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vs 토론토 3차전에 대한 생각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보스턴 팬인지라 보스턴 입장에서 바라본 리뷰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대단한 분석을 할 능력은 없기에 그냥 경기 보면서 느낀 점 몇가지를 간략히 정리해 본 것에 불과하니, 그냥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탯 출처는 nba 공홈입니다.
1. 토론토의 에이스 카일 라우리
정규시즌 토론토에서 주로 돌파를 하는 선수는 밴블릿 (14.3회), 시아캄 (10회), 라우리 (9.6회) 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중 밴블릿은 원래 골밑 마무리가 강점인 선수가 아니고, 시아캄은 보스턴 수비에 틀어막히고 있죠. 둘이 이번 시리즈 3경기동안 드라이브 시 야투율이 각각 20%, 23.1%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토론토의 공격에 활로를 뚫어준 선수가 바로 카일 라우리입니다.
3차전에서 라우리의 샷 차트입니다. 183의 신장을 가지고 그야말로 보스턴 골밑을 지배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다른 모든 선수의 돌파 횟수의 합계가 17회인데, 라우리 한명의 돌파 횟수가 무려 16회입니다. 다른 모든 토론토 선수들의 돌파 기반 득점이 12점인데, 라우리 혼자서 16점을 넣었죠. 이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기 위해 예시로 이 경기의 첫 포제션을 한번 봅시다.
원래 매치업대로 켐바가 밴블릿을 막고, 테이텀이 라우리를 막고 있습니다. 스마트가 깨알같이 수비위치를 지시하고 있죠. 그런데 아누노비가 뛰어가고 있습니다.
아누노비가 먼저 스크린을 걸고 밴블릿이 핸즈오프로 공을 건내줘서 라우리의 매치업을 켐바로 바꾸죠. 여기서 뒤를 보시면 가솔도 뛰어옵니다.
라우리가 이어서 가솔의 스크린을 받고 골밑으로 돌진합니다. 스마트가 공격자 파울 유도를 시도하지만 라우리가 앤드원 득점에 성공하죠.
이런 식으로 스크린을 탄 후 켐바.타이스와 매치업을 이용해서 득점을 자주 만들어냈습니다. 저번 글에서 다뤘다시피, 밴블릿.라우리의 3점은 수비 때문이든 감 때문이든 안터지고 있어요. 그런데 라우리가 이렇게 돌파 기반 득점을 만들어내면서, 토론토의 하프코트 오펜스가 어느 정도 살아났죠. 물론 브라운 상대로 1대1 돌파를 시도했을때에는 블락 찍히긴 했습니다.
이것 말고도 토론토가 가솔 기반 득점도 몇번 시도했는데, 가솔의 몸상태가 여전히 정상같지 않아 보입니다. 슛이 여전히 이상하게 빗나가고, 노화 때문이던지 부상 때문이던지 움직임이 예전에 비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솔은 이 경기에서 롤맨으로서 꽤 잘해줬죠. 라우리.가솔의 픽앤롤이 위력적이었습니다. 스크린이나 패스, 수비는 1.2차전부터 계속 잘해주고 있고요. 토론토가 이 경기에서 트랜지션 공격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하프코트에서도 돌파로를 찾은 것이 고무적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이 경기에서 라우리 돌파. 가솔에게 패스 등이 주로 정면이 아니라 윙과 사이드 쪽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보스턴이 정면을 막는 수비에 워낙 강해서 이에 대한 대응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토론토 공격의 이런 긍정적인 점에도 불구하고...
2. 여전히 막히는 시아캄
시아캄은 정말 꽁꽁 틀어막힙니다. 이 경기에선 더 심했다고 느꼈는데, 예전 경기에선 브라운 상대로 그래도 어느 정도 득점은 해줬죠. 이 경기에선 브라운 수비 상대로 야투 6개 시도해서 하나도 성공 못시켰습니다. 그래서 널스 감독도 시아캄 포스트업 포제션은 많이 줄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는 시아캄의 1대1에서 뭔가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대신 컷인이나 오픈 3점, 수비로 조금 기여하긴 했죠. 시아캄의 부진 관련해서는 저번 글에서도 다뤘기에 이쯤에서 짧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3. 수비 구멍 에네스 칸터
3쿼터에 스티븐스 감독의 흥미로운 결정이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전혀 뛰지 않던 칸터를 투입시켰죠. 이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데, 전 실패라고 봅니다. 4분동안 공격 리바운드, 포스트업 득점, 파울 유도 등을 잘 해주긴 했어요. 그럼에도 칸터의 고질적인 약점이 부각되었는데..
2대2 수비를 못해도 너무 못합니다. 토론토 가드진에 속된 말로 찢겼어요. 제가 저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라우리.밴블릿은 수치상으로 컨테스트 시 슛 효율이 급감하는 선수들입니다. 이 경기에서도 컨테스트 3점은 둘이 합쳐서 1/5를 기록했어요. 그런데 칸터가 들어온 이후론 픽 한번에 바로 오픈이 나버리죠. 칸터 투입 후 일어난 일을 한번 복기해봅시다 (불필요한 포제션은 생략했습니다).
3쿼터 5분 4초: 칸터 투입 (보스턴이 64:60으로 리드 중)
4분 44초: 밴블릿이 칸터 상대 3점 성공 (보스턴이 64:63으로 리드)
4분 25초: 칸터 훅샷 성공 (보스턴이 66:63으로 리드)
4분 13초: 칸터가 밴블릿 돌파 파울, 밴블릿이 자유투 2구 모두 성공 (보스턴이 66:65로 리드)
3분 40초: 시아캄 3점 성공 (토론토가 68:66으로 역전)
3분 9초: 칸터 공리 후 풋백 성공 (68:68 동점)
2분 55초: 라우리가 칸터 상대 미들슛 성공 (토론토가 70:68으로 역전)
2분 17초: 라우리가 칸터.헬프 들어온 켐바 상대 미들 또 성공 (토론토가 72:68으로 리드)
다음 몇 포제션에는 칸터가 포함되지 않기에 생략했고, 이후 칸터는 교체된 후 다시 경기에 투입되지 않습니다. 칸터는 발이 느려서 가드의 돌파를 막을 수가 없죠. 타이스나 로버트 윌리엄스와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드랍백으로 뒤로 빠져서 수비하는데, 이 상황에서 라우리가 미들 2개 성공, 밴블릿이 3점 하나 성공, 파울 하나 유도에 성공합니다. 투입 후 칸터 수비에서 3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9점을 까먹었어요. 4점을 넣기는 했지만 전 마이너스가 더 크다고 느꼈습니다. 또 이런 장면이 밴블릿.라우리의 슛 부진이 수비로 인한 부분도 있단 점을 증거하지 않나 싶어요. 칸터같은 수비수 상대로는 귀신같이 슛을 모두 성공시킵니다.
4. 토론토의 지역 수비
그럼 스티븐스 감독은 칸터를 왜 굳이 투입했을까요? 보스턴이 토론토의 지역 수비를 상대로 고전했기 때문이죠. 칸터의 득점이 실제로 지역 수비 공략법 중 하나인건 사실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보스턴의 벤치가 토론토의 지역 수비 공략을 힘들어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이런 장면이죠. Nate Duncan 팟캐스트에 의하면 토론토는 트라이앵글 투를 포함해 지역 수비를 몇번 꺼내들었는데, 그 빈도가 다음과 같습니다: 1쿼터 한 포제션, 2쿼터 8 포제션, 3쿼터 15 포제션, 4쿼터 한 포제션.
그리고 보스턴은 이 25 포제션 중 단 9번만 득점에 성공합니다. 1쿼터와 4쿼터에 꺼내들지 않은 이유는 보스턴의 주전 라인업은 토론토 수비에 어느정도 대처를 하기 때문이겠죠. 다만 보스턴의 상대적으로 약한 벤치, 그리고 고든 헤이워드의 공백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티븐스 감독이 그래서 칸터를 한번 써본건데, 전 결과적으로 대실패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생각보다 수비 구멍이 너무 컸어요. 어쨌든 다음 경기에서 토론토의 수비에 대한 보스턴의 변한 대처를 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네요.
5. 브라운과 테이텀의 성장:패스
보스턴의 공격이 꼬이는 이유 중 하나는 돌파 이후 야투의 실패입니다. 헤이워드의 이탈로 인해 보스턴에서 주로 돌파를 하는 자원은 주전 4명, 즉 켐바, 브라운, 테이텀, 스마트죠. 이번 시리즈 동안 각각 11.3회, 7회, 15.3회, 6회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이버들 중 3명에는 각각 결함이 있습니다. 먼저 스마트는 마무리 능력 부족으로 인한 개인 득점력, 그리고 핸들링 부족으로 인한 턴오버가 약점입니다. 브라운은 토론토의 수비를 상대로 자유자재로 돌파할 만큼의 핸들러는 아니어서 고전중입니다. 테이텀은 진입까지는 잘하지만, 골밑에 가솔.이바카 등이 있으면 마무리를 못합니다. 어제만 해도 끔찍한 마무리와 슛감으로 인해 야투를 많이 말아먹었어요.
그런데 브라운과 테이텀이 이전에 비해 어디서 성장을 했을까요? 전 둘의 패스아웃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테이텀이 두 경기동안 6어시를 기록중이죠. 몇 장면을 살펴봅시다.
먼저 브라운입니다. 토론토 골밑에 3명이 밀집해있죠. 대신 탑에서 워너메이커가 오픈이 나는데, 슛은 실패하지만 브라운이 킥아웃을 해 좋은 찬스를 만들어 줍니다.
테이텀이 최근에 많이 보여주는 장면인데, 한손으로 크로스코트 패스를 해줍니다. 2차전에서 스마트에게도 이런 식으로 찬스를 만들어줬죠.
픽앤롤에서도 좋은 패스를 보여줍니다. 결국 이런 장면 덕분에 헤이워드의 공백이 티가 덜 나는게 아닌가 싶어요.
브라운과 테이텀에게 바라는 건 포인트가드 수준의 플레이메이킹이 아니기에, 둘의 성장에 있어 이런 장면이 더욱 고무적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픈인 동료를 잘 찾아주기만 해도 지금보다 더욱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겠죠. 야투감이 안좋더라도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6. 그럼에도 결국은 켐바 워커
재밌는 스탯이 있는데, 보스턴은 켐바가 뛸 때 마진이 +33, 뛰지 않을 때 -13이라 합니다.
(출처: https://theathletic.com/2045408/2020/09/04/celtics-raptors-kemba-walker/?article_source=search&search_query=jay%20king)
https://twitter.com/BleacherReport/status/1301690183633395716
마진 스탯에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하기는 힘들지만, 지금까지 토론토 수비 상대로 가장 영향을 덜 받는 선수가 켐바인 것은 사실입니다. 켐바의 하이 픽앤롤 상대로 토론토가 트랩을 걸고 있는데, 가솔이나 이바카가 켐바를 따라갈 만큼 빠르지 못하죠. 결국 위닝샷이 될 뻔한 타이스의 마지막 덩크도 이런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2차전에서 부진했지만, 사실 다 쏠만한 셀렉션을 만든 상황에서 성공이 안된것 뿐이라 느꼈고요.
나머지 선수들은 말했다시피 돌파 과정이나 마무리에 있어 조금씩 약점이 있습니다. 특히 3차전에서 테이텀의 마무리 약점이 안좋은 쪽으로 터졌고요. 이런 상황에서 결국 보스턴이 믿을 건 켐바 워커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토론토가 켐바를 어떻게 막을지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 같네요.
마치며
아누노비의 기적적인 샷이 있었지만, 보스턴 입장에선 그 전에 라우리한테 당한것이 패인이라 생각합니다. 클러치까지 끌고 온 자체가 문제고, 그냥 토론토가 잘한 경기죠.
https://twitter.com/ByJayKing/status/1301919403768975361
그래서 스마트가 예고했다시피 보스턴은 라우리의 픽앤롤에 대한 대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관전 포인트 몇가지는:
1. 라우리와 가솔이 이끌 토론토의 하프코트 오펜스
2. 그리고 라우리에 대한 보스턴의 대처, 켐바워커에 대한 토론토의 대처
3. 토론토의 지역 수비와 이에 대한 보스턴의 공략
4. 토론토의 트랜지션 공격과 보스턴의 트랜지션 수비
5. 라우리와 켐바의 지원 사격을 누가 해줄 것인가
정도입니다. 누누히 애기하지만 보스턴은 턴오버 줄이고 트랜지션 수비 잘하는 게 우선입니다. 이번 경기에선 트랜지션 수비부터 잘 안됐기에, 이에 대한 피드백도 필수겠죠. 두 팀의 4차전이 더욱 기대됩니다.
쓰다가 중간에 글이 날라가서 완성도가 너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굉장히 아쉽네요
. 그럼에도 지금까지 부족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빵감 좀 맘에 안드는게, 죽이되나 밥이되나 우승하려면... 로월처럼 피지컬 좋은 애들이 성장해야 하는데 은근히 기회주는 게 짠 편이죠. 로월을 기용하다가 실패했으면 값진 경험이 된다지만, 뻔히 실패가 보이는 칸터 기용은 그냥 뻘짓이죠. 윙디펜더라기엔 팔 짧아서 포텐이 낮은 오젤예를 중용하는 것도 그렇고... 당장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우승을 위한 선수 육성으로 볼수도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