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3.05.14. at BOS, PO 2R 7차전)
- 전반전 양상은 지난 6차전 경기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여전히 보스턴은 로윌삼/호포드의 투빅을 위시해 코너를 비우면서 털비드를 봉쇄했고, 여기서 필리의 슈터들이 코너 3점을 얼마나 넣어주느냐에 경기 향방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였죠. 다행히 지난 경기와는 다르게 슈터들의 초반 슛감이 괜찮았고(1쿼터 필리 3점 4-9, 44.4%) 특히 코너에서 버리기 대상이 되었던 터커가 코너 3점을 계속 성공시키면서(1쿼터 3점 3-5) 원정에서 필리가 리드를 잡아나갔습니다(1쿼터 필리 29:23 보스턴). 정직하게 털비드 픽앤롤만 이용하지 않고, 멀티 드라이브 앤 킥을 적절히 섞어서 코너 찬스를 만들어낸 조정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습니다. 6차전 클러치에서 엠비드가 호포드에게 막혔을 지언정, 전체 경기로 봤을때 아무튼 득점 볼륨은 뽑아주고 있었고(6차전 엠비드 26득점, 야투 9-19) 오늘 전반전에서도 몇차례 호포드에게 막히는 장면은 나왔지만 어쨌던간에 에이스로써 득점은 짜내주고 있었는데요(전반 13득점, 야투 4-12). 부상 여파에 7차전으로 오기까지 공수에서 계속 기어를 올렸기 때문이었는지 엠비드의 컨디션이 눈에 띄게 안좋아진 것이 보였고, 3쿼터부터는 완벽하게 호포드에게 틀어막히기 시작했습니다(후반 엠비드 2득점, 야투 1-6).
엠비드가 안풀릴 때 대신 풀어줘야 할 하든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오늘 9득점, 야투 3-11, 7도움, 5턴오버). 일단 이번 시리즈 본인의 주무기인 미드레인지 감이 안좋았고, 2:2 파트너인 엠비드가 파괴력을 내지 못하다보니 하든 본인의 공격력 또한 급감하고 말았습니다. 필리 오펜스의 핵심인 털비드가 모두 부진에 빠지자, 이젠 코너 3점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죠(후반 필리 팀 3점 3-21, 14.3%).
- 여기서 테이텀이 승부에 쐐기를 박습니다. 이미 전반전에 연이은 돌파를 통해 본인의 좋은 컨디션 및 엠비드의 느려진 발을 확인한 테이텀이었죠(전반 25득점, 야투 9-16). 시리즈 내내 엠비드의 블락 희생양이었던 테이텀이, 이제는 자신있게 엠비드를 외곽으로 끌어내서 매치업 헌팅을 합니다!!! 원래 가드와의 미스매치도 일정부분 버텨내는 엠비드이지만, 체력에 한계가 왔는지 테이텀의 공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죠. 4포제션 연속으로 테이텀이 엠비드 상대로 매치업 헌팅을 성공하고, 후속타로 브라운-테이텀-브록던의 3점 4방이 연달아 터지며, 보스턴이 무려 28-3 런을 달리며 접전이었던 경기를 순식간에 벌립니다. 그리고 그대로 게임이 터져버렸죠.
- 7차전까지 물고 늘어진 것치고는 맥없는 패배였습니다. 다르게 보면 그만큼 전력차가 났었다는 얘기이기도 하겠죠. 이렇게 이번에도 필리는 보스턴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젠 초록색 유니폼만 봐도 PTSD가 올 것 같습니다.
셀틱스 팬 여러분 컨파 진출 축하드립니다. 이번 시즌에도 보스턴이 더 강한 팀이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올해는 우승하시라고 덕담을 쓸 수도 있겠으나,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보스턴 응원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히트와 레이커스 파이널을 기도하는 속좁은 제 스탠스를 너른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필리를 응원해주신 식서스 팬 여러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절대 강자가 없는 이번 시즌이야말로 필리가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기회를 놓치고 1년을 보내게 되었네요. 어쩌면 다음 시즌에는 크나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소소한 보강만 하고 다시 이 팀으로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방향이 되었건 저는 당분간 농구 보는 걸 좀 쉬려고 합니다. 다음 시즌에 또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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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셨습니다.... 식서스 팬 분들 이제 지친마음을 좀 쉬고 느긋하게 내년 시즌까지 쉬어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