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3.05.07. vs BOS, PO 2R 4차전)
- 경기 시작부터 필리는 시리즈 내 가장 큰 과제인 '브라운을 어떻게 하든에게서 떼어낼 수 있을까'에 집중했습니다. 오늘 닥 감독이 들고나온 방침은 크게 다음의 3가지로, 각각 따로 쓸 때도 있었고 두 가지 이상을 한 포제션에 섞어서 쓰기도 했습니다.
1. 엠비드와의 투맨게임. 꼭 투맨게임이 아니더라도, 엠비드(리드)의 스크린을 받고 돌파 or 패스경로를 확보.
2. 맥시/니앙을 이용해 스위치.
3. 1,2번을 수행했는데도 브라운이 계속 따라붙는다면, 엠비드에게 넘기고 포스트업 공략.
특히 3번 방침을 위해서였는지 오늘 엠비드는 오랫만에 엘보 깊숙한 곳에서 포스트업을 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는데요. 최근에는 거의 봉인하다시피 한 옵션이지만, 원래 엠비드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가 여기죠. 거기에 컨디션까지 좋아서(3쿼터까지 28득점, 야투 9-18, 자유투 10-13, 12리바운드) 하든이 쉴 때엔 엠비드의 주 득점 루트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 한편, 이러한 노력과는 또 별개로, 필리에게 약간 운도 따랐는데요. 브라운이 경기 시작 3분여만에 2파울을 범하며 이른 파울트러블에 걸린 거였죠. 물론 1쿼터 완전 핫핸드(12득점, 야투 5-7)로 오펜스를 이끌고 있던 데다, 하든 봉쇄라는 중대 임무마저 전담해야 하는 브라운을 마줄라 감독이 바로 교체해주진 않았습니다만, 이후 브라운의 수비가 이전만큼 공격적이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2쿼터에는 하든 수비를 다른 팀원들에게 맡겨야만 했죠.
조정의 성공 + 브라운의 파울트러블이라는 운까지 겹치며, 드디어 하든이 브라운의 속박에서 풀려났습니다. 그러자 오늘 좋았던 컨디션까지 시너지를 내며 빈티지 하든이 부활했죠(전반 21득점, 야투 8-11, 3점 3-3, 5도움, 0턴오버). 엠비드와의 투맨게임 뿐만 아니라 아이솔도 살아났는데,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수비수들을 상대론 미드레인지로 응징해주고, 스위치로 빅맨(호포드/로윌삼)을 골라와 돌파/3점 이지선다를 거는 등 1차전에서 봤던 하든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한편 브라운의 1쿼터 파울트러블은 또다른 나비효과를 불러왔는데요. 테이텀을 비롯해 셀틱스 선수들 대부분이 전반에 안좋은 슛감을 유지했는지라 핫핸드이면서 드라이버인 브라운의 빈자리가 오펜스에서도 컸습니다. 여기에 식서스 선수들은 사실상 오늘 지면 끝인 상황이라 더 이 악물고 수비를 했는데요. 애초에 플옵에서 수비 기어를 올린 엠비드 뿐만 아니라, 못막을 것 같으면 손도 잘 안올리는 하든마저도 슈팅 컨테스트를 더 깊고 확실하게 들어가는 모습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수비가 분명 차가웠던 보스턴의 슛감을 더 차갑게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전반 보스턴 팀 야투 18-47, 38.3%. 3점 9-25, 36.0%).
- 부활한 하든, 쾌조의 컨디션인 엠비드, 그리고 적극적인 수비, 보스턴의 슈팅 기복이 어우러져, 전반을 50:59로 9점차 앞선 채 마쳤습니다. 3쿼터에도 기세를 몰아 한때 15점차까지 달아났지만, 점점 셀틱스의 슈팅이 평균회귀를 하기 시작했고(3쿼터 보스턴 팀 야투 13-18, 72.2%. 3점 3-6, 50%), 필리는 털비드의 힘으로 점수차를 유지했지만 결국 한자릿수 점수차로 3쿼터를 마치면서(83:92)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합니다.
4쿼터 시작과 동시에 브라운이 다시금 하든에게 밀착수비를 시전합니다. 4쿼터 초반은 하든이 엠비드/맥시 없이 벤치멤버들을 홀로 이끄는 시간이라, 브라운을 떨쳐내기 위한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연이어 두 포제션을 맥없이 날려버립니다. 4쿼터가 시작한지 3분도 채 되지 않아 닥 감독은 바로 타임아웃을 부르고, 맥시와 엠비드를 연달아 투입합니다. 원래 로테이션상 엠비드/맥시는 3쿼터를 풀로 뛴 상태였는데, 이 경기를 지면 다음이 없는 상황이니 무리를 시킨 거죠.
하지만 엠비드와 맥시를 투입했는데도, 필리는 흐름을 돌리는데 실패합니다. 각 포제션에서 실수하거나 샷을 미스한 선수들은 제각각이나, 이유는 같습니다. 바로 하든이 브라운에, 엠비드가 호포드에게 꽁꽁 묶여있기 때문이었죠.
특히 호포드에게 엠비드가 완벽하게 막힌 건 꽤나 충격이었는데요. 엠비드의 인간상성 중 한명으로 잘 알려진 호포드이나, 엠비드가 MVP레벨로 올라온 이후로는 호포드의 수비에 크게 고전한 적이 드물거든요(당장 이번 정규시즌 막바지에 호포드 상대로 52득점 경기를 했었죠). 엠비드에겐 호포드의 대인 수비 자체가 무섭다기보단, 호포드가 골밑에서 버텨줄 때 적절히 들어오는 도움수비와의 조합이 위협적인 건데, 팀 전술상 엠비드가 네일로 올라오고 더블팀 대처도 노련해진 이후로는 이런 호포드와 보스턴의 수비에 엠비드가 잘 당하질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지면 끝인 상황에서, 클러치 상황으로 가면서 엠비드가 네일에 위치해서도 마음이 급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궁지에 몰려있는 엠비드를 호포드가 다시금 유린하면서 아팠던 옛날 기억을 다시 꺼내들었죠. 경기가 끝나고 엠비드가 본인을 심하게 자책한 것이 이해가 될 만큼, 오늘 4쿼터 클러치 상황에서 엠비드는 처참했습니다.
- 엠비드와 필리가 헤매는 사이, 보스턴은 꾸준하게 득점을 해내며 추격해와, 결국은 동점, 역전까지 만드는데 성공하고야 맙니다(98:96). 남은 시간은 4분, 흐름은 보스턴 쪽으로 넘어가버린 가운데, 오늘의 영웅 하든이 다시금 각성하기 시작합니다.
시리즈 내내 본인의 천적과도 같았던 브라운을 상대로 아이솔 스탭백 미드레인지를 꽂더니, 스위치로 수비수를 바꾼 상태에서 플옵 내내 말을 듣지 않았던 림어택을 가볍게 성공시킵니다! 하지만 셀틱스의 연속 3점 성공으로 인해 아직도 3점 뒤지는 상황(105:102).
다시 한번 엠비드가 바톤을 이어받지만, 이번에도 실패하고 맙니다. 위의 첫 짤에서는 호포드와의 승부를 피하다가 폭탄 돌리기 한 걸 터커의 빅 오펜보드 풋백 + 앤드원으로 겨우 한숨을 돌렸고(터커한테 쿠사리 좀 먹어주고), 두번째 짤에서는 다시 한 번 호포드에게 완벽하게 당했지만 다행히 필리 쪽으로 공이 흘러가서 살았죠.
그리고 마침내!!! 하든이 플로터를 성공시키며 탈락 위기의 식서스를 구해냅니다!!! 이 포제션도 보시면 (비록 마크맨은 브라운이 아닐지라도) 엠비드와의 스위치로 수비수를 일부러 호포드로 바꿔놓은 다음 공략한거죠. 이후 스마트의 마지막 3점 시도가 불발되며, 승부는 연장으로 향합니다.
- 4쿼터에 크게 당하고 나서 절치부심을 했는지, 연장전에서는 엠비드가 그나마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첫 짤에서는 드디어 호포드 상대로 턴어라운드 페이더웨이로 득점에 성공해내고, 두번째 짤은 결국 엠비드의 오펜스 파울로 판정이 나긴 했지만 하든과의 투맨 게임을 보여줬죠. 세번째 짤에서도 털비드 픽앤롤로 자유투를 얻어냈구요.
그리고 이러한 엠비드의 노력이 결국 마지막 클러치 샷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테이텀의 빅3를 얻어맞고 연장전 종료 38초를 남기고 2점차 리드를 빼앗긴 상황(115:113), 필리는 다시금 엠비드 고로 가고, 이미 세 번의 포제션에서 엠비드가 득점 시도를 했다는 사실은 브라운이 하든을 버리고 엠비드에게 도움 수비를 붙는 근거가 되었죠. 그리고 바로 엠비드는 코너의 하든에게 킥아웃, 하든은 캐치 3점으로 보답하며 다시 필리가 역전합니다!!!(115:116) 이윽고 마지막 스마트가 던진 버저비터 3점이 노카운트가 되면서 필리가 탈락의 문턱에서 생환하고야 말았습니다!!!
- 시리즈 스코어는 2:2가 되었지만, 여전히 홈코트 어드벤티지는 셀틱스에게 있으며 체급차 역시 분명합니다. 필리가 이긴 경기들은 죄다 신승인데, 보스턴이 이긴 경기들은 다 널널한 점수차죠. 바로 다음 경기가 TD가든이라는 점 역시 너무 무섭습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진다면, 어떻게든 접전으로만 만든다면 희망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우리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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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해리스는...
맥시는 간간히 중요한 득점을 해주기도 하는데
특히 해리스는 살아날 기미가 안보이네요. 한경기정도는 터져줄듯도 한데.
이렇게 계속 엠비드와 하든만 득점을 짜내주면
정말 어렵습니다.
부디 1라운드의 그 꾸준한 해리스로 돌아와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