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ndesliga] 9R: 클래식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 때문에 올 시즌 유럽 축구판은 굉장히 바쁘고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러 대회가 상당히 빡빡한 일정 속에서 개최되다 보니, 리그에서 이런저런 이변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무튼, 이번 주에도 분데스리가에선 상당히 많은 골이 터졌습니다. 리가 최고의 더비인 데어 클라시커도 있었구요. 지난 라운드에 이어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정리를 해봤습니다.

Team of the Week: VfL 보훔

레버쿠젠, 도르트문트를 두고 고민을 하긴 했습니다만, 경기의 주목도를 떠나 최고의 임팩트를 남긴 팀은 단연 보훔이라 생각되어 선정했습니다. 지난 주까지 리가의 유이한 무승 팀이었던 보훔은 더이상 '무승'팀이 아닙니다.

A매치 주간에 이어 주중 챔피언스리그 경기까지 치른 프랑크푸르트의 몸놀림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던 가운데, 보훔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움직임으로 전반전 흐름이 그리 나쁘지 만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날 경기 전까지 5득점에 그쳤을 만큼 실망스러운 공격력의 보훔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축구의 세트피스는 비교적 강팀과 약팀의 격차를 순간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하죠. 보훔은 코너킥 상황에서 마침내 선제골을 기록했고, 마찬가지로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의 자책골을 이끌어냈으며, 스로인에 이은 빠른 슈팅 연결로 세 골을 내리 쏟아내며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습니다.

귀중한 첫 승을 거두긴 했지만, 보훔이 이를 계기로 반등하리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안 그래도 시즌 전 보강이 마땅치 않았던 데다 현재 부상자까지도 많은 상황이죠. 그나마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비싼 댓가(50만 유로...)로 영입한 공격 자원 푀르스터가 1골 1도움(사실상 2도움이긴 합니다. 자책골 어시 포함)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얻은 부분은 분명 큰 수확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Match of the Week: 도르트문트 vs. FC 바이언

주목도 면에서 이보다 더 큰 리가 내 경기는 없을 겁니다. 2022-23 리그 첫 데어 클라시커는 충분히 그 이름값을 한 명경기로 마무리됐습니다.

사실 두 팀의 라이벌리가 갖는 무게감 대비 최근 전적과 전력 상황은 비교가 불가한 수준이었습니다. 바이언은 이날 경기 전 대 도르트문트전 8연승을 질주 중이었고, 도르트문트는 상당한 전력 누수를 안고 경기를 치렀기 때문입니다. (주장 로이스, 주전 골리 코벨 등 주전급 3-4명 부상)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도르트문트의 흐름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무코코, 벨링엄 등 도르트문트가 자랑하는 영건들의 움직임은 예상보다 좋았고, 바이언은 최근 흐름을 반영하듯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썩 좋지 못한 흐름을 보였죠.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강팀이구나 싶은 장면들이 연달아 바이언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리 좋지 않은 흐름 속에서도 바이언은 고레츠카와 사네의 멋진 중거리로 2점 차 리드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생각보다 더비가 싱겁게 마무리 되는 가 싶었죠.

하지만 도르트문트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교체 투입된 아데이미 쪽에서 좋은 돌파가 연이어 만들어졌고, 마침내 무코코가 74분 추격골을 기록하며 더비의 열기를 끌어올렸죠. 이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싶기는 했는데...

90분, 킹슬리 코망이 무리하게 아데이미의 돌파를 막아서려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고 맙니다. 이후 도르트문트의 총공세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되는데, 도르트문트는 마치 아이스하키의 엠티넷 전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극단적인 공격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마이어 골키퍼는 골문을 비워둔 채 3-4분 가량을 필드 플레이어처럼 경기를 소화했구요. 그리고 마침내...

https://www.youtube.com/shorts/bJKnsCQAKWk

마지막 공격 전개에서 터져버린 모데스테의 동점골... (w/ 칸옹의 역대급 짤방) 

클리셰 범벅의 드라마 엔딩이라고 해야할지...

도르트문트가 많고 많은 악재 속에서도 바이언을 상대로 약우위의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나겔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이끌려고 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데, 한경기 한경기 단위로는 그런 성향으로 인해 미끄러질 때가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는 하네요.

Man of the match: 샤비 알론소 (레버쿠젠)

좀 의아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다들 아시는 그 샤비 알론소가 맞습니다.

리가, 유럽 대회 모든 곳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레버쿠젠의 소방수로 샤비 알론소가 등판했습니다. 딱히 1부 경험이 있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무튼 알론소 감독이 최고의 데뷔전을 홈팬들 앞에서 치뤘습니다. 상대가 하위권 샬케이긴 했지만, 레버쿠젠이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팀을 맡은지 그리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기에 알론소 감독이 본인의 색을 팀에 완전히 잘 입혔다고 평하기엔 어려움이 있어보입니다. 다만, 시즌 내내 사용하던 4백을 버리고 감독 데뷔전에서 3백으로 전환을 시켰을 만큼 과감함이 엿보이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이렇게 전환을 하고나니 디아비와 프림퐁이 동시에 미쳐 날뛰며(둘이 3골 합작) 상대 측면을 부숴버렸다는 측면에서 감독 알론소에 대한 기대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곧장 챔스 데뷔전을 치러야 하는 알론소 감독인데, 과연 기세가 이어질지 참 궁금하네요.

Goal of the Week: 무싸 디아비 (레버쿠젠)

https://youtu.be/IE4-ORv0OgY?t=18

ETC...

- 데어 클라시커 외에도 또 다른 더비 경기가 있었습니다. 묀헨글라트바흐와 쾰른 간의 라인 더비였는데, 글라드바흐가 5-2 완승을 거뒀습니다.

- 슈투트가르트는 리그 선두 우니온을 상대로 0-1로 패했습니다. 이제 유일한 리그 내 무승 팀입니다. 재밌는 건 다음 주 상대가 보훔입니다.

- 이재성 선수는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선발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은 없었습니다. 정우영 선수는 또 다시 교체 출전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