 또 시카고랑 잘 맞아서 앞으로도 계속 같이 간다고 하면 상황이 많이 다르겠지만, 팀 퍼포먼스도 쳐지고 드로잔의 나이도 있는 상황이기에 더더욱요.
3. 셀러로 나서면 알맞은 트레이드 파트너가 등장할까
불스 경영진이 끌까지 고집을 부리거나 구단주가 관중 수익을 위해 드로잔 트레이드등을 막을 가능성은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퍼포먼스가 최악인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쓴소리를 하지 않는 비트라이터 KC 존슨조차 불스의 트레이드 카드 가치를 분석하는 기사를 올렸는데요. 프런트 마음이니 어떻게 될지는 당연히 모르지만, 만약에 트레이드에 나선다고 가정해보고 알맞은 트레이드 파트너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올해 1라픽이 탑4 보호로 올랜도에 가있는 건 물론 2025년 1라픽도 탑10 보호로 갖고있는 시카고 입장에 딱 맞는 트레이드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언론에서 많이 거론하는 팀은 단연 LA 레이커스입니다. 그런데 최근 팀의 슈퍼 에이스 역할을 하던 AD가 부상을 입어 최소 1달 이상의 장기 결장 예정이기에 레이커스 입장에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혹은 원래 1라픽 2장을 한꺼번에는 안 쓰려 했는데 그럴 명분이 생겼다)는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레이커스가 트레이드 카드로 제공할 수 있는 1라픽이 2027년부터의 것으로 너무 먼 미래라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https://www.sportingnews.com/sg/nba/news/lakers-trade-rumors-draft-picks-2027-2029-first-round/bjlnzt6i3voksatph7xluhib
과거 불스 비트라이터였던 스테프 노가 최근 기사로 썼듯 기대를 안고 받은 타팀의 미래 1라픽 최종 순번을 봐도 그렇고, 너무 먼 미래의 1라픽은 가치가 한정적이라는 주장에 저는 동감합니다. 물론 전부 비보호라면 바뀐 로터리 추첨 확률과 결합되어 레이커스 입장에선 충분한 성의 표시를 하는 거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만(특히 잭 로우가 레이커스 미래 1라픽 가치를 높게 평가하죠) 애초에 AD 대형 트레이드를 했던 레이커스이기에 최대한으로 제공할 수 있는 카드 자체가 한정적이니깐요.
불스에게 좋은 건 새로운 팀들이 트레이드 협상팀으로 부상하고, 레이커스의 관심을 이용해 그 새로운 팀들의 카드를 최대한 뽑아내는 건데 이게 말이 쉽지 프런트들간의 싸움인지라 어려운 일이죠. 또 리그 순위표를 가만히 들여다 봐도 리그의 드로잔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타팀들이 드로잔의 플레이상 약점 및 나이도 고려할 건데, 잭 로우는 만약 드로잔이 매물로 등장한다면 트레이드 시장에 핵폭탄을 떨구는 급의 존재감을 보이며 트레이드 시장 판도를 바꿀거라고 말했는데, 드로잔을 트레이드할지 혹은 나온다면 관심도는 어떨지는 데드라인까지 꾸준히 이슈 제기가 될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건 올해나 가까운해 비보호 1라픽이나 유망주를 데려와서 시카고에서 그 유망주가 터지는 그림인데, 애초에 조금이라도 싹수가 보이는 유망주면 루키 계약 끝나고 오버페이 소리 들으면서까지 잡는 추세라 쉽지 않아 보입니다.
4. 출발부터 잘못된 설계일 수 있다는 불안감
지금의 프런트가 들어서고 처음으로 행사한 4픽 패트릭 윌리엄스의 활약 및 발전이 지지부진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팻윌에 대해서 안 터질거라 판단내리고 포기하는 시점은 지금이 아닌 먼 미래이고, 계속해서 터지길 기대할 거라는 로우 스탠스에 저는 동감합니다), 3&D윙에 트랜지션 전개를 하던 론조가 부상 아웃인 어려운 상황인데, 애초에 프런트가 전임으로부터 팀을 인계 받을 때 상태 자체가 안 좋았고 그렇기에 기대를 걸어봄 직한 카드 자체가 적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윈나우 모드 돌입을 선택한 건 바로 지금의 시카고 프런트인데, 라빈이 지금의 연장 계약을 맺기 이전 4년/78M 계약이 남아있을 때 라빈까지 트레이드하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것 또한 분명 가능한 선택지였다는 겁니다. 사실 야투 효율이 리그 최고급일 때도 박스 스탯 대비 마진 스탯류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수비가 분명한 약점이면서 패싱까지 제한적인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건 쉽지가 않죠. 이걸 드로잔을 영입하면서 득점력으로 가리고 있는 모양새인데, 만약 앞으로 불스의 최고 카드인 드로잔을 트레이드한다면 이후에 라빈 또한 슈팅 효율 및 트레이드 가치가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트레이드 탐색을 시작하길 바라고요. 부세비치는 물론 카루소, 그린등의 선수들도 트레이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노반 감독이 vs올랜도 경기 4쿼터에 라빈을 벤치로 보냈을 때 라빈은 야투가 부진한 경기에서도(당일 야투 1-14) 다음 야투를 성공시킬 기회를 달라며 오직 본인의 득점력에만 초점을 맞췄는데요. 농구는 공수 전환 스포츠이고, 팀이 짜놓은 플레이에서도 다음 플레이를 미리 생각하지 못한채로 교체 직전 안일한 패스 턴오버를 범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디시젼 메이킹 및 패싱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상당히 보기 안 좋았습니다.
라빈한테 트레이드 키커까지 낀 맥스 계약을 안겨주고, 지금까지 지출한 1라픽등의 규모를 고려하면 결과를 확실히 내야 한다는 건 프런트도 알고 있었을 거고, 실제로 불스 프런트는 올해 여름까지도 팀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계속 얘기를 해왔습니다. 피셔 보도에 따르면 그랬던 목표가 지금은 플옵 진출, 그것도 "팀이 건강하면"이라는 조건까지 달아가는 것으로 바뀌었지만요.
도노반 감독한테 오프시즌에 연장 계약까지 준 거 보면 프런트 본인들도 이렇게까지 결과가 엉망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거 같네요. 왜냐하면 보통 이 정도로 상황이 처참하면 감독의 잘못이 몇프로든 감독 경질로 로스터 구성 실패한 프런트 책임 떠넘기기 + 분위기 환기를 노리는데, 연장 계약해놓고 바로 그러기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즌은 길고 앞으로의 경기들에서 반등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일이 잘 풀려도 팀의 실링은 여전히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더불어 드로잔, 부세비치의 나이 및 계약 상황 때문에라도 리빌딩쪽으로 노선을 180도 바꾸는 걸 하나의 옵션으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장문의 거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픽도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 픽이 중요하지 먼 미래 픽 받으면서 리빌딩 돌입하면 답 없을 것 같아요 리빌딩을 한다면 가까운 미래의 픽하고 바꾸는 것 아니면 유망주랑 트레이드하는 노선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