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치치에게는 왜 수비수가 왼쪽으로 붙을까?
돈치치 낮은 3점슛률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는 ‘수비 달고 던지는 스탭백 3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통계를 보면, 완전히 반대 현상이 나와요. 돈치치의 슛타입별 3점 성공률을 보겠습니다. 아래는 올시즌 자료입니다.
캐치앤 3점 | 풀업 3점 | 전체 3점슛률 |
26.9% | 32.1% | 31.8% |
캐치앤샷은 사실 빈도가 적어서 약간 과장된 면이 있는데, 작년에는 37% 정도가 되었습니다. 둘을 대충 평균회귀시키면 30% 초반 정도가 되겠죠. 역시 좋은 편은 아닙니다.
풀업의 디테일을 보면 더 흥미로워요. 드리블 횟수별 성공률을 보면, 7번 이상 드리블 후 성공률이 35%로 제일 좋습니다. 그런데 이게 작년에도 그래요.
돈치치의 스탭백 3점 성공률은 34.7%인데, 이 역시 작년과 비슷합니다. 쉽게 말해, 수비를 앞에 두고 드리블을 치면서 스탭백을 할 때 성공률이 제일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돈치치에게 있어서 3점슛은 이미 드리블 리듬과 연계되어 있다고 봐야겠죠. 아래는 스탭백 장면입니다.
<돈치치 스탭백>
세트슛 자세인데, 샷블럭을 안 당하는 이유가, 그리고 슛릴리즈가 빨라 보이는 이유가 이 장면에 있습니다. 릴리즈 자체가 아주 빠르다기보다, 스탭백의 마지막 스탭이 세트슈의 하체 자세를 완성시켜 주는 게 핵심이죠. 스탭이 마무리되는 순간 왼발이 뒤로, 오른발이 앞으로 나가면서 무릎은 자연스레 굽혀져 있고, 림을 약간 대각선으로 바라봅니다. 세트슛의 예비 동작이 스탭백 자세에서 생략된 형태이고, 자연스레 릴리즈가 빨라 보이는 것이죠.
왼발 뒤로, 오른발 앞으로 가는 자세로 인해 스탭백은 항상 왼쪽으로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이게 최근 돈치치를 수비하는 선수들이 치치의 왼쪽에 붙는 이유죠. 오른손 잡이 핸들러에게는 오른쪽으로 붙는 게 일반적인 수비패턴입니다. 아래는 오른손 잡이 어빙의 약한 손(왼손) 드리블을 강제하는 ‘위크’ 수비 장면이죠.
<픽앤롤 위크 수비>
치치에게는 완전히 반대 패턴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오른손 잡이들 중 오른쪽 스탭백을 잘하는 선수들이 있죠. 테이텀, 어빙, 크리스 폴 등이 그렇고, 작년에 잠깐 버틀러가 위닝 버저비터 3점을 오른쪽 스탭백으로 몇 개 넣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경우들은 모두 풀로 점프를 해서 정점에서 슛을 던지는 유형들이고요.
돈치치에게 유독 왼쪽으로 수비가 붙는 또 다른 이유는, 왼쪽 스탭백을 제외하면 돈치치의 다른 점퍼 옵션이 (현재로서는) 부족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세트슛 자세로 인해 스탭백이 아닌 폼으로 수비 달고 점퍼를 던지기는 어렵다는 점, 스텝백이 아닌 상황에서는 3점 리듬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 공격 옵션이 제한되는 경향이 시즌 후반기 오면서 많아 지고 있죠.
가장 큰 화두는 픽앤롤 수비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아직까지는 고-오버(go-over) 형태, 즉 수비수가 스크린 바깥으로 돌고 나서 돈치치의 뒤로 따라들어오는 패턴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은데, 제 느낌에는 왼쪽으로 붙고, 어느 정도 판단의 유연성에 근거해 스크린 안쪽으로 빠지는 고-언더 비중을 높이는 것도 유효한 수비법이 아닐까 하네요.
<픽앤롤 고-오버 수비: 스크린 바깥으로 타고 난 후 핸들러의 꽁무니를 쫓으며 압박하는 수비>
장기적으로는, 3점 라인 밖 정면 픽앤롤과 미스매치 외에 옵션을 다양화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싶네요. 같은 모리볼러지만, 르브론이 플옵에서도 폭발적인 건 아무래도 상대 수비 맞춤형 공격의 조정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수비트렌드에 따라 포스트 미스매치를 활용하거나, 엘보우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하기도 하고 등등. 최근에 디그린이 르브론을 찬양하며 ‘모든 것에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 게 그런 부분이겠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돈치치의 경우 포스트업 포텐셜도 있다고 봐서 이쪽으로 해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