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3.05.09. at BOS, PO 2R 5차전)
- 셀틱스의 정체성은 점퍼팀인지라 언젠가 시리즈 중 한번은 슈팅 기복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오늘 보스턴의 팀 3점은 12-38(31.6%)에 불과했는데, 가비지 타임에 몰아넣은 3점들을 제외하면 성공률은 더 떨어집니다. 평소였으면 쏙쏙 들어갔을 컨테스트샷들은 물론이거니와, 오픈 3점마저 잘 만들어놓고 던지는 족족 빗나갔죠. 엠비드의 골밑 지배력은 여전했기 때문에(4블락) 보스턴은 내외곽 모두 틀어막힌 양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보스턴이 필리보다 강한 대표적인 부분이었던 속공 점수마저 오늘은 필리가 앞섰습니다(속공점수 필리 15점, 보스턴 5점). 그 중심에는 오늘 닥감독이 벤치에서 깜짝 기용한 하우스가 있었구요(10득점, 야투 5-7). 속공 피니셔로써 하우스가 가지는 장점은 운동능력과 저돌성으로, 앞에 수비수를 두고도 그냥 뛰어서 레이업을 자주 성공시킵니다. 상대적으로 백코트 높이가 낮은 보스턴에게는 치명적인 옵션이었죠.
- 한편, 보스턴은 오늘 달라진 수비 기조를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빅맨에게 드랍백 수비를 시키는 거였는데요. 하든을 봉쇄하면 이기고(2,3차전) 풀어주면 지는(1,4차전) 시리즈 양상 속에서, 브라운의 근접 마크를 필리가 털비드 투맨게임 or 스위치로 상쇄해버렸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하든이 빅맨과 스위치되었을 때 말도 안되는 오펜스 효율을 보였다는 점이 오늘 수비 변화의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제로 오늘 하든은 8개의 야투 시도만을 기록하며(17득점) 평소보다 약한 적극성을 보였고, 이런 점에서는 보스턴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하든에게로 수비가 몰리면서, 투맨게임 파트너인 엠비드에게 미드레인지를 열어주게 되었고 마침 엠비드의 컨디션은 회복세에 있었습니다(오늘 33득점, 야투 10-23, 3점 3-7). 셀틱스로써는 4차전까지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었던 엠비드의 슛감에 걸었던 듯 한데, 털비드 픽앤롤 or 픽앤팝은 정규시즌 내내 갈고닦아온 이 콤비의 필살 패턴이죠. 엠비드의 점퍼가 살아나면서 하든의 야투시도 감소는 상쇄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스위치에서 드랍백으로 수비 기조가 바뀌면서 시리즈 내내 잠잠한 편이었던 토비와 맥시가 숨통이 트였다는 겁니다. 드랍백 수비는 볼 핸들러를 두명이서 포위한다는 걸 뜻하고, 여기에서 패스를 받은 롤러(주로 엠비드)가 엑스트라 패스 각만 잘 봐주면 외곽에 찬스가 난다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하든과 엠비드는 이러한 상황을 정규시즌 동안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또한 꼭 털비드 2:2가 아니더라도, 엠비드와 하든이 오프볼 상황에서 만드는 그래비티를 맥시와 토비 두 3옵션이 돌아가면서 잘 이용했습니다.
기회를 받고 살아난 토비(16득점, 야투 7-10, 11리바운드)의 경우, 파울트러블로 인해 볼륨을 더 쌓지는 못했으나 미친 효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볼 핸들러와 엠비드가 모두 가로막힌 상황에서 죽은 볼을 처리한 득점이 많아 영양가가 아주 높았죠.
맥시의 경우는 좀 더 극적인데요. 30득점(3점 6-12)이라는 볼륨도 볼륨이지만 자신감이 완전히 살아났는지, 막판 본인의 천적으로 평가받던 화이트를 상대로 연속 득점을 해내며 20점차를 만들어 경기를 자신의 손으로 끝내버렸습니다. 이렇게 또 한단계 성장하는 맥시를 보게 되네요 이후 종료 4분을 남기고 들어온 보스턴의 가비지 멤버들이 풀코트 프레스를 바탕으로 맹추격했지만, 해프닝으로 끝나고 필리가 TD가든 원정에서 5차전을 가져옵니다!
-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승리이지만, 저를 비롯한 식서스 팬 분들은 절대 방심하지 않을 겁니다. 일단 우리 감독이 리버스고, 보스턴은 이미 2:3 스코어에서 시리즈를 뒤집어 본 경험이 있는 팀이기 때문이죠. 아직 시리즈 끝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홈에서 열리는 6차전을 내준다면, 시리즈는 다시 셀틱스 쪽으로 기울어질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은 보스턴이 어느정도 자멸한 감이 있는 경기였습니다. 6차전은 다를 겁니다. 필리 역시 총력을 다해서 무조건 홈에서 시리즈를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합니다.
글쓰기 |
보스턴이 6차전 메인 수비방식을 다시 스위치로 들고 나올지 오늘처럼 드랍백을 들고 나올지 어떨까요. 스위치는 하든에게 빅맨이 매치업하게
되면 다시 하든을 살려줄수도 있고 드랍백은 오늘처럼 엠비드가 또 활개를 칠수있기 때문에 보스턴의 선택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