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스를 통해 살펴보는 리그 트렌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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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빅맨의 수비범위가 아직 라인 안에 멈춰있던 시대에 하프라인에서 시작하던 워리어스의 하이픽앤롤, 텅빈 뒷공간으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달려가던 그린의 숏롤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러나 첫 우승 전후로 워리어스는 리그 최고수준의 PPP를 자랑하던 하이픽앤롤의 비중을 리그 최하위급으로 떨어뜨림과 동시에 자신들을 패스&컷 팀으로 규정하고 과할 정도로 오프볼에 의존하는 팀으로 컬러를 굳혀갔죠. 정확한 이유는 팀 구성원만 알 수 있을 것이기에 관전하는 입장에선 몇가지 추론만 해볼수 있습니다.
저는 대략 3가지 이유였을거라고 추측합니다.
(1) 장거리 하이픽앤롤에 대한 카운터가 곧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2) 하이픽앤롤 이상으로 워리어스가 보여줄 공격 포텐이 더 있다고 판단했다
(3) 그냥 감독이 좋아해서 그렇게 했다
러프한 추측을 바탕으로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장거리 하이픽앤롤에 대한 다른 팀들의 카운터가 곧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두번째 우승시즌 후반기의 경기를 보면 투빅을 사용하는 팀들조차 커리를 얼리오펜스, 픽앤롤에서 미리 스위치합니다. 빅라인업을 쓰던 오클도 워리어스와의 정규시즌 3차전부터는 올스위치를 선택했습니다
(픽앤롤 얼리 스위치: 듀란트-커리 미스매치)
미리 스위치를 하게 되면 미스매치는 주더라도 시작부터 아웃넘버는 주는 상황은 사라지죠. 미스매치에서 빅맨이 커리를, 가드가 그린을 얼마나 막을수 있느냐는 차치하고 제가 상대팀 입장이라면 커리,그린에게 아무리 많은 실점을 하더라도 큰 공간, 아웃넘버, 볼 무브먼트가 사라지는 상황을 일단 원했을것 같습니다.
반대로 스티브 커는 픽앤롤이 아래와 같은 상황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가장 싫었을겁니다.
(픽앤롤 얼리 스위치-디그린 포스트업 아이솔레이션)
2. 하이픽앤롤 이상으로 워리어스가 보여줄 공격 포텐이 더 있다고 판단했다
(커리-듀란트 하이픽앤롤: 커리 패스아웃-탐슨 3점)
이 장면을 작은 단위로 쪼개보면 1) 드리블-2)스크린-3)패스-4)슛입니다.
이 장면을 연출하려면 이 시퀀스에서만큼은 한명은 드리블, 패스 두가지만 해야 하고 한명은 스크리너가 되야 합니다. 평소 커리와 듀란트의 슛이 아무리 좋아도 이 장면은 슈팅력으로 시너지를 내는 장면은 아니죠.
위에서 언급한 디그린의 미스매치 아이솔레이션과 같은 정적인 상황, 5명이 분업화되며 커리가 집중견제받는 상황을 피하면서 최고의 슈터 두명이"슈터로써 서로 영향을 미치는"플로우를 만들기 위해 워리어스가 선택한 것은 2:2가 아닌 3:3이었고 워리어스의 시그니쳐 또한 서서히 아래와 같은 장면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워리어스의 스플릿 더 포스트: 그린,커리,탐슨)
위 장면처럼 포스트를 중심으로 2명의 컷이 겹쳐지는 것을 스플릿 (더 포스트) 컷이라고 합니다. 픽앤롤 장면처럼 위 장면도 작은 단위로 쪼개보면 1)커리 컷+탐슨 컷 (거의 동시) 2) 피딩 3) 오픈에서의 슛입니다.
첫번째 컷과 두번째 컷 (스크린)이 거의 같은 타이밍에 이뤄지면서 스텝은 한단계 줄어들었고 드리블은 없으며 커리/탐슨 사이에서 2지선다를 잘못한 상대의 더블팀이 무력화되면서 페인트존 안에서 오픈이 났습니다.
자연히 이 오펜스를 더블팀으로 상대하는 팀들은 사라지게 되었죠.
(스플릿 더 포스트: 그린-탐슨-커리)
(스플릿 더 포스트 실패 후의 2차 스플릿 컷)
위 장면들을 보면서 여러분은 누가 슛을 쏠지 예상이 되시나요? 저는 며칠 후에 다시보면 못맞출것 같습니다.
최소한 같은 포제션에서는 한명이 드리블러-한명이 슈터로 나뉘어져야 하는 2:2에서 슈터 둘이 동시에 위협을 가하고 포스트에서 등을 진 선수도 아이솔레이션으로 빠지지 않는 역동적인 3:3을 구현하면서 워리어스는 특정한 스키마로 공략할수 없는 팀이 되었고 디그린 등의 미스매치 아이솔레이션 딜레마를 해소했습니다.
(스플릿 더 포스트: 보것-그린-탐슨)
(스플릿 더 포스트: 보것-탐슨-이궈달라)
커터를 신경쓰면 슈터가 비고 슈터를 신경쓰면 컷이 나오는 이 오펜스를 통해 워리어스는 스피드, 피지컬을 이용한 돌파 없이도 상시 공간을 만들어내는 팀이 되었습니다. 듀란트가 합류하면서 거의 매 포제션 슈터 2명을 끼워서 펼친 워리어스의 스플릿컷 시리즈는 하이픽앤롤을 대신하여 기계처럼 오픈찬스를 찍어냈죠.
(스플릿컷 3점)
저는 워리어스가 헤비픽앤롤 팀으로 갔어도 듀란트가 합류한 이상 최소 한번은 더 우승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오펜스가 있었기 때문에 워리어스는 듀란트가 합류하기 전부터 협력수비에서는 자유로운 팀이었습니다.
그렇게 3:3의 가치가 증명되면서 최근에는 많은 팀에서 다양한 형태의 3:3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죠.
(레이커스: 혼즈 14다운 & 45 "혼즈 스플릿"이라고 부르기도 함)
(마이애미: 하이스플릿)
(토론토: 코너오펜스)
급조된 팀인 브루클린도 이런 3:3 스플릿 액션을 통해 빅3 외의 여러 선수를 묶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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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독의 취향이었다.
우선 1997년의 움짤 2개 보고 들어가겠습니다.
(1) 시카고 불스-트라이앵글
위쪽 장면은 트라이앵글 오펜스에서 첫번째 트라이앵글이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코너의 베이스라인 스윙-윙 엔트리패스-포스트 캐치가 첫번째 구도입니다) 돌아간 후에 두번째 트라이앵글 (포스트-윙-탑)을 사용하는 장면입니다. 윙에 있던 선수가 탑에서 내려오는 선수를 스크린하면서 캐치앤 샷을 만들어냈죠.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서브옵션 중 하나로 "윙 리버스-가드 스퀴즈"라고 합니다.
(2) 유타 재즈-스플릿 더 포스트
이 장면은 포스트에서 볼을 잡은 선수를 중심으로 두명의 선수의 컷이 겹쳐지면서 (스플릿) UCLA 컷을 한 두번째 커터가 득점에 성공하는 장면입니다. 명칭을 붙이면 로우 포스트 스플릿-UCLA라고 합니다.
그럼 불과 1~2시즌 전에 워리어스가 연출했던 장면들과 같이 붙여서 보겠습니다.
(윙 리버스-가드 스퀴즈)
(스플릿 더 포스트-UCLA)
워리어스의 스플릿 액션을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변형이라고 표현하는 전문가도 있고 하이브리드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워리어스는 당시 유타와 시카고의 서브옵션을 "발췌"했다고 생각합니다.
"warriors split action"으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영상으로 최초 10포제션을 세어보면 (1)이 5번, (2)가 5번씩 정확히 50%의 비율로 두 장면이 나옵니다. 전체를 다 봐도 한번도 빠짐없이 저 2가지로 채워지구요.
그리고 (1)의 오펜스에서 칼 말론을 스크린하면서 바닥에 나뒹굴던 20년전 시카고의 스크리너는
현재의 골스감독입니다. (일부러 그가 나오는 포제션을 찾지도 않았는데 바로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현역시절 본인이 가장 좋아했던 전술과 가장 두려워했던 전술 두가지를 합쳐서 주전술을 만들어낸 것이죠.
유행이 늘 돌고 돌듯 가장 먼 거리에서 극강의 하이픽앤롤을 보여주던 팀이 과거의 리메이크를 통해 2:2시대에서 3:3의 가치를 재발견했고 다양한 3:3이 강팀들의 시그니처가 되어 코치들의 유튜브를 도배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에 나온 커의 인터뷰를 첨부하면서 이번 글은 맺고 다음에는 현재의 워리어스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https://www.espn.com/espn/feature/story/_/page/enterpriseWarriors/how-steve-kerr-revolutionized-golden-state-warriors-offense-charcuterie-board
"the more people who are involved in the offense, the more powerful it becomes."
(더 많은 선수가 참여할수록 공격은 더욱 강력해진다)
"Iso basketball, where one guy is going one-on-one and everybody is standing around, I don't like that," Kerr says.
(아이솔레이션, 한명이 일대일을 하고 모두가 주변에 서 있는 농구는 싫다)
Jazz would feed the ball to forward Karl Malone in the post before guards John Stockton and Jeff Hornacek would screen for each other, with the open player receiving the ball back from Malone. Those actions are dubbed "split cuts,"Kerr hated guarding them "nightmare," he calls it.)
(포스트에 있는 칼 말론에게 볼을 공급한 후 스탁턴과 호너섹은 서로 스크린을 걸어주면서 오픈된 선수는 말론에게서 패스를 다시 건내받았다. 이러한 액션들을 "스플릿 컷"이라고 부르며 스티브 커는 그들을 막는 것을 싫어했다.)
(스티브 커는 이를 "악몽"이라고 불렀다" )
현재의 워리어스를 토픽으로 한번만 더 써볼 예정입니다.
추천이나 잔뜩 먹으시죠 bb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