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2.05.06. vs MIA, PO 2R 3차전)
- 우여곡절 끝에 엠비드가 돌아왔습니다. 마스크와 함께 홈에서 말이죠. 그와 더불어 필리는 거의 모든 1차 지표에서 히트를 앞서며(야투율 35.1%:47.8%, 3점 23.3%:48.5%, 팀 리바운드 35:44, 도움 14:22) 20점차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엠비드 효과라고 설명하기엔 운적인 요소가 분명 있었습니다만(특히 슛감), 또 엠비드 효과가 아예 없었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렵지요. 부상에 시달리는 엠비드라도 필리에는 분명 엄청난 도움이 된다,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미 오른손 엄지 인대 파열을 겪고 있었고, 여기에 안와골절까지 추가되었으니 엠비드가 정상 컨디션일거라 기대했을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아니나다를까 엠비드의 주무기인 미드레인지는 오늘 쏘는 족족 빗나갔죠(야투 5-12). 그렇다면 그냥 단순하게, 적당히 빅맨 한명 붙여놓고 새깅 수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엠비드는 그럴 수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더블팀을 달고 살면서도 공간만 났다 하면 별별 괴상한 스킬로 득점을 적립해버리죠. 아무리 엠비드의 야투감각이 좋지 않아도, 상대팀은 엠비드에게서 더블팀을 풀 수 없습니다. 예전 마크 가솔 같은 특급 대인수비를 갖춘 빅맨이 있지 않고서는 말이죠.
특히 위에서 첫번째 짤을 보시면, 하든에게 엠비드가 왜 절실하게 필요한지 아실 수 있습니다. 앞선 두 경기에서 히트는 마음놓고 하든에게 더블팀,트리플팀을 붙이며 에워쌌는데요. 하든에게 스크린을 걸어줄 리드나 디조던의 공격력이 워낙 떨어지기에 하든만 봉쇄하면, 롤 해서 들어가는 빅맨에 대한 대처는 도움 수비수의 리커버리로 조금 늦게 해도 된다는 거죠(이것 때문에 그나마 앨리웁 옵션이 있는 디조던을 기용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엠비드가 있을때 그랬다가 엠비드에게 패스가 빠지는 순간, 쉽게 골밑 득점을 해버립니다.
그래서 하든과 엠비드가 2:2를 시작하면, 혹은 그냥 하든이 공을 잡고 엠비드가 스크린을 준비하면, 상대팀의 모든 수비는 이 두명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털비드 투맨게임을 막기 위해 히트가 수비 대형을 중앙으로 좁혔고, 양 코너에 엄청나게 공간이 났죠. 그리고 오늘만큼은 필리 슈터들이 이 기회를 잘 살렸습니다(팀 3점 16-33, 48.5%).
특히 대니 그린(3점 7-9) 같이 코너에서 대기하는 스팟업 슈터들이 혜택을 봤는데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오픈 3점 성공률이 너무 크게 차이가 납니다. 1,2차전에서도 엠비드가 없었다 뿐이지 하든이 더블팀 몰고 다니면서 오픈찬스는 잘 만들어줬었는데, 지독하게도 못넣었거든요. 아마도 홈으로 돌아오면서, 혹은 핵심 선수인 엠비드가 돌아오면서 마음의 안정을 가지게 된 것이 슈팅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행운의 여신 또한 오늘은 필리에게 웃어줬음이 확실합니다. 한편으로, 코너 3점이 터지면서 중앙에서 털비드의 공격작업도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죠.
- 슈터들의 부활이 절반은 엠비드 덕, 절반은 운빨이었다면, 타이불의 재기는 확실하게 엠비드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방에서 스크린 셋팅을 하는 엠비드와 하든에게 히트 수비수들의 시선이 쏠리는 사이, 타이불이 후방을 털며 드디어 득점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공격에서 0.25인분도 못했다면, 이제는 그래도 0.75인분 정도는 할 수 있게 된거죠.
그런데 애초에 타이불은 공격보다 수비를 보고 쓰는 선수죠. 그리고 엠비드는 타이불의 수비마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지난 1차전 감상에서 말씀드렸듯, 최근 타이불은 스크린에 걸린 후 빠져나오는게 많이 늦습니다. 따라서 빅맨 수비수가 잠시 볼 핸들러를 막아세우고 시간을 버는게 필요한데, 반응이 너무 느린 디조던에겐 언강생심이고 리드는 잘 하지만 파울 트러블 및 높이 열세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엠비드는 바로 타이불에게 필요한 그 찰나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두번째 짤은 타이불이 아니라 맥시이지만, 비슷한 맥락이라 넣었습니다). 이제서야 타이불이 출장시간 내내 제대로 된 빅맨 수비수(엠비드/리드)의 지원을 받아가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이번 시리즈 타이불의 임무는? 잘 아시다시피 히로 전담 수비입니다.
지난 1,2차전에서 필리에게 크리티컬을 날린 선수는 항상 히로였습니다(1차전 25득점, 2차전 18득점). 벤치에서 나오는 히로의 고효율 득점을 막지 못해 필리는 초반부터 리드를 빼앗기고, 끌려가는 경기를 했죠. 하지만 오늘은 타이불의 대활약에 힘입어, 히로를 꽁꽁 묶는데 성공했습니다(14득점, 야투 5-15, 3점 2-7, 1도움, 2턴오버). 물론 오늘 히트 선수들의 슛감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으나, 타이불의 대 히로 수비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입니다.
- 한편, 히트 역시 오랫동안 필리에게 상성상 유리한 팀이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엠비드의 드랍백을 슈터들로 응징하는 방법이 잘 패턴화 되어있죠. 가장 대표적인 전술은 스크린 받자마자 볼 핸들러가 풀업 점퍼를 던지는 겁니다. 아주 심플하지만, 위협적인 슈터들이 많은 히트일수록 대응하기 어려운 전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히트 슈터들의 슛감이 단체로 가출했습니다(팀 3점 7-30, 23.3%). 특히 부상에서 복귀한 라우리가 아주 심각했는데(0득점, 야투 0-4), 프라이머리 볼 핸들러로써 드랍백 공략에 선봉장이 되어야 할 라우리가 꼬이면서 히트의 오펜스 플랜에 불운이 감돌았습니다.
볼 핸들러가 부진해도 패턴 플레이로 먹고사는 팀이 히트이며, 그 중심에는 패싱 센터 아데바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데바요 역시 오늘 엠비드를 맞아 엄청난 부진을 기록했습니다(9득점, 야투 2-9, 1도움, 3턴오버). 지난 2차전까지 디조던 상대로 무쌍을 펼치던 아데바요와 동일 인물인지 의심될 정도였죠. 높이에서는 몰라도 기동력에서는 엠비드를 앞설 줄 알았는데, 점퍼가 말을 안들어서였는지 오늘은 굉장히 힘들어보였습니다.
- 공격의 축인 히로, 라우리, 아데바요가 모두 부진했고, 3점까지 바닥을 치면서 히트의 공격이 완전히 정체되었습니다. 필리도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히트의 혼란이 좀 더 심했죠. 3쿼터 초반 14점차까지 리드를 벌리며(마앰 34:48 필리), 필리가 승기를 굳히나 싶었습니다만...
하든이 파울트러블에 걸리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집니다. 하든이 아무리 효율이 떨어졌어도(오늘 야투 4-11, 6도움, 7턴오버) 현재 필리에서 제대로 된 플레이메이커는 하든 뿐입니다. 맥시야 물론 훌륭한 가드이지만, 하든이 옆에 없이 맥시 단독으로 플옵 수비를 뚫으며 리딩을 맡기에는 아직 부족하죠. 하든 없는 필리가 연거푸 턴오버를 기록하고, 히트에서 홀로 슛감을 유지하고 있던 버틀러가 불타오르며(오늘 33득점 중 3쿼터 14득점, 야투 5-8, 2도움) 마앰의 추격을 이끕니다(3쿼터 종료 후 마앰 65:68 필리).
하지만 히트의 불꽃은 거기까지였습니다. 3쿼터 후반 필리는 급하게 하든을 투입하며 진화를 시도했고, 4쿼터에 드디어 맥시가 폭발하며(4쿼터 14득점, 3점 4-4, 2도움) 마앰의 추격을 따돌립니다. 반면 히트는 버틀러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4쿼터에 야투를 성공시키지 못하며(4쿼터 팀 야투 3-15) 자멸하고 말았습니다. 엉망이었던 슛감이 하필 가장 중요한 4쿼터에 바닥을 치고 말았죠.
후반 맥시의 폭발로 승리를 쟁취하거나, 적어도 뒤집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이제 필리의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겨우 2년차인 맥시가 엠비드,하든,해리스 같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이렇듯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는게 대단할 따름입니다. 한번 신이 나면 3점슛도 몰아치고, 돌파도 다 성공시키고, 허슬 플레이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이는데, 특히 세번째 짤에서 하든의 턴오버를 허슬로 살려내는 장면(짤에서는 짤렸지만, 이후 엠비드의 결정적인 앤드원으로 이어집니다)이 대박이었죠. 필리가 시리즈를 뒤집기 위해서는 맥시의 이런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엠비드의 복귀와 함께 반가운 승리를 따냈습니다만, 역시나 운이 따랐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4차전에도 오늘처럼 필리의 3점이 계속 터져줄지, 히트의 슛감이 계속 바닥을 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게 현실적이겠죠. 하지만 아무튼 필리에게는 반격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중요한 1승입니다. 4차전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바, 스포 감독이 분명 칼을 갈고 올 겁니다. 필리 입장에서는 4차전을 내주면 끝이라고 생각해야겠죠. 더 이상의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만 보여주면서, 필리가 승리하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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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엠비드가 오면서 히트의 수비전술 선택지가 줄어드는것도 큰것 같습니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1,2차전에 간혹 나왔던 존디펜스도 못본것 같습니다