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시카고-밀워키 시리즈 후기 및 시즌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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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의 압도적 우위가 예상되던 시리즈에서 2차전 승리를 거둔 불스는 이후 맥없이 3연패를 당하며 1승 4패로 시리즈에서 패했습니다. 불스가 보완할 지점이나 여러 오프시즌 이슈 (예컨대 라빈 재계약등)는 좀 나중에 다뤄보고, 플옵 시리즈 간략 후기 및 플옵을 보고 느낀 점들을 써봤습니다.
3차전부터 기어를 올린 벅스의 철벽 수비
- 플레이오프 5경기 밀워키의 디펜시브 레이팅 : 94.4 (16개팀중 1등)
1,2차전에서 불스 공격이 엄청 잘 풀렸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특히 3차전서부터 밀워키는 수비에서 대단한 집중력과 응집력을 보이며 시카고 공격을 잡아먹었습니다. 벅스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약한 공격수들을 버리고” 그들의 마크맨까지 적극적으로 상대 에이스들을 견제했는데요.
드로잔/라빈의 온볼 공격에 집중해서 마치 팀이 하나가 된 것처럼 이 둘의 공격을 막고, 파울도 최소화한 벅스의 수비 집중력은 정말 어마무시했습니다. 드로잔/라빈이 패스를 어떻게 잘 빼줘도 (특히 코너에 위치한) 불스 선수들은 오픈 3점을 거의 넣지 못하면서 밀워키가 더욱 자신을 갖고 자신들의 수비법을 밀어붙였고요.
▲ 이 수비법은 프리뷰에서 다루기도 해서 한 장면만 보고 넘어가고, 이런 큰 틀 외에도 벅스가 팀 차원에서 특히 드로잔을 겨냥해서 들고 나온 수비법을 보고자 합니다. 바로 위 장면에서도 보이듯이 상대 수비수들은 불스의 온볼 핸들러들로 하여금 (슈팅핸드 반대손이자) 돌파 경로에서 선호하는 오른쪽의 “반대편” 인 왼쪽으로 공격 들어가게끔 유도했는데, 픽앤롤이 끼었을 때 Weak 수비 포함 특정 방향으로 몬 겁니다.
▼ 특히 불스 에이스인 드로잔이 왼편으로 흘러가게끔 몰아세운 노골적인 수비 장면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아래 장면을 보면 밀워키가 진짜 준비 잘해왔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는데요.
▲ 시카고가 자주 선보인 패턴 – 진짜 공격을 전개할 선수에게 공을 주고자 볼을 든 이가 다가가 핸드오프로 공 전달하고, 근처에 있던 선수 스크린 받아서 중앙으로 흘러오는 – 을 아예 전개도 못하게 “플레이를 깨버린” 건데요. 매튜스가 전광석화처럼 튀어나와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동선을 막고, 포르티스도 좀 이따 눈치채고 돌파 경로를 같이 막아준 겁니다.
▲ 원래 이 패턴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위처럼 코너쪽에서 올라온 드로잔은 스크린 타고 중앙쪽으로 흘러와서(상대가 스위치 수비를 하든 뭘 하든) 빅맨 맞이해서 미들 풀업 땡기기도 하고, 돌파 들어가기도 하는등 본인의 장기인 득점을 위한 판을 깔아주게 됩니다. 그런데 벅스는 아예 플레이 시도조차 차단해버린거죠.
이번 시리즈에서 라빈/드로잔등을 막던 즈루 할러데이의 수비는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드로잔 마크하던 매튜스의 집중력도 상당했고요. 그 외 진짜 페인트존 사수 그 자체를 보여준 브룩 로페즈나 4번에서든 스몰볼 센터든 공수 모두 공포스러웠던 쿤보등의 수비 활약은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픈 3점조차 꺼리며 오픈이어도 탄 돌리는 그런 선수들이 즐비한 시카고 로스터 상대인데다가 (플레이오프에서 3점 시도수는 3번째로 많으나 3점 성공률 꼴찌에서 2번째 / 코너 3점 성공률 꼴찌) 부세비치의 정면 픽앤팝3까지 맛이 간 상황에서 벅스가 불스의 에이스들에게 더욱 강한 견제를 펼칠 수 있었다는 걸 떠나서 그냥 개인 단위나 팀 단위 모두 수비 퍼포먼스가 매우 위압적이었습니다.
물론 시카고 입장에선 팀내 최고이자 리그 수위급 캐치앤슈터인 론조 볼을 잃은 게 뼈아프긴 했습니다만, 빅3 외 구성원들이 과연 공격에서 캐치3점등 1인분을 할 수 있는 로스터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제기는 나올 수밖에 없겠고요. 또 부상 말하기도 그런 게 다른 팀들도 부상 나오는 건 물론, 당장 상대였던 밀워키가 2차전 이후론 미들턴 없이 경기를 치렀으니깐요.
열심히 뛰었으나 역부족이었던 팀 수비
정규시즌 막판 개판이던 수비 (트랜지션에서 마크맨 놓치고 공짜 득점 헌납에 하프코트에선 갖은 방법으로 털리던 모습) 상황을 반전시켜 나름 1,2차전에선 팀 전체적으로 높은 수비 집중력을 보여준 불스인데요. 물론 미친 활동량과 길목잡기 차징 유도와 몸을 날리는 허슬로 2차전 승리를 공격의 드로잔과 함께 이끈 카루소 개인의 수비 대활약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외 수비가 약점이던 선수들도 열심히 수비한겁니다.
커리어 내내 수비가 발목을 잡은 드로잔 같은 경우 이번 시리즈에서 (특히 쿤보 돌파 상대로) 미리 중요 포인트 길목을 잡고 차징을 유도하는등 매우 영리한 수비를 펼쳤습니다. 드로잔은 정규 시즌 2743분을 뛰며 단 한 개의(..) 차징 유도를 해냈는데, 203분을 뛴 플옵에선 무려 4번이나 공격자 파울을 이끕니다.
▲ 차징 유도는 물론 아래 장면처럼 헬프 수비를 가서 돌파 경로/ 패스 각도를 막고, 빨리 리커버리하며 마지막엔 박스아웃까지 해내는 허슬을 보여준 위 장면은 이번 시리즈 그의 노력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박스아웃도 플옵와서 경기당 0.7회 -> 경기당 2.6회로 크게 뛰면서 여러모로 열심히 수비했습니다. 플레이오프라는 중요 무대에서 한층 더 집중하는 모습 자체는 굉장히 보기 좋았고 나머지 어린 선수들도 잘 배우면 좋겠습니다(반대로 정규시즌에서부터 그런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 다만 이렇게 노력함에도 타고난 수비적 약점을 공략당하는 장면들이 계속 나왔다는 것도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특히 스크린 꼈을 때 대처하지 못한다는 걸 그레이슨 알렌을 이용하여 적극 공략했고, 드로잔/라빈의 수비 약점이 3,4차전 모두 20득점 이상 올린 알렌의 대활약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 핸드오프에서 고언더를 하니깐 3점 쏘고 넣은 장면인데, 이게 알렌이 잘한 것도 있지만 3차전에서도 똑같은 상황에서 3점을 넣었다는 점에서 드로잔이 대처를 달리 했어야 하고요.
▼ 또 아래 장면은 아예 공격 개시 장면서부터 스크린으로 드로잔 힘 빠뜨리고 바로 픽앤롤로 이어가는 장면인데, 알렌이 이미 자신감이 붙은 상태인지라 플레이가 거침없죠.
▼ 헬프 수비를 맡기는등 어려운 거 맡긴 것도 아닌데 자기 마크맨 놓치는 이런 장면이나 상당히 아쉬운 라빈의 클로즈아웃들도 시리즈 내내 문제였고요.
부세비치가 퍼리미터 수비가 안 되기에 스위치를 못하는 걸 (물론 그렇다고 부세비치가 드랍백에서 좋은 골밑 수비를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라빈과 엮어서 공략하는 장면들도 나왔습니다. 오프시즌부터 시즌 중반 그리고 지금까지 The Athletic의 대니 르루가 불스 빅3를 very limited defenders라고 표현한 걸 계속 빌려올 수밖에 없는데, 열심히해서 각자 어느 부문에서 분명 공헌했지만 애초에 약점이 되는 범위가 너무 넓기에 특히 강팀 상대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건 론조 아웃이랑은 상관이 적은 게, 예를 들면 론조가 코트위에 있어도 더 빡센 공격수 막지 (팀에서 3번째 밖 공격수인) 그레이슨 알렌 같은 선수들은 여전히 드로잔이 막겠죠.
부상 악재 + 로스터가 한계가 극명한 상황에서도 도노반 감독이 나름 머리를 짜내서 준비한 픽앤롤 수비법 – 정규시즌엔 기본적으로 드랍백에 블리츠/헷지류등의 더블팀도 종종 섞되 기본적으로 핸들러 수비수가 계속 따라붙던 것에서 탈피하여 플옵에선 아예 스위치 하는 경우를 많이 늘린– 승부수도 해봄직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규시즌 내내 불스를 괴롭히던 쿤보의 롤맨으로서의 플레이를 많이 차단했는데, 스위치된 매치업도 정직한 일대일에선 시리즈 초반엔 벅스 선수들을 꽤 잘 막기도 했고요.
그런데 디펜딩 챔피언이자 올해 우승 후보인 밀워키가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죠. 쿤보 롤맨 포제션을 줄이니깐 쿤보를 픽앤롤 핸들러로 더 내세웠고(롤맨 포제션 정규시즌 경기당 1.8회 -> 플옵 경기당 0.5회로 주는 대신 픽앤롤 핸들러 포제션 정규시즌 경기당 1.8회 -> 플옵 경기당 3회 ), 스위치 섞는 중에도 퍼리미터 수비가 안 되기에 스위치하지 못하는 센터 부세비치를 공격 과정에 끌어들이면서도 매치업 되면 적극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오프볼 인지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은 불스 수비수들을 공략하여 다중 스크린을 이용한다든지, 아니면 슬립/슬립성 스크린으로 스위치 되는 그 틈을 노리기도 했고요.
▲ 또한 스위치 된 이후에도 개인 포스트업 공격부터 골밑 근처에서 사이즈 우위 살려 빅맨역할하기에서 나오는 직접 득점에다 공격 리바 따는 것까지 시카고 로스터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약점들을 너무나도 성공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쿤보 등이 포스트에 위치했을 때 더블팀 달라붙고 로테이션 도는 수비도 나름 준비를 해왔고 특히 카루소가 포스트에서 일대일로 막는 건 물론 오프볼 수비에서 미친 활동량으로 수비 존재감을 뽐내면서 2차전 같은 경기들도 나왔는데요. 더블팀/트리플팀 붙어도 깨부수는 쿤보의 무지막지한 공격력이 계속되었고, 2차전 이후부터 살아난 벅스 슈터들까지 터지면서 더블팀 붙는 것도 불스가 더 이상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시즌 도중 아웃된 카루소의 공백부터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함께 하지 못한 론조의 공백이 너무나도 아쉽고, 또 만약에 이들이 다음 시즌 건강히 가세한다면 팀 퍼포먼스가 크게 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좀 다른 측면에서 접근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여타 다른 팀들도 부상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론조와 카루소 이 둘이) 팀 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선수들임에도 이들이 없을 때 보인 무기력한 모습들은 상당히 아쉬웠으며, 또 애초에 이들이 커리어 내내 부상 결장이 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부상 공백을 대비해야 된다는 의견 제기가 가능하겠고요.
빅3라 불리는 선수들이 론조/카루소가 없을 때 충분한 위력을 보이지 못한 거나 빅3를 뒷받침해줘야 할 나머지 롤플레이들이 너무 퍼포먼스가 떨어진다면 당연히 전력 보강이 필요한 셈인데, 이를 위한 드래프트 픽 등의 자신이 있는지를 떠나서 보강해야 할 지점이나 오프 시즌 얘기등은 다음으로 미루고자 합니다.
매우 짜릿하고 역대급이던 드로잔의 클러치 퍼포먼스라든가 몇 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 등 불스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프런트의 헌신과 열정 덕분에 즐거운 한 시즌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시즌 준비하기 앞서 일단 패배를 잘 추스르고, 또 무엇보다 라빈/론조/카루소등 부상 자원들이 모두 건강하게 복귀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시즌을 같이한 불스 팬분들이나 의견 나눠주신 다른팀 팬분들로부터 많은 걸 배우면서 즐겁게 시즌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모든 수치를 부정하는 승률을 만들어낸 이번 시즌 드로잔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이번 시즌도 항상 좋은 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