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선수들과 ‘양말’에 대한 이야기
지난 2022년 12월 20일에 뉴욕 타임즈의 농구 전문 필진, Scott Cacciola가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NBA 선수들과 양말의 관계를 다룬 흥미로운 아티클로, NBA 양말의 짧은 역사와 현 트렌드, 그리고 양말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공부 목적으로 옮겨본 졸역임에다, 원활한 의미 전달을 위해 의역을 조금 가미했습니다. 이 부분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입니다.
NBA 선수들과 그들의 양말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The Inside Story of N.B.A. Players and Their Socks
Dec. 20, 2022
By Scott Cacciola of The NYT
Zion Williamson은 주황색 줄무늬를 드러내는 스타일이고, Marcus Smart는 양말 때문에 벌금을 낼 뻔 했다. 그리고 어떤 선수들은 양말을 일부러 잘못된 발에 신는다. (잠깐, ‘잘못된 발이 뭐지?’)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시애틀에서 고교 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Kevin Porter Jr.는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줄 만한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렸다.
포터는 NBA 2K 안에서 팀을 하나 창단했는데, 선수들의 복장outfit을 정하는 과정에서 한 선수에게 종아리를 모두 덮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Super long over-the-calf’ 스타일의 양말을 신겼다.
“아,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포터가 말한다.
“그래서 현실 농구에서도 한 번 시도해봤어요. ‘그래, 이런 게 내 스타일이지!’라는 말이 튀어나오더군요.”
지금도 포터는 ‘종아리 양말’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있다. 심지어Houston Rockets의 4년차 가드가 된 그는 한 단계 더 발전하기까지 했다. 요즘엔 종아리 양말도 모자라 팔에 끼라고 만들어진 암 슬리브를 다리에 착용해 무릎까지 덮곤 한다.
“그렇게 하면 다리쪽 체온이 빠져나가지가 않거든요.”
“높이 올라오는 양말을 신으면 비웃는 사람들이 있어요. 뭐, 이 스타일이 7-80년대 스타일인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전 남들과는 다른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는 게 좋고요.”
Houston Rockets의 케빈 포터 주니어가 본인만의 양말 착장을 한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목 양말을 고집하는 그의 스타일은 먼저 비디오 게임을 통한 검증을 거친 후에 세상에 나왔다. © Carmen Mandato via Getty Images
NBA 선수들은 오버오버오버사이즈의 스웨터를 입고, 아방 가르드한 스카프를 두르고, 비스포크 수트를 걸친 채 우리 앞에 나타난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구장 출입구에는 패션 쇼의 두 배 크기에 달하는 런웨이가 설치되는 셈이다. 그리고 일찍 도착한 팬들이 하나, 둘씩 자기 좌석을 확인하는 동안, 코트에 나와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은 현재 스니커 씬에서 가장 핫한 신발들을 광고하는 ‘걸어다니는전광판’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이런 NBA에서조차 언급을 금기시하는 장비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양말’이다. 현재, 리그는 Nike사와 6년동안의 양말 파트너쉽 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렇기에 모든 선수들은 나이키의 양말만 착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이런 ‘꽉 막힌’ 상황에서조차 어떻게든 본인만의 맞춤 스타일을 찾아내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떤 선수들은 양말을 한껏 끌어올리기도 하는 반면, 또 어떤 선수들은 있는 양말도 접어서 짧게 만든다. 또 어떤 선수들은 매 시합마다 새 양말을 요구하는 반면, 세탁해서 재사용하는 데에 아무 거리낌이 없는 선수들도 있다.
나이키 양말에는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할 수 있는 ‘L’, ‘R’ 표시가 되어있는데, 극소수의 선수들은 일부러 양쪽을 반대로 신는다. Milwaukee Bucks의 Pat Connaughton이 쓰고 있는 방식이다.
“양쪽이 왜 다른지 계속 물어보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납들될 만한 답을 들은 적이 없어요.” 그의 변이다.
또, 대부분의 선수들이 양말의 기능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어떤 선수들은 ‘스타일’에 초점을 둔다. 짐작컨대, ‘세대차이’를 보여주는 한 예시가 아닐까 싶다.
“새로 들어오는 어린 선수들에 의해서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지난 30 시즌간 로켓츠에 몸담으며 16년간은 구단의 장비 파트 팀장으로 일했던 Tony Nila의 설명이다.
“그런 선수들한테 양말이 정말 중요한 루틴 중의 하나라서 그렇거나, 특정 양말을 안 신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보기엔 그냥 외관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네요.”
수십년 간, 대부분의 선수들은 팀에서 지급하는 기본 양말을 곧이 곧대로 신고 뛰었다. 아무리 구단에서 무상으로 지급하는 양말이라지만, 어떤 선수에겐 지급량이 너무 많았던 경우도 있었다.
1970년대에 Knicks와 Nets 소속으로 뛰었던 포워드, Mel Davis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양말을 무려 6켤레(!)나 겹쳐서 신는 걸로 유명했다. 그래서 데이비스가 신발을 신을 때면 팀 동료들은 물론이고 상대팀 선수들까지 구경을 올 정도였다.
“양말 이야기를 꺼내면 말이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토리가 하나 있지요.”
Buffalo Braces와 Atlanta Hawks 소속의 가드로 뛰었던 Kenny Charles가 취재에 응해주었다. 그는 올해로 71세가 되었다.
“그때는 모든 선수들이 직접 양말을 관리해야 했지요. 만약 원정길에 양말을 안 챙겼거나 잃어버렸다면, 어디 얘기할 데가 없었답니다. 양말이 일괄 지급되는 다음 슛어라운드까지 기다리든지, 아니면 다른 선수 가방에서 슬쩍하는 수 밖에요.”
양말에 대한 규정protocols은 1986년에서야 명문화되었다.
사무국에서 양말이나 레플리카 져지, 쇼츠, 웜 업 의류 등의 자체 굿즈 라인을 출범시키면서 부터였다. 리그는 그 후로 Ridgeview라는 이름의 의류 업체와 양말에 대한 스폰서쉽을 맺었고, 그리 오래지 않아 선수들이 공식 파트너 사의 양말만 신도록 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까지는 이 ‘공식 양말’이라는 것도 매우 단순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고작해야 끝 부분에 스트라이프가 조금 들어가있는 정도였고, 측면에 팀명이 박혀있는 정도였다.
리그는 1999년에 새로운 파트너사인 For Bare Feet을 맞아들였는데, 그제서야 ‘NBA표 양말’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양말은 두툼했고, 흰색 바탕에 작은 NBA 로고가 박혀있는, 우리가 아는 그 모습을 세상에 처음 선보인 모델이다.
2005년, 한 Denver Nuggets 선수가 스트라이프 무늬와 NBA 로고로 장식된 양말을 신은 모습. © Brian Bahr via Getty Images
“아, 훌륭한 양말이었죠.”
Golden State의 구단 운영부 부사장을 맡고 있는 Eric Housen의 설명이다.
“선수들도 굉장히 좋아했고요.”
2015-16 시즌이 되면서, 리그는 For Bare Feet과의 오랜 계약을 해지하고 Stance 사와 손을 잡았다. Stance의 양말은 전보다 훨씬 다채롭고 눈에도 잘 띄었지만, 그리 큰 유명세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딱딱했거든요.”
Boston Celtics의 Marcus Smart가 Stance 양말에 대해 말했다.
“발을 아프게 만들어요.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어요.”
Stance와 함께한 실험적인 시도는 단 두 시즌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Philadelphia 76ers의 포워드, P. J. Tucker 역시 그 브랜드의 제품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두툼하고, 쿠션이 잘 배치된 양말을 수십 켤레 구해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Thorlos라는 양말 회사에서 구해온 것이다.
“역사상 가장 편안한 양말이죠.”
터커는 공수해온 Thorlos 양말 수십 켤레, 그리고 팀에서 지급받은 Stance 양말 수십 켤레를 한 데 묶어 함께 수선공에게 보냈다. 그러면 수선소 측에서 일단 Thorlos 양말의 윗쪽 절반을 잘라낸 뒤, Stance 양말의 윗부분을 이어 붙여줬다.
그 덕에 터커는 Stance의 로고와 NBA 로고는 규정대로 노출시키는 동시에 Thorlos의 기능성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다. 터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기발한 방식으로 리그 규정을 피해가다니!
“Bro, 양말도 어마어마하게 중요하거든요.” 그의 설명이다.
현 협력사인 Nike에서는 이번 취재 요청에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았다.
Nike는 그야말로 인 게임 양말의 ‘유니버스’를 창조했다. 이 양말들은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면, 스판덱스를 배합한 재질로 만들어지는데, 길이가 No-show, Quarter, Crewneck, Tall, 무려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에 대해, 워리어스의 Housen 부사장은 ‘현역 선수 중에 No-show 스타일을 신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마지막으로 신었던 선수가 Luke Ridnour였으니’라고 답했다. 리드노어는 2016년에 은퇴했다.
또, 선수들은 패딩의 두께에 따라 나뉘어지는 ‘Quick Grip’과 ‘Power Grip’ 중에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사이즈도 다양하다. 이번 오프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로케츠에 합류한 7풋-4인치의 센터, Boban Marjanovic 같은 경우엔 양말 사이즈가 문제될 수도 있다. 하지만 로케츠의 장비 팀장 Nila는 ‘‘XXXL’ 사이즈의 양말을 미리 구비해두길 잘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고 소회했다.
보반 마르야노비치는 Dallas Mavericks에서 로케츠로 트레이드되었다. 다행히도, 로케츠의 장비 팀장은 그에게 맞는 양말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 Christian Petersen via Getty Images
New Orleans Pelicans의 자이언 윌리엄슨은 양말 끝단을 살짝 접어 주황색 스트라이프가 드러나게 하는 걸 선호한다. © Michael Reaves via Getty Images
이렇듯, 오늘날의 선수들은 매 시합마다 양말 길이와 핏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러’만큼은 반드시 팀메이트들과 통일시켜줘야 한다. 매 시합마다 유니폼 컬러가 바뀌듯이, 양말 역시 오늘 시합에선 보라색으로, 다음 시합에선 검정색으로 여러 컬러를 믹스해서 선택하는 구단들이 있다. 물론, 한 컬러로 통일하는 구단들 역시 존재한다.
선수들의 ‘발 패션’을 유심히 지켜보는 독자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New Orleans Pelicans는 백색 양말만을 고수한다. Brandon Ingram도 그 스타일을 선호한다.
하지만 잉그램의 팀메이트인 자이언 윌리엄슨은 이 백색 양말의 끝단을 살짝 접어 양말 안쪽에 있는 주황색 스트라이프를 드러낸다. 그 방식으로 조금 더 생기있는 룩을 완성했다.
“이 오렌지 스트라이프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의 답변이다.
물론, 선수들의 양말 색을 전부 통일시켜주느라 종종 곤란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선수들의 사적인 양말 루틴을 보호해줘야 한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장비 매니저는 이와 관련한 일화가 하나 생각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꽤 오래 전의 한 플레이오프 시리즈 때의 얘기인데, 팀 역사상 처음으로 검정색 양말을 맞춰 신기로 했다. 시합이 시작됐고, 이른 시간에 타임아웃이 불렸다. 그때에 한 선수가 입을 열었다. ‘이거 무슨 마대자루 잘라서 만든 거 아니예요? 이걸 왜 신으라는 거예요?’
해당 선수는 양말 색에 너무나도 짜증이 난 나머지, 타임아웃동안 그 검정색 양말을 벗어던지고 흰색 양말을 꺼내신었다. 장비 매니저는 패닉에 빠졌지만, 이내 선수가 벗어던진 검정색 양말의 윗둥을 잘라 손목 아대처럼 만든 뒤, 선수의 흰 양말위에 덧대줬다. 그 덕에 팀 컬러를 벗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 이 모든 일이 한 타임아웃 내에서 일어난 일이다.
혹시 ‘NBA의 양말 규정이 너무 널널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품고 계신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마커스 스마트의 일화를 한 번 들어보시라.
때는 2017-18 시즌 초, Nike가 리그의 새 협력사가 된 첫 해였다. 개막전에 나선 스마트는 양말 윗단을 크게 접은 채 코트 위에 나타났다. 그렇게 신었을 때 발이 더 편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그 습관 때문에 Nike 스우쉬 로고 를 가리게 되었다는 데에 있었다.
“사무국에서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Nike 측에서는 그 행위를 고의로 간주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스마트가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에 그는 Adidas의 스폰서쉽을 받고 있었다.
“‘지금부터 바르게 착용하시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겠습니다.’라고 하셨고요.”
양말 벌금은 얼마 정도의 규모였을까?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았어요. ”
지금은 Puma와 계약한 스마트다.
Boston Celtics의 마커스 스마트는 양말 윗단을 접는 습관때문에 Nike 로고를 가리게 된 적이 있다. 그로 인해 벌금을 낼 뻔 했다고.
© Brian Babineau for NBAE via Getty Images
구단들은 필요한 장비를 Nike에 직접 발주 넣는데, 일반적으로 다음 해에 쓸 양말 전체를 한 해 전에 미리 주문한다.
워리어스의 Housen 부사장 역시 지난 달에 2,500 켤레의 양말을 주문했다. 골든 스테이트 선수들 한 명당 한 시즌에 약 150 켤레를 사용한다는 가정이다. Nike에서는 연 단위로 장비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저희 소모량을 고려하면 보조금으로는 전체 대금의 20-25% 밖에 충당하지 못합니다.”
Housen 부사장은 “그래서 양말 같은 경우에는 세탁하고 또 세탁해서 최대한 오래 사용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골든 스테이트는 샌 프란시스코 내에 장비용 창고를 마련해놓고 있다. Housen 부사장이 온갖 장비들을 적재해놓는 곳이다.
Stephen Curry는 일반적으로 발목 보호대 아래에 착용할 용도로 쿼터 길이의 양말을 신지만, 어쩌다 크루 넥을 요구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창고에서 공수해오는 것이다.
한편, 꽤 많은 선수들이 양말을 두 겹 겹쳐서 신는다. 하지만 그 두 겹을 어떻게 조합하는지는 또 제각각 다르다.
코너튼은 고교 때부터 양말을 겹쳐신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하면 물집이 생기는 걸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데뷔한 로케츠의 루키, Jabari Smith Jr.는 Adidas의 양말을 Nike 양말 아래에 겹쳐 신는다.
때로는 펠리컨즈의 Larry Nance Jr.처럼 농구화에 따라 조합을 바꾸기도 한다. Nike의 LeBron 시리즈를 신을 땐 한 겹이면 충분하지만, 개인 소장 중인 Air Jordan 10s 같은 모델을 신을 땐 양말 두 겹을 겹쳐 신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신발이 약간 얇아서”라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스니커 컬렉션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터커는 ‘일반 대중에겐 이 모든 것들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형편없는 양말로도 만족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경우는 다르다’고 덧붙인다.
“자기 발에 맞는지가 가장 중요하죠.” 터커의 조언이다.
“뭐, 좀 안 맞는 것 같을 때도 있긴 한데.. 어쩌겠어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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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잼있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